평양아줌마의 이북이야기
(WWW.SURPRISE.OR.KR / 정현주 / 2017-07-10)
김련희의 강연이 인기 있는 이유
지난 7월 7일(금) 새날희망연대 주최로 평양주민 김련희씨 강연이 있었다. 최근 새날희망연대 포럼중에서 가장 참석자가 많은 강연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향린교회 1층 강의실은 꽉 들어찼고 열기도 뜨거웠다.
김련희씨의 탈북경위는 이랬다. 중국의 친척집에 놀러 갔다가 탈북브로커의 달콤한 이야기에 속아 여권을 빼앗기고 감금이 된다. 이후 원치않은 남한행에 올라타야 했고 남한에 들어온 첫날부터 돌려보내 달라고 애원했지만, 국정원의 대답은 한 달간 독방 감금이었다. 이후 3인용 방으로 옮겨져 두 달을 더 감금 상태로 보내야만 했다. 수 개월에 걸친 감금 생활도 힘들었지만, 그보다 더 힘들었던 건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한다.
남한에 내려온 이유가 사기 유인 납치 감금이었다니, 놀랍지않은가? 실제로 범죄를 저질러 도주 중 어쩔 수 없이 남쪽 행을 선택하는 소수의 탈북자를 제외하면 이런 식으로 남쪽 땅을 밟게 되는 경우 또한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생계형 탈북자나 범죄형 탈북자인 경우 탈북브로커에게 스스로 접근한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탈북브로커들은 이런 방식으로 한 사람당 300~1,500만 원을 받는다고 한다. 이쯤되면 이것은 말 그대로 '인신매매'이고, 분단된 현실을 이용한 '돈벌이 수단'이다. 국정원은 김련희씨에게 남한정착금으로 받은 600만 원 중 300만 원을 탈북브로커에게 송금하도록 교육시켰고, 이 나라 법을 잘 모르는 다른 탈북자들과 마찬가지로 김련희씨는 그 돈을 보냈다 한다.
남쪽에 인도된 탈북자는 빚쟁이 신분이 되고 그날로 감금되어 북한 비방용 홍보 전사로 교육받은 후 생전 처음 약육강식의 자본주의 사회에 내동댕이 쳐진다. 살기 위해선 철저하게 수구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해야 하는 게 탈북자들의 비참한 현실이다. 언론이 알려주지 않는 탈북자들과 국정원의 민낯을 련희씨는 숨김없이 털어놓는다.
이런 솔직함 때문일까? 김련희 강연은 항상 열성팬들과 청중들로 들끓는다. 마치 인기연예인을 만난 듯 연배를 불문하고 어린 아이처럼 사진을 함께 찍고 힘내라고 연호하며 사인을 부탁하는 사람도 있을정도니 가히 탈북계의 아이돌이라 아니 할 수 없다.
김련희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외모나 나이? 말빨? 언론이 띄워 줘서?
아니면 특이하게도 북쪽으로 돌려보내 달라고 고집을 부려서?
이 모든 것에 대해서 김련희씨는 아니라고 말한다. 본인은 못생긴 편이며(동의하긴 어렵지만..^^) 평범한 가정주부라 달변도 아니고 정치 문제엔 그다지 관심 없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언론이 띄워 준 것일까?
지상파나 TV언론은 한 번도 김련희를 조명한 적이 없다. 6년간이나 북으로 돌려 보내 달라고 시민단체들과 기자회견을 하고 전국 순회강연을 다니고 외신이 떠들어도 언론은 물론 국정원까지 쉬쉬하며 회피하기 바쁘다. 오히려 외신쪽에서 찾아야 정보가 나올 정도로 언론은 철저하게 김련희를 숨기고 있다. 그러니 언론이 띄워 준 것도 아니란 게 분명하다.
그럼에도, 김련희 강연에 청중이 몰리는 이유는 뭘까? 이제까지 접할 수 있었던 북한 주민의 생활상은 북에 대한 혐오감을 부추기기 위해 탈북자를 동원한 철저하게 필터링된 수구언론의 프로그램이 전부였다. 그런데 김련희씨는 쉽사리 접할 수도 궁금해 할 수도 없었던 북조선 주민들의 생활상이나 잘못 알려져 오해 하고 있는 이슈, 때로는 남쪽보다 나은 점들도 거리낌 없고 솔직한 언어로 이야기한다. 그 점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김련희씨의 행보는 일반적인 탈북자들과 상당히 다르다. 자본주의가 좋아 탈북을 했건 련희씨처럼 '납남'(유인 납치후 남쪽행)되어 끌려왔건 상관없이 탈북자들은 북의 생활상이나 장단점에 대해서 솔직하게 말할 수 없다. 오로지 생지옥으로 만들어야 하며 혐오감을 부추기는 말만 할 수 있다. [일반 탈북자]화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안 그러면 당장에 고무찬양죄가 뒤집어 씌워지고 간첩조작사건에 이용되거나 계속되는 압박과 감시 속에서 먹고 사는 일조차 어려워진다.
수구정권은 북한이 포악하고 무서우며 이질감이 느껴져야만 유지할 수 있는 정권이었다. 탈북자들은 이런 홍보선전원들로 활용되어 왔고 수구 매체들은 탈북자들을 앞세워 하루종일 [남북 이질화] 방송을 내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김련희씨 또한 납남 첫날부터 수개월간 [일반 탈북자]화를 위해 하나원에 갇혀 세뇌교화 과정을 겪었다고 한다. 다른 탈북자와 다른 점은 이후에도 6년간 철저한 감시속에 온갖 협박과 회유를 당했으며 최근에도 압수수색을 받는 등 국정원의 압력이 지속된다는 점이다. 이토록 집요하게 탄압이 길어지는 이유는 김련희씨가 [일반 탈북자]화 되기를 거부하며 귀향요구를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정원이 김련희 귀향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당신을 돌려 보낸다면 탈북자들이 너도 나도 귀향요구를 할 것이고 수만 명을 돌려 보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대한민국 체제 자체에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어나 감당하기 힘들어진다’
( * 참고 : 여기서 대한민국이란 이명박근혜등 친일파 수구정부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고 자긍심을 느끼는 그 ‘대한민국’이 아님.)
김련희씨가 처음부터 강연을 하러 다닌 것은 아니다. 납남 이후 초창기 기자회견 등 동영상만 봐도 김련희씨는 집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만 호소하는 평범한 아줌마였고 한 아이의 엄마이며 아내이고 부모님을 걱정하는 딸이었을 뿐이다.
그런 김련희씨가 자신을 북으로 돌려보내 달라는 기자회견을 하고 도움 요청을 위해 사람들을 접하며 북에 관한 질문에 답변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이북이야기 강연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김련희씨는 가족과 조국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이기 때문에 북을 거짓비방할 이유가 없었다. 그저 평범한 아줌마의 입장에서 여성의 입장에서 북에서 나고 자란 삶의 소소한 에피소드등을 들려주는 게 전부였는데 그런 강연을 사람들이 좋아하고 귀를 귀울이게 된 것이다.
어쩌면 남한사람들은 평범한 북쪽 사람들의 생생하고 꾸밈 없는 이야기에 목말라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동안 통일 문제가 나오면 돈 얘기로, 북한 얘기가 나오면 북핵 문제로 시작해서 3대세습 문제로 귀결시키는 방송만 보아왔다. 그 과정에서 북한 주민들이 얼마나 불행하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한 탈북자들의 체험담이 쏟아지고 깨알 같은 체제 비판으로 마무리 되며 통일에 대한 불안, 공포, 이질감을 부추겨 왔다. 수구언론의 존재 목적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정권교체 후 통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정보가 쉽게 공유되는 이 시기에 대중은 그런 일방적이고 과장된 비방선전이 식상하고 지겹다. 외국인들의 평양 방문 동영상이 흔하게 돌아다니는데 여전히 아오지탄광이니 정치범수용소니 굶어 죽는 주민들 같은 모략 날조 썰들만 난무하는 수구언론은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추세다. 5%미만의 SNS 사용 불가능한 계층에서는 여전히 그 효과가 유지될 테지만 수구당 지지율과 TV조선 시청율이 비슷하게 움직인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그조차 오래 가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대중이 듣고 싶은 것은 남과 북의 대결이 아니고 평화와 통일에 대한 희망이야기다. 상호비방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칭찬이고 이질감이 아니라 동질감이다. 문 정부 지지율이 그것을 말해 주고 있지않은가. 그러기에 김련희씨 같은 평범한 평양아줌마의 우리네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이북이야기를 더 좋아하고 선호하기 시작한 게 아닐까.
국정원 입장에서 김련희라는 존재는 매우 불편하다. 탈북자면 탈북자답게 북을 미워하고 비방하며 거품 물고 비하해야 인기도 얻고 돈도 잘 버는 게 지금까지의 정석이었다. 그런데 김련희씨는 비방은 커녕 솔직한 얘기들만 하는데 언론의 도움 없이도 유명인이 되었고 심지어 인기몰이 중이다.
이젠 남한 생활에 익숙해져 가면서 능숙하게 남과 북의 삶을 비교분석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고 납남초창기 울먹이며 귀향 요구만 하던 당시와 비교하면 전문 강사 수준으로 진화해 가고 있다. 더 시간을 끌어서 국정원이 이득 볼게 없단 얘기다.
김련희씨는 평범한 아줌마이자 민족동질성을 회복시켜 주는 평화통일의 길 안내자이다. 잘 보호해 주어야 하고 무사히 그녀의 집으로, 그녀의 조국으로 돌려 보내 주어야 한다.
북은 공식적으로 김련희씨와 유인납남된 12명의 처자들을 송환해 줄 것을 여러차례 우리 정부에 요청하였다. 대화 의지를 보여 주기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첫 행보는 민족과 인권을 존중하고 인륜을 소중히 여기는 자세이다. 김련희씨 그녀에게 조속히 차편을 준비해 주기 바란다.
정현주 / 새날희망연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