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압외교의 패배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6.12북미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하였는데요, 5월22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전혀 기미를 보이지 않다가 문 대통령이 한국에 도착하고, 이어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폐기 폭파가 마무리된 직후, 미국이 돌연 북미 정상회담 취소결정을 한데 대해, 남 북은 물론 세계가 한목소리로 트럼프의 배신을 성토하고 있습니다.
세계가 트럼프 대통령더러 북한과 세계앞에 한 약속을 지키라고 촉구하고 있을때, 일각에서는 <벼랑끝 전술의 달인인 북한이 트럼프의 벼랑끝 전술에 당했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의견은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한 트럼프에게 면죄부를 주는 한편 사태의 원인이 마치 북한에 있는듯이 진실을 오도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면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사태를 어떻게 보아야 할가요?
먼저, 미국이 이번 사태를 통해 외교적으로 얻는것과 잃는것이 무엇인지 추론해보겠습니다.
미국이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통해 외교적으로 얻는것은 첫째로, 북미 정상회담과 북미 고위급대화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외교의 영향력을 감소시켜 한반도문제해결에서 미국의 주도권을 확보할수 있습니다.
미국은 그간 한국이 주장하는 중재외교로 인해, 한반도문제해결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감소할가봐 걱정하는 눈치를 보였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5.22 한미 정상회담에서 <중재외교라기보다 한반도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해 북미관계증진에 힘쓰겠다>고 말했는데요, 중재외교를 못마땅하는 미국의 의중을 반영한 발언이라고 볼수 있습니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가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한 직후 진행된 청와대 안전보장상임회의에서 중재외교에 힘쓰겠다는 발언대신 <한반도평화정착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리는 차원에서 북미간의 직접대화를 적극 살려나가야 한다>고 발언하였습니다.
향후 북미 접촉과 대화가 이어진다면, 한국의 중재없이 북미 직접접촉, 직접대화가 활발히 진행될것으로 추측됩니다.
미국이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통해 외교적으로 얻는것은 둘째로, 한반도비핵화과정에서 소외된 일본의 체면을 살려주는 효과와 함께 일본이 향후 진행될 북미회담에 어깃장을 놓는 행위를 줄일수 있습니다.
그간 일본은 납치자문제와 일본겨냥 중거리탄도미사일폐기문제를 의제로 삼아달라고 미국에 청탁하는 등 한반도평화와 비핵화과정에 끼워들려는 의도를 보여왔는데요, 이번 사태를 통해 북미정상회담의 간고함과 어려움이 노출되면서, 일본이 자국의 이익추구를 위해 트럼프에게 의제청탁을 하여 뒤다리를 잡아당긴다면, 만일 북미정상회담이 파탄날 경우 국제사회앞에 일정한 책임을 질수도 있음을 경고하는 의미가 있으며 따라서 향후 일본이 북미회담에서 의제청탁을 통해 미국을 외교적으로 압박하는 경향을 줄일수 있습니다.
미국이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통해 외교적으로 얻는것은 셋째로, 한반도문제해결을 위한 남.북.미 3자대화에 끼여들려는 중국을 견제할수 있습니다.
트럼프는 <중국이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감소를 의식하여 북미접촉과 대화에 끼워들려고 한다>고 여러차례 경고하였는데요,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한 배경으로 중국이 북한에게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북미 정상회담을 지연시키라>고 부추겼고, <북한이 중국의 뒷배를 믿고 배짱을 가지고 미국에 맞선다>는 식으로 중국배후설과 중국책임론을 거론하였습니다.
외신들은 중국이 미국의 반발에 좌불안석의 심정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평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취소결정으로 인해 한국과 일본, 중국 등 한반도문제에서 일정한 지분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일방들을 미국뒤로 줄세우는 효과를 거두었다고 볼수 있습니다.

그러면 미국이 잃게 되는것은 무엇일가요?
제일 큰것은 미국이 국제적인 신뢰을 잃은것이라고 말할수 있습니다.
신뢰를 얻을려면 말과 행동이 같아야 하고, 앞에서 한 말과 뒤에서 하는 말이 다르지 말아야 하며, 약속을 철저히 이행하고 공정성을 유지하며, 상식에 맞게 행동해야 하는 등의 규칙을 잘 지켜야 합니다.
미국은 말과 행동이 같지 않음으로 해서 신뢰를 잃었는데요, 북한이 간첩혐의로 복역중인 3명의 미국공민들을 특사석방하고 핵실험장을 폭파폐기하는 등 핵포기를 위한 선제적 조치들을 취하는데도, 미국은 말은 화려하게 하면서도 행동에서는 한가지도 실행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은 앞에서 한 말과 뒤에서 하는 말이 다름으로 해서 신뢰를 잃었는데요, 폼페이오가 북한을 방문하여 한 말과 미국에 돌아가서 하는 말이 다르고, 행정부내에서 볼턴이 하는 말과 폼페이오가 하는 말이 달랐습니다.
미국은 남북과 세계앞에 6월12일 북미 정상회담을 진행한다고 약속해놓고, 취소함으로해서 신뢰를 잃었습니다.
세계가 한 목소리로 북미 정상회담을 가리켜 <세기의 담판>이라고 칭한데서 알수 있듯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세계의 관심과 기대는 굉장히 컸었습니다.
관심과 기대가 큰것만큼 느끼는 배신의 감정도 클것입니다.
미국은 공정성을 유지하지 않음으로 해서 신뢰를 잃었는데요, 투항을 뜻하는 리비아모델을 제시하며 일방적인 북핵포기를 강요하였습니다.
우에서 본바와 같이 미국은 북한을 길들이는 한편 저들의 입맛에 맞게 한반도주변국가들을 정리하려는 의도아래,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하는 초강수를 두었으나 결과적으로 초강대국의 국제적인 신뢰를 상실하는 결과를 초래하였습니다.
<신뢰를 잃으면 모든것을 잃는다> <사람에게 신뢰는 인격이고 나라에게 신뢰는 국격이다.>는 말이 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참새를 잡기 위해 값비싼 포탄을 날려보낸것과 같은 짓거리를 하였습니다.

다음, 미국이 엄청 손해나는 사태를 일으킨 원인이 어디에 있을가요?
그것은 미국이 추구하는 강압외교와 관련된다고 보아집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5월22일 한미정상회담에서 <힘을 통한 평화라는 트럼프 대통령님의 강력한 비전과 리더십 덕분에 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게 됐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세계평화라는 꿈에 성큼 다가설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는데요, 미국의 힘에 의한 외교, 강압외교가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정상회담에 미치는 영향력을 의식한 발언이라고 보아집니다.
미국은 지난 시기 북한이 핵무기를 제조했어도, 미국까지 날려보내는 투발수단이 개발되기전까지 북한과의 관계에서 철저히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무시하고 업신여기는 전략으로 일관하여왔습니다.
그러다가 작년12월 북한이 핵무기와 미국타격 ICBM투발수단의 완성을 선포하자, 미국은 급기야 북한을 대화상대로 인정하고 문제해결을 모색하게 되었는데요, 북한은 미국의 태도변화에 호응하여 평화적인 대화로써 한반도의 공고한 평화를 정착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북한은 북미 정상회담의 선행단계로서 남북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북미 고위급접촉을 하였으며, 동시에 미국에 대한 성의표시로써 간첩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3명의 미국공민을 특사석방하였으며, 더 나아가 비핵화의 선제조치로써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폐기하였습니다.
미국은 북한이 취한 일련의 조치들에 선의로 대답할 대신 <리비아모델>을 제시하며 전승국의 입장에서 패전국의 항복을 접수하는 모양새를 취하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과 최선희 부상의 담화를 통해 미국 강경인물인 팬스 부통령과 볼턴 백악관 외교안보수석보좌관을 성토하며 미국의 태도에 강경대응하였습니다.
북한의 자주적입장에 결국 미국은 전승국의 입장에서 북핵폐기를 할수 없게 되었으며, 따라서 국제적인 신뢰상실이라는 막대한 국가적손실을 초래하면서까지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하는 무리수를 둘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하는 공개서한을 보낸 순간은, 바로 미국의 오랜 외교전통인 강압외교가 패배하는 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