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나온 김에 예수 그리스도의 위대함에 대해서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물론 이것은 나만의 독창적 해석이다. 부처님의 위대함을 나는 中道정신에서 찾았다. 흔히 식욕이나 성욕 등 '동물적 욕망'을 천박하게 보고 '정신적 욕망'을 고귀하게 보지만 사실 양쪽 모두 욕망이기는 마찬가지이고 도리를 벗어난 욕망이 될 수 있다는 깨달음이라고 해석했다. 부처님의 위대함을 언급한 김에 예수님의 위대함도 언급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예수님의 가장 위대한 유산은 크게 두 가지라고 본다.
첫째는 '유아세례'다. 유아세례가 뭐가 그렇게 위대하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동양 한자문화권의 전통을 생각해보자. 현재 한국인들이 '문재인'이니 '이해찬'이니 이름을 붙이는데, 이것을 동양 전통의 관점에서 보면 '名'이라고 부른다. 족보에 오르는 이름이다. '송시열'의 '시열'이 名이다. 그런데 옛날에는 兒名이라는 것이 있었다. 옛날에는 유아사망률이 높았기 때문에 일정한 나이가 되기 전에 죽으면 족보에 名을 올리지 못했다. 일찍 죽어서 족보에 오르지 못할 수도 있으니 名을 지어주지 않는 어린 시절에 부르는 이름이 아명이다. 가령 송시열의 아명은 '성뢰'였다. 족보에 오르기 전에 일찍 죽었다면 '성뢰'라는 아이는 名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시열'이라는 名을 말이다. 남자가 성인식(관례)을 치르면 받는 이름이 字다. 송시열의 字는 '영보'다. 관례를 치른 남자의 名을 함부로 부르는 것은 큰 실레였다. '君師父'만이 성인 남자의 名을 부를 수 있었다. 字는 군사부 이외의 동년배나 손윗사람이 성인 남자를 부를 때 쓰는 이름이고, 손아랫사람은 號를 썼다. 송시열의 號는 '우암'이었다. 그런데 기독교에는 '아명'이 없다. 모든 아기는 태어나면서 세례를 받고 名을 바로 받는다. 이것이 세례명이다. 이것이 기독교 정신의 핵심이다. 세상에 태어나는 모든 아기에게 세례를 주고 정식 이름을 부여하는 것! 세상에 태어난 모든 아기에 삶의 기회를 부여하는 기회균등! 이것이 기독교 정신이다. 옛날에 유교문화에서는 고아를 굉장히 천시했다. 전세계 어느 나라나 고아는 당연히 여러 면에서 불리한 입장에 처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한국같은 유교문화권에서는 (자신의 잘못도 아닌) 조실부모한 고아 신분이 낙인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대한민국은 불과 수십년 전만 해도 이랬다. 그런데 기독교문화권은 다른 선택을 했다. 애초에 출발이야 기독교문화권이나 유교문화권이나 거기서 거기였을 것이다. 중세 서양에서 불우하게 죽어간 고아가 얼마나 많았겠는가! 그러나 기독교는 고아원을 운영했고, 다만 몇 명이라고 고아원에서 자라서 사회의 어엿한 일원으로 편입된 사람이 있었을 것이고, 그들 중 일부라도 자신이 고아원에서 고생하던 시절을 생각하며 고아원에 기부한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이런 노력이 계속 쌓이면서 기독교 문화권은 고아에 대한 대접이 유교 문화권보다 앞서게 되었다.

기독교는 정말로 아기 친화적 종교다. 일단 이 종교는 '말구유에서 태어난 아기'를 구세주로 섬긴다. 엘 니뇨! ('말구유'가 誤譯이라고 하긴 하더라.) 그리고 헤롯왕에게 살해당한 죄없는 아기들을 애도한다. 헤롯왕의 영아학살은 실제로는 없었던 일이라고 하긴 하더라. 아기의 생명을 무엇보다도 중시하는 것을 교리로 하는 종교다. 이는 창시자 예수님의 뜻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서양의 근대 민주주의도 기독교의 이런 가장 원초적인 기회균등정신 덕을 많이 입었다. 기독교 교리상 가장 무거운 범죄는 영아살해다. 아무 죄도 없는 죄없는 아기를 살해하는 것보다 큰 죄는 이 세상에 없다고 본다. 당연히 사형이다. 괴테의 작품 <파우스트>에서도 그레트헨이 영아를 살해했다고 사형을 당하지? 동양이나 서양이나 정치권력의 착취가 극에 달하면 백성들 각자의 입장에서는 '태어나는 아기의 입'이 정말 걱정거리였다. 官에서는 착취하지, 食口는 늘어나지. 官에 대해서 폭동이든 뭐든 일으키든지 태어나는 아기를 죽여버리든지 택해야 했다. 실제로 동양에서는 태어나는 아기를 많이 죽였다. 일본에서는 영아살해를 '마비키(間引)'라고 불렀다. '솎아내기'라는 뜻이다. 중국에서도 흔했다. 1955년에 중화인민공화국 10대 元帥 중 서열 제1위였던 주덕(朱德)의 동생들도 태어나자마자 부모가 물가에 던져서 죽였다지? 이런 일은 기독교에서 엄금하는 일이었다. 모든 아기에게는 삶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 기독교 정신이고, 이를 어기는 자들에게는 지옥불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기독교의 철칙이었다. 자, 지옥에 떨어지기는 싫으니 아기가 태어나면 굶어죽는 한이 있어도 키운다. 그런데 官에서는 계속 착취를 한다... 어쩌지? 폭동을 일으킨다. 근대 시민혁명 과정에서 학자들이 가장 도외시하는 부분이 나는 이 점이라고 생각한다. 근대 시민혁명의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이런 기독교 교리의 역할이 있었다고 나는 믿고 있다.

둘째는 '일부일처제'다. 기독교 문명권만큼 일부일처제를 철저하게 관철시킨 문명은 없다. 유교 문명권은 一夫一妻多妾制였다. 유럽 프랑스의 국왕쯤 되면 동양권 어느 제국의 군주에 못지 않은 권세를 누렸다. 그러나 기독교 교리상으로는 제아무리 강력한 세속적 권력을 가진 군주라도 아내는 오직 한 명만 취할 수 있다. 그 이상 아내를 거느린다? 그건 罪다. 유대교의 영향이 있는지는 몰라도, 주요 문명권 중 이처럼 철저하게 일부일처제를 관철한 문명은 없다. 일부일처제의 가장 큰 의미는 개개인의 존엄성 문제다. 이 험한 세상에서 나 한 사람을 책임지도록 또 내가 책임져야 한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사람! 배우자! 근대 민주주의가 강조하는 '개인의 존엄성'은 모든 아기에게 균등한 생명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예수의 정신과 일부일처제를 강조한 예수의 정신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 이런 면에서 요즘 만연한 낙태와 가정붕괴는 '망쪼'다. 중세 유럽 사람들이 현대인들보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서 영아를 살해하지 않았을 것 같나? 지옥불에서 영원히 고통받을까봐 무서워서 감히 엄두를 못낸 거다. 지옥불로 영원히 고문할 거라는 협박을 수단으로 동원하긴 했지만... 어쨌든 영아살해를 엄금하는 기독교 교리가 오늘날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숨은 功臣이다. 좌파 조국 민정수석님이 보시기에는 우스워보이시겠지만...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예수님의 위대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