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진의 정상화, 공영방송 정상화에 대한 기대
(WWW.SURPRISE.OR.KR / 권종상 / 2017-10-20)

이제 공영방송사 파업의 끝이 보이나 싶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주장했던 부림 사건의 검사 출신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도 이미 사임한 두 명의 구여권 추천 인사에 이어 사의를 밝혔다고 합니다. MBC의 대주주인 방문진의 이사진들이 바뀐다는 것은 곧 이 사람들이 현 여권, 즉 더불어민주당이 임명하는 인사들로 바뀐다는 것을 뜻하고, 이것은 MBC의 경영 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말이 되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방송 저널리즘이 붕괴된 것이 MB와 박근혜를 거치면서였다는 것은 극단적으로 떨어져 버린 그들의 시청률로 드러납니다. 그리고 수많은 기자들이 회사 밖으로 내몰렸습니다. 물론 이로 인해 한국 방송은 전혀 새로운 형태의 위기를 맞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방송과, 또 보수 언론이 만들어내는 프레임에 휘둘렸던 시청자 혹은 수용자들이 전혀 새로운 환경에서 만들어지는 컨텐츠를 찾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정치 팟캐스트의 원조 격인 ‘나는 꼼수다’를 하나의 권력으로까지 키웠던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기존 언론에 대한 불신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곧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언론환경이 생겨나는 토양이 됐고, 직장에서 밀려난 기자들은 ‘뉴스타파’나 ‘고발뉴스’같은 인터넷 매체를 만들어 고군분투했고, 지금 극소수긴 하지만 인터넷 매체 일부는 나름으로 자체 생존 기반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기존 매체의 힘이 다 없어진 것은 아닙니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태극기 부대’들, 스스로 ‘애국세력’이라고 믿고 있는 이들이 믿고 있는 정보의 원천은 물론 지금은 첫 발원지가 한심하게도 국정원이라고 밝혀지고 있는 중이지만, 그 정보를 스프레드 시킨 것은 저들에 의해 망가진 매체들이었습니다. MBC는 그 중에서도 한 가운데 있었고.

고발뉴스의 이상호 기자나, 최승호 PD가 활약하고 있는 뉴스타파 등에서, 혹은 그들이 '영화'의 형식으로 만들어내는 컨텐츠는 사실 우리가 지상파 매체를 통해 봐야 할 것들입니다. 진실을 말하려 했던 기자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떠났던 공영 방송 매체들이 어떻게 변했는가는 아마 여러분들이 더 잘 아실 거라고 생각납니다.

이제 방송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고, 그 컨텐츠가 정상화된다면 아직도 박정희 시대에 매몰되어 독재를 정당화하는 ‘태극기 부대’같은 이들도 당연히 사라질 거라고, 뉴스타파의 정재원 프로듀서는 시애틀에서 영화 ‘공범자들’을 상영하느라 찾아왔을 때, 저와의 이야기를 통해 확신하고 단언했습니다. 그만큼 공정방송의 힘은 중요하며, 아직도 가장 영향력이 있다는 것이지요.

적폐청산의 대상이 되는 것은 물론 한둘이 아닐 겁니다. 그중에서도 ‘언론적페 청산’은 선순위에 있는 것이 마땅합니다. 제대로 된 '진실'을 토대로 해 만들어지는 국가, 그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올바른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시애틀에서…

“어차피 나가야지” 벼랑 몰린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 불신임 가능성 커지자 “자진사퇴 고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에서 구여권 추천 김원배 이사가 사퇴한 데 이어 고영주 이사장(사진)도 “자진사퇴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 이사장은 19일 오전 경향신문과 통화하면서 “어차피 나가야지 거취를 고민할 것이 뭐가 있겠냐”며 “자진사퇴를 할 건지, 불신임 결의를 받고 나갈 건지 그런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 이사장은 “(거취와 관련해) 주변 여러분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고 했다. 구여권 추천 이사 2명이 잇따라 물러나면서 방문진 내 여야 구도 역전이 기정사실화되자, 불신임을 당하기 전에 자진사퇴를 하는 방안까지도 검토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고 이사장은 이날 방문진 이사회가 끝난 후 “언제 거취를 표명하는 것이 공인으로서의 처신에 합당한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 이사장은 “모든 옵션이 책상 위에 있다”며 “어떤 이사들이 선임돼 오시는지 등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처신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업 중인 MBC 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고 이사장은 국민이 뽑은 대통령마저 공산주의로 몰아붙이고 극우 매카시즘적 사고를 MBC에 주입하려 한 사람”이라며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목원대 총장 출신인 김 이사는 이날 사퇴서를 제출했다. 지난달 구여권 추천 이사인 유의선 이화여대 교수도 물러나 방문진의 보궐이사 2명은 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새로 추천할 수 있다. 고 이사장마저 사퇴하면 방문진은 완전히 개편되고, 김장겸 MBC 사장 해임 안건이 이사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이날 MBC 드라마본부 노조원들은 21일 오후 9시부터 <도둑놈 도둑님> 등 4개 드라마를 릴레이 결방하기로 결의했다. 남지원 기자 출처: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