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野 "한·미 FTA 재협상 없다더니…" 與 "협력해달라" 본문듣기 설정
기사입력2017.10.08 오전 3:08
[野, 개정 합의에 "외교 무능 아니면 이면 합의" 정부 비판]
- 공세 나선 야권
"북한의 핵 인질이 된 우리에게 미국이 왜 숙제를 던졌겠나
재협상 상황 국민에 사과해야 "
- 말 아끼는 여권
"국익 관점에서 당당히 임해야"
文대통령 과거 韓美 FTA 반대 "독소조항 바로잡겠다" 강조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한·미 양국의 FTA(자유무역협정) 개정 합의 사실이 알려지자 "문재인 정부는 최근까지도 '개정 협상은 없다'고 해왔다"며 "외교 무능이 아니라면 이면 합의를 한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이 과거에 "한·미 FTA를 반대한다"거나 "대통령이 되면 재협상을 꼭 하겠다"고 했던 발언도 문제 삼고 "사과부터 하라"고 했다.
정부와 민주당 핵심 관계자들은 그동안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을 부인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월 한·미 정상회담 당시 기자회견 등을 통해 "지금 한·미 FTA 재협상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당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양국이 합의한 바가 없다"고 했었다. 7월 초에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국회에서 "재협상하자는 합의도 분명히 없었고 협상을 시작한 것도 아니다"고 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정책국장은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미국과의 협의는) 개정 협상이 아니라 일상적인 논의"라며 "호들갑 떨 필요가 없다"고 했다.
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도 "트럼프 발언은 미국인을 상대로 한 국내 정치용"이라고 했다. 그러다가 8월 22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가 열리자, 문재인 대통령은 9월 14일 미국 CNN방송 인터뷰에서 "앞으로 한·미 FTA를 더욱 호혜적인 무역협정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개정 협상이 이제 막 시작됐다"고 했다.
이에 대해 야당들은 "문재인 정부가 재협상은 없을 것처럼 변명과 부인으로 일관하면서 국민을 속인 것이냐"고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지난 6일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한·미 FTA 재협상은 없다고 했으면서 갑자기 재협상에 나서게 된 상황을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안 대표는 "정부의 능력 부족인지 아니면 이면 협상이 있었는데 지금까지 국민을 속이고 알리지 않은 것인지 분명한 설명이 필요하다"며 "재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국익을 최우선에 둬야 한다"고 했다. 자유한국당은 7일 전희경 대변인 논평을 통해 "미국의 압력에 시험을 앞둔 수험생 형국이 됐다"면서 "한·미 동맹이 과거처럼 굳건하다면 미국이 북한의 핵 인질이 된 우리에게 한·미 FTA 재개정 숙제를 던졌을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바른정당 이종철 대변인은 "정부가 처음에 이야기가 나왔을 때 '앞서가지 마라'며 어떻게든 막아낼 수 있을 것처럼 하더니 결국 이렇게 돼 아쉽다"고 했다.
야당은 이명박 정부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이 한·미 FTA 동의안의 국회 통과를 반대했던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5일과 6일 페이스북을 통해 "2011년 11월 한·미 FTA 동의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킬 때 통진당이 최루탄을 터트리고 (민주당이) 나를 매국노 이완용에 비유했었다"며 "만약 (이번 재협상에서) 국익을 손상시키는 협상을 하면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당시 민주당은 한·미 FTA 시행에 반대하고 표결에도 불참했다.
여권은 말을 아끼고 있다. 청와대와 추미애 대표 등 여당 지도부는 7일까지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변인 구두 논평을 통해 "국익의 관점에서 당당하게 개정 협상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협조해 줄 것을 야당에 요청한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개정 협상이 없을 것이라고 밝힌 적은 없다"며 "나름대로의 협상안을 가지고 임하고 있다"고 했다. 여권은 과거 "한·미 FTA가 불공정하게 이뤄졌다"며 재협상을 요구했던 것 때문에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1년 한·미 FTA 동의안의 국회 통과를 앞두고 이명박 정부 인사들에게 "친미를 넘은 숭미, 종미"라며 "세상에 무슨 이런 조약이 다 있느냐"고 했다. 그때부터 줄곧 "대통령이 되면 꼭 잘못된 독소조항을 바로잡겠다"고 해왔다. 이 입장대로라면 미국의 요구에 따라 재협상을 하게 된 것은 '독소조항을 바로잡을 좋은 기회'가 되는 셈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독소조항이라고 했던 것들 때문에 문제가 생긴 적도 없고, FTA 시행 이후 우리 측 흑자가 오히려 늘었다. 이 때문에 한국당에선 "어떻게 재협상하는지 한번 보자"고 벼르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