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화의 장을 다시 열 수 있는 방법은
(WWW.SURPRISE.OR.KR / 권종상 / 2017-09-04)

북한이 다시한번 핵실험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이번 핵실험은 소형화된 수소폭탄 실험으로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이제 북한의 핵 보유는 사실 기정사실화 된 것으로 봐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실험으로 북한은 자기들이 던질 수 있는 마지막 카드까지 던졌습니다. 이제 미국은 곧바로 대화에 임해야 할 것인가, 혹은 전쟁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북한을 저지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는 여론의 압박에 직면하게 됐습니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단행한 3일 이춘희 조선중앙TV 아나운서가 수소탄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보도하고 있다./AFP

북한은 이로써 트럼프에게 할 수 있는 압박 중 가장 큰 압박을 던진 동시에, 그에게 숨통이 트일 공간을 조금 더 제공했습니다. 각종 악재로 여론에 몰리던 트럼프는 북한의 핵실험 소식으로 그에게 집중됐던 여론을 다시 외부로 돌릴 수 있게 됐고, 이 점에 있어서는 일본의 아베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겉으로는 온갖 비난의 화살을 북한에 돌리고는 있어도, 이 둘은 속으로는 미소 지을만한 여유가 생긴 것입니다.

북한의 이런 움직임은 중국에게조차 그들이 중국의 입맛대로 놀지는 않겠다는 것을 보여준 셈입니다. 미국이 압박을 아무리 해도 중국이 북한을 컨트롤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그대로 드러내보임으로서 북한은 ‘다른 나라가 끼지 않은’ 순전한 북-미간의 대화만을 고집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지요. 

문제는 이것 때문에 우리나라의 대북 대화 움직임이 차단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이번 핵실험을 통해 그들의 통미봉남 기조를 더욱 확실하게 보여줬습니다. 한국이 낄 자리는 없다. 이것이 북한의 의도인 것이지요. 북으로서는 과거 민주정부 10년 동안의 대남외교 과정과 결과를 통해 햇볕정책이라고 하는 것이 얼마나 그들의 체제에 위협이 되는 것인가를 느꼈을 것입니다.

북한이 다시 이렇게 강경한 자세로 나갈 수 있게 해 준 것은 미국 정부와 이명박근혜 정권이었습니다. 노무현 시대의 대화 기조를 계속 이어 왔더라면 지금쯤 북이 이 정도의 시간을 벌어 그들이 원하는 목표로 이만큼 더 가까이 다가서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지금 이 문제 때문에 자유한국당 같은 극우 보수 세력들은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지만, 우리가 핵무장을 하겠다고 NPT를 탈퇴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같은 건 깊게 고민해 봤는지 되묻고 싶네요.

한반도에서의 핵전쟁은 자동적인 공멸만을 부를 뿐입니다. 만일 다음에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곧바로 핵전쟁으로, 그것도 세계대전의 수준으로 번지게 될 겁니다. 이곳이 가장 위험한 화약고라는 사실은 거꾸로 지금까지 한국전쟁 이후 이곳에서 전쟁이 발발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증명됩니다. 한국전에서 뜨겁게 덴 미국은 이후 월남전을 겪으며, 한반도에서의 전면전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짓인지에 대해 많이 생각해 봤을 겁니다. 그 때문에 한반도에서는 그 이후로 큰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지요. 이곳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 다음 결과가 너무나 끔찍한 것이 될 것이기에.

그렇기에 우리의 외교적 노력이 더욱 중요해지는 것이겠지요.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공멸이라는 명제 하에, ‘너죽고 나죽자’의 가장 바보같은 선택이 아니라 결국은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들입니다. 북한은 이제 핵을 포기할 수 없는 단계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그것은 그들의 체제를 보장하는 수단임과 동시에 재래식 전력을 줄임으로서 그들의 이른바 ‘군사 경제 병진 정책’의 완전한 축이 된 겁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북한이 핵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먼저 전제하고 새롭게 외교전략을 짜야 할 겁니다. 북한이 저렇게 끊임없이 장거리 투발수단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도, 우선은 북한이 미국과의 평화협정 체결이라는 그들의 목표를 벗어나지 않겠다는 것을 뜻합니다.

무엇이 지금의 남북 대치를 푸는 가장 현명한 길일까요? 아무래도 열쇠는 대화입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이명박근혜에 대한 단죄를 더욱 확실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리사욕을 위해 남북 대화의 틀과 길을 막아버린 그들을 확실하게 단죄하고, 그 위에서 다시 새로 남북대화의 틀을 짜야 진정성 있는 대화가 이뤄질 거란 생각이 듭니다. 천안함에 대한 진상 재조사 같은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우리에겐 다른 카드가 솔직히 없잖습니까.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