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편부터 제6편까지 쭉 읽어봤는데 여기저기 부연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눈에 띄기는 했다. 그렇지만 그중에서도 제2차 한국전쟁 내지 제3차 세계대전 위기를 예상하고 대책을 논하는 과정에서 가장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내용 위주로 일단 제7편을 올리기로 한다. 제8편 이후로는 좀 여유가 생기면 올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몇 년 전에 유시민 작가가 '사회자유주의'라는 개념을 언급한 적이 있었다. 사람들이 하도 '친노'라는 말을 남용하니까, '노무현'이라는 특정인에 대한 팬덤(fandom)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세력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나온 유시민 작가의 造語다. 이후로 널리 쓰이지 않아서 유시민 작가나 병파, 아니 어쩌면 유시민 작가 스스로도 잊어버렸을 수 있는 그런 단어다. 문재인 후보도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친노-비노 시비'에 시달렸지? (내가 이전에 지적한 바 있듯이 민주당 내부의 갈등은 '노무현을 좋아하는 세력 대 노무현을 싫어하는 세력 사이의 갈등'이 아니고 '대통령감으로 인정받은 거물 정치인과 그 정치인을 떠르는 세력 대 대통령감으로 인정받지 못한 마이너 정치인들의 연합 사이의 갈등'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이런 사정을 뻔히 아는 언론이 의도적으로 이런 갈등을 '친노 대 비노의 갈등'이라는 허구적 소설로 각색해서 언론보도를 하는 희대의 사기극을 벌였고, 이런 사기극은 2015년 5월 6일 '노유진의 정치카페'에서 유시민 작가가 실상을 까발리고 이런 폭로를 네티즌들이 '댓글폭탄'으로 폭로하면서 점차 허구성이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점도 밝힌 바 있다. 벌써 2년이 가까워 오는구나. 참고로 유시민 작가는 이런 폭로를 할 기회가 그 이전에도 많이 있었지만 유작가가 2015년 5월 6일에서야 '구국의 결단'을 한 이유는 그보다 며칠 전에 유시민 작가의 딸 유수진 양이 긴급체포를 당했기 때문이라고 나는 본다. 자신이 젊은 시절 겪은 고생을 딸도 겪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그동안 '꿍쳐두고 있던' 대한민국을 구할 '구국의 방책'을 2015년 5월 6일에 국민들 앞에 풀어놓았던 거다. 그 '구국의 방책'이 가져온 '나비효과' 덕에 지금 박근혜가 구치소에 수감되었으니 유시민의 객관적 공적 자체는 유시민의 13대조 서애 유성룡 선생이 이순신과 권율을 천거한 공로에 견줄 수 있다고 나는 본다. 다만, 그런 '구국의 공적'을 자신의 딸이 긴급체포되기 전까지는 세우지 않았다는 점이 유시민의 한계가 아닌가 싶다.)

어찌됐든 문재인조차도 불과 얼마 전까지 '친노시비'에 시달렸고, 이제는 '친문시비'에 시달린다. 요즘은 많이 약해지기는 했지만 말이다. '시사in'이라는 잡지의 '이오성 기자'라는 양반이 문재인 지지자들을 '부당하게(적어도 문재인 지지자들이 보기에는)' 비판하는 기사를 싣자 문재인 지지자들이 분노해서 시사in 절독운동을 하기도 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문자폭탄'시비도 있었다. 사실 2016년 12월 9일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것은 이 '문자폭탄'의 공이 컸다. 당시 의석분포 상으로는 탄핵소추안 가결을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는데도 국민의당 의원이나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가해진 '문자폭탄' 때문에 박근혜 탄핵소추가 성사되었다. 그리고 개헌을 주장하는 국회의원들에 대해서도 '문자폭탄'이 투하되었고, 문자폭탄에 당한 국회의원들이 문재인을 비판하곤 했다. 그런데 내가 계속 주장하는 '중도파론'으로 보면 이건 참 웃긴 소리다. '중도파론'이니 하는 복잡한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고 일단 상식적인 관점에서 보자. 개헌에 반대해서 '문자폭탄'을 보낸 사람들이 모두 문재인을 지지하는 사람들이라는 보장이 도대체 어디에 있나? 정말 근거가 없는 주장이다. 또 설령 문재인을 지지하는 동시에 개헌에 반대해서 문자폭탄을 보낸 사람이 있다손 치더라도(물론 이런 사람들이 적지는 않을 것이다.) 문자폭탄을 보낸 그런 사람들의 행위가 '문재인에 대한 광적인 팬덤' 때문이라는 근거는 어디에 있나? 실제로 문재인이 '자제'를 호소했지만 '문자폭탄'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시사in 이오성 기자도 이런 현상을 언급했는데, 본질은 잘 모르는 것 같더라. 심지어 문재인 후보조차도 잘 모르는 듯 하다. '양념'이 어쩌고 하는 걸 보면서 절실히 느꼈다. 그러나 내가 지금까지 언급한 '중도파론'으로 보면 그리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정치논쟁은 'B하사가 똥을 핥게 된 책임이 A중사의 인격적 결함 때문인지 대한민국 사회의 거시적 구조에 문제가 있어서인지'를 두고 벌인 논쟁이었다. 그러면서 B하사가 똥을 핥게 된 것은 A중사의 인격적 문제 때문이고 대한민국 사회에는 거시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우파'가 대한민국 사회를 지배해왔고, B하사가 똥을 핥게 된 책임이 부분적으로든 전체적으로든 대한민국 사회의 거시적 구조에도 있다고 주장하는 '중도파' 내지 '좌파'들을 '빨갱이'라고 부르며 박해했다. 이처럼 우파가 득세하는 대한민국 정치에서 '중도파'나 '좌파'는 모두 '빨갱이'였다. 토론회에서 심상정이 문재인을 공격하니까 많은 시청자들이 놀랐는데, 이런 관점에서 보면 별로 놀랄 일이 아니다. 심상정은 좌파이고 문재인은 중도파여서 그런 거다. 우파가 보기에는 똑같은 좌파이지만 말이다. 우파가 보기에는 자신들만 균형이 잡혀 있고, B하사가 똥을 핥은 건 A중사의 인격적 결함 탓이니까! B하사가 똥을 핥게 된 책임에 대해서 대한민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주장하는 자들은 모두 '빨갱이'일 뿐이니까!

개헌을 주장하는 국회의원들에게 '문자폭탄'을 보낸 사람들은 "B하사가 똥을 핥게 된 건 A중사의 인격적 결함과 대한민국 사회의 거시적 구조가 가지고 있는 결함 둘 모두가 상승작용을 일으켜서 발생한 일이야. 양자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한지 무익한 논쟁(좌우이념논쟁)을 하느라 할 수 있는 정치활동을 못하고 있잖아! 제발 그런 무익한 논쟁 좀 그만 해!" 이렇게 주장하는 일반 시민들이었다. 내가 전편에서 언급했듯이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이런 주장을 한 인물은 '백범 김구'였고, 이후에 후광 김대중이 이어받았다. 1997년 12월 18일에 있었던 대한민국 제15대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가 당선된 건 이런 '중도파 백범 정신'이 대한민국의 정치사에 뿌리를 내린 출발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정신은 노무현으로 이어졌고, 지금은 문재인이 이어받고 있다. 이런 중도파 정신, 즉 'B하사가 똥을 핥게 된 것이 A중사의 인격적 결함과 대한민국의 거시적 부조리 양자의 합작품이라는 생각'을 정치현실에서 들이민다는 것이 참 쉬운 일이 아니다. 백범 김구는 1949년 6월 26일에 경교장에서 암살당했고, 후광 김대중은 1973년 8월 8일 동경에서 납치되어 죽을 뻔 했다. 노무현은 2009년 5월 23일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모두가 "B하사가 똥을 핥은 것은 A중사의 인격적 결함과 대한민국 사회의 거시적 부조리 사이의 합작품"이라는 진리를 설파하다가 이렇게 된 거다. 이런 생각은 너무나 정당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무슨 소리야! A중사가 무슨 죄야! 이게 다 거시적 정치구조가 잘못되어서 그런 거야!" 이렇게 외치는 '좌파'들과(심상정 포함) "무슨 소리야! 이게 다 A중사란 놈이 악랄해서 그런 거지 왜 대한민국 사회를 끌어들여! 너 김일성과 내통하는 놈이지?" 하는 우파들 사이에서 기를 펴지 못했기 때문에 김구나 김대중, 노무현이나 문재인 정도 걸출한 인물이 되어야 세상 사람들 앞에 알려질 수 있었다. 중도파들이 세상에서 인정받기가 워낙 어렵다보니까 중도파 성향인 사람들이 '중도파의 영웅들', 즉 김구,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에 대하여 품는 애정에 각별함이 있는 건 사실이다. 좌파 입장에서 "A중사가 무슨 죄야! 대한민국의 거시적 구조가 잘못이지!" 이런 주장을 하는 똑똑한 사람(가령 심상정)을 만나는 것이나 우파들이 "A중사가 인격파탄자이지 대한민국의 거시적 구조에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거야!" 이런 주장을 하는 '우파 영웅'을 만나는 것보다는 '중도파 영웅'을 만나는 것이 훨씬 어려운 일이긴 하다. 그런 어려운 기회를 잡았으니 '중도파 영웅'을 만난 '중도파 민중'이 중도파 영웅에 감동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백범 김구 선생이 1876년 생이던가? "B하사가 똥을 핥게 된 것이 A중사의 인격적 결함과 대한민국이 지닌 거시적 구조의 결함"이라는 생각이 1875년까지는 이 땅에 없다가 1876년에 백범 김구(아명은 '김창암')라는 한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이 땅에 생겨났을까? 그럴 리는 없다. 그런 생각 자체는 늘 있었고, 또 진리였다. 그런 진리가 조선팔도에 뿌리를 내리지 못했을 뿐이다. 이런 주장을 조선왕조시대에 했다면 역적으로 몰려서 멸문지화를 당했을 것이다. 실제로 조선시대에 이런 언행을 보이다가 역적으로 몰려서 비참하게 죽은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백범 김구 선생은 1949년 6월 26일에 안두희의 흉탄에 맞아서 세상을 떠나자 국민장으로 全국민적인 애도를 받았다. 그리고 364일 뒤에 일어난 전쟁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었지. 후광 김대중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었고, 국장으로 예우받았다. 그러면서 이런 중도파, "B하사가 똥을 핥게 된 것은 A중사의 인격적 결함과 대한민국 사회의 거시적 결함이 합작한 결과"라는 생각은 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김대중의 뒤를 이어서 이 땅에 이런 중도파적 생각을 대한민국 정치에 도입한 사람이 '노무현'이라는 '영웅'이었다. '중도파'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한 좌파나 우파는 '중도파 중에서 가장 우뚝 선 정치인' 노무현을 따르는 중도파를 보고 '친노'라고 불렀다. 이런 사람들 중에 유시민이 있었고, 유시민은 '친노'라는 용어가 부적절하다고 여겼다. '부적절하다'는 판단 자체는 유시민이 맞다. 그런데 유시민 자신이 온전한 '중도파'가 아니었다. 유시민의 생각을 요약하자면 "B하사가 똥을 핥았다는 사태에서 A중사의 인격적 결함이 전혀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하지만 A중사의 잘못은 병아리 눈물만큼이고, 대한민국 사회의 거시적 결함은 남산만큼이야." 이렇다. 즉, 유시민은 '좌파'였다. 엄밀히 말하면 '중도좌파'이지만 '중도좌파'도 '좌파'는 '좌파'였고, 이런 유시민이 내가 말하는 '중도파론'같은 이론을 떠올릴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위에서 언급한 '사회자유주의'같은 造語를 만들어낸 거다. 즉, '문자폭탄'이라는 현상은 김구-김대중-노무현의 활약 덕에 이제는 당당히 자신을 드러낼 자신감을 갖게 된 '중도파 민중'("B하사가 똥을 핥게 된 것은 A중사의 인격적 결함과 대한민국 사회의 거시적 결함이 상호작용한 결과"라고 믿는 민중)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결과이며, 이런 중도파 민중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정치판에서 대변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문재인이라는 정치인을 지지해서 대통령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믿는 셈이다. 즉, 문재인은 이런 중도파 민중의 대변자일 뿐이다. 문재인이 중도파 민중, 아무리 짧게 잡아도 지난 141년동안(백범 김구가 이 세상에 태어난 1876년부터 2017년까지) 피눈물을 흘려가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 발버둥치던 사람들을 통제할 수 있다? 문재인이 문자폭탄을 보내지 말라고 하면 얌전히 이들이 물러난다?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지하에서 백범 선생이 끌끌 혀를 차실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