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편에서 대체적인 윤곽을 잡으니까 이제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야겠지?
제1편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누가 봐도 명백하게 잘못된 명백한 미시적 사회부조리', 그러니까 '군대에서 고참의 명령으로 똥핥기' 내지 '군대가 어느 마을에 들어와서 아기의 다리를 양쪽으로 잡아당겨서 찢어죽이는 행위로 담력 시합하기'같은 행위와 이런 미시적 사회부조리가 벌어지는 사회를 둘러싸고 있는 거시적 정치질서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관한 견해 차이에 따라서 대한민국의 7개 정파가 갈린다고 볼 수 있다. 좀더 구체적인 비유를 들어보자. 가령 'A중사'라는 군인이 'B하사'라는 사람에게 똥을 핥으라고 강요해서 B하사가 똥을 핥았다고 가정해보자. 물론 이런 경우에도 'B하사'가 행복을 느꼈을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B하사'는 매우 희귀한 것이 사실이므로 논외로 하자. 분명히 이런 성향을 지닌 사람이 있기는 하겠으나, 대한민국 사회의 주류라고는 볼 수 없고, 이런 사람은 논외로 하는 것이 논의를 좀더 충실하게 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김태희가 예쁘지 않다'고 믿는 대한민국 사람보다는 이런 성향인 사람이 더 적을 것이기 때문이다. 흔히 十人十色이고 百人百色이라고 하지만 千人이 있어도 똥핥기를 싫어하는 사람이 999명 이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를 '인간의 보편성'으로 보자. '정치'라는 거시적 행위도 결국 인간의 미시적 삶을 위한 것이고 보면 이런 설정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문재인이든 안철수든 '생활밀착형 공약'을 내세우고 있지 않은가? 어쨌든 B하사는 억울함을 느꼈을 것이고, 이런 B하사의 억울함은 100% 정당하다고 가정해보자. 자, 이런 B하사의 억울함은 누구의 잘못 때문에 생겼나? B하사에게 똥을 핥으라고 지시한 A중사? 합참의장? 국방부장관? 대통령? 바로 이 부분에서 대한민국 각 정파의 특성이 드러난다. "A중사가 똥을 핥으라고 시켰다면서? 그러면 A중사가 나쁜 놈이지 그걸 왜 대통령 탓을 해?" 이것이 '우파'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공통분모다. '극우파'라고 불리는, 홍준표 후보를 내세운 자유한국당, '우파'라고 불리는, 유승민 후보를 내세운 바른정당, '중도우파'라고 불리는, 안철수 후보를 내세운 국민의당, 김종인 옹, 홍석현 회장, 정운찬 전 총장 등을 떠올려보라. 그리고 이들을 지지하는 일반 국민들을 생각해보라. 사실 이들 내부에서 자기들끼리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지만 이들을 '우파'라는 범주로 묶는 핵심적 이유는 내가 지금 말한 이 부분이라는 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좌파'는 어떤가? "B하사더러 똥을 핥으라고 직접 지시한 사람이 A중사가 맞기는 하지.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모든 잘못을 A중사의 人性 탓으로 돌리는 것은 나이브하고 촌스러운 생각이고, 사실 B하사가 똥을 핥게 된 것은 대한민국 사회가 신자유주의에 매몰되어 구조적 모순으로 가득찬 사회이기 때문이야. A중사는 부패한 신자유주의의 대행자일 뿐이고, B하사의 억울함을 풀려면 신자유주의와 싸워야 해!" 물론 1980년대 중반에 대한민국 국군의 어느 부대에서 A중사가 하사에게 똥을 핥으라고 강요한 일이 '신자유주의'의 탓이 아니라는 것은 '좌파'들도 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가 됐든 뭐가 됐든 '거시적 사회구조'의 부조리를 강조하면 '좌파'라고 불린다. 극좌파 통합진보당, 좌파 심상정, 중도좌파 유시민 등도 자기들끼리는 이런저런 이유로 싸움을 벌이지만 이들을 통칭해서 '좌파'라고 부르는 '좌파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B하사가 똥을 핥아야 하는 이런 말도 안 되는 부조리는 A중사의 비뚤어진 인성이 아니라 이들이 몸담고 있는 사회의 권력구조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중도파'란 무엇인가? 일단 우리가 살고 있는 2017년 대한민국에서 '중도파'를 상징하는 인물은 지금 대선주자인 문재인 후보다. 문재인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무슬림에 비유해서 '문슬림'이라고 공격하는 자들이 많은데(무슬림이 진짜로 그토록 광적인지 여부는 논외로 함), 사실 이들은 문재인 개인이나 문재인을 광적으로 지지하는 사람이 싫은 것이 아니라 '중도파' 자체가 싫은 것이다. 이들의 내심은 "중도파는 대한민국에서 사라져라!" 이거다. 문재인을 지지하는 국민 중에도 여러 부류가 있을 것이다. 남평 문씨여서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가령 문귀동도 문재인을 지지할 수 있다. 함경도 실향민과 그 후손들이 문재인을 지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문재인을 지지하는 국민 대다수는 내가 말하는 '중도파'들이고, "문슬림 싫어!"를 외치는 사람들도 이 '중도파'가 싫다고 외치는 것이다. 이들의 내심은 "중도파 싫어!"라고 나는 굳게 믿고 있다. '중도파'가 뭔데? 쉽게 말해서 "B하사가 똥을 핥도록 한 잘못은 A중사의 비뚤어진 인품과 대한민국 사회의 거시적인 부조리 양쪽의 합작품이다. 양자 중 어느 쪽의 잘못이 더 큰지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경우에 따라 사회구조적인 문제가 더 클 수도 있고, A중사 개인의 비뚤어진 인품의 잘못이 더 클 수도 있다. 양자의 비율이 거의 50:50이라서 어느 쪽이 더 큰지를 따지는 것이 무의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찌 되었든 양자를 모두 고려해야지 어느 한 쪽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이것이 '중도파'의 핵심주장이다. 그리고 이런 중도파의 주장은 너무나 정당한 것이다. 좌파와 우파의 주장은 부분적으로는 맞을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이 부분적으로 맞는 말을 하는 것을 중도파는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다. 그러나 '생각의 틀'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좌파와 우파의 생각은 모두 '장님 코끼리 더듬기'이며, 이들이 어쩌다가 맞는 주장을 한다고 해도 그것은 '소가 뒷걸음질 치다가 쥐 밟기'이 지나지 않는다. 문재인과 중도파의 주장은 그냥 너무나도 기본적이고 당연한 주장이다. 사실 앞으로 대한민국을 문재인과 중도파가 지배한다고 해도 "그럼 구체적으로 A중사의 인격적 결함과 거시적인 사회부조리 사이의 비중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라는 문제를 두고 '문슬림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은 '좌파'와 '우파'들이 무의미한 탁상공론을 벌이면서 중도파들을 '문슬림'이라고 매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제3편에서 계속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