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환 국민의힘 전 광주시당위원장이 이번 총선 비례대표 후보에서 밀려났다.

주기환이 3월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국민의미래에 입당해 비례대표 공천에 도전했는데, 3월 18일 발표된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명단에서 당선 안정권 밖인 24번을 배정받은 것이다.

이에 주기환은 "광주에 대한 배려는 아예 없었다"고 하며 "비례대표 후보를 사퇴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3월 21일 대통령 민생특보로 전격 임명됐다.

그런데 비례 순번 논의 과정에서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장 겸 공천관리위원인 친윤계 핵심 이철규 의원이 공천 명단에 반발해 공개적으로 비판해 나섰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서로 고성이 오가며 충돌하기까지 했다.

이철규 의원은 3월 19일 "비례대표를 연속으로 두 번 배려하지 않는 당의 오랜 관례는 깨졌고, 비대위원 2명이 비례대표에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호남이랑 당사무처 직원들이 포함되지 않았다"라면서 문제제기 했다.

"윤석열을 앞장서서 도운 호남인사들을 배려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한 것이다.

한 친윤계 의원의 말에 의하면 "이철규 의원의 반발은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에 호남출신의 유능한 사람들이 많이 기용됐고, 비례 명단에 호남출신 인사가 상당히 포함돼 있다"고 맞받아 쳤다.

그러면서 "5번 강선영 전 육군항공작전사령관, 8번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 22번 김화진 전 전남도당위원장이 호남 출신이고, 3번 최수진 한국공학대 특임교수, 11번 한지아 비대위원이 호남과 연고가 있다"고 밝혔다.

일련의 상황을 봤을 때 이철규 의원의 반발이 과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충돌하는 모습이 당내 갈등으로 비춰져 선거에 악영향을 줄 게 뻔한데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

호남과 당사무처를 언급하며 돌려서 말하기는 했지만 결국 주기환이 당선권 밖으로 배치된 것에 대한 불만인 것으로 보인다. 주기환은 윤석열의 최측근 인사로 꼽힌다.

주기환은 검찰 수사관 출신으로 광주지검 수사과장, 대검찰청 검찰수사관을 역임했다.

윤석열이 2003년부터 2005년까지 광주지검 특수부 검사로 있을 때와 주기환이 2011년 대검 중수부에 파견됐을 때 이 둘은 함께 근무하며 친분을 쌓았다고 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윤석열이 광주를 떠날 당시 마지막까지 술자리를 같이 했고, 2014년 윤석열이 대구고검으로 좌천됐을 때도 광주에서 단둘이 만났다고 한다.

두 사람의 관계가 참 돈독해 보인다.

주기환은 2022년 4월에 한 언론사와 인터뷰를 했는데 내용이 흥미롭다.

주기환은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과는 단순히 술 한 잔 하는 관계가 아니라 정치적인 이야기도 허심탄회하게 하고, 인생토론도 하고, 속내를 다 털어놓는 관계"라고 직접 밝혔다.

또 주기환의 아들이 2022년 7월에 대통령실 행정관으로 채용돼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사적 채용 논란이 있기도 했다.

주기환이 대통령 특보로 임명된 것도 미심쩍다.

대통령 비서실 직제 제8조에 의하면 대통령 특별보좌관은 "해당 분야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중에서 대통령이 위촉"하도록 정해져 있다.

그런데 주기환은 검찰 수사관 출신으로 민생과 관련해 어떤 전문성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윤석열이 그동안 임명한 특보가 언론, 과학, 문화, 보안분야 전문가였던 점을 비춰봐도 이례적인 인사라는 지적이 있다.

여기에다 윤석열이 하는 인사에서 앞서는 것이 '사적 인연'이라는 비판도 있다.

주기환은 윤석열과 같이 근무하던 때부터 윤석열의 금고지기 역할을 한 것이라는 소문이 나돈다.

또 주기환은 본인이 스스로 밝힐 정도로 윤석열과 친분이 깊어 윤석열의 사생활을 모두 알고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윤석열은 자기 명의로 된 재산이 없을 정도로 소탈하고 물욕이 없는 것으로 평이 좋게 나있다.

그런데 사실은 윤석열의 재산을 주기환이 따로 관리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윤석열은 주기환을 챙길 수밖에 없다.

이번에 주기환이 비례대표 명단에서 밀리고 나서 사퇴하자 윤석열은 다급해 졌을 수 있다. 혹시라도 주기환이 열 받아서 윤석열의 감춰둔 재산과 사생활 등 치부를 폭로하지는 않을까 두려웠을 수 있다.

그래서 윤석열은 이철규를 시켜 한동훈과 충돌하면서까지 주기환을 급하게 달래고 특보자리까지 준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은 언제 열릴지 모르는 주기환의 입이 무서울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