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의)時代 9

미 법무부,
조선인민군 3명 기소

1.

중앙일보는 어제(2월 17일) <2021년 국제 전략 보고서: 위기 국면과 새로운 국면(危局與新局)>이라는 제하의 국제문제연구원 보고서들의 추이를 소개했다. 특히 보고서 가운데 신문은 정지융(鄭繼永 / 48 / 復旦大學 한국연구센터 주임교수)의 보고서 <바이든 정부의 對 한반도 3대 정책: 조선을 당기고(拉), 한국은 달래고(管), 중국은 밀쳐내기(趕)>의 내용 일부를 게시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한국은 조선반도 정세를 장악할 능력을 잃었으며, 조-미 게임에서 비중과 지위가 계속 하락할 뿐 아니라, 미-중 경쟁에서 양다리 걸치기 책략까지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국내 문제에서 보수와 진보의 다툼이 사회적 초미의 관심사가 되면서 경제 문제까지 쓸 만한 방안이 없다.

2) 남북문제에서 한국은 보기 드문 0 교류 단계에 들어섰다. 한국의 외교, 내치, 경제 모두 조선의 입장 때문에 무한 반복하는 악순환 상태에 접어들었다.

3) 조선은 미국 정부 교체에 따라 과거 고슴도치 책략에서 트럼프 시기 양파껍질 책략으로,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서 tit for tat 책략으로 진화했다. 지난달 8차 로동당 대회의 강 對 강, 선 對 선 선언은 인내심과 대등한 맞대응으로 바이든 정부의 조선 정책을 우호적으로 바꾸겠다는 기대를 품고 있다.

4) 바이든 외교팀은 과거 조선 정책을 분석하면서 <중국이 개입하면 미국이 더 많이 잃고, 중국이 덜 개입하면 미국이 많이 얻었다>고 평가한다. 바이든 팀에게 조선 인식이 지체할 수 없는 위협에서 중국을 공격할 게임 카드로 변한 것이다.

2.

신문은 이 보고서와 관련해 김홍규(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의 의견을 첨부했다. 그는 <공개된 보고서에는 나오지 않는 중국의 조선반도 정책에는 중국은 한국을 당기고(拉), 조선은 달래고(管), 미국과는 직접 충돌하지 않으면서도(不鬥) 밀쳐내려 할 것(趕)이라는 내용이 담겼을 것이다. 16일 이뤄진 한-중 외교장관 통화에서 왕이가 이데올로기로 진영 가르기에 반대한다는 발언을 한 것도 한국을 중국 쪽으로 당기려는 시도다>이런 의견을 내놨다.

김홍규의 .....<2021년 국제 전략 보고서: 위기 국면과 새로운 국면> 및 중국의 대외 정책에 대한 이런 이해를 가타부타 얘기할 필요는 없을 거 같다. 하지만 <서늘한 시선에 대한 마려움>이 성애처럼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정지융은 <전선에서 한국이 놓여있는 자리: 그것의 옹색함>을 지적했다. 그런 정지융의 견해와 중국 측 입장을 김홍규는 거꾸로? <(중국에게 있어서 한국에 대한) 가치의 재발견>으로 봤다. 그러나 이런 김홍규의 오해를 너무 가벼운 진중권의 <집권자들의 공공연하고, 문란한 나르시즘(Narcissism / 自己愛 / self-love)>으로 보고 싶지는 않다. 그러기도 前에 먼저 역겨워서다.

3.

<칼로 흥한 놈은 칼에 자빠진다>고 그런다. 그러면 <혓바닥으로 흥한 놈은 혓바닥에 목이 떨어진다>고 해도 탈 없다. 그처럼 혀의 용도는 걱정하고 있는 것 보다 많이 다양하다. 그만큼 부작용도 작거나 가볍지 않다. 요즘은 그 혀ㅅ바닥의 현란함, 뻔뻔함, 무쌍함, 더러움을 모두 만끽하고 있다. 아니면 요새가 혓바닥전성시대일 수도 있다. 그래서 <집구석에 말이 많으면 망할 집구석이다. 나라도 마찬가지다. 말이 많으면, 말만 있으면 이미 망한 것이다>고 그런다. 물론 이건 단언컨대 부질없는 여담이다.

어찌됐든 말은 현실이 주워 입은 옷으로 진화한 뒤 곧바로 왜곡(歪曲)됐다. 현실을 드러내고 입증하는 도구에서 현실을 가리고, 곡해(曲解)-인멸(湮滅)하는 수단으로 바뀐 것이다. 이것을 마르코스(Subcomandante Marcos / Rafael Sebastián Guillén Vicente / 1957년 6월 19일 生)는 과감하게 거울과 유리로 상징화했다. <뒷면에 조각을 하면, 거울은 더 이상 거울이 아니라 유리가 됩니다. 거울이 이쪽을 보기 위한 거라면, 유리는 저쪽을 보기 위한 것입니다. 거울은 동판을 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유리는 깨뜨릴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저쪽으로 건너가기 위해(1995년)>.

4.

정의는 사실에서 힘(여론조작, 우격다짐)으로 그리고 최근 나로 바뀌었다. <내가 곧 정의>가 된 것이다. 이런 변화를 진중권은 나르시즘(https://news.joins.com/article/23993624 / 우린 불법사찰 DNA 없다? 靑의 해괴한 나르시시즘)으로 이해 하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까 역사 책임과 역사 사유화에 대한 해법으로 합리화를 추천하게 됐다. 가볍고, 구조주의적이지만 해학이 없는 그의 무료한 이 어투를 한 번 쯤은 읽어볼 만하다.

하여튼 그는 집권자들의 집단적 일탈로 이 문제를 가두어서 참 답답하게 다뤘다. 그것은 속 좁고 응큼한 방식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 현상은 전반적이다. <개인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의미에서다. 부정하고 싶겠지만 공공성, 공동체 의식은 부서진 지 한참 지난 유물이다. 현재 남은 것은 그 유물의 파편 즉 개인이다. 따라서 <개인이 전부>가 된 것이고, 전부는 당연하게 모든 것, 정의가 된 것이다. <내가 곧 정의>는 이렇게 정리되고, 희망은 아마도 꺼졌다. 뻔한 얘기다. 이런 씨부림은 앞에서 한 여담의 다분히 가여운 찌꺼기다.

5.

2월 17일 AP통신
미 법무부는 <전 세계의 은행과 기업에서 13억 달러 이상의 현금 및 가상화폐를 빼돌리고 요구한 혐의>로 조선 정찰총국 소속 3명의 해커를 기소했다. 미 검찰이 2020년 12월에 제출한 공소장에는 <기소된 해커는 박진혁, 전창혁, 김일이다. 이들은 정찰총국 소속이다. 정찰총국은 라자루스 그룹, APT38 등 다양한 명칭의 해킹부대를 운용하고 있다. 이들 공작원은 2017년 5월 파괴적인 랜섬웨어 바이러스인 워너크라이를 만들어 은행과 가상화폐 거래소를 해킹하는 등 관련 음모를 광범위하게 전개했다>고 기술됐다. 로스앤젤레스 법무부와 FBI도 <뉴욕의 한 은행에서 해커들이 훔쳐 2곳의 가상화폐 거래소에 보관 중이던 190만 달러의 가상화폐를 압수하기 위해 영장을 발부받았다. 이 화폐는 은행에 반환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번 기소는 <2014년 소니픽처스 사이버 공격에 연루된 박진혁을 미 정부가 2018년 기소한 사건>을 토대로 이뤄졌다. 당시 박진혁에 대한 기소는 미국이 조선 공작원을 상대로 처음 기소한 사례다. 박진혁은 소니픽처스 외에도 2016년 8천100만 달러를 빼내 간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해킹, 2017년 워너크라이 랜섬웨어 공격, 2016∼2017년 록히드마틴에 대한 해킹을 시도한 혐의도 받은 바 있다. 그는 조선의 대표적 해킹조직으로 알려진 라자루스 그룹의 멤버이고, 조선 엑스포 합영회사 소속으로 알려졌다.

미 법무부는 <돈세탁을 통해 조선 해커들을 도운 캐나다계 미국인이 관련 혐의를 인정했다>고 밝혔다. 존 데머스(법무부 국가안보담당 차관보)는 <총이 아닌 키보드를 사용해 현금 다발 대신 가상화폐 지갑을 훔치는 조선 공작원들은 글로벌 은행 강도다>고 비난했다. 이를 트레이시 윌키슨(캘리포니아 중부지검 검사장 대행)은 <조선 해커들의 범죄 행위는 광범위하고 오랫동안 지속됐다. 이는 정권을 지탱할 돈을 얻기 위해 어떤 일도 서슴지 않는 국가적인 범죄 행위다>고 규정했다.

6.

<미 국무부, 국정원,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최근 조선의 해킹정황을 공개화, 이슈화 한 것이 이번과 같은 조치를 취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 아니냐?>는 눈총을 받으며 <미 법무부의 조선 정찰총국 소속 3명 기소>가 이루어졌다. <조선에 대한 미국의 향후 대응에 대해서 왈가불가 할 즈음>미국은 보란 듯 이런 썩소를 흔쾌(欣快)히 날린 것이다.

그리고 미 법무부가 조선인민군 3명을 기소한 날짜는 공교롭게도 광명성절(2월 16일) 다음 날이다. 그래서 가볍게는 <잔칫집에 재 뿌리기>로 보이는 수더분(Casual)한 행패로 비치기도 한다. 그러나 뉴스들의 호들갑에서 한 걸음 물러나서 이 사안을 다시 들여다보면 <수면 아래의 냉냉하고, 민감한 다른 무엇>이 귀엣말을 하듯 아른아른하다.

7.

소동은 <조선에 대한 미국의 보다 강력하고, 실제적인 행동을 전제한 숨고르기>를 상상하도록 조장되고 있다. 하지만 수면 아래는 그것과 반대되는 향후 상황을 앙증맞게 암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를 <바이든이 깜둥이의 조선정책으로 뒷걸음치려 한다>고 해석한다. 깜둥이 시절 미국은 조선 문제를 <지도부 정밀 참수 後 조선의 강제 인수를 위한 작-계 50계열 등을 골자로 활용해서 다루는 풍신>을 견지했다.

그러니까 소동은 <미국이 도로 작-계 50계열을 통해서 조선을 재차 공격하려 한다>를 향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럴 능력이 미국에게 있냐? 그게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게다가 합리적인 전략이냐?>다. 때문에 정지융의 보고서 <바이든 정부의 對 조선반도 3대 정책: 조선을 당기고(拉), 한국은 달래고(管), 중국은 밀쳐내기(趕)>가 상황에 대한 보다 냉냉한 시선으로 다시 읽히게 된다. 결국 상황을 건너기 위해서는 나르시즘(김홍규 / 국정원)으로 들뜨고 게슴츠레한 시선보다는 물 아래의 식은 시선이 더욱 필요하고, 아쉬운 시절이라는 얘기다.

8.

그리고 소소하지만 의미 있는 신음들이 조심스레 수면위로 꾸역꾸역 기어 올라오는 中이다. 인플레이션(inflation/ 짖지 않는 개 ㅡ IMF가 2013년 보고서에 기재한 물가는 짖지 않는 개와 같다에서 유래한 개념) 경고가 그 가운데 하나다. 관련해서 제레미 시걸(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은 <실물경제에 유동성이 유입되고 있어 인플레 압력이 높아진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당시의 양적완화(QE)와 현재 상황은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러니까 걱정(기대)할 것은 <조선의 붕괴, 극단적 난관을 이끌고 사용하는 미국의 귀환>...보다는 시장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는 식민체제의 소란스럽고, 쾌활한 와해(瓦解)일 수 있다. 이런 견해는 <시선을 물밑에, 태세를 차갑게 한다면 합리에서 이탈한 진화 과정인 이번 나르시즘에서 가까스로 비껴설 수 있다>는 썰과 살갑게 포개진다. 그러므로 <미국이 조선을 베기 위해 칼을 간다, 또는 칼을 뽑아들고 있다>고 사안을 이해하는 뻘짓 보다는 식민체제 붕괴 과정에서 조선이 취하게 될 전략적 행동들, 그에 따른 어지럼증과 통증에 대해서 귀를 바싹 기울이는 것이 현명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