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베의 행각에 대해 온국민이 분개한다.
나처럼 항일무장투쟁을 했던 선친을 뒀거나 적어도 일제때 항일 투쟁을 했던 이들의 후손들은 이번 상황을 맞아 끓어오르는 전의를 관리하느라 꽤 힘들 것이다.

오늘날 이땅의 기득권을 형성하고 있는 절대다수는 일제 때 순응했거나 협력했거나, 누구보다 앞서 자기 개인의 영달을 위해 양심과 이성을 거부한 이들이라 할 것이다.

이들에게 해방은 절망과 몰락의 전주곡이 될 사건이었지만 다행히 미국식민통치가 이뤄짐으로써 극혐인 친일을 벗고 친미라는 느슨한 매국신분으로 상승적 신분세탁을 할 수 있었으니 미국에 얼마나 감지덕지할 것인지는 굳이 말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들이 친미로 자리하면서 권력을 강화하고 또 침범받지 않을 묘책으로 만든 구조가 학벌조장이라는 구조였다. 나의 선친도 일제 때 국민학교만 나왔다.
나라 이름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지만 구성원의 동일성과 정체성, 역사문화가 갈아엎힌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이에 반기를 든 이들이 학업보다 눈앞의 불의와 불평등에 저항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그들이 항일투쟁가들이었다.

그들이 저학력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역사적인 이유와 배경이 그렇게 탄생됐건만 부역으로 호의호식하던 이들은 안정된 경제력과 여유를 기반삼아 일본유학으로 고학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조선시대 끝자락의 유용한 설득정서였던 무식자라는 표현으로 항일투쟁인들을 업신여겼고 자신들을 인물인양 정당화했다. 나이들고 보니 그게 아무것도 아닌 자랑질이자 권력화의 도구에 지나지 않는 것임을 새삼 실감하지만 어쨌거나 세상은 그런 구조를 안착시켰고 그 덕에 친일 부역자들은 친미부역자로 신분을 상승시키고 기득권을 더욱 공고히 하는데 성공했다.

30년을 한 세대로 사회심리나 문화정서가 극명하게 변화한다는 사실은 놀라운 게 아니다.
극소수 항일세력이 제도권 밖에서 허우적거리다가 사라진 자리에 다시 항일의 싹이 생겨날 자양분을 기대할 순 없지만, 정치적으로 그 정서를 활용해 이득을 보고자 하는 꼼수마저 반가운 게 솔직한 심정이다.

항일투쟁의 본질은 분단과 혼란을 극복하고자 하는 애민사상이지 일부의 의도처럼 권력자의 권력욕에 기반한 건 아니다.
나라는 다른 이름으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그 구성원들의 동일성 문화적 연속성이 유지된다면 굳이 나라 이름에 목맬 이유가 없다.

이는 권력 중심적인 서양적 국가관에서 볼 때는 배치되겠지만 역사적 관점에서 국가를 바라보는 우리의 정서로 볼 때는 하등 문제시되지 않을 일이다. 우리 역사에는 이미 많은 나라들이 있었고 그 나라들을 우리의 것으로 인식하고 있음은 국가구성원의 정체성이 일관됐기에 그렇다고 볼 수 있다.

항일세력이 사라지고 없는 지금 친미로 갈아탄 이들과 그나마 척을 진 세력은 한때 반미를 외쳤던 소수 운동권세력이다. 하지만 이들의 문제는 민족의식이나 애민의식에 앞서 정치공학적 수단으로 민족문제를 건들어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고 그 한계를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 더해서 양심을 견지하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약점까지 안고 있다.

지금의 반일 정서가 근본적으로는 취약한 내적 감정에 기반하고 있음을 부인하면 안 된다.
그럼에도 안 하는 것보다 훨씬 좋으니 당연히 쌍수를 들고 대열에 가담해야 한다고 볼 일이다.
다음 총선의 구도가 친일 대 반일이라는 양자 구도로 전선이 구축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그렇다고 그런 꼼수를 마냥 비난할 처지도 안 된다. 그것과는 별개로 우리는 이 또한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물론, 미국이 국내 정치판을 양당 대결구조로 만들어 준다면 민주당이 기획한 대로 굳이 친일대 반일세력의 대결을 펼칠 이유가 없겠지만, 우리로선 현재 항일의 분명한 근거가 생겼으니 그런 문제는 신경쓸 일이 아니라 본다.

우리가 원하고 지향하는 바는 항일의 기본바탕에는 민족의 공동번영이라는 큰 틀의 애민사상이 깔려있다는 대전제를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을 해야 한다.

항일은 곧바로 남북의 문제와도 직결된다.
남북이 공동전선을 구축하는 큰 판을 제시해야 할 때다.
이러한 판도 형성은 동아시아의 친미세력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뿐 아니라 미국의 패권쇠락의 결정적인 이정표가 될 공산이 크다.

현재 볼턴이 들어오는 이유는 다름 아니라 한국에게 지소미아는 건들지 말고 잘 알아서 일본과 해봐라..하는 주문과 함께 이란을 적으로 삼아 파병하는 것을 강요하기 위함이다.
우리는 사실 볼턴의 방한을 반대해야 하는데, 그걸 전면에 나서 말하는 사람이 없다는 게 문제다.

미국에게 일본은 대등한 동맹이고 한국은 위계질서가 형성된 하위의 전략국에 불과하다.
미국이 한일 중재를 그나마 우리편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는 분단을 활용하는 전략뿐이다.
그런데 이 전략은 단순히 임기응변인 게 아니라 실질적인 방향이어야 한다. 문정권은 임기응변의 수단으로 사용하겠지만 그 기한 안에서 우리는 발빠르게 근원적인 방향을 포괄적으로 제시해야 할 의무를 부여받고 있다.

남북 경협을 강화하고 첨단산업의 이북 유치 그리고 남북충돌 불가의 선언 등으로 동아시아의 질서 자체를 크게 흔들어 판을 다시 짤 배짱으로 이번 사태를 임해야 한다.
트럼프 시기에만 빈틈이 있고 큰 판을 새로 짜는 작업이 가능하다. 어쩌면 이 기회가 남북통일의 중요한 변곡점을 만들 시기일 수 있다.

일본의 한국 공격 카드는 무궁하다.
다국적화된 대기업의 생산 차질이라 해봤자 크게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지 못한다.
국제사회는 촘촘한 상호공생의 생산시스템을 구조화했다. 이 시스템에 가담한 모든 글로벌 기업은 공생공멸의 운명을 함께 한다. 그러니 결과는 제한적이고 오래갈 수 없는 카드다. 다만 시간상 차이만 있을 뿐이다. 따라서 불화수소니 하는 문제는 아주 작은 파장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일본 자금이 장악한 중소기업과 제3금융권의 위력이다.
글로벌 기업의 공생공멸 구조와는 다른 각자도생의 구조에 속하는 중소기업에 있어 일본자금의 회수는 곧바로 실물경기에 영향을 미친다.

더우기 제3금융권과 2금융권까지 스며든 일본자금의 채권회수는 가계의 몰락을 부채질하고 민심을 동요하는 직접적인 효과를 불러온다. 문재인이 경제관점에서만 이번 사태를 궁리한다면 처참하게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일본의 편을 들게 되는 전략적인 이유가 거기에 있기도 하다.
문재인이 진정으로 남북협력과 통일을 원하는 게 아니라, 단지 권력에만 올인한다는 것을 간파한 이상 , 정동영이 주창한 고소미아 파기 카드에 반응한 정의용의 옹호맨트는 어디까지나 여론용이고 실천에 옮기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볼턴은 마치 중재하러 오는 양 하지만 실상 이란파병을 강요하기 위함이다. 일본이 절대로 이란 파병을 하지 못한다는 것 또한 미국으로선 잘 알고 있다. 일본이 중동에서 하지 못하니까 한국을 대리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한일관계와 무관하게 미국은 자기들 요구를 하기 위해 볼턴을 보낸 것이 분명하다.

쫌생이처럼 굴지말고 큰 판을 다시 짜야할 시대사명이 놓여있다는 걸 정치권에선 아무도 모른다. 그럴 배짱도 없다. 왜냐하면 그들도 항일투쟁의 기본 전제를 인식하지 못할 뿐 아니라 기득권과 결탁해있는 신적폐일 따름이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이 자발적으로 전략을 짜고 실천을 해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이제 항일투쟁을 넘어, 분단의 멍애를 던져버릴 투쟁전략을 짜야하고 담대하게 앞장서야 한다.

지소미아 파기는 물론이고, 유엔제재 결의안이니 뭐니 다 걷어치우자. 한반도 영구평화와 번영을 위해 오로지 남북이 먼저 모든 문제를 자발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정치권은 죽었다 깨도 못할 일이다.

우리는 통일을 해야하고 통일만이 안정적인 번영을 담보할 수 있다는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근거를 갖고 주장을 설파해야 한다.
과거 , imf 때도 그러했다. 이 참에 남북경협을 확대하고 공동경제전선을 구축하자는 주장은 극소수에 불과했지만 상당한 지지를 얻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경제압박과 미국의 정치군사적 압박을 처절하게 감당해야하는 굴레를 극복하려면 통일로서 나아가야 함은 묘책중에 묘책일 것이다.

모든 악조건을 유리한 형국으로 전환시키는 것은 지혜로운 처신이다.
우리는 이번 기회에 민족이 통일돼야 하는 이유와 합리적인 근거들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설파하고 주장하고 관철하기 위한 투쟁을 해야 한다.

통일진영, 민족주의 진영에서 밥상머리 교육은 더 이상 전개되지 못한다.
사람도 없고 후손도 미약하고 세력도 초라하기 때문에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그에 비해 매국수구들은 친일과 친미의 이로움을 연신 밥상머리에서 교육한다.
그리고 쥐고 있는 힘을 이용해 정당화하고 설득력과 약점을 교차로 활용하면서 충분히 길들이고 있다.

지금처럼 감정이 올라 온 상황에서나마 우리의 주장이 일리있는 화두로 다가갈 수 있다.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항일의 근원이 단순히 일본을 미워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영구적인 안정과 번영을 담보할 수 있는 통일을 만들기 위한 자양분이었음을 일깨우는 작업이야말로 항일의 핵심 정신이 돼야 한다.

항일과 통일을 향한 대국민 역량 결집을 도모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