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각과 배려는 하나의 언어이다. 양면의 기능이 다르지만 인간의 사람인(人)처럼 서로 엇댄 언어이다. 자각이 없는 배려는 나 홀로 또는 우리라는 기준이 상대에게 필요한 기준에 닿지 못한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은 상대에 대한 자각이다. 나에 대한 자각의 부재는 상대에 대한 일방의 량적 분배에 머물게 된다. 즉 개성이 살지 않는다는 의미다.

자각은 나의 개성을 인지하는 것이다. 개성은 그 본질이 중립도 아니고 편향도 아니어야 한다. 이를 적(適)불균형이라 한다. 人의 한편이라는 의미다. 자주적으로 우뚝 선 사람도 人의 한 편이다. 홀로 온전할 수 없다는 말이 된다. 완전 또는 중립 혹은 중심이라는 말은 보다 주체적 언어로 보일지라도 적불균형의 자아의 개성을 볼 수 없다. 개성을 말하는 것은 개성에서 자각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균형은 량이 되고 적불균형은 질이 된다. 생명력은 바로 적불균형에서 상대를 필요로 하는 그리움과 함께 희노애락의 정서와 운동의 동력을 추동하게 된다. 균형이 완전하면 그것은 없는 것과 같고, 동력과 생명력이 사라진다. 중간에 머무는 경우 자칫 동력을 상실하게 된다. 완전한 균형은 죽음과 함께 가능한 무력상태를 의미한다.

일차적으로 적불균형 상태에서 구하는 바는 정반대적 적불균형과의 만남이 된다. 일차적인 친근 가족과 같은 만남이다. 자각은 人의 한 편으로서의 개성적 자기인지로부터 시작한다. 또 다른 한 획으로서의 상대는 나와 정반대로 기운채 정반대의 향(向)을 가지고 마주보며 만나게 된다. 내가 가지지 않은 向 뿐만 아니라 내가 생각하는 방식과 정반대로 나를 향해 있다. 만남의 최초상태에서 큰 기쁨이 된다.

만남의 기쁨은 서로가 다른 불편함도 보여준다. 이 불편함을 처리하는 것이 배려의 본래적 모습이다. 그 방향성을 인지하는 것이다. 내가 치우친 적불균형의 상태만큼 상대가 나를 향한 기울기의 적불균형은 나의 적불균형에 대한 자각이 아니고서는 알아차릴 수 없다. 이 때의 배려는 자칫 나를 기준하는 동일한 방향이 되고만다. 나와 똑같이 상대를 보려는 것이다. 이 때 갈등과 모순이 일어난다.

나를 기준하는 방향성의 획일화가 원죄의 유혹이 된다. 배려한다면서 상대 개성의 방향성을 나와 같은 동일한 방향성에 맞도록 돕는 것은 적불균형을 과불균형으로 키우는 것이며 이로 인해 나 자신의 적불균형이 동반 뒤틀린다. 과불균형이 병이다. 적불균형으로 되돌리는 것은 치유이다. 과불균형의 굴레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상태를 원죄의 결과라고 한다.

나의 개성 적불균형의 인지 자각이 곧 상대의 적불균형성의 개성과 방향성을 인지하게 하고, 人의 서로 기댄 양면처럼 조화를 이루는 배려로 이어진다. 정반대성의 상호 조화는 일치이다. 일치는 서로 다른 조화의 균형적 마주섬이다. 같은 방향의 동일한 편향성만 많아지면 일시적 힘은 커보일지라도 개성이 말살되고 과불균형의 병이 되고 암이 된다.

인간 몸의 적불균형은 오행의 언어로 쓰여진다. 木火土金水가 된다. 구체적으로 甲乙丙丁戊己庚辛壬癸의 언어다. 이를 오행이라 하기도 하고 십간이라 명한다. 동양에서 사용하던 언어다. 이를 몸에 체현하기도 하고 우주를 논하기도 한다. 기본은 인간의 몸에서부터 사용된다. 덜함은 보하고 지나침은 극하거나 설하는 용법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 기본을 체질(體質)이라 한다.

자각이 결여된 배려는 일방이고 혼동이며, 적불균형이 아닌 과불균형을 부르는 언어가 된다. 인류역사가 지금까지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명시적으로 자각과 배려의 人的 구성을 다 알지 못하였다. 자각은 필연 다른 한 편의 자각을 도모하게 한다. 배려의 시작이다. 그리고 상대의 방향성에 맞춰 필요한 것을 나와 정반대적 시각에서조차 인정하는 것이 배려이다.

배려의 본질은 원천의 나눔이다. 나에게 필요한 것을 모아놓고 일부를 덜어주는 것은 배려가 아니다. 상대에게 필요한 것을, 나에게는 필요없는 것을 제각각 필요한만큼 서로가 취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배려다. 그러므로 배려는 내가 주는 것이 아니다. 상대에게 필요한 向성을 일러주되 필요한만큼 상대가 가져가도록 하는 것이다. 내가 주어서는 안된다. 필요한만큼 취하도록 자각을 일러줄 뿐이다.

'나눔'이란 말 또한 자각과 배려의 결과로 이어지는 같은 언어에 속한다. 내가 취하기 전 상대가 필요한 것을 잘 알도록 개성을 밝혀주고 스스로 취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것을 원천의 나눔이라고 한다. 그러나 내가 나의 일용할 만큼의 필요성을 자각하여 취하지 못하고 상대에게 고유한 것을 취하는 것을 도적이라 한다. 그래서 쌓아두고 똑같은 것을 나누는 것은 원천의 나눔이 아닌 '반성'이다.

내게 개성으로 고유한 것을 필요한만큼 취하는 것을 일용할 양식이라 한다. 이를 쌓아두려하는 것을 욕심이라 한다. 심지어 나에게 맞지 않는 개성적 상대의 것을 취하는 것을 도적이라 한다면 원천의 나눔에 이르지 못하는 나눔을 욕심에 대한 반성이라 하는 이유이다. 자각에 이르지 못하면 나의 것과 상대의 것에 대한 분별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자각의 분별이 서지 못한 취함은 곧 병이 된다. 과불균형 편중의 상태는 적불균형을 감각으로부터 상실케 하고 다시 회복하기 힘든 욕심으로 치환된다. 불균형의 허허로움을 채우기 위해 적불균형의 감각이 사라지면 욕심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욕심으로 해결하려 하지만 점점 더 공허해지고 욕심이 커지는 순환을 반복하게 된다. 이를 악순환이라 한다.

내 몸의 악순환이 걸려들면 병과 암이 커지고 사회가 악순환에 걸려들면 악이 개념되고 그 의미를 키우게 된다. 어려서부터 교육이 필요한 것은 바로 적불균형의 감각적 정서이며 적불균형에 따른 개성의 파악이다. 개성에 따른 상대적 음식 취미 직업 전문기량이 갖춰지는 것이다. 획일적 지향은 계량적 량(量)이라는 기준으로 개성을 말살하고 욕심의 단위가 되고 만다.

량(量)으로 개성을 잴 수 없다. 적불균형의 개념을 대입할 수 없다. 량에 의지하는 세태를 황금만능주의라 한다. 개성에 대비되는 삶의 방식이다. 어떠한 이념이나 제도가 개성을 올바르게 보지 못할 경우 계량적 분배에 매달리게 되지만 원천의 나눔은 이루지 못한다. 나서부터 개성이 올바로 적불균형 상태로서 향(向)을 분별하는 교육이 이루어질 때 세상은 본래적 적불균형의 개성과 힘을 나눈다.

주체적 자아는 향(向)을 인지하는 상대와의 어울림이 적불균형의 조화를 깨뜨리지 않고 인(人)의 균형을 도모하는 것이다. 동일한 향에 대한 욕심의 과불균형을 경계하지 못할 경우 욕심은 바로 유혹에 빠지게 된다. 유혹의 경계로부터 실패하게 된다. 유혹의 언어가 현자의 언어가 된다. 현자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유혹하는 존재가 된다. 적불균형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배려를 사랑의 유혹이라 한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배려인양 베풀어지는 비자각적 과잉의 량적 분배가 세상의 병이고 병을 키우는 원인이다. 자각과 배려의 원천적 나눔의 일용성에 대한 개성과 적불균형의 감각을 회복하고 자연의 동물처럼 병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낼 수 있는 주체와 주권의 자아를 회복하는 것은 제도가 아니라 자각이고 이에 대한 교육으로써 가능하다. 이를 가장 근접하려는 시도가 있다면 눈여겨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