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지 중에 전주이씨 00대군파의 어르신 한분에 대해 한번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혹시 여러분들 중 해방직후 당시의 상황을 파악하는데 참고가 될까 해서 이렇게 글로 한번 남겨봅니다. 또, 미국 대통령들과 재미있는 인연도 있고해서요.

이분은 일제시대때 오사카에서 태어나시고, 해방직후 아주 어렸을때 대한민국 광주로 귀화하셨습니다. 이분의 어머니께서는 항상 해방되던 날 오사카에서 있었던 일들을 즐겨 이야기하곤 하시는데, 그중에 기억나는것이,

"해방되던 날, 이웃에 있던 몇몇 일본인들이 찾아와서 머리숙여 인사하면서 '축하드립니다. 드디어 조선이 독립하게 되었습니다.'라고 했던 것을 잊을 수가 없다"라는 이야기...

오사카에서 봉재공장 같은 곳에서 일하신 듯 한데, 일제시대 어땠냐고 여쭈어보면 자신에게는 굉장히 친절하게 잘 대해줬다고 말씀하시곤 합니다. (지금은 90넘으시고 치매기가 다분하셔서 대화하기는 어렵구요)

해방직후, 전 가족이 기쁜 마음으로 한국에 돌아왔는데, 이분이 학교에서 한국말을 잘 못한다고 학우들로부터 엄청 얻어맞았다고 하시네요. 돌아간 것을 엄청 후회하셨다는...

그리고, 625동란때 아버지를 잃으셨는데... 어느날 집에 와보니, 북한 인민군들이 총살시켜서 온 몸에 벌집이 되어 시체로 가마에 쌓아서 들고 왔는데, 광주시장인지 구청장인지 잘 모르겠지만 "여기가 이xx씨의 집이 맞습니까?"라고 가족들에게 그 시체의 신분확인을 요했다고 합니다. (625동란 당시 광주시에 안경 쓴 사람들은 전부 잡아서 총살시켰다고 하니깐요.)

아마 이런 일렬의 사건들을 어렸을 적에 겪어서 트라우마가 생겨서 이분이 평생 난폭한 면이 있지 않았나 사려됩니다. 심성은 광장히 좋으셨는데...

본래 음악가이면서 평생을 군인으로 사셨는데, 지미카터 대통령이 방한했었을때에는 카터 앞에서 군대악단에서 연주했다고 자주 자랑스럽게 얘기하시곤 했는데...

미국으로 이민가서 열심히 사셨는데, 큰 재산을 모으진 못했지만 그 자식들은 전부 잘 되었습니다.

신기하게도, 그 손녀는 첼로 신동으로 여기저기 콩쿠르에서 1등상을 많이 타오는 녀석인데, 그래서인지 심지어 오바마대통령때 고등학생이 백악관에 초정받아 오바마+미셸+다른 워싱턴 정계 손님들 앞에서 첼로를 연주하기도 했습니다. (사진도 있는데 신상 털릴까봐 공개하지는 않겠습니다. 지금은 예일대에서 공부하고 있구요.)

그러니깐, 할아버지는 지미카터 대통령 앞에서 군대악단중에 연주하고, 이분의 손녀는 오바마대통령 앞에서 연주했던... 참으로 재미있는 인연이라 생각되네요. (물론, 둘다 제가 제일 싫어하는 미국 민주당쪽 대통령입니다만. 미국 민주당이 집권하면 항상 한반도에 큰 사건이 터지곤 해서.)

어쨌던, 여러분들에게 뭔가 참고가 되지 않을까 해서, 신상 털릴 위험을 무릎쓰고 이렇게 한번 끄적어 봤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