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들]
1편: 일제초기 항일투쟁이 씨알도 안먹혀서 일어난 일
2편: Monolithic하지 않았던 일제 35년 치하-A
(4) 일제의 한반도 통치논리를 바꾼 2개의 격변: 미국과의 마찰
둘째, 모든
비서방주의 국가들을 대표한다고 자처하는 소련 공산혁명세력이 북쪽으로부터 내려오고 있을 무렵, 일제는 같은 시기에 자신들에게 공산당보다 10배는 더 징글맞은 또 다른 세력과의 마찰에 긴장하고 흔들리게 됩니다. 바로,
서방주의 국가들을 대표한다고 자처하는 미제의 태평양 진출이었습니다.
한동안 미제와 우방국으로서 공조하며 잘 지내던 일제는 필리핀군도의 패권을 놓고 마찰을 빗기 시작합니다. 마치, 현재 미제가 중국과 남중국해 갈등으로 마찰을 빗고 있는 것과 거의 똑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시기는 뭐랄까... "미제가 미제했네!" 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시기입니다. 미제가 자신이 타국을 공갈협박질 할때 부리는 주특기를 전부 내다보인 시기라는 것입니다. 일제에 대한 공갈협박, 여론몰이, 오일엠바고, 해상봉쇄, 경제제재, 등등 최근에 미국이 중국 + 북조선에 가하는 그 모든 수법들을 일제도 그 당시 미국으로 부터 다 당해봤던 일들입니다.
그래서, 미국으로부터 경제제재를 당하고 있는 북조선이나, 현재 남중국해 갈등으로 마찰을 빗고 있는 중국의 입장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건 아마도 다름아닌 일본이 아닐까 사려됩니다.
이미 1930년대 초부터 전운이 돌기 시작했죠. 미제와 일제.
미국정부는 1930년대부터 자국 여론기관을 통해
"일본과의 전쟁은 불가피 한 것인가?", "일본과의 관계는 어디서부터 잘못나간 것인가?"라는 식으로 계속 갈등의 불씨를 지펴갔습니다.
참고로, 이런 식의 미국언론기사는 미국이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갈등하고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일본을 한번 패고 싶다고 전운 분위기를 조장하는 것이죠. 미국이 주먹이 근질근질 해서 전쟁하고 싶은 나라 있으면, 항상 이런식으로 계속 갈등 분위기를 유도합니다. 없는 문제도 만들어 내고, 상대방의 인내심을 계속 자극하는 일들을 합니다.
(이건 백인들 특유의 종특 자체가 그렇습니다. 미국 학교내에서도 백인 일진(Bully)들이 약한 애들 괘롭히는 것 관찰해봐도 항상 이런식입니다. 여러가지 상처주는 언행으로 상대방이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듭니다. 그래서 상대방이 반응하면 그때 "아니 이게 감히~" 라면서 일격을 가하는 식입니다. 즉, 자신에게 덤볐다는 거죠. 자신은 정당하게 반응한 것일 뿐이라며. 우리나라 일진하고는 수법이 많이 다르죠?)
지금도 마찬가지 입니다. 미국언론에 "중국과의 전쟁은 불가피 한 것인가?", "대중무역,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가?"라는 식으로 미국주요언론사들이 떠들기 시작하면, 중국과의 마찰을 해소하기 위해 미국 싱크탱크들이 고민하고 갈등하고 있다는 뜻이 절대로 아닙니다. 그와는 정 반대로, 중국을 한번 패고 싶어서 전쟁이 불가피한 것처럼 분위기를 조장하고 또 없는 갈등도 일부러 있는 것처럼 만들고 싶다는 뜻입니다.
우리 정서와는 180도 다릅니다. 그래서, 미제는 이런 분위기 조장할때 개빡친다고 섣불리 선제공격 하기 보단, 그냥 살살 여기저기 미국의 심기를 긁으면서 웃는 모습을 띄워, 미국을 국제사회에 실없는 웃음거리 나라로 만드는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요즘 중국당국을 보니 이런 미국을 아주 잘 다루고 있는 듯 하네요.
어쨌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런 미제와의 마찰은 일제에게 있어서 소련을 대항하는 것보단 10배는 더 긴장되고 부담되는 것이었습니다. 소련 공산혁명세력을 대항할 때에는 미국과 함께 공조하기때문에 든든함을 느끼는 것이 있었다면, 이젠 미국과도 틀어지니, 소련 공산세력 팽창도 일제가 홀로 대항해야 되겠고, 또 더 우려되는 것은 저 큰 나라 미국을 대항해야 한다는 현실이었습니다.
(4.1) 미제를 대항하기 위해 몸집을 키우기로 한 일제
이렇게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는 미국과의 전쟁을 준비하기 위해, 일제는 몸집을 키우는 일을 합니다. 일제가 아무리 잘나가는 제국이었다해도, 헤비웨이트급 미국에 비하면 미들급이었을 뿐이기때문이죠. 동등하게 전쟁하기엔 무리가 있었죠.
그래서, 일제는 몸집을 키우기 위해서 대외적으로 독일 나치당과 든든한 동맹을 맺습니다. 두쪽다 공산혁명세력을 대항하는 세력이고, 두쪽 다 미국과의 관계가 뒤틀어진 나라들입니다. 그리고, 내적으로는 일본국 국민들의 강하고 단결된 정신력을 키우기로 합니다.
문제는, 여기에 조선민들도 포함되었던 것이죠.
1936년도에 일제는 "미나미 지로(南 次郎)"라는 새로운 총독을 조선총독부에 부임시킵니다. 그 이전까지는 "문화정치"라고 해서 조선땅에 온화하고 건설적인 통치를 기본 기조로 삼았었는데, 이 새로운 통치가 시작되면서 문화정치가 아닌 "내선일체"를 강조하는 강압적인 통치로 돌변하게 됩니다.
즉, 각시탈에 선하고 순수했던 키무라 슌지에서 악마의 화신인 키무라 슌지로 돌변한 것입니다.
(4-2) "황국신민"에서 일본제국의 "몸집"으로 업그레이드(?) 되어 버린 조선민들
갈수록 뒤틀려지는 미제과의 관계때문에, 일제는 앞으로 다가올 미제과의 전쟁을 대비하기 위해 몸집을 키우는 방법의 일환으로 한반도 조선민들까지 자신들의 "몸집"에 포함시게 되는데, 새로 부임한 미나미총독은 그동안 조선총독부의 비교적 온화했던 "문화정치"의 기조를 완전 탈피하고, 대신 강압적이고 군정적인 "내선일체"와 "대동아공영권(大東亜共栄圏)"을 주장하면서, 공립학교에선 일본어만 가르치고 한국말 가르치는 것은 금지시키고, 대다수 조선민 관료들에게 창씨개명을 요구합니다. 일본과 조선민은 내선일체로 하나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가 되어 미국에 대항해 함께 싸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깐, 미나니총독 이전엔 조선총독부가 그래도 거리를 두고 제3국의 입장에서 조선민들을 통치하려 했다면, 이 미나미총독 이후로부터는 일본과 완전 한 몸덩이가 되어 시시각각 다가오는 미국과의 전쟁을 준비하려 했던 것입니다.
비유를 하자면, 마치 조선민들의 사회적 지위가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일제치하내에서 업그레이드(?)되었다고 해야 하나? 뭐 그런 느낌입니다.
강제징병도 위안부도 이때부터 시작된 사건입니다. 전시상황이기때문에 강제징병은 뭐 일제에게는 당연한 행정명령이었겠죠. 그뿐만이 아니라, 미제로부터 해상봉쇄를 당해, 조선땅에 쇠와 놋그릇, 등등 쓸만한 자원들은 전부 탈취해 갔었습니다.
(5) 흔들리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두 이단아
한반도내에서 일제가 무슨 독립투사들과 과격한 전투가 있고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일제가 본격적으로 군대를 투입한 곳은 만주땅이었고, 반면 한반도 내에선 독립운동가들이 종종 물의를 일으킨다 생각되면 순사들을 시켜 감옥에 가두고 뭐 그런 수준이었을 뿐입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독립운동가들이 뭔가 좀 양처럼 순했다고 해야 하나? 그러니, 조선총독부도 처음엔 그리 독하게 나오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는 선교사들의 영향도 컸습니다. 대다수 선교사들은 일제치하가 수치스럽긴 해도, 조선민들의 비참한 현실때문에 어쩔수 없이 그들을 위해서라도 일단은 한번은 거쳐가야할 과정(?)같은 것으로 위로아닌 위로로 그들을 설득했었습니다. (물론 그러다 조선민들로부터 "친일파"로 몰려 본국으로 많이들 쫓가나기도 했었죠) 조선민들이 자생적으로 나라를 운영할수 없었슴을 수십년 살면서 경험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것도 있었고, 이토히로부미는 이 선교사들과 정기적으로 회의를 갖고
"우리 일본국은 조선민들의 정치경제적인 면을 책임지고 발전시킬테니, 선교사분들께서는 조선민들의 정신적이고 문화적인 면을 신경써주시기 부탁드립니다."라고 이미 말을 맞춘 상태이기도 합니다. 선교사들도 조선민들의 비참한 현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토히로부미의 제안에 협력하기로 한 것이구요.
하지만, 위의 2개의 국제정세의 변화와 함께, 그동안 꽤 일관성 있던 일제의 조선민 통치논리도 돌변하게 되고, 또 대한민국 임시정부 독립운동가들 중에서도
"계몽운동하고, 교육을 통해 국민의식과 역량을 키우고"같은 기존의 지루한 방법에서 벗어나, 더 좋은 기회를 포착하는 인물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일제와 새롭게 적대적 관계에 놓인 다른 강대국들에 기생해서 그들의 힘을 빌어 일제를 몰아내자는 것이었습니다.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던 도산 안창호선생 같은 분들은 "수구꼴통" 취급받게 되고, 심지어 감옥에 가둬지는 바람에,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주도하던 이 독립운동은 2명의 이단아의 등장과 함께 기존의 정체성이 산산조각 나게되고 맙니다.
바로, 김일성과 이승만의 등장입니다. 한쪽은 일제와 적대적 관계에 있던 소련에 붙어서 독립하자는 쪽이었고, 도 다른 한쪽은 일제와 적대적 관계에 있던 미국에 붙어서 일제를 쫓가내자는 것이었습니다. (다만, 후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내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한 이단아였습니다.)
일체치하 기간동안 이러한 국제정세의 격변은, 이와같이 이 둘 이단아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