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시설 리스트와 남북미간 종전선언을 교환한다는 소리가 들려온다.
문대통령도 전례가 없는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밝히고 있으니, 뭔가 북미간에 협상이 진전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종전선언을 한다고 해서, 미국이 대북 제재를 전혀 풀 것 같지는 않다.
미국은 오늘도, 완전한 비핵화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대북 제재를 풀지않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말하는 그 완전한 비핵화가 과연 언제 이루어질 것인가.

그리고 그동안 계속될 안보리 제재를 포함한 대북 제재를, 평화 무드 속에서도 받게되는 북한은 이를 인내할 수 있을 것인가.

중국이 비밀리에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한다손 치더라도, 최소 수준에 그칠 것이다.

그 이상을 중국이 북한에 협력하고 싶어도, 지금처럼 미국은 중국을 겨냥해 공공연히 날을 세울 것이고, 미국은 무역전쟁을, 북한에 대한 중국의 지원 단절을 위한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

미국이 대중국 무역전쟁에서 우위에 있다면, 미국은 중국과 북한에 대해 양수겸장의 카드를 갖고 있는 셈이다.

문재인정부가 아무리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고 싶어도, 철도 연결과 북한의 발전소 건설에 뛰어들고 싶어도, 미국이 확고하게 지지하고 있는 제재국면을 헤치고 나갈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지금도 문재인정부를 향해 6.15 선언 이행과 판문점 선언 이행을 촉구하고 있는 북한이 종전선언 등 시간이 흐른 뒤에도 변하지 않는 미국의 제재국면과 이에 순응할 수 밖에 없는 문재인정부를 과연 어디까지 인내할 것인가.

그리고 무역전쟁 카드를 통해 중국까지 최소 수준의 "비밀 지원"이상의 경제협력을 못하게 미국이 제어한다면, 북한은 과연 이를 인내할 것인가.

트럼프가 금년 초 북한에 북미정상회담을 먼저 제안한 것은 미국의 여러 전문가들이 주장한 것처럼, 현실적으로 어렵고 희생이 엄청날 군사적 옵션이 아니라 제재와 봉쇄를 통해 북한을 상대하면 된다는 생각에서였을 수 있다. 트럼프는 그 위에 소위 외교를 더한 것이긴 하다.

싱가포르 선언은 북미간 신뢰관계 조성이 첫번째 조항이고, 이는 북한의 주장이 반영된 것이긴 하지만, 그리고 분석가들 중에는 트럼프가 여러 이유로 북한과의 신뢰관계 구축을 통해 비핵화를 하려한다고 분석하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미국 트럼프행정부가 보여온 것은, 제재와 외교를 바탕으로한 북한의 비핵화 강제에 다름아니다. 김위원장에게 냉철한 협상가니, 미군 유해송환에 감사하다느니 등등의 립서비스를 해주는 트럼프의 제스춰는 실질적으로는 아무 것도 아니다.

북한은 물론 자신의 온전한 핵무력과 시설을 그대로 공개하거나, 무화(無化)하지는 않으려 생각할 지도 모른다.

문제는 설령 북한이 그런 의도이든 아니든,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트집을 잡아 정상적인 관계 개선과 제재 해제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는데 있다.

국제 제재가 유지되는 한, 북한은 김위원장도 무척 바라고 있는 것 같은 경제발전은 이룩할 수 없다. 제재가 없다면 최소한 1년에 20% 이상을 성장할 수 있는 스스로의 발전 동력을 이미 확인한 북한으로서는 인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

국제 제재를 주도하는 트럼프 행정부는 시간은 미국의 편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미국 내 북미협상 비판론자들이 트럼프가 북한 김위원장 술수에 넘어갔다고 우려와 비난을 하는 것과는 달리, 북한이 오히려 미국 트럼프정권의 술수에 넘어갔을 수 있다.

트럼프가 2월에 주한미군 철수 발표를 하려다가 켈리 비서실장에게 만류당해 하지 않았다는 것도 실상과는 다른, 언론을 이용한 대북한 기만술일 수 있다. 미 의회는 얼마전 이미 2만명 선 이하로 주한미군을 감축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북한은 최근 논평에서 "북미수뇌" 사이에 합의된 사항들이 실무자들 때문에 이뤄지고 있지 않다며, 트럼프와 그의 부하들을 분리해서 대응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이는 실상을 전혀 못본 것일 수 있다.

겉으로 드러난 것은 시끄럽고, 불화가 있는 듯 보이는 백악관과 미 행정부이지만, 대북한 전략에 관한한 트럼프와 그 부하들간에 간극이 있다고 볼 수는 전혀 없다. 볼튼과 폼페이오등은 모두 대북 강성론자들이었다.

금년 안에 가시화될 가능성이 많은 종전선언이 실제로 이뤄지더라도, 제재 국면은 계속되고 남북 협력이 지지부진하게 되면, 북한으로서는 이 체스판을 다시한번 복기해볼 것이다.

문재인정부도 소위 "민족적 관점"에서 움직이거나 도움이 되지 않고, 그리고 미국 주도의 국제 제재등으로 자신들의 정상적인 경제발전의 길이 영원히 막힌 것 같은 생각이 들 때, 북한은 그때 어떤 선택을 하게될 것인가.

미국은 현재 러시아에는 제재를, 중국과는 무역전쟁을 치루고 있고, 중국에서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패배를 인정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러시아도, 중국도 북한의 정상적인 경제발전의 길을 근본적으로 열어줄 수 없고, 문재인정부도 미국의 제재 강제위력에 눌려 제대로된 남북경협에 나설 가능성이 없고, 이 모든 비우호적 국제환경의 근저에 미국이 있다고 판단하게될 때 북한은 과연 미국을 인내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