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은 무슬림의 나라다.
무슬림의 대부분은 근본주의에 공감한다.
더 근원적인 이유를 따져보면 거기엔 가난과 불평등이 있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주장은 근본주의 구호와 같다.

이집트의 낫세르는 소련 지원을 받아 프랑스,영국으로부터 수에즈 운하를 뺏어 국유화했다.
이걸로 낫세르는 이슬람의 영웅이 됐다.
근데, 그런 그도 공산주의 식으로 농지개혁을 하려하자 대부분 무슬림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따지고보면 무슬림은 외세배격엔 동참을 해도 토지개혁 등 공산주의식 분배정책 등 비이슬람권 정책은 그것이 아무리 좋은 것이더라도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
따라서 이슬람 근본주의를 지지하는 대부분의 무슬림의 마음 속엔 그 옛날 강성하던 이슬람 초기의 무함마드 시대에 대한 짙은 향수가 웅크리고 있음을 쉽게 추측할 수 있다.
다시말해 이슬람 근본주의는 강대한 이슬람을 꿈꾼다.
외세와 이교도들을 쳐부수던 강대한 이슬람 말이다.
근데, 프랑,영국,이스라엘 등 제국주의와 맞서 수에즈를 국유화했던 영웅 낫세르가 3차에 이르는 중동전쟁을 치르면서 시나이 반도를 상실, 이스라엘에 대패하면서 그의 사회주의 아랍 건설도 빛을 잃기 시작했다.
결국 그는 얼마 안있어 심장마비로 사방했다.

다음으로 들어선 게 사다트인데...이분은 낫세르의 사회주의를 버리고 자본주의로 돌아섰다.
그리고 4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해 잃었던 시나이반도를 되찾아왔다.
이로써 그는 구국의 영웅으로 떠받들어지고 나아가 아랍의 영웅이 됐는데...
나는 이걸 미국의 개입 내지는 지원 때문이라고 본다.
또 낫세르가 1~3차 중동전쟁에서 패배하게된 원인도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 때문이라고 추측하고.
어쨌든 사다트는 이후 자본주의를 격하게 도입한다.
또 한편으로는 무슬림형제단을 이용해 낫세르가 남겨놓은 사회주의 조직들을 분쇄하기 시작한다.
처음에 낫세르의 자유장교단도 쿠데타를 일으킬 때 무슬림형제단의 지지를 받았지만, 이와 거리를 두려한 낫세르가 정권을 장악하면서 서로 등을 돌리게 됐다.
결국 낫세르는 영국,프랑스,이스라엘 등 자본주의 제국주의와 싸워 이긴 걸로 아랍의 영웅이 됐고, 사다트는 4차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에 빼앗긴 시나이 반도를 되찾아오면서 또한 아랍의 영웅이 됐는데, 여기서 아랍 민중이 뭘 원하는지 알 수 있다.
그건 바로 강한 이슬람이다.
초기 무함마드 시대의 강한 이슬람.

이후 사다트는 다시 팔레스타인 문제(특히 가자지구의)를 두고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체결하면서 아랍민중의 모든 신뢰를 잃었다.
이때부터 이스라엘 문제는 아랍의 이슬람사회에서 중요한 바로미터가 된다.
즉, 이스라엘과 화해하거나 평화협정을 맺는 건 바로 배신자로 낙인 찍혔다.
결국 사다트는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정 댓가로 제마 이슬라미얀가? 하여튼 과격 근본주의자가 손 총에 맞아 죽었다.

이즈음, 이란에선 친미였던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리고 이슬람 근본주의, 그중에서도 쉬아 원리주의를 표방한 호메이니가 정권을 장악했는데... 이게 이슬람 사회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즉, 아랍 민중이 그토록 원했던 근본주의에 입각한 정권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랍 근본주의는 다시말하지만 무함마드 시대, 종교와 정치가 분리되지 않은 그때로 다시 돌아가자는 거고 이는 신정일치의 정치체제를 의미한다.
그리고 그 핵심엔 샤리아 법이 있다.
헌법보다 우위에 있는 종교법 샤리아가 제도적 핵심이다.
이렇게 근본주의를 도입한 이란은 전 아랍 이슬람 국가들의 모범이 됐다.
이걸 아는 이란은 십자군 전쟁을 하듯 이스라엘과 사사건건 각을 세우는 거다.
과거 예루살렘을 차지한 십자군 이교도들을 물리치므로써 지금까지도 이슬람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살라딘처럼 되고 싶은 거다, 이란은.
그래서 이란은 이스라엘과 각을 세우는 거다.
이를 통해 아랍의 지도국이 되기 위해서...

또 사우디는 300년 쯤 전에 이미 근본주의자인 와합과 손잡고 리야드를 중심으로 사우드 가문이 주축이 된 정권을 수립한 적이 있다.
지금의 사우디도 마찬가지다.
와하비즘에 입각한 근본주의 국가다.
다만, 너무 친미적인 색채가 강해 아랍 민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할 뿐이지만...
또 아랍 민중도 민주주의와 세속주의를 어느정도는 인정한다.
다만, 그것이 이슬람 종교법인 샤리아에 부합할 때만 허용되지만 말이다.
이건, 동도서기,화혼양재, 중체서용과도 같은 건데...기술과 과학, 유용한 제도는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지만, 그건 결국 동양의 정신문화에 종속되야 한다는 거와 같다.
그런데, 사우디는 전근대적인 왕조국가다.
이건 사우드 가문이 300년 전에 국가의 초석을 다졌기 때문일 거다.
그런고로 사우디는 아랍 민중 대다수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
너무 친미적고 너무 전근대적이기 때문에...

이렇게 되면 90%에 이르는 순니를 대표할 나라가 없다.
사우디가 그 후보에서 탈락할 것이 뻔하니까...
그래서 나선게 바로 터키다.
터키는 1927년까지는 중동뿐 아니라 전세계 이슬람을 대표하는 칼리파국이었다.
근데, 케말파샤가 세속주의를 돌아서는 바람에 그 지위를 잃었다.
그런 터키가 이제 다시 이슬람주의로 다시 돌아왔다.
터키가 이슬람주의로 복귀하므로써 두가지 점에서 아랍 민중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다.
하나는 서구의 기술문명을 가장 많이 받아들이고 또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아랍 민중의 기술적, 과학적 세속주의를 만족시켜줄 수 있고...
또 하나는 이슬람주의로 복귀하므로써 동도서기, 화혼양재, 중체서용의 관점에서 기술문명을 통제,조정해 이슬람 근본주의에 복무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 아랍 민중의 지지를 받고 이란의 쉬아 원리주의와 대결해 중동의 패권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터키는 지금 미국과 각을 세우고 있는 거다.
사우디가 짙은 친미 색채때문에 순니 무슬림의 지지를 받지 못한 측면이 있는데, 이를 터키는 일소하겠다는 거다.
그렇다고 터키가 친러나 친중으로 돌아설 수도 없다.
근본주의는 그걸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건 이란도 마찬가지다.

아랍 민중이 원하는 건 강한 이슬람이다.
제정일치의 강한 이슬람.
샤리아법이 지배하는 이슬람.
그리고 또 외세의 간섭이 없는 이슬람이다.
따라서 미국도 러시아도 심지어 중국도 중동의 패권을 차지할 수는 없다.
자국의 이익에 따라 적절히 개입할 수는 있어도 패권은 어림도 없다.
또 석유 빼놓고는 그닥 먹을 게 없기도 하다.
그래서 패권을 유지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수익을 훨씬 능가한다.
패권을 유지하는 게 오히려 손해다.
밑빠진 독에 물붇는 꼴이다.
그래서 미국,중국,러시아로 결코 중동 패권이 넘어가지 않는다.
반대로 근본주의를 내세우는 이슬람국 중에서 패권국이 나올 가능성이 훨씬 크다.
그걸 위해 지금 이란과 터키가 서로 눈치게임을 하는 거다.
서로 미국과 대립각을 연출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