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核시설 리스트…폼페이오 방북때 공개"

2018-08-14 17:52

3차 평양 남북정상회담 9월 13일 ~ 14일 유력

■ 정부 고위 소식통 밝혀

북한이 보유 핵(核)시설 리스트를 공개하는 등 미국 측 비핵화 요구를 일부 수용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이달 중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이 이뤄지면 이 같은 비핵화 의지를 전달하며 일정 기한 내 리스트를 제공하는 방안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미·북 비핵화 협상의 긍정적인 변화를 확인하고 이와 연동해 다음달 13~14일께 북한 평양에서 3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한 뒤 연내 종전선언까지 이어간다는 구상에 시동을 걸고 있다.

고위 외교 소식통은 14일 "북한이 미국 측 핵심 요구 사항인 핵 리스트 제출을 결국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것으로 안다"며 "다시 비핵화 협상이 활기를 띠게 됐고, 남북 대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동안 미·북 협상보다 결코 앞서나가지 않겠다는 의중이 강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활동 반경도 보다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북한이 핵탄두, 핵물질, 핵시설 등 핵 리스트를 먼저 제출해야 종전선언에 응할 수 있다는 방침을 고수해 왔다.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와 동창리 미사일발사장 해체를 넘어 보다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야만 북한 측 속내를 의심하는 미국 조야도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그러나 6·12 미·북정상회담 이후 종전선언을 촉구하면서 미국에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조치를 요구해 왔다.

이처럼 미·북 간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하게 흘러가자 북한이 우선 핵시설 리스트부터 미국에 주는 방안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제공하는 리스트가 어느 정도 구체성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미·북, 남북 관계 진전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핵시설 목록에 이어 핵탄두와 핵물질 목록을 모두 공개하는 것까지 미국에 제공하는 카드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의 긍정적인 결과와 맞물려 3차 남북정상회담 일정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현재로서는 9월 13~14일 1박2일 동안 평양에서 개최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9·9절 행사에 총력을 기울인 직후이자 러시아 동방경제포럼과 가급적 겹치지 않는 9월 13~14일에 1박2일 일정으로 문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