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이라는 것은 동격의 의제를 다루게 되어 있다.
사안에 따라서는 등가원리가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많지만 국가간 최고 수준의 화담이나 협상에서는 동급수위를 다루는 것이 상식이다.

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이북의 비핵화, 체제보장, 경제제재 등이 주요 의제인 것으로 보도된다.
그러면서 과거의 선 비핵화 후 체제보장이라는 원칙이 이번에 동시이행을 하는 것으로 제시될 거라고 한다.

등가협상의 기본 원칙을 적용하면 이는 엄연한 불균형이다
비핵화는 핵을 제거 포기 하는 것을 의미하며 현실물로서 실질적인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성질을 지녔다.

이에 비해 체제보장이라는 것은 형식요건과 보증참가를 통해 문서로 보장하는 식이다.
보장 의지를 담보하기 위해 주변국들이 참여하도록 한다는 것인데, 이게 한심한 제안이자 불균형이다. 주변국을 끌어들여 보장 운운할 이유도 없을 뿐더러 당사자가 확대되는 관계로 나중에 문제가 발생되면 여러나라들이 관여할 여지만 열어두는 제안이다. 미국으로서는 나쁘지 않은 대안이다.

이 제안은 한국정부로부터 나왔지만 미국의 원하는 바를 대리한 발표라 보여진다. 혹 문정부가 스스로 그러한 제안을 했다면 멍청한 짓이 아닐 수 없다.

경제제재 해제는 좀 다른 문제이며 이것은 현재 진행형인 상황을 이유로 들먹였지만 실상은 향후 이용할 수 있는 사유를 만들어둔 옵션에 불과하다. 앞의 문제들이 원만히 협상이 되면 이 문제는 저절로 사라지는 한참 하위의 내용이 된다. 반면 결렬되면 이것으로 인해 현상태의 제재가 지속되도록 하는 대비책이나 마찬가지다.

구체적으로 비핵화와 체제보장, 경제제재라는 의제의 성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비핵화는 이북의 비핵화를 의미하는 것이 한미진영의 주장이다. 거기에 대한 보상으로 체제보장이 던져진 것. 비핵화는 이북으로서는 세계 비핵화로 생각될 것이고 그 과정으로 북미 핵군축이 제시될 것이다.

비핵화와 체제보장 문제는 동급의 등가물이 되지 못한다.
이북의 비핵화는 이북과 핵강국들 간의 문제이고, 미국은 그 중에 일부이기 때문에 미국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니다. 회담 몇번 양국간 결정할 사안이 못된다. 고로 이 안건은 해결되지 못한다, 원론선언 수준에서는 형식상 합의가 가능하다.

체제보장이라는 당근은 비핵화의 댓가가 될 수 없다.
체제보장은 이북에 대한 위협요소 제거가 선행되고 그러한 정치적 행위들이 중단되며 문서로 보장하는 것으로서 어느 정도는 신뢰를 만들어갈 수 있다. 그럼에도 국제사회는 그 어떤 문서도 절대효력을 가지지 못하고 어느 일방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파기가 가능하고 그래왔다.

어쨌든 체제보장은 이북과 미국간의 문제이고 2차적으로는 이북을 반대시하는 중국을 비롯한 미국 일본 이스라엘 프랑스 등의 개입 여지가 존재하는 문제가 된다.

따라서 체제보장은 북미 직접 문제이면서 동급의 등가물로는 위협요소인 주한미군 철수,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전환, 경제제재 철회 등의 사안들과 동급에 놓이는 것이다.

경제제재 문제는 이북과 대서방 간의 문제다. 앞서 열거한 대로 독자영역이 아니라 체제보장의 수단 방법에 이것은 이미 편입되어 있어야 할 것이지만 따로 설정했다. 의도하는 바가 있는 것이다.
제재에 한국이 앞서서 동참하고 있고 북미 대결의 직접 당사자로 거론되기 때문에 한국이 개입할 수 있는 영역이 이 경제제재 분야 하나 뿐이다.

비핵화는 이북과 핵국가들 사이의 문제이므로 여기서 한국은 배제된다. 위험지역의 직접 당사자라는 지위로부터 파생되는 발언과 주장은 가능하지만 법적 효력과 지위를 갖고 대등한 발언을 할 처지가 못된다는 사실. 실질적이고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가 없는 처지다.

체제보장은 이북과 미국간의 문제로 정전협정 당사자들이 개입할 여지가 있는 영역이다. 중국이 가담자이므로 틈을 노릴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이북이 현재 중국 패스를 하는 것으로 볼 때 이 문제도 철저히 이북과 미국간의 쌍방이 해결하는 것으로 끝내고 형식상 필요하면 중국의 참여를 요할 것이다. 여기에 한국이 개입할 여지는 없다. 물론 위험의 직접 당사자로서 예견되는 지위로 인해 발언은 여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제재 문제는 이북과 대서방국간의 문제다,
여기가 유일하게 한국정부의 정당한 발언권이 인정받을 수 있는 영역이다.

문정부가 이 영역을 어떻게 요리하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비록 정당한 발언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영역이지만 사실상 전반적인 의제에서 배제될 수 없는 당사자이기 때문에 그 영역에서의 발언권을 관련 영역으로 확장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게 문 정부의 실력이자 통일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준이 될 것이다.

아무튼 비핵화와 체제보장을 동시에 맞바꾸자는 식의 엉터리 의제설정을 이북이 받은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대로 그냥 시간을 보내지 않고 어떤 식으로든 북미대결을 종결짓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즉, 다음 단계로 변화를 하겠다는 의지가 불균형 패를 일단 받아 수용하게 된것이라 볼 수 있다.

북미 최고 권력자들이 만나서 상대의 실력, 진의를 분명히 확인하겠다는 의도다
그 만남의 판단에 따라 북미관계는 변할 수 밖에 없고 한반도 상황도 마찬가지이다.

이북의 판단에 따라 , 혹은 미국의 판단의 따라 다음 단계가 일방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화담수용이 과정에 진통을 겪겠지만 어쨌거나 만나서 확인한 후 사전 합의된 것이 있건 없건 재결론이 날 운명인 것이다.

트럼프가 최악의 강경론자로 주변을 재배치한 것을 보면 트럼프는 담판을 지어보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읽힌다. 자기는 자신있다고 생각하는 것같다.
불균형 패를 받아든 이북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미국이나 중국이나 일본 등 반북 국가들 중에는 이북을 정상적(외교 ,협상)으로 감당할 역량이 보이는 나라가 없다. 오죽하면 암수에 희망을 걸어 대화를 주문하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여단급의 참수부대를 만들어야 했겠는가.

의제의 불균형이나 설정 의도가 깔린 것들을 분석해보면
북미회담을 하더라도 기대할 수준의 결과가 도출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제국주의는 스스로 자중하는 일이 없다.
반드시 외부 군사적 충돌과 충격파가 들어가야 무너질 기운이 생기는 법이다.
미국이 꿀단지같은 한국을 그냥 포기할 리가 없다. 그럴 것이었다면 예전에 아쌀하게 철군했을 것이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북미정상회담이 좋은 모양새로 나오면 수구꼴통 매국노들이 연착륙 할 기회를 제공받을 것이고, 험악한 상태로 끝난다면 수구매국노들이 연착륙할 시간을 얻지 못하거나 혹은 살판 나는 세상이 되거나 일 것이다.

어쨋든 고인 세월 70년은 이제 어떤 식으로든 흐르게 되어 있다. 더 이상 이대로 고여있지 못하게 하는 것이 북미정상회담이 될 것이다. 수구꼴통들이 극렬 반대하고 위험과 기만을 입에달고 떠드는 이유가 바로 고인 70년의 둑이 무너질 때 당해야야 할 수몰(수장) 때문일 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