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무가내 홍준표에게 가려진 교육감의 눈물
(WWW.SURPRISE.OR.KR / 화씨911 / 2015-03-19)

 

홍준표 지사의 거사(?)가 현실화 되면 당장 다음 달부터 경남지방 대부분의 학부모는 한 학생당 평균 70,000원 대의 급식비를 학교에 내야 한다.

▲경남도 소재 한 초등학교에서 보낸 가정통신문 중 일부

위 통신문에도 나타나지만 초중등이 다르고 학교마다 조금씩 형편에 따라 다르기는 하나 초등생의 급식비는 대략 그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아이 2명을 학교에 보내는 가정은 평균 월 15만 원… 연평균 180만 원 정도를 학교에 내야 한다. 물론 경남도는 소득 수준에 따라 소득분위 50%가 안 되는 가정의 아이들은 급식비를 내지 않아도 되므로 급식비를 내지 않으려면 그만큼 가난하다는 ‘가난 증명서’를 돈 대신 내라고 급식비 통보서에 기재했다.

그런데 이런 통보서를 가지고 집에 온 학생들이 자기 집이 가난하다고 생각했는지 "이거 신청하면 정말 가난하게 되는 거니까 그냥 급식비는 내고 대신 학원은 그만두겠다. 학원 대신 집에서 공부하는 것은 괜찮은데 급식비 때문에 친구들한테 가난한 거 보여주기는 싫다“는 뜻을 부모에게 밝혔다고 한다. 문재인 대표가 홍준표 지사를 만나 경남지역 급식비 중단에 대해 재고를 요청한 날 그 간담회에 참석한 한 학부모의 말이다.

▲경남도 학부모 간담회에서 학부모의 발언을 듣던 박종훈 교육감이 눈물을 닦고 있다. © 신문고 박훈규

경남 김해에 사는 학부모 최모씨는 이처럼 최근 딸과 있었던 이야기를 전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자 같이 참석한 다른 학부모들이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 씨의 사연을 듣던 박종훈 경상남도 교육감은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쳤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무상급식 중단에 따른 ‘낙인 효과’를 우려했다. “무상급식은 단순한 밥 한 끼가 아니라 학교 교육이 포함돼 있다는 것을 도지사도 알아야 한다”며 “아이들이 ‘엄마 나 그냥 친구들하고 편하게 밥 먹으면 안 돼? 꼭 가난을 증명하면서 밥을 먹어야 하나요?’라는 얘길 한다”고 학부모들의 현실을 전했다.

현실은 이거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홍준표 경남지사를 만나야 했던 것은 정치적 이벤트로서가 아니다. 실제 우리네 서민들의 절절한 사정 때문이었다. 따라서 문 대표는 홍 지사를 방문하기 전에 좀 더 깊은 공부를 하고 세심하게 대비를 했었어야 한다.

교육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인성의 완성이다. 그럼에도 홍준표 지사는 문 대표와 간담회에서 "학생이 학교에서 해야 할 일은 공부가 우선이지 밥 먹는 게 우선이 아니다"라고 했다. 참 한심한 발언이다. 이런 한심한 발언을 제압할 준비… 그게 필요했다.

▲학교는 공부가 우선이지 밥 먹는 게 우선이 아니라고 한 홍준표 지사 © 신문고 박훈규

삶 자체가 먹고사니즘이다. 경제란 말이 먹고사니즘을 축약한 말이다. 부와 가난도 먹고사니즘의 차이다. 공부는 먹고사니즘을 해결하기 위한 장도의 하나다. 사람이 태어나서 어른이 되어가면서 공부도 그 과정의 하나이지만 섭생은 과정이 아니라 생명의 끈이다.

그럼에도 홍준표는 자신의 대권놀음을 위해 도박을 하고 있으며 그 판돈으로 아이들 밥값을 걸었다. 참 어처구니없는 도박사다. 그 도박사는 그러면서 “그 도박을 재고하라”는 문재인 대표에게 “대안을 가져오지 그랬냐?”고 면박을 하기까지 했다.

다시 말하면 이는 자신의 도박자금을 다른 곳에서 융통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말이었다. 그러니 뻔뻔하다. 그 뻔뻔한 모습이 카메라에 잡힐 때 박종훈 교육감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무엇이 진심이고 무엇이 정치적인지 사진 한 장으로 읽을 수 있다는 말이다.

여기서 문재인 대표의 행보가 비판을 받는다. 그가 홍 지사를 만난 것이 정치적 행보가 아니었다고 해도 일시적 이벤트로 보여버린 것, 그 때문에 비판을 받는다. 정치적 스킬이 부족한 문 대표가 노련한 홍 지사에서 당한 것이다. “대안을 가져오실지 알았다” 이 말은 “당신의 행보는 정치적이다”란 지적이다. 그래서 문 대표의 이번 경남 방문은 안 받아도 될 비판을 받는다.

당장 홍준표의 도박이 실행되면서 전국에서 유일하게 경상남도 학부모는 앞에 거론한 최모씨가 겪는 마음의 고초와 급식비를 현금으로 내야 하는 경제적 고초를 당하는 현실에 목도했다. 그러나 “대안을 가지고 오실 줄 알았다”는 홍 지사의 말에 대담은 중단되고 “벽과 대화하는 것 같았다”란 말로 문 대표는 홍 지사에게 책임을 떠넘기는듯한 태도를 보였다.

사실 홍 지사의 “대안을 가져오라”는 억지는 문 대표에게 할 것이 아니라 대통령에게 해야 한다. 노련한 홍준표가 그걸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홍준표는 그 한마디로 제1야당 대표를 정지척으로 제압한 모양새를 보였다. 따라서 “대안도 없이 홍 지사를 만난 것 자체가 미숙한 행위”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정치력 미숙으로 또 한번 보이지 않아야 할 꼴을 보인 것이다.

그러나 어떻든 아이들 급식비 문제를 두고 가장 절실한 진심을 내보인 이는 누가 뭐래도 박종훈 경상남도 도지사다. 박 교육감이 지금 겪고 있을 마음의 고초와 현실적 문제, 즉 정치적 문제로 아이들 밥그릇을 빼앗으려는 홍 지사의 행정행위에 대한 섭섭함...그의 눈물은 이 절심함이다.

▲간담회에서 학부모의 발언을 듣고 있는 문재인 대표의 표정은 박교육감에 비해 심각하지 않다. © 신문고 박훈규

문 대표는 아직 여기에도 미치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그는 학부모의 발언 도중 박 교육감이 눈물을 흘렸음에도 그 눈물의 의미가 와 닿지 않을 것 같다. 따라서 만약 그 같은 절실함 가지고 문 대표가 경남도를 찾았다면… 그래서 학부모의 발언 중 박 교육감이 흘린 눈물보다 더 진한 눈물을 흘렸다면… 이런 생각을 하면 이날의 행보는 여로모로 아쉽다.

그러나 솔직히 이번 사안에 대한 비판은 오로지 홍준표가 받아야 할 몫이다. 이번 경남도 급식파문은 오로지 홍준표 지사가 짊어지고 가야 할 짐이다. 비판도 그의 몫이고 우파들에게 점수를 딴다면 그도 그의 몫이다. 하지만 현재로서 내가 보기에 그의 도박은 실패하는 것 같다.

현실이 목전에 이를수록 여론의 강도가 비판에서 더 높다. 현재 60%의 경남도민이 반대한다는데 실제로 실행되면 이 반대의 강도는 더 높아질 것이다. 주머니에서 안 나가던 돈이 나가는데 좋아할 사람 없다. 그 돈으로 다른 집 자식 학원비 대준다면 그 또한 못 봐줄 일이다.

부자들은 내 자식 더 잘 되게 하려고 남모르게 돈을 더 내서 비밀과외 족집게과외도 불사하는데 남의 자식 내 돈으로 학원 보내면서 내 자식과 경쟁하게 하는 것 찬성할 부모 없다. 홍준표의 히든카드는 뻥카가 확실하다. 그리고 오늘도 경남도청 앞은 식판시위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