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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제노사이드 경제 - 무기 거래의 공범자
  번호 132546  글쓴이 김종익  조회 5788  누리 0 (0,0, 0:0:0)  등록일 2026-8-28 09:27 대문 0

이스라엘의 제노사이드 경제 - 무기 거래의 공범자
(WWW.SURPRISE.OR.KR / 김종익 / 2026-08-28)

고마바야시 아유미駒林步美
1983년 도쿄 태생. 독일에 거주하는 프리랜서 작가. 도쿄대학교를 졸업한 뒤 컨설팅회사와 동남아시아에서 근무했으며, 유럽으로 이주한 뒤 프리랜서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고단샤의 국제 시사 매체 『쿠리에 자퐁』(Courrier Japon)』 등에 유럽 정세와 독일 사회에 관한 글을 기고하고 있다. 네덜란드 에라스뮈스대학교 경영학 석사,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교육대학원 교육학 석사.

 

■ 급성장하는 유럽의 방위산업

올해 3월 말, 영국의 『Financial Times』는 독일 자동차 제조사 폭스바겐이 북서부 오스나브뤼크 공장에서 이스라엘 방산 업체 ‘라파엘 어드밴스드 디펜스 시스템스’(RAFAEL Advanced Defense Systems)의 제품을 생산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라파엘은 미사일 요격 방공 시스템 ‘아이언돔’을 제조하는 국영기업이다. 이후 독일 경제 주간지 『비르트샤프츠보헤』(WirtschaftsWoche)는 두 회사가 연내에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오스나브뤼크에서 군용차를 생산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폭스바겐은 미사일 자체를 개발한다는 보도는 부인했다.

중국 시장의 경쟁 격화와 미국의 고율 관세 등으로 고전하는 폭스바겐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53% 감소한 89억 유로(약 14조 8,358억 원)에 그치는 등 심각한 경영난에 처해 있다.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독일 내 생산을 축소할 예정이며, 오스나브뤼크 공장은 내년 여름 이후 가동 계획이 잡혀 있지 않다. 이에 폭스바겐은 이 공장에서 일하는 2,000여 명의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공장을 급성장하는 방위산업 분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군사비가 급증하면서 방위산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스웨덴의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25년 세계 군사비는 2조 8,870억 달러(약 4,174조 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독일은 군사비 지출에서 세계 4위에 올랐다. 독일 연방군은 2041년까지 약 4,000억 유로(약 666조 원)어치의 군수품을 조달할 예정이며, 독일 최대 방산 업체 라인메탈(Rheinmetall)은 지난해 사상 최대인 약 99억 유로(약 16조 4천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실전에서 성능이 입증된 이스라엘산 방산 장비가 유럽 각국 정부의 주목을 받으면서, 이스라엘은 세계 7위의 방산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이스라엘 국방부에 따르면, 2025년 방산 수출액은 사상 최대인 192억 달러(약 27조 7천억 원)에 달했으며, 유럽은 전체 수출액의 36%를 차지한 최대 수출 시장이다.

한편, 폭스바겐 공장에서 군수품을 생산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현지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폭스바겐은 1937년 나치 산하 조직인 독일노동전선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독일 국방군이 사용할 군용차와 비행 폭탄을 제조한 전력이 있다.

이런 전력이 있는 기업과의 제휴라면 과거에는 이스라엘 측도 거부감을 보였겠지만, 세상은 이미 ‘변했다’고 이스라엘 출신의 정치 경제학자 시르 헤베르(Shir Hever) 박사는 말한다. 독일을 거점으로 이스라엘의 군사 경제를 연구하는 그는 최근까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과 억압에 맞서는 BDS 운동(보이콧․투자 철회․제재)에서 군사 수출입 금지 캠페인의 국제 코디네이터를 맡았다.

“독일 정부가 이스라엘의 제노사이드에 침묵하면서도 무기 판매를 계속한다는 사실을 보면, 이스라엘 기업들은 독일을 ‘믿을 만한’ 상대로 확신한 것이지요. 독일 기업이 국제법을 이유로 방위 협력을 중단할지 모른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겁니다. 돌이켜 보면, 2017년 이스라엘군은 신형 자주곡사포를 발주하면서 당초 검토했던 독일 기업 KMW를 배제했습니다. KMW를 선택하면 집속탄을 발사하는 데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약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은 인도주의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는 집속탄을 레바논 등에서 사용해 왔습니다. 결국 자국 방산 업체인 엘빗시스템스(Elbit Systems)에 경쟁 입찰 없이 발주했습니다.”

대량의 소형 폭탄을 넓은 지역에 흩뿌려 민간인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는 집속탄은 일본과 독일을 포함한 112개국이 가입한 ‘집속탄에 관한 협약’에 따라 사용․보유․제조가 금지되어 있다. 이스라엘은 이 협약에 서명하지 않았지만, 그렇더라도 인구 밀집 지역에서 집속탄을 사용하면 국제인도법을 위반할 수 있다.


■ 독일과 이스라엘의 상호 의존

SIPRI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안전 보장을 ‘국시’로 내건 독일은 이스라엘이 수입하는 무기의 33%를 공급해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무기 공급국이 되었다. 그러나 EU 회원국 모두가 가입한 ‘무기 거래 조약’에 따르면, 재래식 무기(conventional arms)를 수출할 때는 해당 무기가 국제인도법이나 국제인권법을 위반하는 데 사용될 위험을 평가하고, 그 위험이 현저히 높으면 수출을 허가하지 않아야 한다.

2024년 1월 국제사법재판소는 가자지구에서 제노사이드협약이 보호하는 권리가 침해될 현실적이고 임박한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고, 이스라엘에 제노사이드 방지를 위한 잠정 조치를 명령했다. 이에 따라 다른 나라들도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공격을 조장하는 일을 해서는 안 될 의무가 더욱 분명해졌다. 그러나 유럽 각국과 미국의 대이스라엘 무기 거래는 중단되지 않았다.

“미국이 이스라엘에 제공하는 무기는 유럽을 경유해 운송됩니다. 국제사법재판소가 잠정 조치를 명령한 뒤, EU나 국제사법재판소는 이스라엘로 향하는 무기 수송을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렸어야 합니다.”

올해 4월 말, 스페인․슬로베니아․아일랜드 등의 요청으로 EU 외무 장관 회의에서 ‘EU․이스라엘 연합 협정’의 효력을 정지하는 방안이 논의되었다.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요르단강 서안 지구․레바논에서 저지른 인권 침해가 그 이유였지만, 독일과 이탈리아의 반대로 실현되지 못했다. 2000년에 발효된 이 협정은 자유무역을 비롯해 양측의 경제․정치 분야에 걸친 광범위한 협력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협정은 이러한 협력의 토대가 인권과 민주주의 원칙의 존중이라고 명시한다.

지난해 9월에는 유럽위원회가 이 협정 가운데 무역 관련 조항의 일부를 정지하자고 제안했지만, 충분한 동의를 얻지 못했다. 올해 4월 현재 EU에는 협정의 효력 정지를 요구하는 시민 100만 명 이상의 서명과 약 60개 인권 단체의 요청이 접수되었다.

“이스라엘은 EU와의 무역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연합 협정의 효력이 정지되면 국제 수지 위기에 빠질 수 있습니다. 몇몇 강대국이 힘을 앞세워 다수 회원국의 민주적 의사를 무시한다면, EU의 미래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습니다.” 시르 헤베르 박사는 이렇게 비판한다.

EU 자료에 따르면, EU는 이스라엘의 수출과 수입에서 모두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최대 교역 상대인 만큼, 자유 무역 협정이 정지되면 이스라엘은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된다.

특히 독일은 2023년 하반기 이스라엘 국영기업 이스라엘항공우주산업(IAI)과 약 36억 유로(약 6조 원) 규모의 장거리 미사일 방어 시스템 ‘애로 3’(Arrow 3)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이스라엘 역사상 최대 규모의 방산 수출 계약으로, 지난해 말 첫 장비가 독일에 인도되었다. 독일은 이 시스템을 확충하기 위해 올해 1월에도 IAI와 약 30억 유로(약 4조 9천억 원) 규모의 추가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한편, 세계 4위의 무기 수출국인 독일도 이스라엘에 무기를 수출해 막대한 이익을 얻어 왔다. 이스라엘 해군은 1990년대 후반부터 독일의 철강․기계 기업 ‘티센크루프’(Thyssenkrupp)에서 잠수함 9척을 구매했다. 계약 총액은 수십억 유로에 이르며, 이 주문으로 적자가 계속되던 티센크루프의 조선 부문은 수천 명의 고용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고가의 잠수함을 여러 척이나 사 주는 나라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독일에 매우 이로운 일입니다. 물론 독일은 이스라엘에 배상금과 보조금 등을 지급하고, 국제적 신뢰도도 어느 정도 잃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따져 보면, 독일이 실제로 치르는 대가가 과연 얼마나 되겠습니까?”

덧붙여 여섯 번째 잠수함부터 추가 구매를 밀어붙인 사람은 네타냐후 총리로 알려져 있다. 그의 측근들은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이스라엘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네타냐후 총리 본인도 2022년부터 수사 대상에 올라 지금까지 조사를 받고 있다.

독일은 이스라엘의 제노사이드를 방조했다는 이유로 2024년 중앙아메리카 국가 니카라과에 의해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되었다. 그러나 2026년 1월 독일 정부는 이스라엘 정부와 사이버 보안 협정을 체결하고, 양국의 치안 당국이 사이버 범죄 대응 등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처럼 두 나라는 오히려 관계를 더욱 긴밀히 다져 가는 듯하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을 상대로 감시 기술을 시험한 뒤, 이를 ‘페가수스’(Pegasus) 같은 스파이웨어로 개발해 세계 각국에 팔아 왔습니다. 독일은 이번 협정을 통해 정부의 감시․통제 권한을 강화할 수 있는 기술에 접근하게 되겠지요.”

2022년 독일 연방 형사 경찰청(BKA)은 대테러 활동에 페가수스를 사용한 사실을 인정했다. 유럽 의회가 설치한 페가수스 조사위원회는 2023년 EU 회원국 정부 모두 또는 거의 대부분이 스파이웨어를 구매했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이를 반대 세력을 감시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데 악용했다고 보고했다.


■ 정부와의 관계 강화

독일의 비영리 의정 감시 단체 ‘아브게오르드네텐워치’(Abgeordnetenwatch)에 따르면, 애로 3 도입 문제가 독일 연방 의회 국방 위원회의 의제로 처음 거론된 것은 2022년 봄 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이스라엘 시찰을 마치고 돌아온 직후였다. 의원들은 유럽과 이스라엘의 관계 강화를 추진하는 로비 단체 ‘유럽 리더십 네트워크’(ELNET․엘넷, 본부 브뤼셀)의 초청으로 텔아비브를 방문했다. 현지에서는 IAI로부터 애로 3와 전투용 무인기 ‘헤론 TP’(Heron TP)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고 한다.

‘아브게오르드네텐워치’의 조사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적어도 51명의 독일 연방 의회 의원이 엘넷의 초청으로 이스라엘을 방문했다. 의원들은 3,000유로(약 500만 원) 이상의 여행 경비를 지원받으면 이를 신고해야 하는데, 신고된 초청 여행 가운데 엘넷이 제공한 것이 가장 많았다. 그러나 여행 경비를 신고하지 않은 의원도 있었다.

시르 헤베르 박사는 이렇게 지적한다.
“엘넷은 이스라엘을 미화하는 선전을 의원들에게 쏟아붓는 단체입니다. 엘넷이 제공하는 시찰 여행은 한 사람당 약 5,000유로 상당으로 추정되지만, 참가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의원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독일 당국의 처벌을 받지는 않았지만, 그 비위로 인해 이스라엘 측에 약점을 잡혀 압력에 취약해진 셈입니다.”

일본에서도 2023년 10월 이후 방위성이 이스라엘 기업으로부터 243억 엔(약 2,215억 원)이 넘는 장비를 구매한 사실이 드러났다. 올해 1월에는 일본 국회 의원 15명이 이스라엘 외무부의 초청으로 이스라엘을 방문했다. 이처럼 지난 10년 동안 일본 의원들의 이스라엘 방문이 이어진 사실에서도, 이스라엘이 일본 정계와의 관계 강화를 꾀해 왔음을 엿볼 수 있다.

유럽 수출이 증가하는 가운데 이스라엘 방산 업체들은 유럽 내 생산 시설과 거점을 확대하고, 군수품의 공동 개발․생산․판매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다. 엘빗시스템스는 독일 남부 울름을 비롯해 독일 여러 지역에 거점을 두고 있으며, 독일 기업과의 제휴에도 적극적이다. 라인메탈과 155mm 자동 장전식 자주곡사포를 공동 개발하는 한편, 독일과 프랑스의 합병 방산 업체 KNDS와는 전차 방어 시스템과 다연장로켓 시스템 등의 개발을 추진해 왔다. 시르 헤베르 박사는 이스라엘 방산 업체들의 이러한 독일 기업과의 제휴는 전략적 행보라고 설명한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스라엘의 무기 업체들은 재무장에 나선 유럽에 막대한 사업 기회가 열려 있다고 거듭 강조해 왔습니다. 이스라엘 방산 업체들에 독일은 신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잠재적으로 수익성이 매우 높은 시장이며, 자재와 부품의 조달처로서도 중요합니다. 더욱이 독일 연방군에 무기를 판매하려면 독일 기업과의 협력 관계가 매우 중요합니다. 현지 인력을 고용하고 군수품을 생산해 독일 기업과 지역 경제에도 이익을 안겨 준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단순히 공장을 인수하는 데 그치지 않고, 폭스바겐을 무기 생산의 협력사로 끌어들이는 일이 중요합니다. 엘빗시스템스 독일 법인도 앞서 인수한 독일 통신 장비 업체 텔레푼켄을 기반으로 설립되었습니다.”

유럽 기업의 형태를 갖추면 EU의 각종 지원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다. 탐사 보도 언론인 네트워크 ‘인베스티게이트 유럽’(Investigate Europe)에 따르면, 이스라엘 기업의 유럽 자회사들이 EU가 역내 방산 업체에 지원하는 유럽 방위 기금(EDF)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스 방산 업체 ‘인트라콤 디펜스’(INTRACOM DEFENSE)는 2023년 5월 이스라엘 국영기업 IAI에 인수된 뒤, 이 기금에서 1,500만 유로(약 247억 원)를 지원받았다. 유럽 방위 기금은 기밀 정보 보호 등의 요건을 충족하면 모기업이 EU 역외 기업이더라도 그 자회사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 일본 기업의 그림자

이스라엘 방산 업체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은 나라는 유럽과 미국만이 아니다. 유엔 ‘1967년 이래 점령된 팔레스타인 영토의 인권 상황에 관한 특별보고관’ 프란체스카 알바네세(Francesca Albanese)는 보고서 『점령 경제에서 제노사이드 경제로』에서 이스라엘의 이른바 ‘제노사이드 경제’에 관여하거나 이익을 얻는 세계 각국의 기업 48곳을 거론했다. 여기에는 일본의 산업용 로봇 대기업 화낙(FANUC)도 포함되었다. 보고서는 화낙이 가자 지구에서 사용된 무기를 생산하는 IAI․엘빗시스템스․미국 록히드 마틴의 생산 라인에 산업용 로봇을 공급했다고 지적한다.

시르 헤베르 박사는, 화낙의 로봇은 복수의 이스라엘 방위 기업이 사용하고 있으며, 그 영향은 심대하다고 말한다.

“화낙의 로봇은 가자 지구 파괴의 상당 부분을 초래한 155mm 고폭탄을 신속하게 대량으로 생산하는 데 필수적인 장비입니다. 정확한 규격으로 자르고 탄체에 화약을 충전할 수 있는 강력한 기계인 셈이지요.”

이스라엘은 미국에서 155mm 고폭탄을 공급받는 한편, 국내에서는 주로 엘빗시스템스가 이를 생산한다. 이스라엘 국방부가 페이스북에 엘빗시스템스의 고폭탄 공장 내부 모습이라며 공개한 영상에는 화낙 제품으로 보이는 노란색 로봇이 고폭탄을 제조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이 고폭탄은 약 40km 떨어진 중거리 표적을 공격하는 데 쓰입니다. 명중 오차가 크지만, 전차를 공격할 수 있을 만큼 위력이 강합니다. 전장에서 발견된 파편과 피해 양상으로 사용된 무기를 판별하는 우크라이나 전문가에 따르면, 155mm 고폭탄은 사용된 뒤에도 이를 특정할 만한 뚜렷한 흔적을 남기지 않습니다. 유럽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공급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이 제기되면, 재판부는 수출된 무기가 특정 시점에 가자 지구에서 특정인을 살해하는 데 사용되었다는 증거를 요구합니다. 155mm 고폭탄이 가자 지구에서 대량으로 사용된 것도 명확한 흔적이 남지 않기 때문이지요. 하루에 500발을 장전․발사할 수 있는 자주곡사포에 AI 표적 식별 시스템 ‘라벤더’(Lavender)를 결합해, 공격이 시작된 첫 한 달 동안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두 배에 해당하는 폭발물이 가자 지구에 투하된 것입니다.”

화낙은 문제가 드러난 뒤인 2024년 3월 온라인 매체 『허프포스트 일본판』에, 지난 5년 동안 이스라엘에 군사용으로 제품을 판매한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 또 일본 정부의 안보 수출 관리 방침에 따라 NATO 회원국을 중심으로 구성된 ‘그룹 A’ 국가로 수출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사 제품의 군사적 사용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따라서 그룹 A에 속하지 않는 이스라엘에는 군사적 용도로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 것이 화낙의 원칙이다.

“화낙은 이스라엘에 군사용으로 제품을 판매한 적이 없다고 답변합니다. 그러나 무기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엘빗시스템스는 화낙 로봇을 다뤄 본 엔지니어를 구한다는 채용 공고를 냈습니다. 설령 화낙이 직접 판매하지 않았더라도, 소프트웨어와 기술 지원, 관리․보수 등의 서비스 없이는 로봇을 운용하기 어려우므로 화낙이 그 사용 실태를 몰랐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적어도 화낙 로봇을 이용해 미국에서 생산한 155mm 고폭탄이 이스라엘로 보내져 가자 지구에서 사용된 것은 틀림없습니다.”

2026년 2월 12일, 세계 각지의 활동가가 화낙에 대한 항의 활동을 일제히 일으켰다.

“화낙을 상대로 한 캠페인은 2024년 초에 시작되었습니다. 활동가들은 주주 총회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서명을 모았으며, 일본어로 된 기사도 공개했습니다. 그러나 화낙은 계속 무시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화낙이 정말로 이스라엘에서 자사 로봇이 군사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우려한다면, ‘당사는 엘빗시스템스가 화낙 로봇을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즉각 사용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며, 필요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라는 성명을 발표했어야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는 일본 정부도 책임이 있다고 한다.

“일부 국가의 제재를 받는 이스라엘이 제3국 명의를 이용하거나 거래 구조를 복잡하게 만들어 무기 거래를 이어 갈 가능성은 큽니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일본은 무기 무역 조약 체결국으로서 최종사용자를 확인하고 위험을 평가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스라엘로 ‘이중 용도 품목’(dual-use items)이 흘러 들어가는 것을 막으려면, 무엇보다 일본 정부가 관련 규정을 지키도록 해야 합니다.”

일본은 무기 수출 규제를 완화해 왔다. 수출 대상과 최종 사용자를 관리하고 제3국으로의 재이전을 막을 체계를 철저히 마련하지 않으면, 일본 제품이 심각한 인권 침해에 사용될 위험은 한층 커질 것이다.


■ 이스라엘 사회는 지속 가능할까?

합의를 이루지 못하는 EU와 달리,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금수 조치에 나선 유럽 국가들도 생겨났다. 지난해 8월 슬로베니아는 이스라엘과의 무기 거래와 자국 영토를 통한 무기 수송을 금지했다. 같은 해 9월에는 스페인이 이스라엘 방산 업체들과 체결한 12억 유로(약 1조 9,700억 원) 규모의 구매 계약을 파기했으며, 10월에는 이스라엘과의 군사 관련 물품 수출입과 자국 영토를 통한 수송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했다.

한편, 슬로베니아에서는 이스라엘의 민간 정보회사 ‘블랙 큐브’(Black Cube)가 우파 정당인 슬로베니아 민주당(SDS) 간부들과 접촉해 올해 3월 총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선거 직전에는 이스라엘에 비판적인 로베르트 골로프 중도 좌파 정부의 부패 의혹을 암시하는 동영상이 익명의 웹사이트를 통해 확산되었다. 그 수법은 블랙 큐브가 다른 나라에서 벌인 것으로 알려진 선거 공작과 매우 흡사했다. 다만 블랙 큐브나 슬로베니아 민주당이 해당 사이트를 운영했다는 사실까지 확인된 것은 아니다.

골로프가 이끄는 자유운동당은 근소한 차이로 제1당이 되었지만, 연립 정부 구성에 실패했다. 결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는 슬로베니아 민주당 대표 야네스 얀샤가 총리로 취임했다.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다른 나라의 지도자 암살과 선거 개입 등, 뭐든 합니다. 유럽 국가들에도 위협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으며, 오래 지속될 수도 없습니다.”

시르 헤베르 박사는, 이스라엘 국내 상황이 매우 불안정하며 심각한 단계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장기화한 전쟁으로 군사비가 급증하면서, 재무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말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68.6%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이 수치에는 정부가 국내 방산 업체에서 군수품을 조달하고도 아직 지급하지 않은 약 135억 셰켈(약 6조 3,700억 원)의 대금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공식 통계와 실제 재정 상태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스라엘의 채무 상황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보도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에 투자가 계속되고, 이 좀비는 계속 걷고 있습니다. 언젠가 반드시 쓰러지겠지만,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스라엘 국가 감사원 산하 옴부즈맨 사무국은 민간 부문에 지급되는 전시 비용이 제대로 신고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예비군에게는 매달 보상금이 지급되는데, 고소득자는 평균 임금의 두 배에 이르는 최대 2만 9,000셰켈(약 1,367만 원)을 받습니다. 이로 말미암아 일종의 거품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민간 부문에 지급해야 할 이러한 비용은 국방예산에 반영되어 있지 않으므로, 실제 채무 상황은 공식 수치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약 30만 명이 예비군으로 동원되면서 서비스업이 타격을 받은 영향도 있어, 약 5만 개 기업이 도산했습니다. 방산업계는 수익이 증가했다고 주장하지만, 생산 능력에 한계가 있어 주문받은 무기를 모두 납품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방산 업체들은 수주가 증가하면서, 지난해 말 기준 수주 잔액이 800억 달러(약 114조 8,640억 원)로 사상 최대 수준에 이르렀다.

“사회 각계각층이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하면서 생활 수준도 떨어지고 있습니다. 전체 가구의 40%가 부채 증가로 경제적 곤경에 놓여 있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신자유주의와 민영화가 추진된 이스라엘에서는 유대인에게조차 제대로 된 사회 안전망이 없습니다. 2024년에는 이스라엘 역사상 처음으로 평균 수명이 줄었습니다. 자살과 약물 남용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동시에 많은 이스라엘인이 국외로 이주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비영리단체 ‘프레시 스타트(Fresh Start)’가 지난해 12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0%가 만성적인 가계 적자에 시달리고 있으며 전체 가구의 40%가 소비자 대출을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스라엘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약 15만 명의 이스라엘인이 장기 체류를 목적으로 국외로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특히 이스라엘의 첨단기술 경제를 떠받쳐 온 고학력 인재의 유출이 계속되면, 앞으로 경제와 사회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이스라엘 내부 위기는 매우 심각하지만, 정부의 시점은 늘 매우 단기적입니다. 특히 정권 내부의 종교 우파와 극우 각료는, 그들이 모든 것을 희생하면, 신이 그 보답으로 승리를 내려 주리라고 믿습니다.

독일도 이스라엘을 지지해 온 탓에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이스라엘을 상대로 국제사법재판소에 제기한 제노사이드 혐의 소송에서, 독일은 올해 3월 이스라엘을 지지해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철회했습니다. 니카라과가 독일을 상대로 제기한 별도의 국제사법재판소 소송에 대응하는 데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하지만, 실제로는 이스라엘이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겠지요. 그러나 그렇게 하면 니카라과와의 소송에서 독일의 방어 논리도 약해집니다. 독일이 이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이스라엘에 대한 태도를 바꾸고 국제법을 준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독일은 기본법 제25조에서 일반 국제법 규칙이 연방 법률보다 우선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이 국가로서 존속을 허용받은 조건은 국제법 질서에 따르고 국제사회에 위협이 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독일의 본래 ‘국시’여야 합니다. 독일 당국은 이스라엘에 무기를 보내는 행위가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독일 변호사와 활동가들의 입을 막으려 해 왔습니다. 독일 당국이 그렇게 하는 것은 법을 두려워하기 때문이지요.”
(『세카이』202608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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