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신화는 다시금 유동(流動)의 상태로 바뀔지도 모르며, 사유의 강바닥은 이동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강바닥 위에서의 물의 움직임과 강바닥 자체의 이동을 구별한다. 비록 그 둘 사이에 날카로운 구분선이 존재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The mythology may change back into a state of flux, the river-bed of thoughts may shift. But I distinguish between the movement of the waters on the river-bed and the shift of the bed itself; though there is not a sharp division of the one from the other.")
"그리고 그 강의 기슭은 부분적으로는 어떤 변화도 겪지 않거나 감지할 수 없을 정도로만 변화하는 단단한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고, 부분적으로는 이곳에서 때로는 저곳에서 쓸려 나가거나 퇴적되는 모래로 이루어져 있다." ("And the bank of that river consists partly of hard rock, subject to no alteration or only to an imperceptible one, partly of sand, which now in one place now in another gets washed away, or deposited.")
-비트겐슈타인의 '확실성에 관하여' (On Certainty)-
유시민은 매불쇼에서 이재명대통령이 사용한 '구조적 다수'라는 단어의 의미를 잘 이해 못하겠다고 하면서 혹시 연임을 위한 정계 개편을 시사하는 말이 아니냐는 의혹을 던졌다.
그런데 나는 유시민이 십년 전의 썰전(2016년 9월 2일)에서 말한 '물결'의 비유야 말로 이재명대통령의 '구조적 다수'를 이해하는 데 가장 적절한 예시라고 생각한다.
전원책: "노무현이 보여주는 자기 희생 정신이 있잖아요. 그게 사람들 계속 끌어모으면서 그때 경선과정이 드라마틱해져 버렸다."
김구라: "이제 그럴 가능성은 없어졌다?"
전원책: "없죠."
유시민: " 저는 뭐 어떤 특정한 어떤 돌발적인 변수라든가 어떤 후보진영의 작전이라든가 전략이라든가 이런 걸로 결정된다고 보지 않아요. 저는 뭐 2002년도 대선도 노무현후보의 개인기 가지고 자꾸 사람들이 얘기를 하는데 그런 거 아니라고 보고요 그냥 물 덜 빠져서 5년 더 집권한 거예요. 그 2번당(민주당)이. 그냥 물 한번 들어오면 밀물 들어왔다가 썰물 빠질때 까지 시간이 있잖아요. "
김구라: " 10년 안 간단 얘기예요?"
유시민 " 예 그러니까 김대중 밀물이 들어왔다가 5년 했는데 현직 대통령 인기도 별로 없지만 물이 덜 빠져서 그래서 노무현이라는 배가 뜬 거예요 그떄 정동영후보가 나와서 530만표로 졌는데 왜 졌나? 물 다 빠져가지고 암초위에 배 띄우니까 그 개인의 역량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그렇게 되는거예요. "
전원책: "아니 그게 그 그림은 그건 정말 이상한 분석이다."
출처: 썰전 (2016년 9월 2일)
여기서 유시민은 대선의 승패가 한 개인의 영웅적 서사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회의 구조와 그 구조적 요인의 변화와 흐름에 따라서 결정된다고 하는 유시민의 탁견을 보여주고 있다.
유시민의 "물결"은 개인의 선거운동이나 한 진영의 선거전략보다 한 사회의 구조가 선거의 승패를 좌우한다는 정치학의 전통적인 모델 ("fundamentals beats campaign")을 비유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요즘에 와서는 한 사회의 구조적 요인과 개인의 선거운동이 대선의 승패를 위해서 상호작용한다는 견해로 바뀌었지만 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재명대통령이 '구조적 다수'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말은 총선과 대선에서 실패하면 사법개혁, 민생개혁, 언론개혁, 정치개혁 등을 비롯한 민주당정부의 개혁과제가 실패하고 만다는 이재명대통령의 위기감을 반영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유시민이 악의적으로 의심하는 것처럼 이재명대통령 자신의 연임을 위한 정계 개편을 시사하는 말이 아니라는 말이다. 10년 전 자신이 한 말을 잊어버리고 있는 것을 보니 한 시대를 풍미했던 유시민의 총기가 사라진 것을 알 수가 있다.
유시민은 이재명대통령의 오랜 원칙을 기억하기 바란다.
첫째로, "대통령이 되려고 대통령이 된 것이 아니라, 대통령 권한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둘째로, "정치인이 누리고 있는 영광은 시민들의 피땀 흘린 댓가라는 사실을 항상 잊지 않고 있다"
세째로, "정치인은 스스로 다음 단계를 탐하거나 욕심내서 자리를 옮기는 것이 아니라, 현재 자신이 맡은 자리에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냄으로써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의 길을 열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