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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국가 미국의 평화 2
  번호 132332  글쓴이 김종익  조회 8231  누리 0 (0,0, 0:0:0)  등록일 2026-3-28 09:34 대문 0

전쟁 국가 미국의 평화 2
우드로 윌슨과 제1차 세계대전

(WWW.SURPRISE.OR.KR / 김종익 / 2026-03-28)

아베 고다이阿部幸大
1987년생. 도쿄대학 문과 대학 학사, 도쿄대학 대학원 인문 사회계 연구과 석사. 뉴욕 주립 대학 비교 문학 박사.
『완전히 새로운 학술 글쓰기 입문서』 『서사의 피해학』 『어두운 근대성 : 동서양의 관점』 『암살 교실 영어 : 풀면서 익히는 문법』 『암살 교실 영어: 센터 시험부터 사립대․국립대까지! 문제집』 등의 저서가 있다.

 

■ 너는 준비하고 있느냐?

1916년 7월 16일, 기괴한 차림을 한 초로의 남성이 이쪽을 가리키는 일러스트가, 어떤 미국 신문 표지를 장식한다. 그 일러스트의 설명 문구는, “What Are YOU Doing for Preparedness?”라고 적혀 있었다. “당신은 준비를 위해 무얼 하고 있는가?” ― 이쪽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가리키는 위압감에 더해, 모두 대문자로 된 “YOU”의 강조 느낌을 내면, “너는 준비하고 있느냐?” 정도로 번역될 수 있으리라.

그런데 도대체 무슨 준비인가. 사실은, 그 대답은 이 짧은 설명 문구에, 이미 적혀 있다. 이 preparedness라는 영어 단어는 ‘준비하다’라는 동사 prepare의 파생어지만, 중립적으로 ‘준비’를 의미하는 명사 preparation과는 달리, 이 단어는 ‘전쟁에 대비한다’라는 뉘앙스로 사용되어 온 단어이다. 전쟁에 대비하라 ― 이 말은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전쟁을 대비하는 것’이라고 말한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이래로 면면히 이어져 온, 전쟁 국가 미국의 사상적 기반을 이루는 발상이다.

이 일러스트 게재로부터 약 1년 뒤, 제28대 대통령 우드로 윌슨은 독일에 선전 포고를 하고, 제1차 세계대전 참전을 정식으로 결정하게 된다. 그때까지, 이 일러스트는 미국 육군에 의해 “미국 육군은 당신을 원한다”(I Want You for U.S. Army)라는 문구와 함께 포스터화되어, 이윽고 400만 장 이상이 미국 전역에 게시되었다. 이 미국 국기 같은 모양을 한 초로의 남성은 현재, 합중국United States과 같은 머리글자를 갖는 Uncle Sam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할아버지’로, 전쟁 국가 미국을 대표하는 ‘얼굴’이 되고 있다.


■ 전쟁 상황의 ‘간첩’

그런데 윌슨이 의회에 참전을 자문한 것은, 최초의 일러스트가 출판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때였다. 그가 대통령으로 재직한 것은, 1913부터 1921년까지이다. 유럽에서 전쟁이 시작된 것은 1914년. 윌슨의 두 번째 대통령 선거는 1916년, 바로 유럽에서 전쟁(미국은 아직 참전하지 않은 상황)이 한창이고, 그는 그 선거에서 ‘전쟁을 회피한 남자’(He Kept Us Out of War)라는 평화주의적 슬로건을 내걸고 당선했다(덧붙여서, 그의 또 하나의 슬로건은 ‘America First’였다).

이 두 번째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 윌슨과 경쟁한 공화당 후보는 찰스 에번스 휴스지만, 휴스의 배후에는 ‘곤봉 외교’의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대기하고 있었다. 1901~1909년까지 대통령을 지내고, 또 노벨 평화상도 수상한 루스벨트(25, 26대 대통령)의 영향력은 건재하고, 그는 유럽에서 전쟁이 시작된 이후 ‘전쟁 대비 운동’(Preparedness Movement)으로 불리는 로비 활동을 견인하며, 대통령 선거에서는 윌슨의 소극적인 ‘전쟁 대비’를 ‘무책임’ 또는 ‘비겁자’(cowardice)라고 비난함으로써, 호전적 입장을 명확하게 밝혔다.

하지만 이런 사실로, 전쟁광 루스벨트와 평화주의자 윌슨이라는 도식을 그려 버리는 것은 성급한 생각이다. 사실 윌슨은 1915년 말에는 이미 중립 방침을 수정하기 시작하여, ‘전쟁을 회피한 남자’라는 선전 문구를 내걸었던 1916년 1월부터는 Preparedness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전국 순회 연설을 시작했다. 그런 배경에는 독일이 영국의 여객선 루시타니아호를 격침해 128명의 미국인이 목숨을 잃은 사건 등이 있었다. 어쨌든 루스벨트와 윌슨의 ‘대립’처럼 보이는 것은, 전쟁이라는 기준으로 보면, 각각의 이미지가 만들어내는 환상에 불과하다.

유럽에서의 전쟁이 루스벨트 대통령 시대에 발생했다면 미국은 영락없이 참전했으리라 보이지만, 이 시대의 대통령이 윌슨이었던 덕분에 전쟁이 다소 나아졌다고 할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다. 오히려 윌슨을 둘러싼 평화주의 이미지가 참전을 미담―미국이 전쟁을 종식해 세계에 평화를 가져왔다―으로 전승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어 버린 점에서, 그 일은 제1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의 폭력을 제대로 서술하기 어렵게 만들어 왔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윌슨은 1916년의 국가 방위법 제정을 비롯해, 현대까지 이어지는 전쟁 국가 미국의 초석이 되는 법적․문화적 ‘전쟁 대비’ 태세를 착실히 정비해 나갔다. 예를 들면 윌슨은 막 참전한 1917년 6월에, 여러 차례 개정을 거쳐 현재까지 존속하는 간첩 활동법Espionage Act를 제정한다. 여기서 말하는 ‘간첩’이란, 우리가 상상하는, 그 ‘간첩’과는 거의 관계가 없다. 이 법은, 오로지 국내에서 반체제적 언론 활동을 펼치는 분자를 구속하기 위한 법률이다. 전쟁 중 일본은 이 법률을 ‘치안 유지’라는 명목으로 정당화했지만, 지금도 ‘간첩’이라는 표현을 동원해, 유사한 통제를 시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1917년 6월에 통제할 필요가 있었던 ‘반체제적’인 의견이란 뭘까. 물론 전쟁 반대다. 그러면 반전은 정확히 어느 지점부터 반체제적인 것으로 판단될까. 그것은, 체제 측이 그때마다 자의적으로 정하는 것이다. 역사가 아담 혹실드Adam Hochschild가 논변하듯이, “전쟁은 어느 시대나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한 구실”인 것이다. 간첩 활동법은, 예전부터 정부에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지만, 체포할 법적 근거가 없어 그저 괴롭히는 정도에 그쳤던 인물을 ‘간첩’이라고 인정하고 수감하기 위한 구실로 제정된 것이다.


■ 강제적 지원주의

미국이 독일에 선전 포고한 것은, 1917년 4월이지만, 참전한 이상 승리해야 하는 법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물론 많은 군대, 바로 많은 병사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한 법 정비에서 중요한 것이, 1917년의 선발 징병법Selective Service Act이다. 이 법률이 직접적으로 요구한 것은, 스물한 살부터 서른 살까지의―뒤에 수정으로 열여덟 살부터 마흔다섯 살까지의―남성 전원이 징병 등록할 것, 다시 말해 지역별 관청에 찾아가 군 명부에 등록하는 서류를 작성하는 것이다.

이 포고에서 윌슨은, 징병 등록을 소홀히 한 자는 1년 미만의 금고형에 처한다고 명언한다. 이 법적 강제력을 상징한 것이, 바로 서두에서 본 Uncle Sam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벌칙에 의한 강요보다도 주목해야 할 것은, 당시 윌슨이 동원한, 좀 더 유연한 일련의 설득 전략이다. 그는 당시, 징병 등록을 하고 참전하는 것은 ‘의무’obligation이며, ‘책무’duty이며, ‘희생’sacrifice이며, ‘헌신’devotion이라고 반복해 언급했다.

윌슨 왈―이 전쟁은 막대한 희생을 치를 수 있으며, 참으로 우울한 의무이기도 할 것이다. 이 사상 최악의 전쟁에, 우리나라의 ‘평화를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국민을 끌어들이는 일은 실로 두려운 일이다.’ 그런데도 왜 참전해야 할까. 그것은 ‘권리야말로 평화보다 더 존중되어야 할 가치’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민주적이고 평화로운 삶을 누릴 권리를 수호하기 위한 참전은, 전쟁을 막는 것보다 더욱 중요하다.

여기에는, ① 미국의 민주주의와 평화가 위협받고 있으며, 동시에 ② 그 위협을 배제하기 위해서는 전쟁이 필요하다는, 두 가지 인식이 있다. 그러나 왜 유럽이라는 원격지 전쟁이 미국의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협하게 될까? 물론 누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소환되는 것이, ‘세계’라는 관점perspective이다. “민주주의가 안전한 세계로 만들어야 합니다. 세계의 평화는, 정치적 자유에 의해 확고하게 뒷받침되는 기반 위에 구축되어야 합니다.”

민주주의와 평화는 하나이며, 이것이 전 세계를 통어해야 한다. 그것이 위협받을 때, 그곳이 세계 어디라도, 미국은 전쟁을 결단한다는 말이다. 이윽고 이 논리는, 미국이 단독으로 비민주적이고 비평화적이라고 간주한 지구상의 모든 영역에 대한 군사 개입을 필연으로 만드는 결과를 낳게 된다.

그리고 정의 국가인 미국에는, 또한 그 국민에게는, 그런 참전을 거부할 권리는 없다. 다만, 윌슨에 따르면, “우리는 원하지 않는 사람들을 징집할 의도는 조금도 없다. 이것은 오히려, 하나로 뭉쳐 지원한 국민 가운데에서 선발하는 일이다.” 전쟁이란, 이를 꺼리는 국민을 강제로 전장에 보내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국민이 자발적으로 지원하는 형태여야만 한다.

연구자들은 이 사상을, ‘강제적 자발주의’coercive voluntarism로 칭해 왔다. 이리하여 징병 기피자들은 slacker, 바로 ‘저항자’가 아니라 ‘게으름뱅이’라고 경멸적으로 불리며 공격을 받게 되었다.

이 ‘강제적 자발주의’는 징병 등록을 하고 전선에 투입되는 병사인 남성에게만 지워지는 것은 아니었다. 제1차 세계대전은 병사만이 아니라 국가의 전 자원이 동원된 총력전total war이며, 거기에는 후방의 여성들에게도 ‘전쟁 대비’가 요구되었다. Uncle Sam의 변종으로 미국인 여성을 전쟁의 수호 여신으로 그린 포스터가 대량으로 제작되어, 전 국민에게 어떤 형태로든 전쟁에 봉사하도록 압력을 가했다.

“애국자가 되십시오 — 조국의 식량 절약 서약에 서명하십시오!”

이런 흐름 속에서 윌슨은 그동안 단호히 거부해 온 요구에 대해 양보해야 할 상황에 내몰린다―그렇다, 여성에 대한 참정권 부여다.

참전 4개월 뒤, 백악관 앞에 참정권을 요구하는 여성들이 운집했다. 여기서 문제는, 그녀들의 시위가 반전 운동과 합류하고 있었던 점이다. 반전 운동이란 뭐였던가? 그렇다, ‘간첩 활동’이다. 이리하여 이 시위로 10명의 여성이 체포되게 되었지만, 물론 이것으로 사태의 진정은 기대조차 할 수 없었다. 윌슨이 투표권에 관해 정한 헌법 제19조의 수정을 의회에 제안한 것은, 그로부터 약 1년 뒤였다.

 “이번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저의 의무이며, 그 승리를 방해하는 모든 장애를 없애는 일 또한 저의 의무입니다.” 그는 참정권을 부여하지 않는 한 반전 태도를 바꾸지 않으리라 보이는 ‘장애’를 제거하기 위해, 마지못해 미국 대통령의 책무를 수행하기로 한 것이다.


■ 정치적 선전 영화 탄생

프로파간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에, 아마도 긍정적 이미지를 지닌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 프로파간다는 교묘한 말로 사람들을 기만하고, 정치적으로 그릇된 방향으로 부추기는 서사다―그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문화사 연구에서는, 정치적 연설도, 미디어의 보도도, 영화와 같은 허구도, 현실을 편집하여, 수용하는 사람의 사상․감정․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그것들 모두 동일한 ‘서사’로 간주한다. 달리 말하면, 문화사의 연구에서 ‘프로파간다’라는 용어는 비난의 표현이 아니다. 서사가 프로파간다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이러한 입장을 견지할 때, 전쟁 영화는 당연하지만 모두 프로파간다 영화가 되는 셈이다. 실제로 나는 그런 마음의 준비로 모든 영화를 본다. 그러나 제1차 세계대전 중에 한해서는, 독일에서, 프랑스에서, 그리고 영국에서, 명확히 ‘프로파간다 영화를 만들자’라는 동기를 바탕으로 프로파간다 영화가 많이 제작되었다. 그런 의도의 핵심은, 중립국을 확보하는 데 있었다. 그리고 이때, ‘중립국’이라는 표현으로 지칭되고 있었던 나라는, 바로 미국이었다.

그중에서도 프로파간다 영화로 성공을 거둔 나라는 영국이다. 영국은 1914년 8월 참전 1개월 뒤, ‘웰링턴 하우스’(Wellington House)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영국의 전쟁 선전국(War Propaganda Bureau)을 설치했다. 그리고 최초의 프로파간다 영화의 제목은 바로 『Britain Prepared』라는 것으로, 이 영화가 ‘전쟁 대비 운동’을 추진하고 있던 1916년의 미국인에게 강하게 어필했다. 초기에는 이러한 영화들이 의심스러운 작품으로―아니, 정확히 말하면 노골적인 선전 영화 그러니까 프로파간다 영화라고―여겨져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으나, 훗날 미국 시장에서 하나의 주요 장르로 자리 잡게 된다.

영국이 프로파간다 영화를 제작한 최대 목적은 미국의 참전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그 목적이 달성된 시점에서 임무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특히 미국이 1917년 4월에 참전을 결단한 뒤, 영국의 표적은 엘리트층에서 대중으로 이동하게 된다(그 과정에서 탄생한 대스타 가운데 한 명이 찰리 채플린이었다).

이처럼 대중 어필이라는 목적 아래, 1916년부터 영국 전쟁 선전국의 영화위원회(War Cinematograph Committee)를 총괄하고, 모든 프로파간다 영화를 혼자 도맡아 하고 있던 맥스 에이트켄은, 이미 명성을 공고히 하고 있던 미국인 영화감독 데이비드 와크 그리피스에게 영화 제작을 의뢰하게 된다.


■ 전쟁과 사랑 이야기

그리피스의 무성 영화 「Hearts of the World」에는, 중심 서사에 앞서 도입부가 마련되어 있다. “부디 이 짧은 프롤로그를 관대히 봐 주시길 바랍니다. 이것 자체로는 별다른 흥밋거리가 없으며, 다만 미국의 한 감독이 총탄이 날아다니는 실제 전쟁터를 촬영할 수 있도록 허가받았다는, 매우 이례적인 사실을 증명해 보이기 위한 것뿐입니다”, 이러한 메시지가 표시되고(무성 영화이기 때문에 문자가 화면 전체에 나타난다), 이어서 포탄이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가는 전선 인근의 참호로 카메라를 반입하는 그리피스의 모습이 나오고, 마지막으로 감독이 당시 영국 총리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와 굳게 악수하는 컷으로 마무리된다.

이 1분가량의 프롤로그는, 이 작품이 영국 정부에 의해 프랑스의 최전선 출입을 허가받음으로써 비로소 제작될 수 있었던 공식적인 산물임을 드러내고 있다. 원래 프로파간다 영화가 기피되던 시대도 있었던 사실은 앞에서 썼지만, ‘프로파간다는 나쁜 것이다’라는 이미지는 서서히 불식되어 가고, 반대로 정부의 공인하에 제작된 영화는 전쟁의 실상을 시민들에게 전하는 정당한 정보원으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그런 전환을 성공시켰던 인물이, 그리피스에게 영화 제작을 의뢰한 에이트켄이었다.

TV가 없었던 제1차 세계대전 중, 대중은 신문 같은 인쇄 매체 외에도, ‘뉴스릴’newsreel로 불린 뉴스 영화를 영화관에서 관람함으로써 전장의 정보를 얻고 있었다(TV로 전쟁이 보도되게 된 것은 베트남 전쟁부터다). 프로파간다 영화는 실제의 전쟁 영상을 많이 사용했기 때문에, 애당초 뉴스 영화에 의한 ‘보도’와 프로파간다 영화의 ‘서사’는 정확히 식별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프로파간다 영화는, ‘역사’와 ‘서사’, 나아가 ‘현실’과 ‘허구’ 사이의 경계가 얼마나 불분명한지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장르라 할 수 있다.

그러한 뉴스 영화에도, 지나치게 긴 프로파간다 영화에도, 싫증을 느끼기 시작한 대중에게 어필하기 위해, 선전가들은 ‘핵심 장면’만을 잘라내어 짧은 영상으로 만들어 판매하기도 했지만―그 상황이 현대의 쇼트 영상과 너무나도 흡사해 웃음이 나올 정도이다―, 동시에 영국 정부는, 장편 영화이면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거대 서사를 원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다수의 관객이 자연스럽게 감정 이입할 수 있는 서사를 구성하는 능력으로 명성이 높았던 그리피스가 발탁되었다고 할 수 있다.

대중의 심리에 호소하려 한 「Hearts of the World」의 플롯은, 고대 그리스 시대 이래 전형적으로 반복되어 온 전쟁 서사와 연애 서사의 단순한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략 이런 식이다―프랑스의 한 작은 마을에서, ‘평화의 거리’라는 이름의 길을 사이에 두고 두 미국인 가족이 살고 있다. 두 가족의 젊은 남녀가 사랑에 빠진다. 이윽고 약혼한 무렵에 전쟁이 발발하여, 그들의 결혼을 방해한다. 물론 결국에는 승리하게 된다. 그리고 해피엔딩이다.

전쟁이 시작된 시점에서 남자는 ‘중립국’ 미국의 아들인 셈이지만, 행복한 결혼 생활이 약속되어 있음에도, 그는 자원해 전쟁에 지원한다. 지원 동기를, 영화는 “미국 시민이지만, 살 만한 가치가 있는 땅은 싸울 만한 가치가 있는 땅이라고 믿고, 그는 이별을 고하고, 프랑스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이라고 부자연스럽게 설명하고, 그가 바로 윌슨이 주장한 ‘자발적 지원’이라는 이상을 체현하는 인물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Uncle Sam의 동원이 필요하지 않은 전사인 남자는, 영국과 프랑스가 미국인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프로파간다)를 구현한 존재다.

그런 미국인 남성을 사랑하는 미국인 여성에게 요구되는 것은 뭘까. 그렇다, 후방에서의 헌신이다. 남자가 전선에서 쓰러지고, 독일군의 침공으로 점령당해 가는 마을에서 여자는, 후방에 머물기는커녕, 놀랍게도 홀로 전선으로 향한다. 그런 결단을 내리는 영화 속 장면은, 바로 당시 미국에서 여성을 전쟁에 모집하기 위해 사용되던 포스터와 동일한 상징 구조를 가진다.

나중에 독일 병사를 칼로 찔러 남편을 구하기까지 하는 그녀는, 병역 기피자이자 간첩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맑고도 용감한 ‘마음’으로 ‘세계’에 자유와 평화를 가져오고자 하는 여신과도 같은 존재이다.

독일군에 점령된 마을에서 여성은 강제 노동에 종사하게 되고, 그곳에서 힘없는 그녀는 독일 병사에게 채찍으로 매질을 당하고 겁탈당한다. 물론 이러한 독일군의 잔학함은 미국인의 동정을 사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광고에서도 독일 병사의 여성에 대한 폭력이 부각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악역으로 등장하는 에리히 폰 슈트로하임이 전선을 물러난 첩보부 사람이라는 설정이다. 그의 직무는 적국의 프로파간다 활동의 방해․저지이며(방첩이라 한다), 그것은 곧 이 「Hearts of the World」라는 프로파간다 영화의 적 그 자체인 셈이다.

영화 종반, 그들의 마을을 포함한 프랑스가 궁지에 몰리고, 두 사람도 자칫 동반 자살에 이를 듯이 보이지만, 이 위기를 해결하는 것은, 바로 미국의 참전과 파병이다. 이리하여 연합군은 승리하고, 거리에는 미․영․프의 국기가 펄럭이고, 영화는 그 모습을 미소로 바라보는 우드로 윌슨의 초상을 비추며 막을 내린다. 우리는 그 다정해 보이는 허상의 이면에서, 미국을 전쟁 국가로 내몰아 온 실상, 곧 ‘Uncle Sam’의 모습을 읽어내야 한다.

※
‘14개조 평화 원칙’을 제창한 윌슨이 평화주의자라는 이해는, 물론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나는 이 글에서, 마음만 먹으면 ‘윌슨은 이렇게 훌륭한 평화주의자였다’라는 문장을 쓸 수도 있었다. 다시 말해, 윌슨과 제1차 세계대전 같은 현상을 설명할 때, 그것은 사물의 한 측면을 잘라내어 제시한 이야기일 수밖에 없으며, 바로 그 점이 곧 ‘모든 것은 프로파간다다’라는 말이 지니는 의미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사태의 어떤 한 측면을 보고 있는지, 또 어떤 식으로 편향된 한 단면을 보고 있는지를 자각하는 일이다. 곧 이 세상에는 중립적인 서술도 중립적인 이해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전제 위에서, 모든 서사를 검토하는 것이다. 편향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악인 것은 아니다. 그것은 무엇인가를 인식하고, 무엇인가를 서술하기 위해 꼭 필요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모든 말을 반신반의하며 들어야 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우리는 최종적으로, 어떤 견해를, 어떤 정치적 입장을, 선택할 필요에 직면한다. 그러면 어떻게 선택하면 좋을까―그것은 물론 개인의 자유다. 다만, 그 서사가 폭력을 긍정하고 있는지 아니면 부정하고 있는지, 오직 그것만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강력한 지침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의 신념이다.
(『세카이』, 202603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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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라지고 잊혀진 군함들과 잠수함들 필명제로 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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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대통령의 검찰개혁에 대한 우상호의 증언 (1) kenosis 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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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함수 우현 앵커를 활용한 예인 여부 검증 (83) 버팔로772 2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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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경찰서의 '입건 전 조사 종결' 처분에 대한 위법... 시골목사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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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관위 임차서버 보안 취약점(C 컴파일러 탑재) ... 시골목사 2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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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등하는 주택 가격 ― 금융화하는 내 집 마련 주택 ... 김종익 8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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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옛날에는 이명박과 박근혜가 TV에 등장하면 kenosis 4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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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추석과 임진강…강은 흐르는데 사람의 길은 막... 임두만 8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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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등하는 주택 가격 ― 금융화하는 내 집 마련 주택 ... 김종익 7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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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등하는 주택 가격 ― 금융화하는 내 집 마련 주택 ... 김종익 5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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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해저에서 수중발레 중인 기괴한 천안함!! (58) 버팔로772 6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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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1차충돌 지점」의 수심과 해저면에 대하여 (65) 필명제로 6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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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함미 수병들은 왜 몰살 당했나(2) / 개방된 ... 버팔로772 5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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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관위 임차 서버 내 Java 및 C 컴파일러 탑재와 ... 시골목사 5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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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터빈실 우현 접힘현상 원인 분석 버팔로772 5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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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대 대선 개표 전산 조작 의혹 수사 요청서 시골목사 5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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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관위 제9회 지방선거 시스템 보안 규정 위반 및... 시골목사 6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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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1차 충돌론을 왜곡한 비판에 대하여 (50) 필명제로 6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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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하루만에 왜곡된,「1차충돌의 충격」설명글 필명제로 5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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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 민원 회신에 대한 반박 의견서 Ⅱ 시골목사 6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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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 결산] ‘18년 광야’ 끝 당권 잡은 김민석…승... 임두만 6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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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각본은 최민희가 도망간 김어준을 국회에 불러 kenosis 6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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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1차·2차 충돌론 비판에 대한 답글/ 검증자... (3) 버팔로772 6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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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1차·2차 충돌론 비판에 대한 답글 (5) 필명제로 6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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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의 죽창가 (1) kenosis 6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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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81주년, 우리의 나아갈 길은 무엇인가? 시골목사 6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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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정치판을 뒤흔드는 신천지의 전략 kenosis 6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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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외롭게 싸운 가네코 후미코(金子文子) ④ 김종익 6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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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 간부 국용호를 찾아왔던 정청래의 처남 김도삼... (1) kenosis 6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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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1차 충돌과 2차 충돌에 대한 보완적 설명 (1) 필명제로 6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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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외롭게 싸운 가네코 후미코(金子文子) ③ 김종익 6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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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2027 절기 코로나19 화이자 백신 172,272,000,00... 시골목사 6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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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외롭게 싸운 가네코 후미코(金子文子) ① 김종익 7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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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당원명부와 신천지 교인명부를 대조해보면 된... (2) kenosis 7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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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가 참석한 노벨길명명식은 신천지행사가 맞다 kenosis 6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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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와 이지은의 볼콕을 능가하는 선거전략이 있나... (2) kenosis 6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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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입에 달린 국힘 397억 반환…당사의 정치학 국제신문 7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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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필명제로님의 1차 우현 하부 충돌론 검증 (33) 버팔로772 7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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