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 정치 현실은 냉정하다
(WWW.SURPRISE.OR.KR / 임두만 / 2026-02-10)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잠실실내체육관 정치콘서트가 주최측 추산 청중 2만여 명을 동원, 성공했다는 자평이 나온다.
이는 한동훈의 팬덤이 만만치 않다는 증거로 한 전 대표의 정치복귀 의지가 강하므로 추후 그의 세력이 보수정치권 주료가 될 수도 있다는 환상을 이들이 가질 수 있다. 정치에서 팬덤은 대단히 큰 자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팬덤만으로 정치는 완성되지 않는다. 유료 행사에 수천 명이 모이고, 티켓이 빠르게 판매되는 현상은 이런 자신감을 가질 수 있으나 이 정도의 청중 동원력은 이미 김어준이 선보인 바 있으며, 통일교나 신천지 등 이른바 이단 종료세력은 여러차례 이보다 더한 청중 동원력을 증명한 바 있다.
결국 한동훈의 지지층은 결속력 있는 ‘관객’에 가깝지, 거리 정치와 조직 동원에 능한 ‘행동 집단’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한국 보수 진영에서 대중 동원력을 논할 때 흔히 거론되는 전광훈 목사나 손현보, 전한길 등이 이끄는 이른바 ‘아스팔트 보수’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이들은 메시지의 호불호와 별개로, 실제 거리 집회와 조직 동원에서 검증된 세력을 갖고 있다.
반면 한동훈의 동원력은 실내 행사, 그것도 유료 콘서트 중심이다. 이는 정치적 영향력이라기보다 ‘티켓 파워’에 가깝다. 소비되는 인기와 투표로 이어지는 지지는 다르다. 더 나아가 당을 만들고, 지역 조직을 꾸리고, 후보를 내고, 선거를 치르는 정당 정치의 문법은 팬덤 정치와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더 큰 현실은 제도권 정치다. 한국 정치에서 전국 단위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결국 정당이 필요하다. 현재 한동훈이 의지할 수 있는 기반은 사실상 국민의힘뿐인데, 그와 당의 관계는 이미 크게 훼손된 상태다. 당의 주류 흐름과 결이 다른 인물을 쉽게 복귀시킬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렇다면 자력 창당이 대안일까. 여기서 현실의 벽이 더 높아진다. 신당 창당은 이미지와 인기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자금, 조직, 인물, 지역 기반, 그리고 무엇보다 선거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최근 10여 년간 수많은 ‘제3지대’ 시도가 있었지만, 지속 가능한 세력으로 남은 사례는 드물다.
따라서 이 팬덤이 정치적 세력화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전혀 다른 차원의 질문이다. 즉 단시간에 5만~10만의 청중동원이 가능한 통일교나 전광훈 세력이 정당을 창당하고 현실정치권이 뒤어들었을 때 보여줬던 득표력을 보면 팬덤의 정치적 힘을 알 수 있다.
정치 메시지도 문제로 지적된다. 대형 행사를 열어 놓고도 국가 비전이나 구체적 노선, 향후 정치 로드맵이 분명히 제시되지 않는다면, 이는 지지자 결집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다. “끝까지 해보자”는 구호는 투쟁의 언어이지, 통치의 언어는 아니다.
정치는 결국 명분과 숫자의 결합이다. 명분만 있고 숫자가 없으면 운동에 그치고, 숫자만 있고 명분이 없으면 오래가지 못한다. 지금의 한동훈은 명분도, 숫자도 모두 애매한 지점에 서 있다는 냉정한 평가가 나온다.
“다시 돌아오겠다”는 선언은 정치인의 의지로는 가능하다. 그러나 복귀는 본인의 결심이 아니라 정치 환경과 유권자의 선택이 만든다. 현재로선 그 환경이 우호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정치의 세계는 잔인할 만큼 현실적이다.
팬덤은 환호를 보내지만, 권력은 계산한다. 한동훈의 앞길에 필요한 것은 또 한 번의 흥행 이벤트가 아니라, 냉정한 자기 점검과 정치적 설계일지 모른다. 그렇지 않다면 ‘복귀 선언’은 의지의 표현을 넘어, 실현 가능성 낮은 정치적 수사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