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통일교 로비 의혹, 윤영호의 ‘말 바꾸기’와 언론의 실태
(WWW.SURPRISE.OR.KR / 임두만 / 2025-12-15)
통일교의 정치권 로비 사건이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결국 통일교의 정치권 로비 의혹은 단순한 종교 비리 사건이 아니라는 말이다.
현재 드러나고 있는 통일교와 신천지 등의 종교단체의 행태를 보면 정교분리라는 헌법 원칙이 어떻게 유린되어 왔는지, 그리고 권력과 종교, 언론이 어떤 방식으로 결탁하거나 방조해 왔는지를 드러내는 거울이다. 그 중심에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있다.
▲ 통일교 한학자 총재와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폭로자’에서 ‘전략적 침묵자’로...침묵은 전략이 되고, 침묵은 공모가 된다. 윤 전 본부장의 ‘폭로’와 ‘침묵’에 언론들의 오락가락...이를 노린 것인가?
윤영호는 한때 통일교의 정치권 로비 실태를 가장 적극적으로 증언한 인물이었다. 특검 조사에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 인사들에게 금품이 전달됐다는 진술은 정국을 뒤흔들었다. 특히 윤 전 본부장의 입에서 현 이재명 정권 인사들의 이름이 나오자 언론들은 물만난 고기마냥 살아서 펄쩍펄쩍 뛰고 있다. 도처에서 [단독]을 달고, 자그마한 꼬투리라도 큰 기사인양 침소봉대가 난무한다.
앞서 국민의힘, 윤석열 정권과의 밀착 정황이 드러나고 한학자, 권성동이 구속되고 김건희에게 전달된 금품이 결국은 통일교가 정교분리의 원칙에서 벗어나 윤 정권과 정교일치를 노렸음이 느러났음에도 레거시 언론들은 거기까지 나가기를 매우 꺼려했다.
그러나 국면은 돌연 바뀌었다. 윤영호가 재판정에서 이재명 정권 사람들의 이름을 거론하자 이를 기화로 언론들은 통일교의 ‘정교일치’ 작전이 이재명 정권에서 시작된 것으로 오인할 수 있을만큼 모든 화살이 이재명 전재수 정동영으로 향했다.
이들의 이름이 나오자 작동한 ‘확성기’... 법정에서 윤영호가 민주당 관련 실명을 입에 올리자 일부 언론은 이미 던져진 의혹을 기정사실처럼 유통시켰고, 확인되지 않은 예고성 발언은 기사로, 제목으로, 정치적 공격 도구로 소비됐다.
이 흐름을 끊은 것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개적 경고였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수사하라.”
“종교 재단이라 하더라도 불법이 있다면 해산까지 검토하라.”
이후 갑자기 윤영호가 말을 아끼기 시작했고, “오해가 많다”, “만난 적도 없는 사람에게 금품을 줬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스스로의 과거 진술을 흐리기 시작했다. 권성동 의원에게 1억 원을 건넸다는 기존의 인정조차 증언을 거부하는 태도로 선회했다.
폭로자는 왜 침묵했는가. 진실이 사라졌기 때문이 아니라, 전략이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통일교 관계자가 했다는 “대통령이 그렇게 때리면 한 발 물러설 수밖에 없다”는 대목은, 침묵이 양심이 아니라 계산의 결과임을 자인한 것이나 다름없다.
윤영호의 입은 닫혔지만, 그 침묵은 진실의 부재가 아니라 협상과 압박, 이해관계의 산물로 읽힌다. 이에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윤영호의 세치 혀에 전국민이 농락당했다”고 비판한다. 과연 우리 사회는 어떤 특정한 인사의 혀에 놀아날만큼 가벼운가?
문제는 단지 한 개인의 진술 신빙성이 아니라, 그 진술을 필요에 따라 확대·축소한 언론, 그리고 그 언론소비자들의 소비구조다. 결국 언론이 문제라는 말이다.
언론은 감시자인가, 확성기인가? 이번 사태에서 언론은 스스로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왜 특정 정권과 정당을 향한 의혹에는 신중을 가장하면서, 왜 특정 이름이 거론되는 순간에는 검증보다 속도를 택했는가.
정교유착은 어느 정당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러나 의혹의 무게를 정파에 따라 달리 재는 순간, 언론은 감시자가 아니라 정치의 일부가 된다.
필요한 것은 침묵이 아니라 전면적 진상 규명이다. 통일교는 과거에도, 그리고 이번에도 권력의 문을 두드리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그 과정에서 헌법과 질서가 훼손됐다면, 종교라는 이름은 면죄부가 될 수 없다.
윤영호의 침묵은 사건의 끝이 아니다. 오히려 시작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선택적 폭로도, 전략적 침묵도 아니다. 여야를 가리지 않는 전면 수사와, 언론의 책임 있는 검증이다. 정교분리는 선언이 아니라, 실천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