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자유주의 정치로 전환
(WWW.SURPRISE.OR.KR / 김종익 / 2025-08-08)
미우라 마리三浦まり
일본의 정치학자, 행정학자. 전공은 현대 일본 정치, 비교 복지 국가 연구.
■ 30년 전쟁
젠더 평등을 향한 공격은 몇 번이나 반복되었지만, 현재 세계적으로 벌어지는 공격의 원류는 199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4년 카이로 인구 회의와 1995년 제4회 세계 여성 회의(베이징 회의)에서, 성과 생식에 관한 권리와 젠더 관점의 주류화, 남녀 수의 균등 같은 정책 목표가 제기되자, 거기에 대한 반동이 빚어졌다. 그 대표적 논자 가운데 한 명인 데일 오리어리Dale O'Leary는 1997년에 『The Gender Agenda : Redefining Equality』를 간행하고, 그 뒤 전개되는 반젠더 공세의 기본적인 생각의 틀을 세계에 널리 퍼뜨렸다. 20대 때에 제2세대 페미니즘을 직접 목격한 그녀는, 남녀 평등에는 찬성하면서도, 가부장제 타도를 지향하는 급진적 여성주의에 반발하고, 나아가서는 1990년대에 유엔의 젠더를 둘러싼 논의를 저널리스트로 취재하는 가운데, 반젠더 논객으로 선명한 입장을 갖게 된다. 반젠더의 주된 논점의 원형을 이 책에서 찾을 수 있다.
젠더는 사회적으로 구축된 성차를 의미하며, 그 성차에서 벗어나 사회에 구축된 제도화된 성차를 허물어 젠더 평등을 지향하는 움직임이 유엔을 중심으로 1990년대에 들어 가속되어 가자, 가톨릭의 총본산인 바티칸은 젠더 개념이 학술적인 분석 개념에 머물지 않고, 사회 해체를 기도하는 이데올로기라는 논의를 전개하게 된다. 거기서 젠더 이데올로기, 젠더 이론, Genderism 같은 명칭이 만들어졌다. 젠더라는 개념을 헤게모니 투쟁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헤게모니를 탈환하는 운동이 구상되었다. 사상 문화적 헤게모니를 다투는 투쟁이기 때문에, 문화 전쟁으로도 부르는 일도 가능하다. 운동이라는 자연 발생적인 뉘앙스가 있는 말보다, 공세(캠페인) 쪽이 사태를 정확하게 나타낼 것이다.
쟁점의 중심에 위치하는 것이 성과 생식 권리와 전통적 가족이다. 구체적으로는 중절과 동성애가 사회적․법적으로 용인되는 것에 대한 위기감이 있었다. 나아가서는 트랜스젠더와 논바이너리non-Binary(기존의 이분법적인 성별 구분Gender binary을 벗어난 종류의 성 정체성이나 성별을 지칭하는 용어 – 역주)한 정체성도 또한, 생물학적으로 인간은 남녀 두 가지로 분류되고, 그것은 ‘자연’이고 불변적이라는 이데올로기를 신봉하는 쪽과 양립할 수 없기에 공격 대상이 되었다. 젠더 개념을 확장하는 교육과 연구가 주전장이 되어 갔다.
현재, 트럼프 정권이 DEI와 트랜스젠더의 권리를 제한하려고 하는 것도, 30년 이상의 반젠더 공세의 연장선 위에 있다.
■ 프랑켄슈타인과 반자유주의 정치
1990년대의 시대 배경 속에서 반젠더 공세가 탄생했다는 의미에서는, 진전에 대한 반동으로 반발이 일어났지만, 그 뒤 세계적인 반젠더 공세가 반드시 반동으로 일어난 게 아니라는 것이 연구자들의 지적이다. 그리고 처음에 가톨릭교회가 중심 역할을 맡았던 반젠더 공세는, 현재는 다양한 수완가가 비집고 들어오는 세계적인 현상으로 변모해 갔다.
반젠더 공세 연구를 견인해 온 Sonia Korea, 데이빗 파테르노트David Paternotte(벨기에 사회학자, 젠더 연구자. 브뤼셀자유 대학교 교수 – 역주), Crea house(성평등과 인권 증진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로, 특히 성, 젠더, 그리고 권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 – 역주)는 이 현상을 네 개의 세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제창한다. 앞에 기술한 1990년대의 움직임이 제1세대, 2000년대의 제2세대의 시대에는 ‘젠더 이데올로기’라는 사고방식이 출판과 강연 등을 통해 세계적으로 퍼지고, 더욱이 2013년의 전환점을 거쳐 제3세대로 돌입한다. 이 시기는 프랑스에서 동성혼 반대 운동이 퍼지고,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로 운동이 비화한다. 가톨릭 이외의 기독교 세력도 깊게 관여하고, 브라질, 스페인, 이탈리아에서는 우익 포퓰리스트의 정치 전략으로 도입된다. 현재는 제4세대에 해당하며, 반젠더 공세는 북미와 오스트레일리아,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를 포함하는, 바야흐로 세계적 전개를 보인다. 전통적인 리버럴․좌파 진영의 일부 ― 노동 운동과 트랜스젠더를 배척하는 페미니즘 ― 도 또한, 반젠더 공세의 일원이 되었다.
파테르노트는 이런 현상을 ‘프랑켄슈타인’으로 부른다. 이 유명한 괴물을 만들어낸 인물은 프랑켄슈타인 박사이며, 괴물은 이름이 없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괴물의 이름이 프랑켄슈타인이라고 오해된다. 마찬가지로, 반젠더 공세의 창시자였던 가톨릭교회의 초기 의도를 넘어서, 현재의 반젠더 공세는 잡다한 이데올로기와 입장을 수용하고, 주체도, 공격 대상도, 사상도, 지역이나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정치 현상이 되었다. 공통하는 것은 반자유주의적 정치 운동이라는 점이다.
포퓰리즘과 반젠더 공세의 상성이 좋은 것은, 공포심과 moral panic을 자양분으로 삼아 포퓰리즘이 성장하기 때문이리라. 포퓰리스트가 좋아하는 적과 아군, 엘리트와 민중, 자국과 타국이라는 이분법의 세계관에서, 페미니즘과 LGBTQ는 사람들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온 사회 질서를 위협하는 존재로 위치가 정해진다. 포퓰리즘은 남녀 이원론으로 이루어지는 생물학적 본질주의와 친화성이 있고, 성이 스펙트럼(애매한 경계를 지닌 채 연속하는 것)이라는 과학적 식견을 부정한다. 반엘리트, 반과학, 반지성주의가 연계되어, 음모론이 파고들 여지를 넓힌다.
포퓰리즘 정치는 늘 희생양이 필요하기에, 젠더라는 상징이 알맞은 재료를 제공한 거지만, 반젠더가 구체적으로 뭐를 의미하는가는 문맥에 따라 변한다. 이제는 표적이 젠더 평등만이 아니다. 유럽에서는 반젠더 공세가 이민자 배척 운동과 반EU 운동과 미국에서는 비판적 인종 이론에 대한 반대 운동과 융합하고 있으며, gender free는 공산주의라는 언설은 2000년대 전반 일본에서도 자주 사용되었다. 각 국가의 문맥에서 악마화할 대상과 젠더를 결합해, 자신을 피해자 입장에 세움으로써, 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반자유주의적 정치 운동의 주체가 보면, ‘반젠더’의 목표가 다른 층을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상징성을 가지는 것에, 그 가치를 찾는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민주주의 후퇴는 미국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관찰되는 현상이지만, 전제적인 지도자가 젠더 개념을 공격하는 것은, 그것이 지지 기반 강화에 도움이 됨과 동시에, 젠더 개념이 권력 구조를 폭로하는 유효한 분석 개념인 것을 두려워하는 게 틀림없다. 남성과 여성에 다른 역할과 권력을 분배하는 젠더 질서를 다시 묻는 작업은, 모든 권력 질서를 비판적으로 파악하고, 자유롭고 개방적이고 평등한 방향으로 바꾸어 가는 시도의 일환이다. 그렇기에 젠더 연구의 탄압은 전제 정치로 향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된다.
민주주의 후퇴를 막으려면, 반젠더가 권력을 다지기 위한 도구로서 유효하게 작용하는 역학을 통찰하는 것을 통해, 비판의 표적이 된 사람들의 탄압과 배척 위에 형성될 전제적 정치에 항거하는 길을 계속 탐색해야 한다.
(『세카이』, 202508월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