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평화, 이제 시간이 없다 ③
아우슈비츠 해방 80주년에

(WWW.SURPRISE.OR.KR / 김종익 / 2025-08-05)

모가미 토시키最上敏樹
1950년생. 바젤 대학(유럽 국제 문제 연구소) 객원 교수. 국제기독교대학 교수. 동 대학 평화연구소 소장을 거쳐, 동 대학 명예 교수. 와세다 대학 명예 교수.
국제법, 국제기구론, 평화 연구 전공.
『유엔 시스템을 넘어서』『국제기구론』 『인도적 개입』 『유엔과 미국』 『국경 없는 평화로』 『지금 평화란』 『국제 입헌주의 시대』 등의 저서가 있다.

■ 멈춰야 할 시간

다양한 역사 창작이 있고, 이루어져서는 안 되는 결정이 이루어지고, 보내서는 안 되는 지지를 보내고, 팔레스타인은 현재의 이상한 사태인 상태로 왔다. 그것은 인도에 반하는 죄의 산이며, 제노사이드이며, 인간의 비인간화다. 국제법에서 긍정적일 것 같은 행위는, 폭력에 의한 건국도 포함해 거의 없다.

“이스라엘만은 예외”라는 식의 표현이 종종 행해진다. 그런 판단이 정당하기 때문이 아니라, 이스라엘을 거의 폭력적으로 지원하는 나라들이야말로, 이스라엘의 폭력을 말리는 나라나 사람들이 없다는 의미에서이다. 이스라엘은 “역사를 초월한다”든가 “국제법 위에 선다”라는 식의 표현도, 단지 어찌할 도리가 없는 현실의 추인에 지나지 않는다.

도대체 왜, 여기까지 왔을까. 거기에 대한 설명은, 여태까지 본 몇몇 사람의 지성적 분석으로 충분히 밝혀졌으리라. 그리고 그것이 윤리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법적으로도 정당화하기 불가능한 광기라면, 그 광기를 멈추는 것 외에는 해결책이 없다.

레나나 케이다의 희망적인 국제법관에도 불구하고, 뉘른베르크 재판은 “복수에 대신하는 법의 지배”를 만들어낸 것은 아니었다. 아니, 만들어냈을지도 모르지만, 뉘른베르크 재판에서 홀로코스트 피해에 대한 앙갚음한 유대 민족은, 민족 비극의 벌충을, 가해자인 독일 민족이 아니라 팔레스타인 인민을 상대로 가한다는, 너무나도 어긋난 행동에 나섰다. 홀로코스트가 빚어낸 유대 민족의 비극에 대한 동정이, 이스라엘이라는 국가의 거의 무제한의 방자한 행동을 끌어냈다고 한다면, 그것은 이스라엘이라는 국가의 착각이다. 그리고 거꾸로, 유대 민족에 대한 속죄인양 국제법 세계에 등장해, 정착한 제노사이드 죄는, 이스라엘이라는 국가가 저지르는 제노사이드에도 적용되어야 하는 것으로, 지금은 우뚝 솟아 있다.

어쩌며 만약 정치적으로 가능하다면, 지금 또 한 차례 뉘른베르크 재판이 열려야 할 것이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침략의 죄, 인도에 반하는 죄, 제노사이드 죄를 심판하기 위해. 유대인에 대해 그 죄들을 지은 나치 독일의 지도자들이 그리하여 심판받고, 그 결과 그러한 국제 범죄들이 확립된 이상, 마찬가지 행위를 한 이스라엘의 지도자들도 마찬가지로 심판을 받아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법이 지배하는 현대 세계가 요구하는 심판이자, 국제 범죄를 범한 이스라엘인에게 팔레스타인인이 가할 폭력적 복수를 방지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지금까지 뒤틀려 버린, 위법 또는 비인도적인 이 시대를 멈춰 세우기 위한 수단이며, 이스라엘만이 면책될 수 없는 이상, 광기의 시간을 멈추는 가장 논리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러한 근본적인 해결은 고사하고, 국제인도법 또는 최근의 형사법도, 단편적으로 발동되는 국제법 규범 그리고 규범 비슷한 것도 모두 계속 무시되어 왔다. 고국에서 추방된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귀환 권리를 승인한 1948년의 유엔 총회 결의 194(3)(‘구속력 없는’ 규범 같은 것이다)도, 점령지에서 이스라엘이 철수할 것을 명령한 안보리 결의 242(1967년)도, 최근의 사례에서는 즉시 정전을 요구한 2023년 12월 12일의 유엔 총회 결의 A/ES-10/22(이것도 ‘같은 것’이다)도, 그밖에 유사한 많은 결의도 마찬가지이다.

팔레스타인은 ‘국제인도법의 묘지’ 등으로 불리게 되었는데, 인도법만 아니라 ‘국제법의 묘지’라고조차 할 수 있다. 무시되고, 위반된 국제법 규범(‘비슷한 것’도 포함)의 남은 재를 파내어, 국제 사회가 이 사태 속에서 어떤 법규범을 주창하고 있었던가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사태가 광기를 벗어나 시간이 멈추고, 제2의 뉘른베르크 재판을 열 수 있다면, 그런 규범 정리 작업도 해야만 한다.

국제법은 그 정도로 황폐해졌기도 하고, 애초에 강제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법의 내용이 무엇인지 모호하게 만들어진 점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면, 이스라엘도 지지하는 국가도, 판에 박은 듯이 이스라엘의 정당한 자위권 행사라고 주장해, 마치 그런 국제법 규범만이 이 자리에 있는 규범인 양 얘기되고 있지만, 과연 이스라엘은 그럴 권리를 주장할 수 있을까. 만약 1948년 시점에서 이스라엘의 행위가 ‘침략’이라면, 거기에 대해 팔레스타인의 무장 세력이 반격하는 것은 자위권 행사이며, 자위권 행사에 아랍 국가들의 지원도 인민의 자결권 행사를 지원하는 것은 아닐까. 팔레스타인은 아직 ‘주권 국가’가 아니라고 정리하고, 따라서 단순한 인간 집단이며 자위권은 갖지 않는다고 일방적으로 단정하는 것이 공평한 법 구조라고 할 수 있을까. 게다가 이스라엘은, 반복적으로 침략하고 있고, 여기에 더해, 위법한 점령 통치를 줄곧 계속하고 있다. 그에 반해 반항을 기도하는 측의 ‘권리’는 모두 침묵시킨 채로 왔다.

더욱이 이스라엘의 행동이, 자주 듣게 된 국제인도법의 매우 심한 위반이자 제노사이드라면, 하마스와 그 밖의 무장 세력의 공격은, 위법으로 여겨지는 무력을 느닷없이 행사한 것이 아니라, 극도로 위법한 행위에 대한 법적으로 정당한 반격으로 간주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 물론 국제 사회의 대세가 팔레스타인의 참화를 본체만체해 온 이상, 이러한 해석 전환이 등장할 여지도 없었다. 국제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고 한다면, 그것은 한 가지 두 가지 위반이라는 개별 사례가 아니라, 이런 구조적인 마비 상태를 의미한다.

하지만 그동안의 국제법 전개도 사상적으로 뭔가 불안하다. 1975년 유엔 총회 결의 3379는 “시오니즘은 인종 차별주의이다”라고 기술했다. 미국이 맹렬하게 반발한 탓도 있어, 1991년 총회 결의 46/86에 따라, 그것은 철회된다. 확실히 전자 같은 결의는 적개심을 자극할 뿐이고, 외교적으로 얻을 것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철회된 결의는 내용상으로 오류였을까. 그 앞에도 그 뒤에도, 이스라엘이 취해 온 행동은, 점령 혹은 정복한 지역의 주민을 상대로 인종 차별주의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건 아닐까. 가자가 ‘천장 없는 감옥’ 등으로 불리기까지 된 현상은, 이런 침략과 제노사이드의 반복이 동시에 아파르트헤이트이기도 한 것을 보여주고 있다.

채택된 한 건의 유엔 총회 결의 철회는, 그 결의가 잘못이었던 사실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단순한 정치적 도발이 아니라, 실현되어야 할 규범의 내용을 나타내는 것이었더라면, 언젠가 이 결의를 재생해야 할 여지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국제 사회가 국제법에 따라 행동하지 않는다고 하면, 국제법에 따라 행동하는 국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국제법이여 흥하라.

앞에 기술했듯이 한나 아렌트는, 이스라엘이 건국 전쟁을 시작한 1948년에, 그것이 이스라엘에도 유대인에도, 물론 팔레스타인 사람들에도, 수습 불가능한 재앙을 초래하리라고 예견했다. 유대인으로 지성과 양심을 다한 이 논고는, 이스라엘 국가로 폭력을 휘두르기 시작한 시온주의자들이 뒤로 물러서리라 기대하고, “아직 너무 늦지 않았다”라는 간결한 한 문장으로 끝을 맺는다. 그 한 문장은 아렌트의 절실한 부탁을 담은 말이었지만, 그 호기를 놓치는 바람에 77년 뒤인 오늘, 국가라는 존재 그 자체가 광기로 변했다. 이제는 정말 시간이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마치 아직 시간이 있는 것처럼, 광기의 진압에 노력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끝>
(『세카이』, 202508월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