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 파시즘의 발흥The rise of end times fascism ④
by Naomi Klein and Astra Taylor

(WWW.SURPRISE.OR.KR / 김종익 / 2025-07-01)

나오미 클레인Naomi Klein
저널리스트, 활동가. 『The Shock Doctrine』 『This Changes Everything : Capitalism vs. the Climate』 『Doppelganger: A Trip into the Mirror World』 등의 저서가 있다.

애스테라 테일러Astra Taylor
다큐멘터리 작가, 저작가. 『The Age of Insecurity: Coming Together as Things Fall Apart』『Democracy May Not Exist, But We`ll Miss It When It`s Gone』 등의 저서가 있다.

■ AI에 희생되는 지구

트럼프 2.0의 경제적 프로젝트는, 이러한 모든 위협을 주도하는 모든 산업 ― 화석 연료, 군수, 자원을 걸신들린 듯 먹어치우는 암호 화폐와 AI ― 으로 이루어진 프랑케슈타인의 괴물과 같다. 이러한 분야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은, AI가 약속하는 인공적인 거울 세계mirror world(현실 세계의 모든 것이 디지털로 재현된 공간)를 구축하려면, 이 세계를 희생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인공적 거울 세계를 만드는 기술들은 너무나도 많은 에너지를, 너무나도 많은 필수 광물을, 그리고 너무나도 많은 물을 소비하기 때문에, 두 세계가 어떤 평형을 유지하며 공존하는 일 따위는 불가능하다.   

2025년 4월, 전 구글 임원 에릭 슈미트는 의회에서 이를 인정하며, AI의 ‘엄청난’ 에너지 수요는 앞으로 몇 년 안에 세 배로 증가하리라 예상되며, 원자력 발전소는 수요에 부응한 적절한 속도로 가동을 개시할 수 없기 때문에, 수요의 대부분은 화석 연료에서 빼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인류보다 ‘고차원의’ 지능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지구를 재로 만드는 수준의 에너지 소비가 필요하다. 디지털이라는 신은, 우리가 포기한 세상의 잿더미에서 부활한다는 것이다.

확실히 그들도 걱정하고 있다 ― 다만, 자신들이 촉발하고 있는 현실의 위협만은 빼고. 이처럼 얽히고설킨 여러 산업의 리더들을 밤잠을 못 이루게 하는 것은, 문명의 경종, 즉 너무 늦기 전에 그들의 부도덕한 산업을 억제하기 위한 국제적으로 공조된 정부 간 노력이 일어날 가능성이다. 무한하게 확대되는 그들의 수익 구조라는 관점에서 볼 때, 종말은 붕괴가 아니라 규제다.

권력자들 사이의 선량한 체하는 언설은, 우리가 공유하는 인간성이라는 권리로 서로에게 뭔가 빚지고 있다는 사고방식에 대한, 노골적인 경멸의 표현이다. 그 이유도, 그들의 이윤이 지구라는 행성 전체의 황폐화에 기반을 둔 것임을 생각하면, 쉽게 설명이 된다. 실리콘밸리의 경우에는, 효과적이든 아니든, 이타주의는 이미 불필요한 것이다.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는, ‘공격성’을 찬양하는 문화에 대한 동경을 감추지 않는다. 감시 기업 팔란티어 테크놀로지Palantir Technologies에서 피터 틸의 사업 파트너인 알렉스 카프는, 미국의 우월성과 자동 무기 시스템의 이점( 및 그것에 관련해, 카프에게 막대한 부를 안겨준 수익성 좋은 군사 계약)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에게, “패배자”의 “자기 징벌”이라고 비난하며 분노했다.

머스크는 조 로건에게, 공감은 “서양 문명의 근본적 약점”이라고 이야기하며, 위스콘신 주의 최고재판소 판사 선거에서 패배한 뒤 자신의 분노를 표출했다.
“인류는 디지털 초지능의 생물학적 기동起動 장치라는 것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말하자면 우리 인간은, 그가 소유한 AI 서비스인 Grok의 먹이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라는 의미다(그는 자신이 ‘dark MAGA’라고 한다 ―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머스크 한 명이 아니다.)

■ 지구라는 행성에 대한 헌신

기후 변동 스트레스를 받는 건조한 스페인에서는,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의 일시 중단을 요구하는 단체 가운데 하나가 「투 누베 세카 미 리오Tu Nube Seca Mi Río」라고 이름을 지었는데, 이는 스페인어로 “당신의 구름이 내 강을 말린다”라는 의미다. 실로 어울리는 작명이며, 게다가 그것이 적용되는 곳은 스페인만이 아니다.

말로도 할 수 없을 만큼 어둡고 비참한 선택이, 우리 눈앞에서, 우리의 동의도 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인간보다도 기계를, 생물보다 무생물을, 다른 무엇보다도 이윤이 우선시되고 있다. 놀랄 만한 속도로, Big Tech의 과대망상가들은 탄소 중립 공약을 조용히 철회하고, 트럼프 편에 서서, 흡혈귀 같은 가상 세계의 제단에 진정으로 귀중한 이 세상의 자원과 창조성을, 사용자의 개인 정보와 시간을 지나치게 이용해, 이익을 추구하는 가상공간이라는 제단에 산 제물로 바치려고 한다. 이것은 최후의 대대적 강탈 행위이며, 그들은 스스로 자초하는 폭풍을 극복할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 그리고 그것을 가로막는 자는 누구든, 근거 없는 말로 헐뜯고 명예와 지위에 흠집을 내고, 파괴하려고 할 것이다.

부통령 밴스가 최근에 유럽 여기저기를 돌아다닌 일을 생각해 보자. 거기에서 부통령은, 고용을 파괴하는 AI와 관련해 “안전에 대해 비통해 하는” 세계 지도자들을 질타하며 설교를 늘어놓는 한편, (독일의 극우 정당 AfD를 염두에 두고) 나치와 파시스트에 의한 언론의 인터넷 검열을 그만두라고도 요구했다. 그는 어느 순간 웃음이 터질 것을 예상하고 뜬금없는 말을 하고 웃음을 기다렸다(하지만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 “미국의 민주주의가 그레타 툰베리의 잔소리 10년을 견뎌낼 수 있었으니까, 여러분은 일론 머스크의 몇 달을 견뎌낼 수 있을 겁니다.”

그의 발언은, 그와 마찬가지로 유머 센스가 없는 그의 후원자 피터 틸의 발언과 맥을 같이한다. 자신의 극우 정치의 신학적 토대를 다룬 최근의 인터뷰에서, 이 억만장자 기독교도는, 지칠 줄 모르는 젊은 기후 운동가(툰베리)를, 반복해 적그리스도 ― 그의 경고에 따르면 “평화와 안전”에 대한 잘못된 메시지를 가지고 나타날 것이라고 예언되어 온 인물 ― 에 비유했다. “이 지구상의 모든 사람을 자전거 타기에 동참시키는데 그레타가 성공한다면, 기후 변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될지 몰라요. 그런데 그건 프라이팬에서 불 속으로 뛰어드는 꼴이잖아요.”라고, 틸은 진지하게 말했다.

왜 툰베리일까? 왜 지금일까? 부분적으로는, 그것은 분명히, 그들의 폭리를 잠식할 것이라는 종말론적 공포 때문이다. 틸에 따르면, 툰베리를 비롯한 사람들이 요구하는 과학적 기후 변동 대책을 강제할 수 있는 데는 ‘전체주의국가’뿐이다. 그것은 기후 붕괴보다도 더 심각한 위협이라고 그는 주장한다(무엇보다 한심스러운 것은, 그런 상황에서 세금이 ‘매우 높아’질 것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툰베리가 지닌 뭔가 다른 것도 또한, 그들을 겁먹게 하는지 모른다. 그것이 뭔가 하면, 이 지구라는 행성에 대한, 그리고 그것을 고향으로 부르며 사는 수많은 생명체에 대한, 그녀의 확고한 헌신이다. AI가 만들어낸 이 세계의 시뮬레이션도 아닌, 누가 살 만하고 누가 살 만하지 않은가 라는 신분 제도도 아닌, 종말 파시스트들이 팔아먹는 다양한 행성 탈출 환상도 아닌, 그녀의 헌신 말이다.

그녀는, 변화하지 않고 상태를 유지하는 데 현신하고 있다. 종말 파시스트들이, 적어도 상상 속에서 이미 이 영역을 버리고, 매우 호화롭게 치장한 방공호 안에 들어가거나, 디지털 세계로, 또는 화성으로 초월을 도모하는 속에서.

트럼프의 재선 직후, 저자 가운데 한 명은, 아노니Anohni(영국의 싱어송라이터 - 역주)와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그녀는, 이 세상을 사로잡은 죽음의 충동을 그녀의 두 팔로 껴안아 주는 듯한 예술을 표현하고자 시도하는, 몇 안 되는 뮤지션 가운데 한 명이다. 권력자들이, 지구라는 행성을 불태우려는 의지와, 여성, 그리고 그녀와 같은 트랜스젠더들의 신체적 자율권을 부정하려는 충동을 연결하는 것은 무엇인지 묻자, 그녀는 아이리시 가톨릭 신자였던 자신의 성장 배경을 들어 이렇게 답했다. “우리가 만들어내고 구현하고 있는 것은, 아주 오랫동안 이어져 온 신화예요. 이것은, 그들의 ‘휴거’ 도달점이며, 창조의 관능적인 순환에서 벗어나는 것이에요. 이것은 그들의 ‘어머니’로부터의 탈출인 거지요.”    

■ 여기에 있는 것에 대한 신앙

이러한 종말론적 열광을 타파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첫째로 우리는, 모든 나라에서극우 세력을 사로잡은 부패의 심연을 마주하도록, 서로 협조해야 한다. 집중력을 발휘해 전진하기 위해서는, 먼저 다음의 간단한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맞서는 이념이 포기해 버린 것은, 자유민주주의의 전제와 약속만이 아니라, 우리가 공유하는 세계 ― 그 아름다움, 그 사람들, 우리의 자녀들, 인간 이외의 생물종들 ― 의 생존 가능성 그 자체인 것이다. 우리가 맞서고 있는 세력은, 대량 학살과 손을 잡아 왔다. 그들은, 이 세상과 거기에 살고 있는 인간과 인간 이외의 생명에 반역하는 존재다.

둘째로, 우리는 그들의 종말론적 서사에 맞서, 누구 하나 뒤처지지 않고 앞으로 닥칠 고난의 시기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에 대한 훨씬 더 나은 이야기를 제시한다. 종말 파시즘의 그 기괴한 힘을 몰아내고, 우리의 집합적 생존을 위해 모든 것을 걸 각오가 된 운동에 활기를 불어 넣는 이야기를 통해. 종말이 아닌 더 나은 시대의 이야기, 분리와 우월주의가 아닌 상호의존과 소속의 이야기, 탈출이 아닌, 우리가 서로 엮이고 결합된, 옥신각신하는 현세적 리얼리티에 발을 디디고, 거기에 충실하는 이야기를 통해.

이러한 기반을 이루는 감성은, 물론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는 토착 우주론의 핵심이며, 애니미즘의 핵심에 위치한 것이다. 충분한 과거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모든 문화와 신앙에는, ‘여기’의 신성함을 존중하고, 찾기 힘든 약속의 땅에서 시온을 찾는 것이 아닌, 고유한  전통을 가지고 있을 터이다. 동유럽에서는, 파시즘과 스탈린의 학살 이전에, 유대인 사회주의자들의 노동자총동맹이 Doikayt ― 여기 있음hereness ― 이라는 이디시어 개념을 축으로 조직되었다. 몰리 크레이배플Molly Crabapple은, 이 무시되어 온 역사에 관한 책을 막 완성했는데, Doikayt를 “자신들을 죽이려는 모든 사람에 맞서, 그들이 살고 있는 곳에서, 자유와 안전을 위해 싸울” 권리로 정의하고 있다 ― 안전하다고 여겨진 팔레스타인과 미국으로 도피할 것을 강요당하는 대신에.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 개념을 현대에서 보편화하는 것이 아닐까. 바로 이 병든 지구, 이 연약한 몸, 그리고 우리가 지구상 어디에 있든, 심지어 피할 수 없는 충격이 우리를 강제로 이주하게 만들더라도 존엄하게 살 권리에 대한 헌신이다. ‘여기 있음hereness’은, 이동 가능하고, 내셔널리즘으로부터 자유롭고, 연대 속에 뿌리를 두고, 토착민의 권리를 존중하며, 국경에 얽매이지 않는 것일 수 있다.

그런 미래는, 그 자체의 종말, 그 자체의 세계 종말, 그리고 계시를 필요로 할 것이다. 비록 그 종말이 종말 파시즘의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종류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왜냐하면, 감시 행위의 연구자 로빈 메이나드Robyn Maynard가 저적했듯이 “이 지구의 생존을 가능하게 하려면, 이 세계의 어떤 형태들은 종말을 맞이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선택해야 할 지점에 도달했다. 우리는 종말에 직면할지 여부가 아니라, 종말이 어떤 형태로 다가올지 결정해야 하는 선택에 직면했다. 활동가 자매인 아드리엔 마리 브라운과 오텀 브라운은, 딱 맞는 이름을 붙인 그녀들의 팟캐스트 ― 「세상의 종말에서 살아남는 법」 ― 에서, 최근 이 문제를 다뤘다. 종말 시대의 파시즘이 사방에서 전쟁을 도발하는 지금 이 순간, 새로운 연대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는가?”라고 묻는 대신에, 아드리엔은 다음과 같이 물을 것을 우리에게 강하게 권한다. “당신의 심장은 뛰고 있나요? 당신은 살아갈 생각이 있나요? 그럼 이쪽으로 오세요. 그러면 누가 저쪽에 남아 있는지 알 수 있으니까.”

그 고리를 점점 좁혀져서 우리를 질식시키는 ‘사랑의 질서Ordo Amoris’와 함께, 종말 시대의 파시스트들과 맞서 싸우고자 하는 희망을 품으려면, 우리는 지구를 사랑하는 신실한 사람들의, 제멋대로이지만 열린 마음을 가진 운동을 구축해야 한다. 이 지구, 이 지구에 사는 사람들, 이 지구에 사는 생명체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살아갈 수 있는 미래의 가능성에 충실한 사람들이 구축하는 운동을. 다시 한 번, 아노니를 인용하자. 이번은, 그녀가 현재 신뢰하고 있는 여신에 대해 얘기한 것을.
“멈춰 서서 생각해 본 적은 있어? 이거야말로 그녀가 고안한 최고의 아이디어였을지 몰라!”<끝> 
(『세카이』, 202507월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