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 파시즘의 발흥The rise of end times fascism ③
by Naomi Klein and Astra Taylor

(WWW.SURPRISE.OR.KR / 김종익 / 2025-06-27)

나오미 클레인Naomi Klein
저널리스트, 활동가. 『The Shock Doctrine』 『This Changes Everything : Capitalism vs. the Climate』 『Doppelganger: A Trip into the Mirror World』 등의 저서가 있다.

애스테라 테일러Astra Taylor
다큐멘터리 작가, 저작가. 『The Age of Insecurity: Coming Together as Things Fall Apart』『Democracy May Not Exist, But We`ll Miss It When It`s Gone』 등의 저서가 있다.

■ 계급을 초월한 종말론

벙커에 갇힌 국가의 국경 단속이 종말 파시즘의 첫 번째 임무라면, 거의 같은 수준의 중요한 두 번째 일이 있다. 바로 미국 정부가 보호해야 할 자국 시민이 어려운 시기를 견뎌 나가는 데 필요한 모든 자원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일이다. 그것은 파나마 운하일 수도 있고, 그린란드의 급속하게 녹아 풀어지는 항해 교통로일 수도 있다. 또 우크라이나의 필수 광물일 수도 있고, 캐나다의 담수일 수도 있다. 우리는 이것을 전통적인 제국주의라기보다 오히려, super-size에서의, 국민 국가 차원에서의 대규모 준비, 자기 방어 행위로 봐야 한다. 민주주의 내지 신의 말씀을 전파하는 낡은 식민지 풍습은 이제 사라졌다. 트럼프가 탐욕의 눈길로 지구를 훑어볼 때, 그는 문명의 붕괴에 대비해 자원 비축을 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벙커적 사고방식은, J.D 밴스의 논란 많은 가톨릭 신학 탐구를 설명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그의 정치적 경력의 적지 않은 부분을 제1급 자기 방어가인 피터 틸의 자금 원조에 의존하고 있는 이 부통령은, FOX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세 기독교의 ‘Ordo amoris’(‘사랑의 질서’ 또는 ‘자비의 질서’로 번역된다)라는 개념에 따르면, 벙커 바깥에 있는 사람들을 사랑할 의무는 없다고 설명했다. “당신의 가족을 사랑하라. 그 다음에 당신의 이웃을 사랑하라. 그 다음에 당신의 지역 사회를 사랑하라. 그 다음에 자국의 동료 시민을 사랑하라. 세상의 나머지에 눈을 돌려 소중하게 여길 수 있는 것은, 드디어 그 뒤의 일입니다.”(트럼프 정권의 외국 정책이 시사하고 있듯이, 그마저도 괴이하지만). 다른 말로 하면, 우리는 벙커 바깥에 있는 누구에게도 아무런 의무도 지지 않는다, 라는 것이다. 

그것이 지속적으로 우익 경향의 입장에 섰던 이유다 ― 인종-민족주의의 그늘 아래 증오에 찬 배제를 정당화하는 것은 결코 새로운 일이 아니다 ― 그렇다고 해도, 정부 내부에 존재하는 이토록 강력한 종말론적 압력은, 단연 지금까지 직면한 적이 없다. 냉전 이후 시대의 ‘역사의 종말’이라는 허세는, 우리가 지금 현실 종말 시대에 있다는 확신으로, 급속하게 대체되고 있다. 정부효율화부는 경제적 ‘효율성’이라는 기치로 자신을 분식하고, 머스크 추종자들은, 미국에서 훈련을 받고 (칠레의) 피노체트 독재 정권을 위해 경제 쇼크 요법을 고안했던 젊은 ‘Chicago Boys’(시카고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칠레의 유학생 그룹)를 방불케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신자유주의와 신보수주의의 오래된 결합이 아니다. 이는 “낭비와 부정과 구폐”를 줄이기 위해 관료주의를 무너뜨리고, 인간을 챗봇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돈만 숭배하는 새로운 천년왕국주의(그리스도가 재림하고 죽은 의인義人이 부활하여 지상에 평화의 왕국이 천 년 동안 계속된다는 신앙설. 이 기간 동안에 일반 사람의 부활이 있으나 이 기간의 종말에 최후의 심판이 행하여진다고 한다)의 혼합이다. 관료 기구는 또한, 트럼프에 저항하는 악마들이 숨어 있는 장소이기도 하니까. 여기야말로 기술 형제들Tech Brothers이 ‘신의 형제들Theo Brothers’과 융합하는 지점이다. 신의 형제들Theo Brothers은, 바로 피트 헤그세스를 비롯한 트럼프 정권 멤버와 유대를 가진, 극단적인 가부장적 기독교 우월주의자로 이루어진 실재하는 집단이다.

파시즘이 늘 그래왔듯이, 오늘날의 아마겟돈 콤플렉스도 계층 간 경계를 넘어, 억만장자들과 MAGA 기반층을 결합시키고 있다. 수십 년에 걸쳐 심화되는 경제적 스트레스와 노동자를 서로 대립하게 만드는 교묘한 메시지가 끝없이 전해진 덕분에, 많은 사람이, 그것도 당연한 일이지만, 자신들을 둘러싸고 있는 분열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없다고 느끼고 있다(몇 개월 치의 즉석 식품을 사재기하더라도). 하지만 거기에는, 감정적 측면의 보상도 제공되고 있다. 당신은 소수자 우대책affirmative action과 여성 차별 철폐DEI의 종식을 환영하고, 대량의 국외 추방을 미화하고, 성전환자들에게 성차별적 의료 서비스가 거절되는 것을 즐기고, 당신보다 유식한 체 하는 얼굴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교육자와 의료 종사자들을 악인으로 몰아붙이고, 자유주의자들을 장악하기 위한 수단으로 경제적․환경적 규제의 폐지를 찬양할 수 있다. 종말 파시즘은, 어두운 축제적 숙명론 ― 바로, 타자보다 우월하다는 의식을 포기하고 살기보다는 파괴를 축하하는 편이 더 쉽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마지막 피난처가 되어 주는 것이다.

그것은 점점 상황을 악화시켜 가는 소용돌이기도 하다. 질병, 위험한 음식, 재해로부터 민중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모든 구조를 트럼프가 맹렬하게 공격하고 있다 ― 게다가 재해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을 민중에게 전달함으로써, 상위 계층과 하위 계층 양 극단에서 준비주의Prepperism를 위한 합리화가 강화되고 있으며, 그 한편에서, 사회적․규제적 국가를 급속도로 무너뜨리는 정치권력을 가진 이 과두지배자들oligarch이 사유화(민영화)해 부당 이득을 얻을 새로운 기회가, 무수하게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 극단적 인간주의 ― 우생학의 직접적 후계

트럼프 1기째 초반, 『The New Yorker』는 「초부유층을 위한 최후의 날 준비Doomsday Prep for the Super-Rich」라고 묘사되는 현상을 조사했다. 당시 실리콘밸리와 월가 내부에서는, 한층 심각하게 고급품 지향의 생존주의자들이 기후 혼란과 사회 붕괴에 대비해 위험 회피를 행하고 있는 사실은, 이미 명확히 알려져 있었다. 맞춤형 지하 벙커 안에 공간을 구입함으로써, 또는 하와이(마크 저커버그가 5,000㎡ 필드의 지하 거주지를 ‘작은 대피소’라고 폄하한 곳)와 뉴질랜드(피터 틸은 약 500에이커 가량의 땅을 구입했지만, 부지에 담이 둘러쳐진 호화롭고 생존주의적인 저택을 건설하려는 그의 계획은, 흉측하다는 이유로 2022년 현지 당국으로부터 거절당했다)와 같은 지역의 고지대에 대피소를 건설함으로써. 

이러한 천년왕국주의는, 그 외에 실리콘밸리의 다른 지적 유행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것들은 모두, 종말의 울림을 띤 신념을 전제로 하고 있다. 우리 행성은 대홍수로 향해가고 있으며, 인류 중 어느 부분이 구제되어야 하는가, 지금이야말로 엄격한 선택을 해야 한다, 라는 신념이다. 트랜스휴머니즘 또한 이러한 이념 가운데 하나이며, 거기에는 인간=기계의 융합에 의한 약간의 ‘향상’부터, 인간의 지능을 여전히 환영에 불과한 인공 일반 지능에 업로드하려는 탐구까지, 모든 것이 포함된다. 효과적 이타주의와 장기주의 같은 것도 존재한다. 이것들은 둘 다, 현재의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재분배적 접근 방식을 건너뛰고, 장기적으로 최대 이익을 창출하는 비용 편익적 접근 방식을 선호한다.

언뜻 보기에는 선량해 보일 수 있지만, 이러한 생각들은, 인종, 장애 및 젠더를 둘러싼 위험한 편견으로 일관되어 있다. 바로 인류의 어떤 부분을 향상시키고 보존할 가치가 있는지 ― 그리고 전체적으로 선이라 간주된 것을 위해 어떤 부분을 희생해야 하는지 ― 에 대한 편견이다. 그것들은 또한, 붕괴의 근본적인 원인을 긴급히 해결하려는 의지도 현저하게 부족하다. 그러한 책임 있는 합리적 목표를, 점점 많은 유력자 집단이 이제는 적극적으로 외면하고 있다. 효과적 이타주의 대신에, 트럼프의 저택 마라라고의 단골손님인 마크 앤드리슨을 비롯한 사람들은 ‘효과적 가속주의’를 받들고 있다. 다시 말해, 가드 레일 없는 ‘테크놀로지 개발의 물불을 가리지 않는 추진’을.

한편, 한층 어두운 철학 사상이 보다 폭넓은 대중의 관심을 얻고 있다. 예를 들면, 프로그래머 커티스 야빈(또 한 명의 피터 틸의 지적 발상원發想源)의 신반동주의적 군주제 옹호 호언장담, ‘출생지상주의’ 운동의 ‘서양’ 아기 수의 급격한 증가에 대한 집착(머스크의 병적 집착), 그리고 ‘출구’ 전문가인 스리니바산의 샌프란시스코의 ‘기술 시오니스트’화(기업 왕당파와 경찰이 힘을 합쳐 정치적으로 도시에서 진보주의자들을 정화하고, 네트워크화된 아파르트헤이트 국가 건설)라는 비전 같은 것들이다.

AI 연구자 팀닛 게브루와 에밀 P. 토레스가 논문에서 쓰고 있듯이, 방법은 새로울지 모르지만, 이러한 ‘이념적 유행의 어중이떠중이’는, 마찬가지로 인류의 소수의 부분 집합이, 전체 인류의 어떤 부분을 지속할 가치가 있고, 어떤 부분을 단계적으로 폐지, 정리 또는 종식시킬지를 결정하려고 한 ‘1차 우생학의 직접적 후손’이다. 최근까지, (이러한 사조에는) 아무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내부 멤버가 이미 인간 = 기계의 융합(테슬라의 열쇠를 손 안에 박아 넣은 듯한)을 실험할 수 있는 Prospera가 그렇듯이, 이러한 지적 유행은 돈과 신중함을 가진 베이 지역bay area 소수 호사가들의 주변적 화제라고 여겨지고 있었다. 이제는 그렇지 않다.

최근 세 가지 물질적 변화로 인해 종말 파시즘의 종말론적 매력이 더욱 커졌다. 먼저, 기후 위기다. 일부 유명 인사들은 여전히 공개적으로 그 위협을 부인하거나 축소할지도 모르지만, 해변의 소유지와 데이터센터가 기온과 해수면 상승에 고도로 취약하다는 것을 아는 글로벌 엘리트들은, 점점 뜨거워지는 세계에서 여러 방면에 걸쳐 일어날 재난을 잘 숙지하고 있다.

두 번째 요소는, COVID-19다. 복수의 면역 모델은, 지구 규모로 네트워크화된 세계를 파괴할 팬데믹 가능성을 진작부터 예측하고 있었다. 실제로 팬데믹이 발생하자 많은 권력자들은, 미국의 군사 애널리스트가 ‘귀결의 시대’로 예측해 온 시기가 정식으로 도래한 신호로 받아들였다. 이제 더 이상 예측은 필요 없다. 상황은 악화일로이다.
 
세 번째 요소는, 급속히 진행되는 AI의 진전과 보급이다. AI는 기계가 무자비한 효율성으로 제작자를 공격한다는 공상 과학 소설 속 공포의 소재로 오랫동안 언급되어 온 기술이다. 이러한 두려움을 가장 강력하게 표출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기술을 개발하는 바로 그 사람들이다. 이러한 모든 실존적 위기는 핵무장 국가 간의 긴장이 고조되는 데 따른 것이다.

이것들 가운데 어느 하나도, 편집증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많은 사람이 붕괴의 임박을 너무나 예민하게 느끼고 있기 때문에, 종말 이후의 벙커에서 다양한 삶의 모습을 즐기거나, Apple TV의 「Silo」나 Hulu의 「Paradise」를 스트리밍하며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영국의 애널리스트이자 편집자인 리처드 세이무어(1977년생)가 최근의 저서 『재난 민족주의Disaster Nationalism』에서 확인하고 있다. “종말은 단순한 환상이 아니다.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바이러스부터 토양 침식, 경제 위기부터 지정학적 혼란까지, 우리는 결국 그 한복판에 살고 있다.”<4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