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가 JD 밴스(미국 부통령)를 독해하다 上
(WWW.SURPRISE.OR.KR / 김종익 / 2025-06-09)

이노우에 히로타카井上弘貴
와세다 대학 정치학 박사. 고베 대학 대학원 국제 문화학 연구과 교수.
19세기부터 20세기의 미국 정치, 사회, 도시에 관해, 정치학과 사상사라는 두 개의 방향에서 연구를 행하고 있다.
『미국의 신우익』, 『미국 보수주의의 사상사』 등의 저서가 있다.

* 이 번역글은 분량이 길어 2편에 나누어 게재합니다 - 역자 주

■ ‘전향의 족적’

2025년 3월 18일, 미국을 대표하는 벤처캐피탈 앤드리슨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가 워싱턴 DC에서 모임을 열었다. 이번으로 제3회째가 되는 「American Dynamism Summit 2025」이다. 모임의 메인타이틀에 있는 “American Dynamism”이라는 개념을 내세우는 인물은, 케서린 보일Catherine Boil이라는 사람이다. 앤드리슨 호로위츠의 general partner라는 직함을 가지고, Satellite bus(인공위성으로서의 기본 기능에 필요한 기기(bus 기기)와 위성 주구조의 총칭)의 이노베이션을 지향하는 스타트업 기업 Apex Space사의 이사회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는 보일이 이 개념 아래 주장해 온 것은, 정체라는 길에서 유일하게, 미국을 되돌릴 수 있는 것은, 미국의 국익을 떠받치는 기업을 창업하는 기술자technologist들이라는 것이다.

Tech 기업의 스타트업 기업은, 틈새시장에서 기술technology을 뒤쫓고 있는 그저 그런 존재가 아니라, Big Tech와 함께 항공 우주, intelligence, 방위와 같은 종래라면 정부가 주도해 온 분야에 진출해, 정부의 활동을 긴밀히 떠받치는 데까지 이르고 있다. 이제는 Tech 업계의 도움 없이 정부는 사람들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 그래서 “워싱턴과 실리콘밸리는 친구가 되어야 한다”라는 것이 보일이 제창하는 것이다. 앤드리슨 호로위츠는, 이런 생각에 바탕을 두고, 있을 수 있는 가까운 미래의 불확실한 사태 ― 상정되어 있는 것은 타이완 문제다 ―에 대응하는, 또는 미국 산업의 부활을 견인하는 50개사를 ‘American Dynamism 50’으로 사이트상에 선정하고 있다. 이 50개사 가운데에는 예를 들면, 항공 우주 산업과 방위 산업에서 산업 자동화를 지향하는 스타트업 기업인 Hadrian사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 American Dynamism Summit 2025에서, 정부의 내빈으로 연설을 한 인물은 부통령 JD 밴스였다. 재2차 트럼프 정권이 발족된 뒤, 트럼프와 일론 머스크보다도 찬사와 비난이 두드러진 인물이 밴스다. 2월 말에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을 백악관으로 초대한 회담에서, 젤렌스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부족하다고 힐책함으로써, 마치 트럼프의 경비견으로 행동하는 밴스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되었을 터이다. 이 회담에 앞서, 뮌헨 안전 보장 회의 연설(2월 14일)에서도, 인사하러 선 밴스는, 유럽이 지녀 온 근본적인 가치로부터 이제는 유럽 자신이 떨어져 있다고 얘기하며, 유럽이 걱정해야 할 것은 외부로부터의 위협이 아니라, 내부의 위협이라고 유럽 각국의 참가자들에게 훈계했다.

상원의원으로 공화당 부통령 후보, 그리고 제2차 트럼프 정권의 부통령에까지 단숨에 뛰어 올라, 지금은 2028년 대통령 선거의 유력 후보로 소문이 나돌게 된 밴스는, 백인 노동자층의 자포자기 현상을 자전적으로 그려낸 작품인 『힐빌리의 노래Hillbilly Elegy』의 저자로서도 알려져 왔다. 트럼프에게 지지가 모이는 배경을 밝히고 있다고 하여 주목을 받는 이 책에서, 버락 오바마의 올바름은 애팔래치아Appalachia의 백인에게 위화감만 초래한다고 썼지만, 일찍이 트럼프에 대해서도 비판을 하고 있었다. 트럼프가 “해방의 날”이라고 소리 높이 선언한 전방위적인 관세 조치를 예를 들어도, 밴스는 이전 제1차 트럼프 정권 시절에는 보호주의적인 정책에 회의적인 생각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과거 밴스의 트럼프 비판은, SNS의 direct message(특정 이용자에게 비밀 글을 남기는 등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 사용하는 기능이다. 기존 메신저의 쪽지 기능과 비슷하다 – 역주)나 구두 발언에 의한 것이 주를 이뤘다. 다만 밴스는 서명이 들어가는 문장 속에서도 명확히 트럼프를 비판하고 있으며, 그것은 지금도 인터넷상에서 읽을 수 있다. 2016년 7월 4일 독립 기념일 날짜의 잡지 『The Atlantic』의 사이트에 발표된 「대중 오피오이드opioid」라는 논고가 그렇다. 이 글에서 밴스는, 트럼프를 “문화적 헤로인”으로 부른다. 당시의 밴스에 따르면, 트럼프가 제안하는 것은 바로 과잉 섭취에 의한 중독사가 미국에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진통제 오피오이드처럼, 통증으로부터 안이한 도피만이 아니라, 복잡한 문제에 대해 단순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사람들에게 잠시 동안만 편안함을 느끼게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트럼프는, 그들의 고통을 치유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것을 사람들은 어느 날, 알아차릴 것이다. 밴스는 이렇게 썼다. 제1차 트럼프 정권 발족 뒤 약 반 년이 지난 무렵이다.

■ 자신들은 post-liberal

밴스는 2021년 3월, 제1차 트럼프 정권에서 대통령 부보좌관을 한 때 지내고, 이번 제2차 트럼프 정권에서 다시 대통령 부보좌관 겸 테러 대책 선임 국장에 임명된 세바스찬 고르카Sebastian Gorka(1970년생)의 유튜브 채널에서, 예전에 자신은 반트럼프적이었지만, 서서히 생각을 바꿔서, 현재는 트럼프 지지자가 되었다고 진술했다. 2016년에는 자신은 아직 아무것도 알지 못했었지만, 엘리트들은 근본적으로 타락하고 있으며, 이 나라의 일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는 트럼프이 주장이 얼마나 옳은지를 이해하는 데 이르렀다, 고 밴스는 얘기했다.

밴스 자신이 어떻게 설명하든, 그 이후 친트럼프에 이르는 그의 행적을 변절로 비판하는 것은, 정말이지 가능하다. 그의 마음에 있는 것은 야심뿐이고, 사실은 신념도 뭐도 없다고 해석할 여지는 있을 수 있다. 반트럼프에서 친트럼프에 이른 밴스의 변천에 대해서는 어쨌든 면밀히 검토할 때가 올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 우선되어야 할 것은, 밴스의 정치가로서의 입장(태도)을 어떻게 파악하는가이다. 앞으로 어떤 요동이 있을지라도, 지금은 밴스가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 된 이상, 정치가로서 그가 쓴 것이나 발언한 것 안에 있는, 그 나름 일관된 사고의 틀을 이해해 가는 작업은 꼭 필요하다. 그런 사고의 틀을 밴스의 사상이라 부르면, 그것은 과장되게 들릴지도 모른다. 그렇기는 하지만, 반트럼프에서 친트럼프로 ‘전향’을 한 뒤의 밴스에게는, 최저한의 일관된 방향성이 엿보인다.

그 방향성을 찾는 열쇠의 하나는, 그가 자리를 함께해 온 지식인들이다. 3월에 일본에 온, 보수계 싱크탱크 American Compass의 창설자 오렌 캐스Oren Cass는, 밴스와 친교가 있는 전략가다. 캐스는, 종래의 우파가 전제해 온 자유로운 시장 중시라는 입장에 비판적이며, 노동자와 그 가족, 그리고 그들의 커뮤니티에 무게를 두는, 새로운 우파(뉴라이트)의 경제 정책 추진을 제언하고 있다. 노동자가 힘을 회복하기 위해 필용한 국내의 제조업 회복을 위해, 현 정권의 관세 조치에 대해서도 캐스는 환영한다.

밴스와 가까운 지식인으로는, 『리버럴리즘은 왜 실패했을까Why Liberalism Failed』의 저자인 패트릭 데닌Patrick Deneen도 그렇다. 데닌으로 말하자면, 미국의 사상적 초석인 고전적 자유주의를 포함해, liberal democracy의 종언을 외치는 post-liberal 우파를 대표하는 가톨릭 지식인이다. 밴스는 2019년 8월, 가톨릭으로 개종한다. 데닌의 신작, 그 제목도 『체제 변혁 : 포스트 리버럴의 미래에 대해Regime Change : Toward a Post liberal Future』가 간행되기 직전인 2023년 5월, 수도 워싱턴에 있는 미국 가톨릭 대학에서 간행 기념 강연과 패널 토론 「체제 변혁과 리버럴리즘의 미래」가 열렸다. 전반은 데닌의 기조 강연이 이루어지고, 후반의 패널 토론에 등단하는 인물은 데닌과 당시에 이미 오하이오 주 선출 상원의원 직에 있었던 밴스, 그리고 『워싱턴포스트』지에서 칼럼니스트를 맡고 있는 크리스틴 엠바Christine Emba와 헤리티지재단 회장인 케빈 로버츠Kevin David Roberts였다.

이 패널 토론에서 밴스는, 자신들은 post-liberal이라고 명언한 뒤에, 미국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방책으로, 미국 국내 투자가 이익이 되도록 해 갈 필요성, 반대로 해외에 투자하는 것이 이익이 안 되도록 해 갈 필요성을 이미 얘기하고 있었다. 관세라는 표현 자체는 쓰지 않았지만, 정부와 시장을 명확히 나누고, 시장의 자유를 옹호하는 종래의 우파와는 다른, 새로운 우파의 입장에 밴스가 자각적으로 몸을 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발언이었다.<下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