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기업가들의 이데올로기 ①
Broligarchy 시대의 일론 머스크와 피터 틸

(WWW.SURPRISE.OR.KR / 김종익 / 2025-05-20)

하시모토 쓰토무橋本努
1967년생. 홋카이도 대학 대학원 경제학 연구원 교수.
『自生化主義 ― 자유로운 사회는 어떻게 하여 가능할까』 『자유 원리―다가올 복지 국가의 이념』 『자유의 사회학』『소비 미니멀리즘의 윤리와 탈자본주의 정신』『해독 베버 「프로테스탄티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등의 저서가 있다.

* 이 번역글은 분량이 길어 2편에 나누어 게재합니다 - 역자 주

Broligarchy는 극도로 부유한 남성 집단(Tech 회사 와 Tech 기반 사업의 리더)이 정부를 통치하는 것을 설명하는 과두제oligarchy와 broism을 결합한 신조어이자 혼성어로, Tech oligarchy라고도 한다.

■ Broligarchy 시대

제2차 트럼프 정권은, 발족하자마자 잇따라 대담한 정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파리 협정 탈퇴, 불법 이민 단속 강화, WHO 탈퇴, 관세율 25% 인상, 우크라이나 전쟁 평화안, 가자 지구의 미국 통합안, 정부 효율부DOGE의 정부 부문 효율화 등이다. 도대체 이 정책들의 배후에는, 어떤 이데올로기가 있는 것일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위대한 나라로(Make America Great Again, 약칭 MAGA)”라는 표어를 내걸고 있다. 빛나는 미국을 되찾기 위해, 국내 제조업에 종사하는 백인의 프라이드를 부흥하는 노림이 있다. 그런 이데올로기의 내실은, 관세 정책을 통한 중상주의적 내셔널리즘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한편, 제2차 트럼프 정권은, IT 산업의 부호들에 도움도 받고 있다. 특히 일론 머스크(1971년생)와 피터 틸(1967년생)이 저명하다. 머스크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와 X(옛 트위터) 등, 많은 Tech 기업을 경영하는 기업가다. 현재는 트럼프 정권에서 정부 효율부의 수장을 맡아, 작은 정부를 실현하기 위해 낭비로 간주되는 정부 지출을 삭감하는 외에, 우편과 철도 등의 사업을 민영화하는 로비도 하고 있다. 여기에 비해 틸은, 머스크 등과 함께 페이팔을 창업한 중심적 인물이다. 투자가 겸 임원으로 페이스북을 성공시킨 외에, OpenAI에 투자하고, 팔란티어 테크놀로지Palantir Technologies Inc(미 국방성에 테러 대책의 정보를 제공)를 경영하는 기업가이기도 하다. 틸은 제1차 트럼프 정권 때부터 정책에 관여해 왔다. 테러 대책을 위한 정보 서비스 업무를 수주하는 등, 정부 업무의 민영화에서 이익도 얻고 있다. 이런 정부 사업의 청부에 주목하면, 두 사람은 트럼프 정권하에서, 신자유주의적인 개혁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좀 더 넓은 문맥에서 파악하면, 다른 장면이 보인다. ‘broligarchy’ 시대의 도래다.

broligarchy라는 말은, 최근 만들어진 영어의 조어다. 소수의 터프한 (남성) Tech 기업가들이 정치를 지배하는 과두제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broligarchy는, GAFA(Google, Amazon, Facebook, Apple)에 의한 지배 체제가 아니다. IT계의 거물이 봉건 영주가 되어, 자신의 지배하에 있는 영지의 백성을 지배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머스크와 틸 같은 기업가들이, 명확한 장기 비전과 사상을 내걸면서 국가의 중추에 비비고 들어가는 점에 특징이 있다. broligarchy는, 국민 국가의 철학을 품고 있다. 당사자들은, 돈벌이를 위해 정치를 조종한다기보다, 자신의 비전과 사상을 실현하기 위해 정치를 이용한다. 그런 새로운 정치가, 현재 트럼프 정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머스크는 현재, 세계 제일의 갑부다. 틸은 부호 순위로 약 130위(블룸버그와 포브스의 부호 순위)로 조금 뒤처지지만, 두 사람은 공화당에 헌금과 발언권으로, ‘그림자 대통령’이 되었다고도 회자된다. 머스크는 2024년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에 2억8,800만 달러(약 411억 원)를 기부한 최대 출자자였다. 여기에 비해 틸은, 2016년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에 기부를 한 IT계의 거물이다(125만 달러 기부). 틸은 또한 현 부통령인 J. D. 밴스가 2022년 오하이오주 주지사 선거에 출마했을 때, 1,500만 달러(약 20억 원)를 기부하기도 했다. 현재 트럼프 정권은, Tech 산업으로 부호가 된 이 두 사람에 의해 작동되는 면이 있다. 그러면 그들은, 어떤 이데올로기를 품고 있을까.

■ 제1차 트럼프 정권을 지원한 피터 틸

2017년 제1차 트럼프 정권이 발족했을 때, 그 비전을 뒤에서 지원한 인물은, 대통령의 고급 고문을 지낸 스티브 배넌Stephen Kevin Bannon이었다. 배넌은 영화 프로듀서이며, 대안 우파 사이트 운영자로도 활약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권이 발족하고 7개월 뒤, 배넌은 트럼프와 결렬하고 정권을 떠나고 만다. 그 뒤 트럼프 정권을 지원한 이데올로기는, 고古보수주의Paleoconservatism와 서해안 스트라우스 학파와 경제 내셔널리즘 등, 다양한 사상이라고 해석되어 왔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분석하면, 제1차 및 제2차 트럼프 정권이 공통으로 지닌 이데올로기는, 틸의 사상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하는 그 특징을 정리한다.

그는 기술 자유주의자techno-libertarian의 대표격 인사로도 일컬어지지만, 스탠포드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젊은 무렵은 르네 지라르René Girard(1923~2015년. 프랑스의 인류학자, 사학자, 철학자 – 역주)의 강의에 출석해 그 사상에 경도되기도 했다(르네 지라르의 저서 『세상이 만들어진 때부터 감춰지는 것Des choses cachées depuis la fondation du monde』에 영향을 받았다). 동시에 그는, 신보수주의(네오콘)의 중진인 어빙 크리스톨Irving Kristol(1920~2009년. 신보수주의 대부로 불리는 인물 – 역주)의 자금 제공을 받고, 보수계 학내 신문 『The Stanford Review』(1987년~)를 창간해 편집장을 맡았다. 틸은 학내 논객이 되고, 졸업 뒤는 이 신문의 편집장을 물려받은 데이비드 올리버 색스David Oliver Sacks와 함께, 1995년에 『다양성 신화The Diversity Myth』를 저술하기도 한다. 이 책은, 다문화주의와 다양성을 비판하는 보수적 책이었다. 틸은 나중에, 책의 내용 일부를 철회하고 사죄했지만, 그는 학생 시절부터 근본적인 보수이며, 이데올로그로서의 재능을 발휘하고 있었던 점은 주목할 만하다. 다만 그는 나중에, 자신이 보수적 동성애자인 것을 공언하고, 오스트리아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틸은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변호사로 경력을 쌓아 간다. 연방 정부의 법무 사무관이 되었지만, 그러나 지원한 최고재판소의 사무관직 시험에 떨어지자, 그 좌절을 계기로 삼아 새로운 경력을 모색한다. 미국의 동해안에서 서해안으로 돌아온 틸은, 점차 투자가로서 두각을 드러냈다. 동시에 틸은, 자유주의자libertarian의 이데올로그로서, 다양한 논설을 발표해 간다. 틸은 특히 제임스 데일 데이비드슨James Dale Davidson과 윌리엄 리스 모그William Rees-Mogg의 『주권적 개인The Sovereign Individual』(1996년)에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이 책은, 암호 기술과 전자 화폐의 대두로 정부의 세수가 감소해, 복지 국가도 민주주의도 쇠퇴하고, 부의 불평등이 확대되고, 사이버 공간이 확대되는 것을 예견한 것이다.

2020년에 이 책이 복간되었을 때, 틸은 서문을 썼다. 이 서문에서, 유복한 사람은, 국가에서 해방되어, 자유주의적인 비과세 국가에서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한다. 자유주의적인 비과세 독립 국가를, 국가의 개입이 미치지 않는 공해상에 만든다는 아이디어는, 그 당시, 밀턴 프리드먼의 손자 패트리 프리드먼Patri Friedman에 의해, ‘Seasteading’(국제 해역에 영구 거주지를 건설해 기존 정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사회를 구축하려는 시도. 즉, 떠다니는 도시나 섬과 같은 구조물을 만들어 국제 해역에 새로운 국가 또는 사회를 설립하려는 개념 - 역주) 구상으로 추진된 것이기도 했다.

이외에, 틸의 애독서는,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의 『The Diamond Age』(1995년 간행)라고 한다. 무대는 21세기 중반의 상하이 주변으로, 국민 국가는 소멸하고, 네오 빅토리아Neo Victoria로 불리는 종족이 도시 국가를 형성하고 있다. 그들은 19세기 빅토리아 사상을 부활시키고, 여왕을 추대하고, 기업 주주의 지배에 의한 의사疑似 귀족제를 확립해 간다. 이 미래의 이야기는, 신보수주의적인 자유지상주의libertarianism의 이상을 묘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틸은 이런 SF 소설에 자극받아 자신의 사상을 엮어 가는 점에서, 공상적인 자유주의자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적극적으로 말하면, 틸은 장기적인 비전을 중시하는 사상가이다.

틸의 논설 「자유주의자 교육The Education a Libertarian」(2009년)은, 자유라는 것이, 앞으로는 ① 사이버 공간, ② 우주, ③ Seasteading이라는 세 개의 영역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가진다고 한다. 모든 영역이 미래적 공간이지만, 경제 정책적 관점에서는, 다음의 두 가지 점이 중요하다. 하나는, 2008년 금융 위기(리먼 쇼크)가 일어났을 때, 틸은 정부가 금융업계를 구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것이다. 틸은 금융업의 과실과 책임을 인정하는 한편, 사이버 공간상에서 금융업이 진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는, 틸은 시카고학파의 경제학을 모방해, 자연 독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점이다. 틸에 따르면, 시장 경쟁은, 자본주의의 대극對極에 있다. 만약 시장 경쟁에서 경쟁 기업을 쓰러뜨릴 수 없다면, 합병해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는 편이 좋다. 실제로 틸이 창업에 관여한 페이팔은, 같은 기술을 가진 머스크의 X.com과 치열한 경쟁을 전개했지만, 1년 뒤에 합병했다. 틸은 이렇게, 사이버 공간상에서는 자유로운 자연 독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한다.

이 밖에도 틸은, 2021년 미국에서 개최된 「제2회 국가 보수주의 회의」에서, 최근의 리버럴 정치를 ‘인식적 폐쇄epistemic closure’라는 말을 사용해 비판하고 있다. 그는 말한다, 리버럴파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민주 국가를 수립해야 한다고 여겼지만, 이것은 오류였다. 또한 최근의 인플레이션 폭주는, 화폐를 얼마든 찍을 수 있다고 하는 ‘현대화폐이론MMT’의 오류를 보여주고 있다. 신형 코로나 대책에서, 미국의 리버럴파는 통제lockdown라는 동조주의를 강제했지만, 이것도 오류였다. 틸은 이렇게 反리버럴한 정치 언설을 스스로 적극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또 틸은, ‘신반동주의’로 불리는 극우 사상에도 공감을 드러내 왔다. 정확히 말하면, 신반동주의의 바이블로 여겨지는 『암흑의 계몽서The Dark Enlightenment』의 저자 닉 랜드Nick Land(1962년생)는, 틸의 사상에 고무되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또 틸은, 같은 신반동주의 이데올로그로 저명한 커티스 야빈Curtis Yarvin(1973년생)을 자금 측면에서 지원하고 있다. 틸과 랜드와 야빈, 이 세 사람은 신반동주의의 대표적인 이데올로그이다.

대략 틸의 사상에는, ① 다양성 비판으로서의 신보수주의, ② 경제적 자유를 추구하는 미래지향형의 자유지상주의, 그리고 ③ 신반동주의라는, 세 가지 얼굴이 있다. 이 사상들은 상호 길항하지만, 틸은 자유에 따라 구분해 사용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를 설명해 보자.

■ 신반동주의자로서의 틸

틸은 세 개의 얼굴(사상) 가운데, 첫 번째인 다양성 비판으로서의 문화 보수는, 다양한 경제 이데올로기와 결합할 수 있다. 이것에 비해 두 번째인 자유지상주의와 세 번째인 신반동주의는, 종종 대립한다. 주된 상이점을 세 가지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신반동주의는, 인종주의 이념을 들고 나오는 점에서 자유지상주의와 다르다. 구체적으로, 신반동주의의 닉 랜드는, 궁핍한 백인 내지 백인 노동자 계급(무지렁이 백인cracker로 불린다)의 이해를 옹호하기 위해, 보호 무역으로 미국의 제조업을 지키는 것과 함께, 백인 이외의 노동자와 기술자를 이민자로 받아들이지 않는 정책을 내건다.

둘째, 신반동주의는, 닉 랜드가 ‘대성당cathédrale’으로 부르는 엘리트층, 바로 정부의 이권으로 지위를 얻고 있는 사람들의 이해를, 모두 주식 형태의 화폐 가치로 표현하고, 그 가상상假想上의 주식을 대기업의 CEO(랜드는 빌 게이츠를 높게 평가한다)에 팔아 가시화해, 우수한 CEO가 국가와 자치단체를 통치해야 한다고 여긴다. 이것은 국가의 대부분을 민영화하는 제안이며, 공상적인 자유지상주의 비전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자유주의자는 최소 국가를 옹호하지만, 신반동주의는 국가마저도 민영화할 수 있다고 발상한다.

셋째, 신반동주의자인 야빈은, 현재의 인터넷이 TCP/IP와 HTTP라는 프로토콜을 쓰고 있어, 틸의 ‘사생활의 자유’를 실현하지 못하는 것을 문제시한다. 실제로 야빈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몸소 Tlon이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Urbit’라는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했다. Urbit에서는, 고객은 완전히 자료의 프라이버시를 누릴 수 있다. Urbit에는 문제점도 많지만, 그러나 고객의 자료를 보호함으로써, ‘정보의 탈중심화’를 철저하게 할 수 있다. Urbit이 플랫폼이 되면, GAFA의 지배는 분쇄될 것이다. 통상의 자유주의자는, 프라이버시의 자유를 그다지 중시하지 않는다. 그러나 신반동주의자인 야빈은, 개인적인 자유로서의 ‘정보 주권’을 중시한다. 이런 사고방식은, 정보화 시대에서 자유지상주의의 버전 향상으로 간주할 수 있으리라.<2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