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Tech Oligarchy’의 위험한 관계 ②
(WWW.SURPRISE.OR.KR / 김종익 / 2025-05-09)

고바야시 야스아키小林泰明
1977년생. 요미우리신문 기자.
미구 존스홉킨스 대학 고등국제문제연구 대학원 객원연구원과 뉴욕 특파원 등을 거쳐, 현재 도교 본사 경제부 근무.
『사형을 위한 살인』, 『국가는 거대 IT에게 이길 수 있을까』 등의 저서가 있다.

■ 미국 정부와의 소송

거대 IT의 시장 독점에 반대하는 비난은 강하고, ‘GAFA’로 불리는 4사는 모두 반트러스트법 위반으로 미국 정부로부터 제소되어, 현재 미국 정부와 소송이 진행 중이다.

특히 검색 서비스의 독점을 둘러싸고 제소된 구글은 위기적 상황에 있다. 미국 연방지방법원은 지난해 8월, 구글이 반트러스트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판결을 내리고, 패소가 결정되었다. 그 뒤, 사법부가 웹브라우저 ‘Chrome’의 매각을 요구해, 회사 분할이라는 벼랑 끝에 처해 있다. Chrome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서 웹사이트를 열람하는 데 사용되는 소프트로, 구글 비즈니스의 중핵을 이룬다. 구글 측은 과도하고 극단적인 제안이라고 하여 매각에 맹렬하게 반대하고 있지만, “독점을 시정하는 데 타당한 제안”(변호사)이라는 견해도 있어, 예단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메타도 과거의 매수가 위법이었다고 하여, 정부로부터 사진 공유 앱 ‘인스타그램’ 등의 매각을 요구받고 있다. 아마존도 인터넷 통신 판매 관련 서비스에서 분할을 강요당할 가능성이 있다. 회사 분할은 기업에게 ‘사형 선고와 마찬가지’라고까지 일컬어지며, 절대로 피하고 싶은 사태다.

이런 중대한 국면에서, 정부의 분할 요구를 사장시킬 수 있는 인물은 누구일까. 그것은 압도적인 지지를 얻고 재선한 절대 권력자, 트럼프밖에 없다. 어떻게 해서든 양호한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체면 불고한 접근의 이면에는, 계산적인 그들의 속셈이 환히 보인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 접근이 헛걸음으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제2차 트럼프 정권 인사가 결코 거대 IT에 무른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미국에는 사법부, 연방 통상 위원회FTC라는 두 개의 독점 금지 당국이 있다. 트럼프는 지난해 12월, 거대 IT의 비판론자로 알려진 게일 슬레이터Gail Slater를 사법부의 반트러스트 부분 수장으로 기용한다고 발표했다. FTC 위원장으로 기용한다고 발표된 앤드류 N. 퍼거슨Andrew N. Ferguson도 거대 IT를 적대시하는 인물로, 기용 발표 뒤에 “거대 IT의 경쟁과 언론의 자유에 대한 적대적 행위에 종지부를 찍는다.”라고 투고하고 있다. 트럼프 자신도 슬레이터 기용을 발표할 때, “Big Tech는 오랜 세월에 걸쳐 통제되지 않아, 가장 혁신적인 분야에서 경쟁을 저해해 왔다. 그 시장의 힘을 사용해, 많은 미국인, Little Tech(신흥 Tech 기업)의 권리를 탄압해 왔다!”고 강한 어조로 거대 IT를 비판하고 있어, 미국 정부의 강경 노선은 유지된다는 견해도 강하다.

■ 바이든 정권은 ‘실리콘밸리의 적’

한편, 비즈니스계 출신의 트럼프에게, 거대 IT가 진심으로 기대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민주당의 바이든 정권은 거대 기업을 적대시, ‘반비즈니스’ 자세가 두드러지고 있었기 때문에, 실리콘밸리에는 강렬한 불만의 마그마가 고이고 있었던 모양이다. 실리콘밸리의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가 해설한다.

“겉으로는 절대로 말하지 않지만, 실리콘밸리의 많은 경영자는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의 지지로 돌아선 모양입니다. 구글만이 아니라, 아마존의 해체론도 나오고, ‘미국의 혼 같은 회사를 파괴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미국의 비즈니스를 근본적으로 무너뜨리는 짓을 하고 있다’는 강력한 불만이 쌓이고 있어요. 바이든 정권은 ‘실리콘밸리의 적’. 그래서 모두 트럼프 지지로 돌아선 겁니다.”

주의․주장은 서로 가까워도, 바이든 정권은 자신들을 적대시한다. 그렇다면 이념은 일단 제쳐두고, 돈벌이를 하게 해 주는 트럼프에 붙는 편이 좋다. 비즈니스가 잘 되는 것이 최고니까 ―. 실리콘밸리 관계자가 트럼프로 갈아탄 이면에는, 그런 장사꾼적인 발상이 있다고 보인다. 트럼프에 복종하고 양식을 버린다. 트럼프와의 융합은 거대 IT의 문화를 근본부터 바꾸는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 AI 개발을 둘러싼 사상적 대립

트럼프의 복권은, 미래를 바꾸는 테크놀로지인 인공 지능AI에도 극적인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AI 개발을 둘러싸고, 미국에서는 크게 두 개의 ‘사상’이 존재하고, 바이든와 트럼프, 각각의 정책에 영향을 미쳐 왔다. ‘효과적 이타주의’라고 불리는 ‘안전을 중시하는 파’와 그 상대로 생겨난 ‘효과적 가속주의’로 불리는 ‘개발을 가속하는 파’다.

두 개의 사상이 어떤 것인가, 차례로 설명해 보자.

먼저 ‘효과적 이타주의’는, “인간이 세계에 대해 할 수 있는 ‘선’을 최대로 만드는” 것을 중대한 사명으로 삼고, 한 번의 기부로 보다 큰 효과를 올리는 것(효과적 이타)을 중시하는 사상이다. 말라리아를 예방하는 모기장을 구입하는 데 드는 자금을 원조하는 것이 대표적인 대처로 꼽힌다. 2010년 전후에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철학자 윌리엄 맥어스킬William MacAskill 등이 시작한 활동이 선례가 되어, 몇 년 만에 실리콘밸리의 부호들 사이에 확산되었다. 현재로는 “세계 70개국 이상, 수만 명의 사람에 의해 실천되고 있다”(‘효과적 이타주의센터’)고 한다. 이것이 AI로 어떻게 연결될까. 효과적 이타주의자들은 미래 세대에게 극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대한 대처도 중시하며, 그 가운데에서도 AI에 의한 ‘인류 절멸 위험’을 심각하게 파악한다. AI가 이윽고 인간을 상회하는 능력을 지니고, 최악의 경우, AI가 폭주해, 인류를 멸망시킬지도 모른다. 그런 파멸적인 미래로부터 인류를 구하자면 어떻게 하면 될까. 인간이 AI를 제어할 수 있도록, 안전에 관한 연구를 우선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이런 이유에서 그들은 AI의 안전을 중시하는 입장을 취한다.

효과적 이타주의의 존재가 주목을 끈 것은 2023년, 생성형 AI ‘챗GPT’를 개발한 미국 OpenAI의 내분이었다. 생성형 AI 붐으로 일약 화제의 인물이 된 CEO 샘 올트먼Samuel H. Altman이 같은 해 11월, OpenAI 이사회에 의해 갑자기 해임되었다. 일본에서도 화제가 된 사건으로,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사실은 이때, 올트먼의 해임에 찬성했다고 여겨지는 이사 가운데, 태샤 매콜리Tasha McCauley와 헬렌 토너Helen Toner 두 사람이 ‘효과적 이타주의’와 깊게 관련되어 있다. 해임한 상세한 경위는 불명이지만, 영리를 우선하고, 안전을 뒤로하는 올트먼에 대해, 안전 측면에서 위기감을 품은 이사들이 해임을 단행했다고도 한다. 하지만 이 전격적인 해임은 종업원의 강한 반발을 사서, 겨우 닷새 만에 올트먼은 CEO 복귀가 결정되고, 두 사람의 이사는 퇴임으로 내몰렸다.

해임에 찬성한 두 명의 이사가 효과적 이타주의에 가깝고, 반면에 올트먼은 대립 개념인 ‘효과적 가속주의’에 가깝다고 여겨진다. 그런 의미에서, 이 내분은 ‘안전 중시파 vs 개발 가속파’의 제1라운드였다고 회자된다.

OpenAI의 내분에서는 패했지만, 효과적 이타주의자는 바이든 정권의 AI 정책에서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올트먼 해임 소동 몇 주 전인 2023년 10월, 바이든은 AI의 안전성 확보를 도모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OpenAI 등 AI 개발 기업을 염두에 둔 중요한 정보를 사전에 정부와 공유하도록 의무화한 것으로, 법적 구속력을 지닌 AI 규제 도입은 미국에서 최초였다.

바이든은 애초 deep fake 같은 AI 기술의 악용에 우려를 품고 있었다고 보이지만, AP통신에 따르면, 바이든의 불안을 더욱 고조시켰던 것이, 그해에 감상한 영화 『Mission: Impossible – Dead Reckoning Part One』이었다. 이야기에서는 고도의 신형 AI ‘Entity’가 자아를 획득해 폭주를 시작하고, 세계의 안전 보장이 위협받는다. AI가 인류의 위협이 된다는, 효과적 이타주의자가 상상하는 미래가 그대로 묘사된 듯한 작품이다.

그런 바이든의 「AI대통령령」 작성 과정에는, 효과적 이타주의의 모습이 어른거리고 있었다.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Politico에 따르면 AI대통령령의 초안 작업에는 미국 굴지의 싱크탱크인 랜드RAND연구소가 깊이 관여하고 있다. 랜드연구소는 그해, 효과적 이타주의자가 운영하는 지원금 교부 단체 ‘Open Philanthropy’에서 1,500만 달러(약 214억 원)가 넘는 자금을 받고 있었다고 한다.

Open Philanthropy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거점을 두고 있으며, 주요한 자금 제공자는 페이스북의 공동 창업자인 더스틴 모스코비츠Dustin Aaron Moskovitz(1984년생)다. 모스코비츠는 페이스북 창업으로 막대한 돈을 거머쥐어, 자산액은 150억 달러(약 21조 원)를 넘는다. 효과적 기부를 모색하는 가운데 효과적 이타주의의 생각에 공명했다고 보이며, 운동의 리더격 존재로 여겨진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Open Philanthropy에서 자금 제공을 받은 전문가는, 백악관과 정부기관, 의회 등 ‘도처에 존재하고 있다’고 여겨지며, 바이든 정권의 ‘AI 안전 중시’ 정책은, 효과적 이타주의의 영향 아래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3편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