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 Seek」를 가능케 하는 중국의 SF 세계의 저력
(WWW.SURPRISE.OR.KR / 김종익 / 2025-04-30)

다치하라 도야立原透耶
1969년생. 작가, 번역가.
저서로 『다치하라 도야 저작집 전5권』 등이 있으며, 『우주 끝의 서점 ― 현재 중화 SF 걸작선』 등의 번역서가 있다.

■ 과학 보급과 과학 환상

요 몇 해, 중국 SF가 세계적으로 기세를 더해가고 있다. 사실은 중국에서도 예전부터 요괴와 도깨비, 신선 등이 나오는 이상한 이야기가 많이 있으며, 개중에는 “이상한 소년이 있는데, 사실은 화성 사람이었다.”[6조 시대(222~589년) 『搜神記』]와 같은 이야기도 있을 정도다. 그런 의미에서는 중국은 대단히 ‘이상한 이야기’와 궁합이 잘 맞는다. 이 이상한 이야기가 시대와 호흡하며 시대를 따라가면서 점차 과학적인 요소를 갖게 된다. 더욱이 루쉰魯迅이 일본어로 번역된 쥘 베른Jules Verne(1828 ~1905년. 프랑스의 과학 소설 분야를 개척한 작가 - 역주)의 소설을, 일본어에서 중국어로 번역해 소개한 뒤, 중국에서는 단숨에 해외 SF가 들어오게 되었다. 일본 작가라도 운노 쥬자海野十三 등이 변역 소개된다. 그렇게 되자 당연히 중국 국내에서도 직접 SF를 쓰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차츰차츰 이상한 이야기를 좋아하므로, 과학에 관한 재미있는 읽을거리가 늘어간다.

왜냐하면 “과학이야말로 미래로 이어지는 중요한 학문”이기 때문이다. 부국강병을 지향하는 중국 입장에서, SF는 단순한 읽을거리가 아니었다. 이런 흐름은 SF가 금지된 문화대혁명 이후도 계속된다. SF란 ‘과학 환상’이지만, 이 ‘환상’이 발칙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과학 보급’ 소설이 국가의 좋은 평가를 받고, 사람들을 계몽하기 위해 잇따라 만들어진다. 그 가운데는 소설 중간에 어려운 물리 법칙이 길게 쓰여 있는 것마저 있었다. 그러고 나서 대부분이, “과학을 믿고”, “과학의 힘으로 장밋빛 미래가 온다.”는 유토피아 소설이 됐다.

덧붙여 문화대혁명 시기에, 아버지가 숨겼던 쥘 베른의 소설을 우연히  손에 넣어, “이것은 현실의 일이다”라고 믿어 의심치 않은 인물이, 훗날 『三体Three Body』의 작가 류츠신劉慈欣이다. 그가 말하기를, “당시는 사상의 세계를 금하고 있었기 때문에, 공상 세계가 있다는 것을 몰랐었다. 그래서 쓰여 있는 것은 모두 현실일 거라고 생각했다”라고.

과학 보급 소설로 말하자면 과학 보급 소설은 지금도 중국에서 높은 지위를 누리고, 과학 환상으로 말하자면 과학 환상 소설SF는 그 아래에 있다고 간주되기 쉽다. “그 차이는?”라고 어느 작가(과학 보급 소설도 과학 환상 소설도 모두 집필하는 여성)에 물었던 바, “과학 보급 소설은 과학 지식에 중점을 두고 있어, 실제로 있는 일, 있을 수 있는 일만 쓴다. 거기에 비해, 과학 환상 소설은 자유로운 공상의 날개를 펼 수 있다”고. 정말 잘 알 수 있는 비유로군,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른 어떤 작가는 “나는 과학 보급 소설 작가입니다. 과학 환상 소설 작가가 아닙니다!”라고 단언해, 과학 보급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중국의 SF는 교육과 깊이 결부되어 있다. 과학 보급만이 아니라, 과학 환상도 또한 “독자에게 과학에 대한 흥미를 갖게 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유아 교육에서는 “부모는 어떻게 아이에게 SF를 읽힐까”와 같은 교재가 출판되고, 초․중학교에서도 교재로 SF가 쓰이며, “이때의 상황을 계산식을 사용해 풀어보죠”라는 물리와 수학 문제부터,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실까요?”와 같은 국어와 도덕 문제까지 다양하게 존재한다. 중국의 교과서 가운데는 호시 신이치星新一(1926~1997년. 일본의 대표적 SF 작가 – 역주)의 작품도 실려 있다고 한다. 또 대학 입시에 SF가 쓰인 적도 있을 만큼, 교육과 깊게 관련되어 있어, 그 점을 무시할 수는 없다.

■ SF 4대 천왕 시대

중국 SF에는 4대 천왕으로 불리는 작가가 있다. 단편부터 장편까지, 인간이란 뭔가, 생명이란 뭔가를 추구하는 왕진캉王晉康. 장대한 우주 SF 『三体』가 전 세계에서 빅히트한 류츠신. 독특한 세계관의 한쑹韓松. 섬세한 터치의 허시何夕, 이 네 사람이다. 중국에서는 오랫동안 이 네 사람이 중국 SF계의 중심으로 활동해 왔다. 물론 현재 진행형이기도 하다.

그러면 일본어로 읽을 수 있는 작품을 중심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왕진캉은 『생명의 노래生命之歌』(2019년)라는, 인조인간이 음악에 간직된 유전자의 비밀을 해명하는 이야기를 썼는데, 그 작품의 “생명이란 뭔가”라는 깊은 물음은, 다른 작품에서도 볼 수 있다. 『수성 파종水星播種』에서는, 유산으로 새로운 생명의 종을 떠맡은 주인공이, 그 생명체를 수성으로 보낸다. 이윽고 생명체는 문명을 갖고, 신을 갖게 되었다…. 장대한 세계관 속에 “생명이란 뭔가” “신이란 뭔가”가 치밀하게 생각되고 있어, 상당히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

류츠신은 아시아인 최초로 휴고상(세계적 규모의 SF와 판타지 大賞)을 수상한 작가로, 그의 작품 『三体』 3부작(『삼체 1~3부』, 자음과모음, 2020년)은, 우주 규모의 ‘파괴자’라고도 할 수 있는, 파격적 오락물이다. 가혹한 환경에서 멸망의 위기에 허덕이던 삼체별 사람은, 지구로부터의 시그널을 알아채고, 지구가 이주 가능한 혹성이라고 인식한다. 그래서 그들은 지구의 물리학이 발전하지 않도록 농간을 부리고, 대우주선단으로 지구 침략을 노리고 찾아오게 된다. 과학이 발전하지 않는 가운데, 인류는 어떻게 싸울까? 여기까지가 제1부이고, 그 뒤 잇따라 확산되어 가는 세계는 너무나도 상상력을 초월한 믿을 수 없는 미래상으로, 작가의 기막힌 발상을 감지할 수 있다. 류츠신은 장편만이 아니라, 단편과 중편도 아주 감칠맛이 나고, 예를 들면 「위안위안의 비눗방울圆圆的肥皂泡」(『위안위안의 비눗방울』, 자음과모음, 2024년)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비눗방울을 좋아한 괴짜 소녀가 주인공으로, 그녀를 지켜보는 아버지와의 깊은 애정과 과학의 근사함이 묘사된다. 마지막 장면의 훌륭함. 감동한 나머지 눈물이 번질 정도다. 또는 『圓』은, 진나라 시황제 시대에 정확한 원주율을 계산하려는 이야기다. 컴퓨터가 없는 시대에 어떤 수단을 취했을까? 이것은 읽는 즐거움이다. 깜짝 놀랄 발상에, 간이 떨어지리라.

한쑹은 네 사람 가운데 독특한 작풍으로 도드라지고 있으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위치에 있다. 『지하철의 충격적 변화地铁惊变』에서는, 지하철 승객이 차량마다 다른 진화를 이루어, 어느새 인간이 아닌 존재가 되어 가는 초현실적인 모습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왜 지하철 승객이 진화해 가는 걸까? 이유는 밝혀지지 않는다. 한쑹의 작품은 이러한, ‘왜’가 많다.

장편 『병원医院』 제1부에서는, 출장 중인 샐러리맨이 위통을 느끼고 병원가지만…. 바로 제목 그대로. 아무리 기다려도 진찰을 받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어느 새인가 우주 규모의 이야기로 전개되어 간다. 마치 악몽 같은 미궁을 헤매는 이야기로, 독자는 혼란스러워하면서도 풍자와 철학적인 사상에 접근해 가게 된다.

허시는 네 사람 가운데에서 일본에 소개가 늦어진 작가다. 『이슬비小雨』에서는 섬세한 연애를, 『타향异域』에서는, 식품 생산을 혼자서 인수하는 농장이, 시간을 단축시켜 수확하는 데서 생기는 인류의 위기를 묘사한다. 여기에서는 남녀 주인공이, 미래의 인간을 지키기 위해 결단하는 장면이 있으며, 정곡을 찌른다. 허시는 단편․중편이 많은 작가이기는 하지만, 최근 몇 년은 우주를 무대로 한 장편 시리즈도 묘사하고 있다. 좀 더 일본에서도 소개되기를 바라는 작가 가운데 한 명이다.

이렇게 각자 특징이 다른 네 명의 작가가 중국 SF를 견인해 왔지만, 그들의 작품을 읽은 젊은이들이, 이제는 필자가 되어 등장하게 되었다. 새로운 세대의 탄생이다.

■ 중국의 젊은 SF 작가들

류츠신은, 그때까지 중국 SF는 내향적이었다고 하며, 다음과 같이 진술한다.

“조금만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중국에서 SF다운 장르가 서서히 확립된 시기는, 청나라 말기였어요. 어떤 의미에서 세계와 단절되어 있었는데, 자신들만의 SF를 발견할 수 있었어요. 그 시대의 중국 SF는, 아주 엄밀하게 과학에 의존하고 있었던 게 하나의 특징이었어요.

또 다른 특징으로는, 필자가 사는 시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가까운 미래를 무대로 삼는 작품이 많았다는 점이예요. 과학적인 부분이 엄밀했기 때문에, 그 연장선상에서 상상할 수 있는 기술의 묘사를 좋아했어요. 그런 흐름이, 1980년대까지 계속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뒤, 특히 1990년대 후반이 되어 서양 문학이 대량으로 번역되게 되어, 젊은 필자가 유럽과 미국의 조류에 맞춰서 SF를 쓰게 되고, 그로 인해 중국의 과학 환상 문학이라는 장르 그 자체가 사라져 버렸다 ― 라는 게 제 견해입니다. 문화 교류가 성행하면 할수록, 자신들의 특색이 상실되어 버렸어요. 그러나 그 대신에, 세계의 주류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되었어요. 말하자면, 중국다운 SF로 싸우고 있는 게 아니라, 세계의 SF 작품과 같은 수준의 질로 싸우고 있어요. 그것이 지금 중국 SF의 현재 상황이 아닐까 합니다.” (『WIRED』vol.50)

이 새로운 세대는 현재도 계속해 탄생하고 있다. 20대, 30대의 젊은이만이 아니라, 초등학생을 위한 SF 소설 대상마저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SF를 읽는 일이 장려되고, 그것은 정부가 인정하는 것이기에(예를 들면 청두成都는 SF 도시 선언을 하고, SF 박물관이 건설되고 있다), 부모도 자녀에게 권한다. 수업에서도 읽는다. 이런 노력들의 결과로, 독자만이 아니라 필자도 양성하고 있다는 게 된다.

그런 가운데 비교적 기세가 좋은 쪽이 이제부터 소개하는 작가들이다. 그들은 모두 고학력자들이며, 박사 학위를 복수로 가진 사람도 있다. 어학에 뛰어나고, 자기 작품을 영어로 써서 영어권에서 발표하는 사람도 있다면, 창작과 번역, 연구를 행하는 사람도 있다. 실로 다채롭다.

샤쟈夏笳는 대학 교수이자 작가, 번역가, 여배우, 영화감독이라는 여러 개의 얼굴을 지녔다. 일본에서도 여러 작품이 소개되고 있으며, 모두 인기가 높다. 매력적인 필치로 묘사되는, 때로 소녀 소설적인 로맨틱함을 가진 작풍은 그녀 특유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통통의 여름童童的夏天』(『베스트 오브 샤쟈』, 아작, 2024년)은 가정용 로봇과 그 배후에 있는 청년, 그것과 교류를 하는 소녀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노인 사회가 무대이다. 상쾌하고 따듯한 어느 여름날의 이야기다. 『영원한 여름의 꿈永夏之梦』(『베스트 오브 샤쟈』, 아작, 2024년)은, 영원을 사는 사람과 시간을 도약하는 사람, 두 사람은 때로 만나고, 때로 엇갈리면서도 사랑을 키워 간다. 그러나 두 사람은 시간을 보내는 방식이 달라, 계속 함께 있을 수 없다…. 매우 애절한 시간 SF로, 대단히 아름답다.

하오징팡郝景芳은 류츠신에 이어 휴고상을 수상한 작가다. 『접이식 베이징北京折叠』(『고독 깊은 곳』, 글항아리, 2019년)은 문자 그대로, 2층으로 나눠진 베이징이, 낮과 밤에 폴짝 접혀 겉으로 나오는 시간을 교대한다는 이야기다. 낮 시간은 유복한 사람들이 지배하고, 밤 시간은 가난한 사람들이 산다. 그러나 어떤 목적을 가지고, 한 노인이 낮의 거리로 잠입한다. 거기서 만난 전혀 다른 세계란. 생각하게 하는 세계관이다. 또 『하늘을 떠돌다流浪苍穹』는 화성 태생의 젊은이들이 지구로 ‘유학’하고, 다시 화성으로 돌아갔을 때, 자유로운 지구와 사회주의 화성과의 차이에 고뇌하게 된다. 그들은 혁명을 제창하지만, 어른들은 전쟁을 생각하고 있었다. 세대가 다른 사람들, 그 한 사람 한 사람이 내면 깊게까지 묘사되고, 지구와 화성을 무대로 복잡한 청춘 군상이 묘사된다. 저자는 실업가로서도 성공했으며, 특히 가난한 농촌의 아이들에게 교육을 실시하는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사회 문제에 민감한 그녀다운 작풍이 특징이다.

바오수寶樹는 재능이 풍부한 작가다. 『三体』의 2차 창작을 발표해 작자인 류츠신에게 정식으로 인정받은 번외편 『三体X 關想之宙』 같은 것도 있지만, 『찬란한 옛날昔日的阳光』은, 중국사를 축으로 묘사한 시간 SF로, 걸작 중의 걸작이다. 용케 여기까지 쓸 수 있었다는 말 밖에 할 수 없다. 단편에서는 특히 시간 SF가 많고, 그 모두가 예리한 작풍이다. 『시간의 축복时光的祝福』은 놀랍게도 루쉰이 SF 고전 작품인 허버트 조지 웰스Herbert George Wells(1866~1946년)의 타임머신과 만난다는 뚱딴지같은 이야기다. 그러나 실은 심오한 전개가 대기하고 있으며, 깨닫게 되면 감동의 라스트를 맞이한다. 일본에서 단독으로 단편집 『시간의 왕』도 나오고 있어, 시간 SF의 풍부한 변주곡을 즐길 수 있다.  

천추판陳楸帆은 사이버펑크cyberpunk(공상 과학 소설의 새로운 형식의 하나. 컴퓨터 네트워크가 관리하는 미래 사회를 묘사 - 역주)를 장기로 하는 작가다. 일본에서도 이른 시기에 장편 『荒潮』(『웨스크 타이드』, 에디토리얼, 2024년)가 발매되었다. 중국의 섬에서 전자부품 쓰레기 수집을 하는 최하층의 소녀를 주인공으로 삼아, 패권을 다투는 사람들에게 농락당하면서도 힘껏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다. 그리고 그녀에게는 뜻밖의 비밀이 있는데…. 단편도 많이 번역되어 있으며, 멋진 작풍이 독특한 멋으로, 작자 본인도 사실 멋있고 쿨한 인물이다.

“80후”라고 불리는 1980년대 태생 작가의 대표로서도 유명한 천추판은, 이전 세대와 다른 SF관의 전환을 얘기한다.

“1950년부터 1980년대, 중국은 과학 기술의 훌륭함을 일반 대중을 향해 강하게 내세우기 위해, 소련 SF 작품의 콘셉트를 빌리고 있었어요. 그러나 그것은 SF라는 장르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낳고 말았어요. 비평가는 SF를 문학이라기보다도 아동 문학, 또는 대중용 장르로 다루고, 과학자들은 미신 같은 사이비 과학을 묘사한 것이 SF라고 생각했어요. 그것이 SF 문화를 감퇴시켜서, 언더그라운드 문화로 여기고 말았던 거예요.

그러나 현재는, 문학성과 미학, 세계관과 본질성, 문제에 직면했을 때 인간의 올바른 자세, 인간에 대한 통찰과 이해를 형성하는 이야기의 힘이 보다 주목받게 되었어요. 이것은 매우 큰 변화라고 생각합니다.”(『WIRED』, 20200215.)

그 밖에 이름을 대면 끝이 없을 정도로 많은 작가가 일본에 소개되고 있다. 꼭 작품집을 손에 드시고, 좋아하는 작가를 찾으시기를.

■ 일본에서 중국 SF의 수용

일본에서는 예전부터, ‘중국 SF 연구회’라는 번역가 하야시 히사유키林久之가 설립한 동인 활동이 계속되고 있다. 아직 일본에서, 중국 SF의 존재가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에 번역해 소개하고, 동인지와 『SF 매거진』 등 상업지에 드문드문 발표해 왔다. 첫 번째 터닝 포인트는 2001년, 하야시 히사유키․다케다 마사야武田雅哉 공저로 『중국 과학 환상 문학관』이 출판된 것이다. 이 책은 고전부터 현대까지 폭넓은 중국 SF에 관한 소개와 역사적인 흐름을 상하 두 권에 정리한 대작으로, 그때까지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일본의 중국 SF의 기본 교과서가 되고 있다. 이 책은 현재도 구입 가능하므로, 중국 SF에 흥미를 가진 분은 꼭 일독하시기 바란다.

두 번째 터닝 포인트는 중국 출신 미국인 작가이자 번역가인 켄 리우Ken Liu의 등장이다. 그의 『종이 동물원The Paper Menagerie』(『종이 동물원』, 황금가지, 2018년)은, 미국으로 찾아온 중화계 어머니와 아들의 복잡한 친자 관계를 그린, 눈물 없이 읽을 수 없는 명작이다. 이 밖에도 『파자점술사The Literomancer』(『종이 동물원』, 황금가지, 2018년)에서는, 고독한 소녀와 우정을 키우는 현지 노인과 소년을 묘사하지만, 상상을 훨씬 뛰어넘은 말로는 다할 수 없을 정도의 충격적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그는 중국과 화교 등을 무대로, 차별과 마이너리티 등을 묘사하는 것이 많다. 그는 작품을 발표하자마자, 순식간에 영어권에서 엄청난 절찬을 받고, 수많은 상을 수상하게 된다. 이런 켄 리우가 일본에 소개되기 무섭게, 대단한 인기를 끌게 된다(현재도 복수의 작품이 판을 거듭하고 있다). 그는 재주가 많은 사람으로, 변호사이고 프로그래머이며 작가이고 번역가다. 중국 SF를 직접 번역해, 읽기 쉬운 문장으로, 순식간에 영어권에 중국 SF를 확산시킨 주역이기도 하다. 휴고상을 수상한 류츠신의 『三体』도 역시 켄 리우의 번역이다. 그래서 일본에서도, 저 켄 리우가 번역한 거라면 틀림없을 것이라고, 중국 SF의 영어 번역본을 일본어로 번역해 들어오게 된다. 예를 들면 켄 리우 편찬의 『접이식 베이징北京折叠』, 『찬란한 옛날昔日的阳光』 등을 들 수 있다. 정확한 선구안과 원문의 좋은 점을 십이분 끌어낸 번역은, 일본의 독자에게 “중국에도 SF가 있구나!”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켄 리우로 인해 일본 SF 팬에게 중국 SF가 인지되었다고는 해도, 그건 아주 일부 마니아의 인식에 불과했다. 이어서 세 번째 터닝 포인트가 된 것이, 류츠신의 『三体』 번역이었다. 이 번역 책은 중국어 원서에서 일본어로 번역되어, 그것을 영어 번역본을 참조하면서 손질한다는, 품이 많이 드는 작업을 거쳐 완성된 것이다. 그 결과, hard SF(물리학, 화학, 생물학, 천문학과 같은 ‘자연 과학’을 기반으로 새로운 기술과 발명품이 인간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묘사하는 공상 과학 작품 - 역주)일지라도 아주 읽기 쉬운 세련된 번역문이 되어, SF 팬만이 아니라, 일반 독자층에도 폭넓게 수용되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의외의 독자층으로 비즈니스맨이 거론된다. 중국에 관련된 일을 하는 비즈니스맨이, 중국인과의 대화에 유용하게 쓰려고 읽는다는 현상이 생기어, 순식간에 대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여기서부터, 중국 SF는 영어 번역본의 중역이 거의 없어지고, 바로 중국어에서 번역하는 것이 늘어 갔다. 또한 제2, 제3의 『三体』를 찾아, 한쑹의 『무한병원無限病院』과 장보江波의 『은하수의 심장银河之心』, 류츠신의 단편집과 장편 등이 잇따라 발매되고 있다.

일본 오리지널 선집도 등장했다. 다치하라 도야立原透耶의 『시간의 계단 ― 현대 중화 SF 걸작선』, 『우주 끝의 책방 ― 현대 중화 SF 걸작선』은, 성별과 연대에 쏠림이 없도록 의식하며 엮은 선집으로, SF 4대 천왕 가운데 류츠신을 제외한 세 사람의 작품이 들어 있다. 또한 중견과 젊은 사람도 선별하고 있어, ‘오늘’의 중국 SF를 조망하기에는 가장 좋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역시 1년에 한 권 하야카와출판사早川書房에서 출판되는 『SF가 읽고 싶다!』에는 『우주 끝의 책방』이 2024년도 해외 베스트 4위에 랭크되어 있다.

오오에 가즈미大惠和實의 선집도 기세가 좋다. 『중국사 SF 단편집 ― 이동 미궁移動迷宮』, 『달리는 빨강 ― 중국 여성 SF 작가 선집』은, 각각 주제를 정하고 작품을 선출하고 있다. 『달리는 빨강』에 영향을 받아, 일본에서는 일본에서 처음으로 여성 작가가 새로 쓴 SF 선집 『NOVA 2023년 여름호』가 출판되었다. 또한 중국과 일본의 작가들이 각각 “당나라 시대를 무대로 한 SF”를 새로 쓴 『장안 래퍼 이백 ― 중․일이 경쟁적으로 만든 唐代 SF 선집』이 출판되어 있다. 중국사 전문가인 오오에 가즈미의 주제별 선집 차기작은 『우주 대장군 허우징侯景 선집』이 정해졌다.

앞으로 중국 SF지만, 장보의 『은하수의 심장』 시리즈와 한쑹의 『붉은 바다紅色海洋』, 선집 『우주 묘비 ― 현대 중국 SF 선집』 등이 예정되어 있다. 또한 엄밀하게는 SF는 아니지만, 마보융馬伯庸의 역사 미스터리 『兩京十五日』, 『서유기 변란西遊記事變』은 엄청나게 재미있다. 같은 마보융의 『장안 라이치』도 발매가 예정되어 있으며, 노예화된 회사형 인간 소설로도 즐길 수 있는 것을 보증함. 이것들도 추천한다.

이상 대충 소개했지만, 앞으로 점점 증가해 갈 중국 SF, 중국다움을 독해할 것인가, 세계성을 독해할 것인가, 그것은 독자 나름. 다만 이것만은 말할 수 있다. 결코 만만찮은 것이 중국 SF. 깊숙이 파고들어 숙독하면 할수록, 깊은 맛을 느끼는 것도 재미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세카이』, 202504월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