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슈비츠의 소각로 3
숨겨진 악과 마주하다. 기억문화를 잇다

(WWW.SURPRISE.OR.KR / 김종익 / 2025-04-18)

나카무라 마사토中村眞人
1975년생. 와세다 대학 문학부 졸업. 자유기고가.
2000년부터 베를린 거주. 주된 집필 주제는 클래식 음악, 여행과 철도, 홀로코스트와 기억의 계승, 베를린, 전쟁과 아이들 등이다. 『아키코明子의 피아노』, 『베를린 가이드북』 등의 저서가 있다.

에르푸르트 대성당에 그리 멀지 않은, Waidspeicher라는 인형 극장 앞에서, 나는 하르트무트 토프 씨와 만났다. 2021년 9월 1일, 코로나 재난 규제가 완화되어, 오랜만에 에르푸르트를 찾았던 날이다. “연극은 그런대로 괜찮았었나요?”라고 말하면서 나타난 하르트무트 씨는, 이렇게 얘기했다.

“인형극에 대한 내 열정은 어린 시절부터예요. 아버지가 자주 집에 인형극 공연자를 불러 보여 주곤 했어요. 그림자극도 그랬어요. 인형극의 장치와 장치를 작동하는 일은, 내게 늘 미스터리하고 매혹적인 존재였어요.”
 
아버지 알버트는 이웃에 사는 백부 한스와 마찬가지로 나치 당원이었다. 두 사람은 1945년 여름, 소련이 관할하는 경찰에 호출되어, 두 번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오라니엔부르크Oranienburg의 소련 제7특설 수용소에서 사망했다). 하르트무트 씨가 열한 살 때였다.

친족(아버지의 사촌 형제)인 루트비히와 에른스트 볼프강이 경영하고 있었던 Topf & Söhne社는,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에 소각로를 제공해, 홀로코스트라는 대량 살육에 가담했다. 아버지에 대한 따듯한 기억과 가족을 가해로 끌어들인 나치의 거대한 범죄. 언뜻 보면 상반되는 듯이 보이는 두 요소가 하르트무트 씨의 여든여섯 해의 인생에 깊게 아로새겨져 있다.

전후에도 베를린 교외, 소련이 관할하는 팔켄제Falkensee에 계속 살았다. 그러나 공산주의 체제에는 아무리 해도 적응하지 못했던 하르트무트 씨는, 서베를린의 작은 신문을 동베를린 쪽에 밀수한다는 위험한 행위에 손을 대게 된다.

어느 날, 동급생의 아버지가 학교의 책에 숨겨져 있던 신문을 발견하고, 바로 당국에 전달하자 학교는 폐쇄되는 사태에 이른다.

“선생들은 ‘Topf의 소행?’이라면 의심하고, 상황은 절박해지고 말았어요. 다음 날 아침, 담임선생이 채 어둠이 가시지 않은 이른 아침에 우리 집에 찾아와서, ‘(당국이) 너를 체포하러 올 것이다. 지금 바로 도망쳐라!’라고 전해 주셨어요. 그래서 저는 달아난 거지요. 이웃에 사는 큰어머니로부터 5마르크를 받아서….”

1950년 11월, 열여섯 살의 하르트무트 씨는 어머니와 여동생을 남겨두고 서독으로 망명하는 길을 선택했다. 아직 베를린 장벽은 없었기 때문에, 버스로 서베를린의 슈판다우Spandau로 월경할 만큼 괜찮았다. 서독에서는, 돌아가신 아버지와 같이 지멘스사의 일을 했지만 성격에 안 맞았다. 나중에 결혼과 이혼을 경험하고, 어린 아들을 떠안게 되었다. 싱글 파더 처지에서는, 풀타임의 일은 곤란했다. 그런 와중에 프리랜서로서, 전부터 계속 열정을 가지고 있었던 연극과 저널리즘, 라디오 일을 만났다. 이것이 전기가 되었다. 지난 글에서 소개했듯이, 1995년 1월, Topf家의 친족에 의한 회사 소유권과 저택의 땅 반환을 요구하는 움직임에 대해 하르트무트 씨가 공개서한을 냈을 때, 친족의 일부에서는 반발의 목소리도 있었다고 하지만, 그는 단호하게 말한다.

“나는 Topf & Söhne 회사를 이어받지 않았고, 계승할 생각도 없었지만, Topf 이름으로부터 도망치지도 숨지도 않았어요. 제대로 Topf & Söhne의 과거를 마주하며, 얘기해야 할 역사로 여기며 전달해 가야 한다고 생각하며, 활동해 왔어요.”

■ 가해를 생각하는 ‘기억의 장소’에 이르는 과정

하르트무트 씨는 공개서한 속에서, 에르푸르트의 Topf & Söhne가 있던 자리를 “젊은 사람을 위한 정치 교육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실현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2017년 아우슈비츠 여행에, 최고령으로 참가한 Ingrid&Johannes Schlemmer 부부는, 그 과정을 직접 아는 사람들이다. 두 사람은 어린 시절에 세계대전의 말기를 경험하고, 동독 시절부터 교회에서 목사의 일을 해 왔다. 1999년에 설립된 ‘Topf & Söhne’ 후원회 설립 때의 상황을 이렇게 회고한다.

“우리는 시민의 잡다한 그룹으로 활동을 시작했었지만, Topf & Söhne의 후계 기업에서 일하고 있던 사람들은 우리를 적대시하기 시작했어요. 동독 시절, 이 회사는 국영화되어, ‘에르푸르트 인민 소유 기업, 맥아 제조 공장․저장고 건조’(통칭 EMS)라는 이름으로 건조기 제조 등 기업 활동을 계속하고 있었어요. 그들이 말하기를 ‘(강제 수용소의) 사체를 태우기 위한 소각로를 만들었다는 역사는 기업의 역사 속의 겨우 한 페이지에 지나지 않고, 그 밖의 점에서는 좋은 기업이었다.’ 에르푸르트에 거주하는 사람이 많이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역사를 다시 문제 삼아, 기업의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일은 좋게 생각될 수 없었어요.

지금도 자주 생각합니다. 그 부지 안에서 논의하고 있노라면, EMS의 전 종업원들이 머리를 가로저으며 나타나서,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이미 과거의 일이니까, 여러분은 제발 잠자코 있어 주기 바란다.’고. 당시는 에르푸르트市의 지원도 받지 못했어요.”
  
Topf & Söhne의 후계 기업인 EMS는, 1996년에 도산하기까지 존속했다. 오랜 세월 일했던 종업원 가운데는, “Topf & Söhne가 살인을 한 건 아니다. 사체를 ‘처리’했을 뿐이다”  “이 회사가 제조한 소각로가 없었더라도 유대인은 (나치에) 살해되고 있었을 것이다”라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후계 기업을 경유해 새로운 사람도 성장하고 있었다. 바로 에르푸르트 출신의 사회민주당 정치가, 카르스텐 슈나이더Carsten Schneider다. 그는 10대였던 1980년대, EMS에서 인턴 사원으로 근무했다. Topf & Söhne와 아우슈비츠와의 관계를 전혀 모르고. 스물두 살로 최연소 연방의회 의원으로 선출된 뒤, 의원 자격으로 아우슈비츠를 방문한 그는, 소각로에서 Topf & Söhne의 이름을 발견한다. 태어난 고향의 기업이 범한 죄를 직면하고, 이 역사에 대처하려고 생각했다고 한다(2021년부터 슈나이더는 독일 동부 지역 담당 국무 장관을 맡았다).

이렇게 Topf家 후예인 하르트무트 씨와 ‘Topf & Söhne’ 후원회 사람들, 예산 측면에서는 슈나이더 의원 등, 각 방면의 끈질긴 로비로, 2002년 부헨발트 강제 수용소 기념관 이름으로 Topf & Söhne의 역사 조사 프로젝트가 시작되게 된다. 그 프로젝트의 연구원에 선발된 인물이, 역사가 안네그레트 슐레Annegret Schule 박사였다. 2005년 베를린 유대 박물관을 시작으로 순회 전시가 시작되고, 그 엄청난 반향에 따라 상설 전시를 행하는 방향으로 방향이 잡혔다. 그리고 2011년 1월 27일, 아우슈비츠 해방의 날에 맞춰서, 마침내 에르푸르트에 역사 기념관 ‘Topf & Söhne 기억의 장소’가 문을 열었다.

제3 제국에서 동독, 그리고 동․서독 통일 뒤 ‘Topf & Söhne’의 재발견 과정을 모두 목격해 온 Schlemmer 부부는, 이렇게 얘기해 줬다.

“우리가 만든 것은 희생자를 추도하는 기념관이 아니고, 가해자를 기억시키기 위한 기념관입니다. 이런 생각이 관철되기 위해서는 몇 년이나, 아니 거의 수십 년이나 걸렸어요. 어려운 문제니까요. 우리는 누구를 찬양하고 싶은 게 아닙니다. 가해 행위를 떠올리게 하고,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생각하기를 바라는 겁니다.”(Ingrid Schlemmer)

“경제 활동을 위해서라면 뭐든 해도 괜찮다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경제적으로 보면 정당해도, 인도적, 윤리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일은 많아요. 경제 활동을 인도로 한정한다. 달리 말하면, 어디서 노라고 해야 하는가, 예요. 노라고 해야 할 때가 있어요. 오늘 바로 지금 이 시대, 노라고 해야 할 데에서 할 수 없는 상황이 많이 있어요. 그래서 역사에서 배우고, ‘왜 이 사람들은 저 상황에서 노라고 할 수 없었던 걸까, 하지 않았던 걸까’를 생각하는 겁니다. 그리고 우리는 어디서 노라고 해야 할까를 생각하는 겁니다.”(Johannes Schlemmer)

Topf & Söhne의 부지를 상업 시설로 바꾸는 게 아니라(이미 토지가 서독 기업에 팔렸기 때문에, 그렇게 될 가능성은 충분했다), 역사 기념관으로 남기는 의의는 바로 이 부부의 말에 있다고 생각한다. Topf & Söhne의 역사가 보여주는 것은, 악에 참여하고, 그것이 일상의 임무가 되어, 이윽고 무감각․무관심하게 되어 가는 과정의 공포다. 거기에 다른 길은 없었을까, 어디쯤에서 되돌아 올 수는 없었을까, 라고 우리는 묻는다. ‘기억의 장소’에는, 의사와 판사, 경찰 그룹이 방문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 하르트무트 씨가 처음 생각했던 “젊은 사람들을 위한 정치 교육의 장”이라는 틀을 훌쩍 넘어선 배움의 장소가 탄생한 것이다.

■ 소각로 제작을 거절한 회사

하르트무트 씨와 다시 만난 2022년 11월, 나는 다시 에르푸르트로 향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군사 침공을 하여, 그럭저럭 70년 이상 유럽에서 유지된 평화가 깨지고 나서 9개월이 경과하고 있었다.

‘기억의 장소’ 2층 직원 방으로 가자, 당황해 하면서도 수석 큐레이터 안네그레트 슐레 박사가 웃는 얼굴로 맞이했다. 내가 이번에 듣고 싶었던 것 가운데 하나는, 그녀가 자신의 저서 『산업과 홀로코스트Industrie und Holocaust: Topf & Söhne - Die Ofenbauer von Auschwitz』의 결론 부분에서 언급하는 주제였다.

 “Topf & Söhne社의 역사는, ‘나라면 어떤 행동을 취했을까?’라는 물음을 환기시킨다. 그것이 ‘어떻게 하면 (자신이라면) 윤리적으로 책임을 수반하는 직업상의 결단을 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이라면, 이 책은 중요한 목적을 수행한 것이 되리라.”

루트비히와 에른스트 볼프강이라는 Topf家 형제는 나치당의 멤버였지만, 유난히 반유대주의 사상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유대인 사원이 계속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조차 했다고 한다. 왜 이 기업은 홀로코스트의 범죄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던 걸까. 안네그레트 슐레 박사에게 먼저 이 점을 질문했다.

“확실히 Topf & Söhne社 사람들의 행동은 특별히 인종차별주의와 반유대주의에 기인한 것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왜 소각로를 만들게 되었을까요. 저는, 그들이 거기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발견했을 뿐이라고 생각해요. 친위대SS와 T4(안락사) 작전을 위해 사체 소각로를 만드는데, 반유대주의일 필요는 없었던 거지요. 기술적인 노하우를 가지고, 친위대를 위해 일하는 데 저항이 없었어요. 그것뿐이에요.”

안네그레트 슐레 박사는, 당시 나치 정권에 특별히 깊게 관여하지 않은, 이른바 일반인들에서 실마리를 찾는다. 예를 들면, 절멸 수용소로 수송한 제국 철도 기관사, 유대인에게서 몰수한 가재도구 등을 경매에 붙였던 사람, 그 가재도구를 싸게 산 사람들. 재산을 압수한 세무서 직원 등등. 보통 사람들이, 직업이나 일상생활을 통해 범죄에 가담하고 있었다. Topf & Söhne社도 그 가운데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대에서 보면 있을 수 없다고 느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오늘의 우리에게는 윤리상의 지침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금 그 지침이 많은 경우에 올바르게 기능하지 않고, 다양한 장면에서 인권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있어요. 그러나 현대 사회, 정치, 국가가 인권의 가치에 기초해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독일연방공화국의 기본법 제1조에도 ‘인간의 존엄은 불가침이다’고 정해져 있어요. 그러나 당시 나치 정권에 이러한 윤리적 지침은 없었어요. 오히려 ‘민족 공동체에 속하지 않는다’고 간주된 사람들의 인권을 침해함으로써 나치로부터 보상이 있었을 정도예요. 그런 사회 속에서는, 반역하기보다 동조하는 쪽이 편했던 거지요.

제가 상당히 확신하는 것은, 당시 Topf & Söhne가 친위대를 위한 소각로 제작을 거절했다고 해도 큰 보복은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겁니다. 실제로, 당시 소각로 제작 노하우를 가지고 있었던 기업은 독일 전체에 6개 회사가 있었지만, 3개 회사는 친위대를 위해 일하지 않았어요. 그 가운데 하나가 슈투트가르트의 빌헬름 루프만Wilhelm Ruffman이라는 회사예요. 지금도 실재하고, 저도 접촉을 취한 적이 있어요.”

내게는 뜻밖의 놀라움이었다. 친위대의 소각로 제작 의뢰를 거절한 회사가 있었다는 것은…. ‘빌헬름 루프만’,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안네그레트 슐레 박사에 따르면, 어디까지 구두로 전해져 온 이야기라는 거지만, 당시의 사장이 친위대의 소각로 제각 의뢰를 거절한 것은 확실하다고 한다. 친위대에 전면적으로 협조한 Topf & Söhne와 빌헬름 루프만을 가른 것은 뭐였을까. 루프만에 가능한 것이 왜 Topf & Söhne에서는 할 수 없었던 걸까. 만약 친위대와 관계를 끊을 수 있었다고 가정하면, 그 최대 기회는 1941년 2월 엔지니어 쿠르트 프뤼퍼가 사직서를 냈을 때였다는 생각이 든다.

“확실히 프뤼퍼가 사직서를 냈을 때가 소각로 제작 비즈니스에서 발을 뺄 기회였어요. 그러나 잘 생각해 보면, 이 비즈니스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은 달리도 많았어요. ‘폐사의 소각로 부서는 영세해서, 죄송하지만, 지금은 그럴 능력이 없습니다.’라고만 해도, 의뢰를 받지 않아도 전혀 문제는 없었겠지요. 다만, Topf & Söhne가 이 비즈니스를 그만두고 싶다고 한 기록은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어요.”

전술했듯이, 소각로를 전문으로 하는 독일 기업 6개사 가운데, 친위대의 비즈니스에 관여했던 회사는 3개사. Topf & Söhne의 경쟁 상대였던 베를린의 코리社는, 작센하우젠, 라벤스브뤼크, 노이엔가메, 마이데네크 등 몇 곳의 강제 수용소에 소각로를 제공하고 있었다. 이 두 회사는 경쟁하듯이 친위대로부터 발주를 받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큰 차이도 있다. 그것은 Topf & Söhne가 가스실 환기 설비 제작에도 관여하고 있었던 일이다.

“비르케나우에는 네 개의 소각동이 있으며, 그 가운데 두 개는 지하에 가스실이 있었어요. Topf & Söhne이 가스실의 환기 시스템을 개발함으로써 특별 작업반 존더코만도 Sonderkommando(2차 대전 당시 나치스 수용소에서 살해된 수용자들의 시체를 나르던 수용인 그룹. 특별작업반 - 역주)가 신속하게 사체를 반출해, 다음 그룹의 살해가 가능하게 되었어요. 이리하여 Topf & Söhne는, 보다 효율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일에 직접 공헌한 거예요. 코리社는 소규모 회사로, 주된 제품은 난방 설비와 폐기물 소각로예요. 환기 시스템은 만들지 않았어요.

이 경우에 특히 기묘하고 모순을 배태하고 있는 것은, Topf & Söhne가 이 ‘사람을 효율적으로 죽이기 위한 비즈니스’를, 일상적으로 다루고 있는 다른 부문의 비즈니스와 전혀 다르지 않게 취급하고 있었던 겁니다. 마치 보통의 일처럼…. 그리고 종업원들은 자신들이 행하는 일의 잔혹함을 알고 있었을 겁니다. 비르케나우의 소각동에서 실제로 작업을 했으니까요.

환기 장치 기술을 가지고 있었던 것 자체는 아무런 문제도 없어요. 호텔에서도 쓰이고, 시의 일반 화장장에서도 사용되는 일이 있어요. 그러나 그 기술이 살인의 효율화를 위해 쓰였다는 게 문제인 거죠.

그리고 회사의 간부들은, 이 행위가 인권 침해인 것을 안 뒤에 친위대에 가담했어요. 거기에는 어떤 종류의 집단 심리도 작동했다고 생각해요. 주변 사람이 모두 참가하니까 간단히 가담해 버리는 거죠. 누구 한 사람이라도 이상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으면 또 바뀌었을지도 모릅니다.” 

■ 소각 능력 추구, 존더코만도의 시도

Topf & Söhne의 ‘사람을 효율적으로 죽이기 위한 비즈니스’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문서가 남아 있다. 아우슈비츠 중앙 건축 시공부의 1943년 6월 28일자 문서에는,  “제2 소각동과 제3 소각동에서는 24시간에 각각 1,440명, 제4 소각동과 제5 소각동세너는 각각 768명의 유체 소각 가능”이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이것은 실태가 아니었다.

“폴란드 출신 유대인으로, 존더코만도의 한 명이었던 헨리크 타우버Henryk Tauber가 전후 증언한 바에 따르면, 위(Overkapo)에서는 한 번에 3명 이상의 사체를 소각하지 않도록 지시가 내려져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쉬지 않고 계속 일해야 하기 때문에, 종종 4~5명의 사체를 동시에 소각했었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Mussulemen’으로 불린 극도로 쇠약한 사람이나 어린이, 체격이 작은 사람이었다면 소각로에 들어가니까요. 공습경보 때는 불길의 기세를 올리기 때문에, 더욱 무단으로 사체의 수를 늘였다고 해요. 말하자면 활활 타는 불길을 (상공의 연합군에게) 신호를 보내기 위해 사용하고 있었던 겁니다. 정말 기막힌 이야기지요…. 이런 식으로 사용하면 소각로가 쉽기 망가지기 때문에 친위대는 싫어했던 거지요.”

그렇게 되면 실제 소각로의 소각 능력은 바뀐다. 타우버는 당시 일하던 제2 소각동에서, 24시간에 약 2,500명의 사체를 태웠다고 증언했다. 제3 소각동도 마찬가지 상황이었다고 가정할 수 있다. 제4와 제5 소각동의 소각 능력은 수용소 소장 루돌프 헤스의 증언에 따르면, 최대로 각각 1,500명. 타우버의 증언과 합하면 24시간에 최대 8,000명. 안네그레트 슐레 박사는 이렇게 산출했다.

1944년 여름, 헝가리에서 강제 수송되어 살해된 유대인의 유체를 9,000명 이상 태웠던 때는, 소각로가 부족해 야외에서 유체를 태우기 위한 구덩이를 판다.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소각로는 항상 모두 가동되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 예를 들면, 제4 소각동은 1943년 5월 무렵부터 사용되지 않았고, 제5 소각동도 자주 고장이 났다고 한다.

“8,000명이라는 것은, 어디까지 책상 위의 소각 능력입니다. 애초에 100만 명의 사체를 태워야 하는 설비를 만든 경험 따위는 없었으니까. 그래서 중앙 건축 시공부는 친위대의 요청을 너무 높이지 않기 위해 일부러 소각 능력을 작게 신고했던 거죠.”   

Topf & Söhne가 관여한 산업 살인 공정의 말단에 있었던 사람들이 타우버 같은 존더코만도(대부분 유대인)라는 존재였다. 인간의 사체를 처리한다는 가장 가혹한 임무에 종사하면서도, 자신들이 생존할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올리기 위해 소각로의 소각 능력을 넘어 사체를 태우려고 했던 그들의 시도에는, 말문이 막힌다.

■ 기업과 일상의 관점에서 홀로코스트 연구

안네그레트 슐레의 저서 『산업과 홀로코스트Industrie und Holocaust: Topf & Söhne - Die Ofenbauer von Auschwitz』는, 464쪽에 이르는 방대한 저작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혹은 관계자에 인터뷰를 하고 이 책으로 되돌아오면서, 나는 그럭저럭 이 주제에 대해 여기까지 정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매우 묵직한 주제이기에, 책장을 넘기며 독해하는 것이 힘들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그럴 때, 이 방대한 저작을 정리해 낸 안네그레트 슐레 박사에게 몇 번이나 경외심을 느꼈다. Ingrid Schlemmer 씨가, 나에게 이런 얘기를 했다.

“우리의 활동에서 운이 좋았던 것은, 안네그레트 슐레 씨가 있었다는 겁니다. 그녀가 정력적으로 활동해, 저작을 출판함으로써, Topf & Söhne의 역사는 학술 연구로서 인정받았던 겁니다. 그 덕분에, 지금은 많은 연구자도 이 기념관을 찾고 있어요.”라고.

애초에 그녀가 어떻게 이 주제를 만났는지, 물어 보고 싶었다.
“제가 스스로 선택했다기보다도, 이 주제가 저를 선택한 거지요. 원래 저는 서독 출신으로, 동독 시절의 여성 노동자들에 대해 연구하고 있었어요. 동독 시절, 여성 취업률은 90%로 높아, 서독과 대조적이었어요. 특히 기업과 일상 역사에 흥미가 있었던 겁니다. 제가 원래 홀로코스트 연구자가 아니었던 점은, 자기 연구의 접근 방법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해요. Topf & Söhne의 역사에 관한 문제를, 이 회사의 일상적 관점에서 연구해 왔어요.
범죄에 가담한 ‘보통 사람들’을 묘사함으로써,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좀 더 개인적 문제로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아우슈비츠와 부헨발트의 친위대가 얼마나 나빴는가를 얘기해 봤자, 현대인들은 ‘심하다. 나라면 그런 식으로는 절대 안 한다.’고 거리를 둬 버리죠. 그러나 보통의 비즈니스맨이나 회계사, 비서였다면 어떨까요. 직업의 문맥에 둠으로써,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동의 중대성과 책임을 보다 쉽게 전달하게 되지 않을까 해요. 쿠르트 프뤼퍼에게 중요했던 것은, 자신의 명성과 보다 높은 수입이었어요. 그런 소망을 우리는 잘 이해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것은 나치에 가담할 이유는 되지 못해요. 나치의 범죄는, ‘나’와 ‘당신’ 같은 사람들이 가담했기 때문에 성립한 겁니다.

그렇게 생각해 가면, (타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왜 앞으로도 극우와 반유대주의, 인종차별주의를 규제해 가야 하는지,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물론 연구(고증)함으로써, 역사 수정주의자에 논거를 주지 않고, 근거와 증거에 기초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그 위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책임의 중요성을 추구할 수 있는 거지요.”

Topf & Söhne라는 일개 민간 기업에 은닉된 악을 파헤치고, 그것들을 선으로 잇고, 고증한다는 작업은, 우리 안에 은닉되어 있는 악과 마주하는 것이기도 하다. ‘Topf & Söhne 기억의 장소’는, 독일의 기억문화(Erinnerungskultur)가 낳은 하나의 작품이다.

■ 가자 공격으로 흔들리는 독일 사회와 기억문화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테러 공격, 그 뒤 이스라엘의 가자 공습은, ‘아우슈비츠’를 둘러싼 언설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 한 달 뒤인 11월 9일, 베를린 번화가 쿠담Ku'Damm에서 「수정의 밤」 추도 시위가 행해진 시점에, 가자에서는 이미 많은 민간인 사상자가 나오고 있었다.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수상은, “하마스의 잔학 행위는 홀로코스트 이래, 가장 무시무시한 것이다”라고 주장하며, 가자 공습을 자위행위로 규정했다. 그날 밤, 많은 시민과 함께 추도 시위에 참가한 나는, 하마스 테러의 희생이 된 이스라엘 사람만이 아니라,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자(대부분은 여성과 어린이다)에게도 다가가는 말을 내심으로 찾고 있었다. 하지만 독일 측 대표자로부터 들려오는 것은, “독일은 이스라엘 편에 선다” “Nie wieder(아우슈비츠를 두 번 다시 반복해서는 안 된다)”라는 종래의 말 뿐이었다.

2024년 2월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는, 최우수 다큐멘터리상과 관객상에 빛나는 「No Other Land」의 감독,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출신의 두 명의 감독이, 그 수상식에서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연설을 했던 바, 베를린의 카이 베그너Kai Wegner 시장이 다음 날 X에 “용인할 수 없는 상대화다. 베를린에 반유대주의의 자리는 없다. 베를린은 이스라엘 편에 선다”고 발언했다. 내 위화감은 한층 부풀어 올랐다.

그 무렵, 일본 TV 뉴스 영상이 눈에 띄었다. NNN 런던 지국장이 아우슈비츠의 생존자 아니타 라스커-발피슈Anita Lasker-Wallfisch 씨의 자택을 방문해, 그녀와 인터뷰를 하는 영상이었다. 나도 한 번 베를린에서 인터뷰한 적이 있는 분이다.

아니타 씨는 아흔여덟 살이 되었지만, 날카로운 안광으로 단호하게 말했다.
“어리석고 부끄러워할 일이다. 지금 가자에서 일어나는 일을 정당화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홀로코스트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

이스라엘의 가자 공격, 그리고 거기에서 홀로코스트의 기억을 끄집어내는 것을 강하게 비난한 것이다.

첼리스트였던 아니타 씨는, 아우슈비츠를 여성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살아남았다. 비르케나우의 제2 소각동 바로 근처, Topf & Söhne社 소각로에서 올라오는 연기를 보는 일상에서,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다…. 그녀는 2018년 국제 홀로코스트 기념일에 독일 연방의회에서 감동적인 연설을 하고, 에르푸르트의 ‘기억의 장소’에서도 자신의 체엄을 얘기하고 있다.

아니타 씨의 솔직한 말은, 내 마음을 조금 진정시켜 주었다. 하지만 이스라엘 지지를 국시로 삼아 온 독일 미디어였다면, 아니타 씨의 이 말은 그대로 방송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복잡한 생각도 남았다.

그로부터 1년 가까이가 지나, 올해 1월 말 아우슈비츠 해방 80년에 즈음해, 독일의 미디어는 최후 증언자의 말을 소개함과 동시에, 2월 23일에 앞당겨 치러지는 연방의회 선거를 앞두고,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선택지’(AfD)의 대두에 대한 염려와 두려움에 지면을 많이 할애하고 있다. 예나 대학의 노르베르트 프라이Norbert Frei 교수(근현대사)는, 이렇게 말한다.

“독일 정치는 지금 해결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한쪽에서는, 이스라엘의 안전을 수호한다는 역사적으로 쌓아온 충분한 근거가 있는 신조, 말하자면 (독일입장에서의) ‘국시’에 서 있고, 다른 쪽에 네타냐후 정권은 인도와 국제법을 무시하고 가자 지구에서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

그리고 그 뒤에 이렇게 말한다.
“독일의 기억문화가 도의적으로 고립Abseits되어 있다”고.

Abseits는, 축구의 ‘오프사이드’로 자주 사용되는 말이다. 이 문장을 반추하면서, 나는 10․7 이후에 막연하게 느껴 온 위화감에 힌트를 받은 기분이 들었다.

오늘의 독일, 베를린에서는, ‘반유대주의’를 모든 증오와 차별의 위치시켜 놓고, 그것이 가일층 증오와 분단을 낳게 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스라엘 지지하지 않는다 = 반유대주의’라는 이분법에 의한 이스라엘 지지는, 이미 현실과의 괴리가 두드러진다. 이러한 상황이, 시간을 들여 육성해 온 독일의 기억문화의 다양성을 바싹 조여서, 바로 도의적으로 고립시키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 현실을 조소하고 있는 것이, 독일 제일주의와 이민 배척을 호소하고, 기억문화를 경시하며, 아우슈비츠에 대한 기억에 종지부를 찍으려 하는 AfD이리라. 그들의 일부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반유대주의를 득세시키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

우리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안고 있는 불안과 함께, 가자 사람들의 고통에 마음을 쓰는 일마저 허용을 받지 못하는 것일까. 타자의 슬픔과 고통에 마음을 보낸다는 행위는, 남과의 비교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그 감정을 유린하고, ‘아우슈비츠’와 ‘반유대주의’를 유일무이한 것으로 고정해 버리는 것은, 새로운 제노사이드를 용인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Topf & Söhne의 역사가 보여주는 것은, 증오보다도 도덕 없는 비즈니스라는 괴물이다. ‘Topf & Söhne 기억의 장소’ 전시는, 인간이 어느 시대도 어느 사이엔가 빠져 버리는 가학성의 함정을 우리에게 경고한다.

지난해 10월, Topf & Söhne의 원고 정리가 한창일 때, 하르트무트 토프 씨에게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 오랜만에 전화를 했다. 하지만 “이 번호는 사용되지 않는 번호입니다”라는 통지가 왔다. 불길한 예감이 들어, ‘기억의 장소’ 홈페이지를 열었더니, 하르트무트 토프 씨가 9월 9일에 아흔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것을 알았다. 경악했다.

에르푸르트 대성당 앞의 카페에서 하르트무트 토프 씨에게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느 날 홀연히 자취를 감추고, 돌아오지 않았던 아버지 알버트가 화제에 올랐던 것을 떠올렸다.

“왜 아버지는 형인 한스와 나치에 입당했던 걸까? 왜 그 사람 좋은 어른들이 살인 집단에 말려들고 만 것일까? 다행히 아버지는 Topf & Söhne社와는 관계가 없었지만, 그래도 나치당의 일원이었어요. 아버지가 설명해 주시기 바랐어요. 그런데도 나는 아버지와 꿈속에서 얘기할 수밖에 없었어요.” 

이때 먼 곳을 바라보는 하르트무트 토프 씨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어린 시절에 아버지가 보여주었던 인형극의 기억. 하르트무트 토프 씨에게, 아버지와 짧기만 했던 따듯한 시간과 그 상실은, 원체험인 채 계속되었으리라.

하르트무트 토프 씨의 저 깊숙한 내면에는 슬픔과 연민이 있어, 죽은 아버지와 대화하면서, 거기에서 서로 다른 사람끼리 배우는 장으로 연결해 갔다. 뭔가에 대한 증오 때문이 아니다.
(『세카이』, 202504월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