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사디즘에 쫄지 마
영국 『가디언』지 기고문(2025년 2월 6일)

(WWW.SURPRISE.OR.KR / 김종익 / 2025-04-14)

주디스 버틀러Judith Butler
1956년생. 정치 철학, 윤리, 제3세대 페미니즘, 퀴어 이론, 문학 이론 분야에 영향을 미친 미국의 페미니스트 철학자이자 젠더 연구 학자. 미국 예술 과학 아카데미 회원

“트럼프의 도발과 사디즘을 칭찬하는 자들은, 게다가 분노하고 마비되고 있는 자들과 마찬가지로, 그의 논리에 말려들고 있다.”

트럼프가 매일 파괴적이고 가공할 대통령령과 공적 발언을 계속 발하는 가운데, 그의 폭언에 현혹되지 않고, 그것들의 문제가 어떻게 상호 관련되어 있는가를 확인하는 일이, 우리에게 전에 없을 정도로 중요해지고 있다.

1월 하순에 발령된 대통령령 ― 연방 예산이 충당되는 모든 프로그램의 다양성․공평성․포괄성의 추진과 논의 및 ‘젠더 이데올로기’ 금지 ― 는, 잇따라 보도되는 새로운 폭거의 그늘로, 쉽게 망각되어, 무시되고 있다. 또한 정당한 항의 활동(‘반유대주의’적이라고 여겨지는 대학의 항의 활동)에 참가하는 유학생의 국외 추방 위협, 파나마 운하와 그린란드를 향한 팽창주의적 야심, 그리고 가자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그들의 땅에서 완전 또는 강제적으로 이주시킬 계획이 연이어 표명되고 있다. 이 발표들은, 모두 트럼프가 권력을 과시하고, 그 실효성을 시험하기 위해 행하는 것이기도 하다. 대통령령은 법원에 의해 중지될 가능성이 있지만, 이민자 강제 송환은 이미 시작되고 있으며, 관타나모의 무도한 수용소 재건도 진행되고 있다.

권위주의적인 권력의 축적은, 행사되는 권력을 수용하려는 사람들의 의사에 의해서도 떠받들어지고 있다. 트럼프의 선언 가운데는 여론을 탐색하기 위한 것도 있다면, 그 얼토당토 않는 주장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것도 있다. 그는 수치도 법적 제약도 개의치 않고 그런 행동을 취함으로써,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세계를 향해 염치없는 사디즘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염치를 모르는 사디즘이 초래할 고취는, 이런 종류의 ‘남성성’을 칭찬하도록 타자를 선동한다. 그것은 민주적인 생을 떠받치는 규범과 원칙(자유, 평등, 정의)에 역행하는 것을 싫어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행위 자체를, 허위 이데올로기와 법적 위무라는 속박으로부터‘해방’이라는 형태로 연출하는 것이다. 고양된 증오가 자유를 가장하고 발호하는 지금, 우리 대다수가 몇십 년이나 걸쳐서 싸워 쟁취한 자유는, 도덕적 억압인 Woke주의(woke는, 인종적 편견과 차별에 대한 경계를 의미하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속어에서 파생된 용어 – 역주)로 왜곡되고, 유린되고 있는 것이다.

■ 분노와 반항의 행진

여기서 문제가 되는 가학적인 환희는, 단지 그 개인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공유되고, 널리 향유됨으로써 비로소 성립된다 ― 바로 그것은 공동체적이고 감염력을 가진 잔학성의 축제인 것이다. 실제로 미디어가 이것에 주목함으로써, 이 가학적인 광적 연회는 더욱 기세를 더해간다. 이 반동적인 분노와 반항의 행진은, 사람들의 눈에 띄고, 귀에 들리고, 널리 알려져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단지 위선을 까발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것이다. 여기에는 떼어내야 할 도덕적 허식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리더의 도덕적 가식에 대한 공중의 요구는 이미 완전히 전도되고 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그가 도덕을 멸시하는 모양에 전율의 기쁨을 느끼며, 그것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수치도 체면도 없는 증오의 표출, 권리의 멸시, 그리고 ‘젠더’와 성별 이원론 시스템(인간을 남녀 어느 쪽 성별로 분류하는 사고방식 – 역주)에 대한 도전을 금지함으로써 사람들의 평등과 자유의 권리를 박탁하려 하는 의사(트랜스젠더, 인터섹스, 논바이너리라는 사람들의 존재와 권리 부정), 오랜 세월에 걸쳐 구조적 차별로 고통을 받아 온 사람들의 자율권empowerment을 목적으로 한 DEI Program(Diversity, Equity, and Inclusion) 파괴, 이민자의 강제 송환, 그리고 가자에서의 대량 학살적인 행위를 견뎌 내고, 트라우마를 입은 사람들을 완전히 추방해 모든 것을 탈취하려 하는 목소리.

‘제노사이드’라는 말을 만들어낸 폴란드계 유대인 변호사 라파엘 렘킴Rafael Lemkin (1900 ～1959년)은, 제노사이드에는 “민족 집단의 생존에 불가결한 기반을 파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조직적인 계획이 포함된다. … 그것은 개인의 안전, 자유, 건강, 존엄이라는 모든 기반을 말소함으로써 수행될 수 있다”고 분명히 말한다. 실제로 1948년에 채택된 제노사이드조약에서, 아동들의 강제 이송은 제2조 제5의 마땅히 처벌할 행위로 규정되어 있다.

트럼프에 의한 권리 박탈의 모든 형태가 제노사이드 범주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가운데 많은 것은 파시즘적 열정을 드러내고 있다. 트랜스젠더, 인터섹스, 논바이너리의 사람들로부터, 의료를 받을 권리, 법적 승인, 표현의 자유를 뺏는 것은, 그들의 생존 근간을 흔드는 공격이다. 보수적인 연방 대법원조차도, 트랜스젠더와 성별 불일치Gender Non conforming 사람들에 대한 차별은 성별에 기초한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다(Bostock v. Clayton County, 2020년).

따라서 트랜스의 권리가 성에 기초한 법을 위협한다는 주장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오히려 트랜스젠더의 권리는 법에 속해 있어, 법으로 보호되어야 할 존재다. 학교와 가정에서 이민자를 일제히 연행하고, 강제적으로 수용 시설로 송환해, 적정 절차를 받을 권리를 빼앗는 것은, 이들 커뮤니티에 대한 명확한 모욕일 뿐만 아니라, 입헌민주주의 그 자체에 대한 모욕이기도 하다. 출생에 따라 부여되는 시민권에 대한 위협은, 기본적인 헌법상의 보호에 반하는 일이며, 트럼프를 헌법의 통치 원칙과 권력 분립을 초월하는 존재로 위치시키려고 하는 것이기도 하다.

■ 우리 자신의 열정

우리가 매일 나오는 새로운 성명에 대해, 분노에 떨고, 경악하며 가만히 서 있으면, 그것들을 연결시키는 것을 판별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를 그의 발언에 묶어 두는 것이야말로, 바로 그 발언의 진정한 노림수다. 트럼프 발언에 걸려들고, 마비되어 버릴 때, 우리는 어떤 의미에서 그 주술에 갇혀 있는 것이다. 물론 분노를 느낄 이유는 충분하다. 하지만 그 분노에 빠져서, 사고를 멈추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이것은 비위 좋게 느물거리며 권위주의적 권력 찬탈을 선동하는 파시즘적 열정을 판별해야 할 계기이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도발과 사디즘을 칭찬하는 자들은, 그의 논리에 매여 있다. 그것은 분노로 얼어붙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다. 어쩌면 이러한 열정에서 한 걸음 거리를 두고, 그 구조를 확인함고 동시에, 우리 자신의 열정을 찾아낼 때가 오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것은 너나없이 균등하게 향유할 수 있는 자유에 대한 갈망, 민주주의의 약속을 실현하는 평등, 지구 생태계 수복과 재생, 우리의 신체적 삶, 바로 그 복잡함의 수용과 긍정, 그리고 모든 사람의 건강과 교육을 정부가 지원하고, 너나없이 공포를 품지 않고 살아가고, 서로 연결된 우리의 삶이 한결같이 존중받는 세계를 마음속에 그리는 일이다.
(『세카이』, 202504월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