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슈비츠의 소각로 2 中
숨겨진 악과 마주하다. 사회 속의 공범자

(WWW.SURPRISE.OR.KR / 김종익 / 2025-03-20)

나카무라 마사토中村眞人
1975년생. 와세다 대학 문학부 졸업. 자유기고가.
2000년부터 베를린 거주. 주된 집필 주제는 클래식 음악, 여행과 철도, 홀로코스트와 기억의 계승, 베를린, 전쟁과 아이들 등이다. 『아키코明子의 피아노』, 『베를린 가이드북』 등의 저서가 있다.

■ 독일 항복과 전쟁 범죄 추궁

1945년 4월 11일, 부헨발트 강제수용소가 미군에 의해 해방되자, 통나무처럼 쌓인 사체의 산, 그리고 Topf & Söhne사 제작 소각로 존재가 밝혀진다. 미군의 대적對敵 첩보 부대(CIC)는, Topf & Söhne에 대한 조사를 개시했다. 5월 30일, 프뤼퍼가 미군에 의해 체포되었다. 다음날 새벽녘, 루트비히 토프는 에르푸르트의 저택에서 청산가리를 복용하고 자살했다. 그 전날, 미군이 루트비히의 체포를 예고함으로써, 그는 동요했다고 한다. 유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나는 나쁜 일을 저지른 게 아니다. (…) 만약 소각동Crematorium에 대한 억울함이 인정되고, 존중되었다면, 나는 변명하기 위해 싸울 것이다. 하지만 국민은 희생될 자를 요구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내가 희생되리라. 나는 늘 정직했었다. 나치와는 정반대다. 그것은 전 세계가 알고 있다.

그러나 미군의 대적 첩보부대는 깊게 추궁하지 않고 조사를 멈추고 말았다. 체포된 프뤼퍼도 2주 뒤에는 석방되어, 직장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미군과 같이, 아우슈비츠․비르케나오를 해방한 소련군도 조사위원회를 설립했다. 소련군은 아우슈비츠에서 중앙 건축 시공부의 서류를 발견하고, 1945년 5월, 최종 보고서에서 프뤼퍼가 주범 가운데 한 명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독일이 무조건 항복한 이달, 에르푸르트 일대의 튀링겐 주를 점령했던 것은 미군이었다. 그러나 소련은 먼저 점령한 수도 베를린을, 연합군의 프랑스, 미국, 영국과 나누는 대신에, 미군이 점령한 장소를 몇 군데 얻게 된다. 같은 해 7월 3일, 튀링겐 주가 소련군 점령하에 놓임으로써, Topf & Söhne의 간부들 운명도 극적으로 바꾸었다.

1946년 3월, 소련군의 첩보부대는 엔지니어 프뤼퍼와 잔다, 공장장 구스타프 브라운, 환기 시스템 주임 카를 슐츠 등, Topf & Söhne의 간부 4명을 체포했다. 가장 나이가 많은 잔다는, 체포 몇 주 뒤에 심부전으로 사망했다. 남은 3명은 모스크바로 보내져서, 심문을 받았다. 1990년대가 되어 모스크바에서 발견․공개된 심문 기록에서 인용한다.

1948년 2월 11일, 모스크바 소련국가보안부의 프뤼퍼 심문
문 : 이 기업이 강제수용소의 소각동과 가스실을 어떤 목적으로 지었는지, 알고 있습니까?

답 : 1943년까지, 저는 강제수용소 소각동의 진정한 목적을 몰랐습니다. 제가 그 사실을 안 것은, 1943년에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로 갔을 때였어요. 그 이전, ‘토프’사와 교섭을 행했던 친위대의 중앙 건축 시공부 대표자는, 강제수용소 소각동은 유행병으로 자연사한 수감자의 유체를 태우기 위해 건설된 것이라고 늘 설명했습니다. (…) 동시에 저는, ‘토프’사가 가스실을 건설했던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것은, ‘토프’사가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 두 개의 환기 설비를 설치했다는 것뿐입니다.

문 : 당신이 1943년에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를 방문했을 때, 소각동과 가스실의 진정한 목적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알았던 겁니까?

답 : 1943년에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를 방문했을 때, 저는 수용소에서 여성과 어린이, 노인을 포함한 사람들의 대량 학살이 행해지고 있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 아우슈비츠로 연행된 수감자는 친위대원들에 의해 가스실로 보내지고, 거기서 살해되었습니다. 그들의 유체는 그 뒤 소각동과 특수한 가열로로 태워졌습니다.

문 : 결국은 당신이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 소각동의 가열로 건설에 종사하고 있을 때, 이들이 무고한 사람들의 처분을 목적으로 하고 있었던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겁니까?

답 : 네, 알고 있었습니다.

1948년 4월, 프뤼퍼, 브라운, 슐츠는 징벌수용소 수용 25년형을 언도받았다. 소련군의 보고에 따르면, 프뤼퍼는 1952년 10월에 뇌졸중으로 사망했다. 심문에서 그는 아우슈비츠 소각동의 용도를 인식한 것은 인정했지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Topf & Söhne사 역사 연구의 최고 권위자로, ‘기억의 장소’ 고급 학예원인 안네그레트 슐레Annegret Schule 박사는, 전후 소추 상황을 이렇게 설명한다.

“독일의 동서 분단으로, 동측에서의 소추는 보다 곤란해졌어요. ‘에른스트 볼프강 토프를 포함해, 나치는 모두 서쪽으로 달아났어요. 책임은 자본주의의 서측에 있다’고 그들은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1945년 시점에서 Topf & Söhne의 범죄는 인식되고 있었지만, 이 이상 추궁될 것은 없었어요. 한편 서독에서도 수사는 행해졌지만, 검찰은 움직이지 않았어요. 1963년에 시작된 프랑크푸르트․아우슈비츠 재판에서 초점이 된 것은, 강제수용소에서 직접 책임이 있었던 친위대 주범에 해당하는 자이며, ‘사회 속의 공범자’는 아니었던 겁니다.”

토프 형제의 동생, 에른스트 볼프강은 독일의 동서 분단을 기묘한 형태로 빠져나갔다. 1945년 6월, 그는 아내와 어린 딸을 데리고 에르푸르트를 떠나서, 독일 서부의 비스바덴으로 향한다. 자살한 형의 보험금을 얻을 목적이었다. 그러나 그 직후, 전술했듯이, 튀링겐 주 관할이 미군에서 소련군으로 이양되었기 때문에, 이제는 에르푸르트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1947년에 서측에서 ‘J․A․Topf & Söhne’로서 사업을 재개한 에른스트 볼프강은, 쓰레기 소각로 제조로 사업 영역을 좁혀 근근이 회사를 영위하게 된다.

다만 한 차례 고발을 당했다. 1957년 말, 다하우 강제수용소에 수감된 경험을 가진 저널리스트 레이먼드 슈나벨Raimund Schnabel은, 자신의 저서 『윤리 없는 권력Macht ohne Moral. 나치 친위대에 관한 문서Eine Dokumentation über die SS』에서, 나치 시대에 Topf & Söhne와 친위대 간에 주고받은 2통의 문서를 공개했다. 그 가운데 1통은, 1943년 4월 1일, Topf & Söhne가 아우슈비츠로 보낸 견적서의 사본이었다. 거기에는 프뤼퍼가 개발을 진행하고 있던 바로 ‘둥근 고리식 소각로’ 설치에 필요한 자재와 비용 등이 적혀 있었다.

에른스트 볼프강 토프는, 이 고발을 당해 8쪽짜리 문서로 반론한다.

기술적인 완벽성은, 화장법에 기반을 둔 (죽은 자에 대한) 경외의 마음을 최대한 지키는 데 맞춰져 있었다. (…) 1933년부터 1945까지, (Topf & Söhne사 사내에서는) 시민적 용기가 체현되고 있었다. 박해당한 유대인 시민과 종업원을 지키려고 하고 있었다. (…) 사내의 누구도 도덕적으로도 실무적으로도 죄를 범하지 않았다는 명확한 결론으로, 이미 조사는 종료되었다.

에른스트 볼프강은 자기기만으로 밀고 나가려 했다. 그러나 자신의 회사는 이 고발의 영향으로 단골 거래처의 신뢰를 잃고, 이윽고 해산한다. 그가 일흔네 살로 죽은 것은 1979년이었다.<下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