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슈비츠의 소각로 1 下
숨겨진 악과 마주하다. Topf家의 후예로 태어나서

(WWW.SURPRISE.OR.KR / 김종익 / 2025-03-04)

나카무라 마사토中村眞人
1975년생. 와세다 대학 문학부 졸업. 자유기고가.
2000년부터 베를린 거주. 주된 집필 주제는 클래식 음악, 여행과 철도, 홀로코스트와 기억의 계승, 베를린, 전쟁과 아이들 등이다. 『아키코明子의 피아노』, 『베를린 가이드북』 등의 저서가 있다.

■ 가스 살해와 환기 시스템과 노동 시간

Topf & Söhne의 아우슈비츠와의 관계 가운데, 프뤼퍼에 이어 중요한 존재가 환기 시스템 주임 Carl Schulze(1900~1955년 이후)다. 그는 프뤼퍼와 동행해 몇 번이나 아우슈비츠를 방문했다. 그리고 환기 설비 조립공이었던 Heinrich Messing(1902~1985년)이다.

비르케나우 소각동이 역사에 거대한 오점을 남긴 것은, 살해와 소각 시스템을 결합해, 그 것을 가공할 규모로 실현한 것이리라. 특히 이 제2와 제3소각동은 가스실이 지하에 있기 때문에, 공기를 효율 좋게 교체하는 환기 장치를 필요로 했다. 가스 살해를 한 사람들을 들어내어, 소각한 뒤, 다음 집단을 가스실에 보낼 때까지 제한된 시간 안에, 그들에게 의심을 사지 않도록, 대량 살인의 증거를 완벽하게 인멸해야 했기 때문이다.

장 클로드 프레사크의 『아우슈비츠의 대량 학살 장치Die Krematorien von Auschwitz. Die Technik des Massenmordes』에 따르면, 여기서 일했던 민간인에 제공된 크리스마스 휴가 직후인 1943년 1월 4일, Messing은 에르푸르트에서 열차를 타고, 다음날 아침 아우슈비츠에 도착했다. 그는 제2와 제3소각동의 강제 통풍 시스템, 그리고 환기 장치 설치에 집중적으로 몰두한 외에, 제3소각동의 사체를 나르는 엘리베이터도 설치했다. 이 1월 초반부터 5개의 소각동이 완성되는 6월까지, Messing은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에 장기간 체재한다.

2월 22일, 완성 직전의 제2 및 제3소각동에서, 역시 아우슈비츠에 체재하고 있던 프뤼퍼는 친위대에 가스실을 소각동의 열로 데울 것을 제안했다. 치클론 B는 26℃에서 청산 가스의 살해 능력이 최대로 되기 때문에, 거기에 도달하기까지의 효율을 높이려고 한 것이었다. 안네그레트 슐레Annegret Schule의 『산업과 홀로코스트Industrie und Holocaust: Topf & Söhne - Die Ofenbauer von Auschwitz』에 따르면, Topf & Söhne製 3가열실에는 유인誘引통풍기 설치가 계획되어 있었다. 소각 시설과 굴뚝 사이의 연기가 통하는 연도煙道에 설치된 유인통풍기는 연기와 가스를 빨아들여, 송풍기로 속도를 올려 연기와 가스를 연도로 되돌려 보낸다. 프뤼퍼는 그때 발생하는 열풍을, 배기관을 경유해 가스실로 보내려고 했다. 결과적으로, 유인통풍기의 과열로 인해 파손을 면할 수 없어, 실현에 이르지 못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Topf & Söhne가 친위대의 요망에 응해 설계할 뿐만 아니라, 때로 스스로 이니셔티브를 쥐고 주도한 것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3월 5일, 프뤼퍼 감독하에 제2소각동의 시험적인 소각이 행해지고, 3월 13일, 제2소각동이 Schulze와 Messing의 감독하에 마침내 조업을 개시했다. Messing이 3월 8일(월요일)부터 14일(일요일)까지의 노동 시간을 꼼꼼하게 적은 근무 시간 기록표가 남아 있어, ‘기억의 장소’에 전시되어 있다. 이것을 보면, 이 주의 Messing의 초과 근무는 35시간으로, 조업 직전의 중압 속에, 상당한 ‘초과 근무’를 한 것을 알 수 있다.

친위대는 소각동의 가스실을 ‘사체 지하실1’, 그보다 큰 탈의실을 ‘사체 지하실2’라고 사칭하고 있었는데, Messing은 이 근무 시간 기록표 안에, ‘탈의실2Auskleiderkeller’라고 명확하게 적고 있다. 어떤 과정을 거쳐 피해자가 가스실로 보내졌는가를 그는 확실히 인식하고 있었다. “환기․배기 시설 지하실1이 조업 개시”라고 기록한 3월 13일(토요일)은, 15시간의 초과로 눈에 띤다. 이 ‘초과 근무’ 속에서 그는 뭐를 하고 있었을까? 이날, 크라쿠프의 게토에서 수송된 1,492명의 유대인이, 제2소각동의 가스실에 강제로 넣어져서, 치클론 B로 살해되었다. 그 뒤, Messing이 설치한 환기 장치의 스위치가 켜졌다.

사상 처음으로, 인간이 벨트 컨베이어 식으로 살해․소각되는 시스템이 실용된 순간을  Messing은 지켜봤다는 게 된다. 그 ‘성공’은, 바로 에르푸르트로 전해졌다.

비르케나우의 죽음의 소각동은, 이해 6월에 완성의 날을 맞이한다.

제2소각동(1943년 3월 13일 가동)
  고정식 ‘3가열실 소각로’ TTT/TTT/ TTT/TTT/TTT
제3소각동(1943년 6월 26일 가동)
  고정식 ‘3가열실 소각로’ TTT/TTT/TTT/TTT/TTT
제4소각동(1943년 3월 22일 가동)
  고정식 ‘8가열실 소각로’ TTTTTTTT/TTTTTTTT
제5소각동(1943년 4월 4일 가동)
  고정식 ‘8가열실 소각로’ TTTTTTTT/TTTTTTTT

1943년 6월 28일, 아우슈비츠의 중앙 건축 시공부에서 베를린의 친위대 경제 관리 본부의 한스 카믈러 앞으로 보낸 편지에서, “6월 26일에 제3소각동이 완성됨에 따라, 제2에서 제5까지의 소각동 전체가 완성됐다”고 보고되어 있다. 그 밑에는, 각 소각동이 24시간 풀가동된 경우의 ‘처리 능력’이 기록되어 있다. 합계 4,756구.

Topf & Söhne가 제작한 하나의 가열실을 T로 하고, 소각로의 단계적인 발전을 여기까지 도식처럼 늘어놓았다. 이것을 바라보고 있으면, 기술이 인간을 효율 좋게 소각하고, 증거를 인멸하려 하는 목적과 결합되었을 때의 두려움에 경악하면서도, 기묘한 무감각을 체험한다. 애초에는 개별적으로 역사와 체온을 지니고 있었던 1,492, 혹은 4,756이라는 숫자의 인간들이 이 좁은 부지 안에서 살해되어, 연기로 화해 갔다고 전해 들었던 바로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 Messing의 근무 시간 기록표에 기재된 35라는 숫자는, 그가 어디까지 회사의 통상 업무로서 행하고 있었다는 비정상성을 조용하게 부각시킨다.

■ 비오는 날 견학 뒤에

2017년 3월 22일의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의 하루는, 농밀한 내용으로 채워졌다. 오전 중 3시간에 걸쳐 제2수용소인 비르케나우 수용소 터를 돌아보고, 13시부터는 아우슈비츠 제1수용소의 세탁실이었던 막사에서, Topf & Söhne 순회전 「산업과 홀로코스트」의 개막식이 행해졌다. 에르푸르트에서 서둘러 온 튀링겐의 보도 라멜로Bodo Ramelow 주지사의 모습도 있었다. 아우슈비츠 박물관 관장과 현지 오시비엥침시市의 시장도 인사말을 하는 세리모니 뒤, 막사 건너편의 제11 막사에서 헌화가 있었다. 제10과 제11 막사 사이의 광장의 벽은 ‘죽음의 벽’으로 불리며, 친위대원에 의해 여기서 수천 명 주로 폴란드인이 총살되었다.

거기에서 더 2시간에 걸쳐, 제1수용소 박물관을 오전과 같은 가이드 투어로 돌았다. 치클론 B가 담겼던 깡통, 방대한 수의 트렁크와 여성의 머리칼로 이루어진 산, Topf의 로고가 달린 소각로 손잡이…. 마지막으로 제1수용소에 있는 소각 시설을 견학했다. 이날은 마지막까지 비가 내렸다.

거의 하루에 걸친 견학을 끝내고, 난방이 잘 된 차 안에 들어왔을 때의 안도를 잊을 수 없다. 나는 바로 젖은 신발과 양말을 벗었다. 그것만이 아니다. 이 버스가 크라쿠프의 숙소로 향하는 것은 확실하고, 목적지 불명의 장소로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는 안심. 반은 무의식적으로 감정을 짓누르고 견학했던 긴장에서 해방되어, 눈을 마주친 사람끼리 서로 인간임을 확인하는 듯한 광경이 있었다.

이날, Hartmut Topf 씨와는 한 번만 걸으면서 얘기했다. “여기에는 몇 번이나 왔지만, 매번 새롭게 배울 게 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2주 전에 처음으로 Hartmut Topf 씨와 인터뷰를 했을 때, 그는 내게 이렇게 얘기해 줬다.

“15년 정도 전, 내가 처음 아우슈비츠에 갔을 때, 예전 그 장소에 갇혔던 사람과 얘기한 적이 있어요. 자기소개로 내 이름을 고하자마자 ‘Topf라는 이름은 아우슈비츠에서는 평판이 좋지 않지요’라고 하셨어요. 그건 압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여기에 온 것이고요…”

애초에 Topf & Söhne 전시는, 2005년에 베를린 유대 박물관에서 개막해, 큰 반향을 받고 유럽 각지를 순회하는 데 이르렀다. 마침내 아우슈비츠에서의 전시가 실현된 것은, Hartmut Topf 씨의 대화와 배움을 소중히 여기는 자세 때문이었다고 보인다.

■ Hartmut Topf 씨의 인생과 전쟁

Hartmut Topf는, 1934년 4월 6일에 베를린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일가는 베를린 서쪽 근교 팔켄제Falkensee에 살았다. 지멘스사의 엔지니어였던 아버지 알버트, 그리고 이웃에 사는 숙부 한스는 모두 나치 당원이었다. 적어도 어린 Hartmut Topf에게, 두 사람은 모두 사랑해야 할 사람들이었다(특히 아버지로부터는, 그가 나중에 강한 흥미를 품게 되는 인형극의 매력을 배웠다). 아버지와의 이별은 어이없었다. 종전 직후인 1945년 여름, 그때까지 나치 지역 지도부의 직책을 맡고 있었던 아버지는 소련이 관할하는 경찰에 심문을 받기 위해 호출되어, 그대로 돌아오지 못했다. 오라니엔부르크의 KGB(국가안전위원회) 특별수용소에 수용되어, 거기서 사망했다고 한다.

“나는 11살에 종전을 맞았어요. 그 2, 3년 뒤였다고 생각해요. 뉴스 영화를 보고 있노라니, 강제수용소의 가스실 영상이 펼쳐지고, 거기서 ‘Topf & Söhne’의 회사 로고를 발견한 겁니다.”

그때까지 자기 가족의 이름을 내건 세계적인 기업을 어렸지만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었다는 Hartmut Topf 씨는, 이 회사가 나치의 대량 살육에 가담한 사실에 처음 직면한다. 그 일이 마음 어딘가에 걸려 있으면서도, 상세하게 알 방법은 없었다. 몇 가지 이유를 들 수 있으리라. 아버지는 이미 죽고, 회사를 경영하던 아버지의 사촌 형제의 가족과는 원래 접점이 없었다. 동독이라는 다른 독재 국가에 싫증이 났던 Hartmut Topf 씨는 16살 때 홀로 서독으로 망명해, 생계를 유지하는 데 온힘을 쏟았다. Topf & Söhne의 거점이었던 에르푸르트는 동독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도 먼 장소가 되었다, 등등.

“베를린 장벽 붕괴 뒤인 1990년대 전반 어느 날, 장 클로드 프레사크라는 사람에게서 전화가 와서, 저는 그와 알고 지내는 사이가 되었어요. 그가 에르푸르트에 초청되었을 때, 통역을 거드는 일을 한 적도 있어요. 저는 프레사크의 책으로, 이 문제에 더욱더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독일의 민간 기업 ‘Topf & Söhne’의 소각로라는 관점에서 아우슈비츠를 봐 왔다. 시대에 농락당한 Topf家라는 한 집안은 어떻게 살아왔을까. 그리고 이 어처구니없는 물건에 연루된 사람들은 그 뒤 어떻게 되었을까? (2편 계속)             
(『세카이』, 202502월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