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문제 30년 - 성폭력과 여성들 ①
(WWW.SURPRISE.OR.KR / 김종익 / 2025-01-13)

후루하시 아야高橋稜
이와테岩手 대학 교육학부 사회과 교육과 부교수. 사회학 박사(한국 중앙대학교).
『한국 한마당』등의 저서가 있다.

* 이 번역글은 분량이 길어 3편에 나누어 게재합니다 - 역자 주

1990년대, 세계는 여성에 대한 폭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옛 유고슬라비아와 르완다에서 일어난 학살 같은 중대한 범죄를 소추하는 두 개의 국제 형사 재판소가 1993년과 1994년에 활동을 시작하고, 두 개의 형사 재판소에서는 분쟁 상태에서 자행된 성폭력도 소추되었다. 1995년 베이징에서 개최된 세계여성대회에는 일본에서도 약 5,000명이 참가해, 가정 폭력Domestic Violence에 대한 대책과 분쟁 상태에서 자행되는 성폭력 사건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대회에서 empowerment된 여성들은, 일본에 돌아와 국내에서도 열심히 활동을 전개하고, 나중에 「아동 포르노 금지법」(1999년 입법)과 「가정 폭력 방지법」(2001년 입법)을 성립시켰다. 또한 1995년은 오키나와에서 미군에 의한 소녀 폭행 사건이 일어난 해이기도 하다. 이 사건에 대해, 오키나와 현민 총궐기 대회가 개최되어, 약 85천 명이 모여 항의 목소리를 높였다. 성폭력도, 미군 기지가 있기에 야기되는 중대한 범죄 가운데 하나라는 인식을 대중화시켰다.

이러한 여성에 대한 폭력에 세계적인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주목을 받고, 깊어져 갔다. 이 글에서는, 1990년대에 뭐가 이루어지고, 뭐가 해소되지 않는 상태로 남아 있는가. 30년 뒤의 우리와는 어떻게 연계되고 있는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사건을 축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 정치적 최고점 도달

1995년 8월 15일,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수상(당시)은, 「전후 50주년 종전 기념일을 맞이하며」라는 담화에서, 일본이 과거에 행한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특히 아시아 국가들의 사람들에 대해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줬다”고 하며, 그런 사실을 반성하고, 역사를 겸허히 받아들일 것을 표명했다. 전후 50년이라는 분기점이 되는 해에, 옛 종주국의 수상이 예전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의 반성을 말한 것은, 새로운 시대를 상징하는 듯했었다.

무라야마가 말한 “다대한 손해와 고통”의 한 가지 사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이리라.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피해를 당한 여성이, 1991년에 자신의 경험을 얘기하고, 일본 정부에 사죄와 배상을 요구함으로써 국제적인 화제가 되었다. 일본 정부는 당초, ‘위안부’는 민간 업자가 데리고 다닌 것이어서 조사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일본군의 관여를 드러내는 자료가 일본 정부 기관 산하 도서관 등에서 속속 발견됨에 따라,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 뒤 한국 국내는 물론 아시아 각국에서 속속 피해 호소가 있었다. 목소리를 낸 사람들의 출신 지역은 아시아 각국과 네덜란드에 이르러,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한국과의 관계만을 고려하면 된다는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

1993년에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관방 장관(당시)은 「위안부 관계 조사 결과 발표에 관한 고노 내각 관방 장관 담화」(이하, 고노 담화)를 발표했다. 이 담화에서는, ‘위안소’ ‘위안부’의 존재와 일본군이 설치․관리․이송에 관여한 사실 등 일본군 관여를 인정하고, 명예와 존엄을 훼손했다고 하며 피해를 당한 여성들에게 사죄의 마음을 표명했다. 나아가 이 사실을 역사의 교훈으로 삼기 위해 국민에게 교육할 것을 약속하고, 같은 과오를 결코 반복하지 않는다는 결의를 진술했다. 이 담화의 영향도 있어 중학교와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에 ‘위안부’에 관한 사항이 기재되게 되었다. 또한, 담화에서 표명한 ‘사죄의 마음’을 구체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여성을 위한 아시아 평화 국민 기금(이하, 국민 기금)이 발족했다.

■ 역사 교과서와 역사 수정주의

‘위안부’에 관한 사항이 교과서에 게재됨에 따라, 여기에 반대하는 역사 수정주의가 크게 발전하게 되었다. 1997년에는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하, 만드는 모임)이 발족해 그들 독자의 역사관에 기반을 둔 교과서를 만들기 시작했다. 자민당의 젊은 의원을 중심으로 발족한 ‘일본의 전도와 역사 교육을 생각하는 젊은 의원 모임’은, 만드는 모임을 응원하며, 고노 담화와 무라야마 담화의 취지에 반하는 주장을 전개했다. 일본 국회의원이 드러내 놓고 그러한 주장을 하는 것은, 두 담화의 신뢰를 손상시키는 데 공헌했다. 그들은 오키나와에서의 집단 자결, 난징 대학살, 그리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날조라고 주장했다.

이 가운데에서도 특히 ‘위안부’ 문제에 대한 비판에는, 목소리를 낸 여성들을 향한 격렬한 분노를 엿볼 수 있다. 근대적 성 규범은, 여성을 ‘아내’와 ‘창부’ 두 가지 상으로 나누고, ‘아내’를 자신의 일상사를 돌봐주는 여자로 삼는 한편, ‘창부’를 남성들의 성적 공유물로 간주하고, 폄하해도 좋은 존재로 취급한다. 성적 피해를 당한 여성들은, 그 순간부터 ‘창부’로 취급되고, 나아가 그런 여자가 말하는 것은 믿을 수 없다고 간주된다. 말하자면, 여성이 성적인 피해를 당했다고 목소리를 낸 시점에서, 믿을 수 없는 존재, ‘가짜’로 인정하게 되는 것이다. 거기에는 여성의 인권이라는 개념은 없다. 명확한 성폭력 사건이어도, 피해를 당한 측이 비난을 받게 되는 것은, 이러한 사고방식 때문이다. 성적인 피해를 당한 여성이 의견을 말하는 일 따위는 처음부터 상정되어 있지 않고,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를 ‘뭔가 수상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역사 수정주의자들 입장에서 보면, 그러한 ‘뭔가 수상한’ 여자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뭔가 수상한’ 사항을 교과서에 게재하는 따위는 언어도단이라는 것이다.

결국 만드는 모임의 교과서는 검정을 통과는 해도, 실제로 교육 현장에서 채용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역사 수정주의자들이 일정한 영향력을 갖기에 이르고, 교과서의 우경화에 공헌했다. 다른 교과서 회사도 검정을 통과하기 위해, 조금씩 자기 검열을 하고, 결과적으로 2012년에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내용을 기재한 중학교 역사 교과서는 사라져 버렸다(2016년에 등장한 마나비야学び舎와 2021년부터 중학교 역사 교과서에 참여한 야마카와山川 출판사의 교과서에는 ‘위안부’에 관한 기술이 있지만 교육 현장에서 채택률은 낮다). 고노 회담이 약속한 역사의 교훈으로 삼기 위한 역사 교육은, 전혀 달성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지금은 처참한 지경이다.<2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