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게임 시대의 논픽션 ③
『Going Infinite』, 가상 화폐 제국 FTX의 붕괴

(WWW.SURPRISE.OR.KR / 김종익 / 2024-12-13)

와카바야시 게이若林惠
1971년생. 편집자․黑鳥Black Swan社 콘텐츠 디렉터.
『잊힌 일본인을 끌어내다』 『안녕 미래』 등의 저서가 있다.

『Going Infinite』는,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마이클 루이스Michael Monroe Lewis가 2023년에 펴낸 논픽션으로, 한국에는 번역이 안 된 책이다. 이 책의 일본어 번역 제목은 「1조 엔을 훔친 남자–가상 화폐 제국 FTX의 붕괴」다. 이 번역글은 분량이 길어 3편에 나누어 게재합니다 - 역자 주

■ 진공 공간 속에서

덧붙여 필자가 최근 인터뷰한 가상 화폐 관련 어느 투자가는, 가상 화폐의 세계는 99%가 투기꾼이거나 사기꾼으로, 교묘하게 보유한 것을 팔아 이익을 실현해 돈을 벌기만 하면, 가상 화폐를 발행한 사람이나 그것을 취급하는 거래소가 처음부터 사기 목적인지 무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얘기한다. 그런 가운데 지금 주변에서 추세가 되는 것은 ‘memecoin’이라는 것으로, 이때까지의 코인과 NFT가 코인 소유자에게는 결제가 빨리 된다든가, 예술적인 가치가 있다 등과 같은 표면상의 가치 표명이 있던 것에 반해, memecoin에는 그러한 기능이나 의미가 이제는 일절 부여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여기에 더해, 알파벳 4글자의 이름이 붙여진 어떤 기능도 가치도 갖지 않은 코인을, 모두가 다투듯이 서로 발행하는 추세도 발생하고 있으며, 예를 들면 ‘PIZA’나 ‘CORE’라고 기재된 코인 가운데 어떤 것이 인기를 끌까를 수읽기를 거듭한 끝에 투자하는 것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 투자가는, 이러한 상황을 이렇게 설명한다.

“값이 오르는 데도 이제는 아무런 근거도 없다는 의미에서 이것은 가상 화폐 투자의 이른바 궁극 형태라고도 할 수 있어요. 기능도 가치도 의미도 이미지도 떼어내고, 4글자의 문자 행렬과 노골적인 사행심만 남았다는 거지요.”

아무런 의미도 가치도 없는 코인 가운데 어떤 것이 인기를 끌까에 걸기만 하는 궁극 형태의 게임은, 순도 100%의 도박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거기에 얼마간 거듭되는 수읽기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 ‘수읽기’는, 필연적으로 모든 메타 정보의 수읽기를 거듭하게 되어 간다. 그리고 메타 정보의 거듭되는 수읽기는, 수리적이고 딱딱하고 비정서적 주제 해석이 아니라, 유명 투자가가 하는 X상의 투고를 표면적 의미만이 아니라 그 속뜻까지 파악해 가는, 아무튼 속되게 말해 잔인한 전략으로 시종하리라는 것은, SBF의 비즈니스가 기본적으로 그 위에 성립하고 있었던 것에서도 상상할 수 있다. 컴퓨터를 이용한 고속 트레이딩이 기술화의 막바지에 이른 것은, 진공 공간 속에서 노골적으로 살아 있는 인간끼리 벌이는 치열한 속임수였다는 말인가.

■ 논픽션의 한계

거짓인지 진실인지 알 수 없는 코인을 둘러싸고 전개되는 이러한 광기에 찬 소동은, 그 자체가 음모론이나 가짜 뉴스의 실정과 비슷하다고 할 만하다. 그 자체에는 이제는 아무런 가치도 의미도 없고, 그저 유통량의 증대와 유통 속도의 고속화만을 노리고 양산되는 말은, 그것이 투고된 것 자체에 포함되는 정보 자체가 중대한 의미를 지닌 ‘메타 게임’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일약 미디어의 총아가 되었을 때에도, 경쟁 회사의 Coinbase를 빼앗기 위해 다양한 전략이라는 이름의 간사한 꾀를 반복하는 데 이르러서도, SBF가 주의를 기울인 것은, 정보 그 자체의 의미나 가치보다도, meta-narrative의 예측 불능한 행동에 얼마나 딱 들어맞게 걸까하는 거였다. 하지만 성공의 단계를 단숨에 뛰어올랐을 때에 주효한 정보를 둘러싼 메타 게임 전략은, 몰락할 때에는 이상하게 아무런 효력도 발휘하지 못했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예측 불가능하고 궁극적으로는 불가지한 메타 게임으로 움직이는 것이라면, 거기서 지금 단계에서 가장 유효한 ‘통화’는 가상 화폐와 음모론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SBF는, 그런 시대에 최적화됐다는 의미에서 분명 시대를 상징하는 인물이었을 터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SBF가 체현한 것은, 그가 그 공간에 최적화된 존재였다는 사실 뿐이다. 거기에서 끌어낼 수 있는 교훈이나 배움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Going Infinite』라는 책에서 떠올라 오는 것은, 과연 이것을 ‘책’이라는 형식을 가지고 묘사하는 데 의미가 있었던 것일까, 라는 잔인하리만치 솔직한 물음이다. 책이라는 정보 형태, 혹은 논픽션이라는 표현 형식 그 자체가 이미 정보를 둘러싼 메타 게임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면, 책은, 그 게임의 총체를 묘사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여기서 마이클 루이스의 업적은 분명 훌륭한 것이었지만, 책의 종반부에 이르러, 그러한 루이스도 포기하는 것처럼 보인다.

루이스는, 책의 말미에서 뭔가 상징적인 의미를 갖게 하려고 했던가, 텅스텐 큐브 이야기를 갑자기 들고 나온다. 가상 화폐 주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끄는 이 몹시 무거운 광석은, SBF가 놀던 메타 게임을, 논픽션이라는 표현 형식이 가상해 온 ‘현실’에 어떻게든 착지시키기 위해 끌려나온 고육책으로도 읽혔다. <끝>
(『세카이』, 202411월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