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전문>
가톨릭 신자인 국회의원들은 신앙인으로서 양심과 정의의 행실을 보여 주십시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우리 가톨릭 청년들은 가톨릭 신자인 국회의원들이 더 이상 신앙과 양심을 저버리지 않기를 촉구합니다. 그리스도 신앙인인 국회의원 여러분, 자신의 본분에 맞게 부끄럽지 않은 신앙인의 모습을 보이십시오.
하느님께서는 정의를 사랑하시고 불의를 미워하십니다(시편 45,8). 잠언은 이렇게 우리를 일깨워 줍니다. “정의는 나라를 드높이지만 죄악은 민족의 치욕이 된다”(잠언 14,43).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복음의 기쁨’을 통하여 정치에 대한 사회교리를 이렇게 풀어서 말씀합니다. 정치는 매우 숭고한 소명이고 사랑의 가장 고결한 형태입니다(복음의 기쁨 205항).
또한 청년들을 위한 가톨릭 사회교리서 “두캣: 무엇을 해야 합니까?”는 정치는 사회 전체가 목소리가 큰 일부의 사람들에게 끌려가지 않도록 질서를 잡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두캣 198항).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얻을 것이다.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사람이 제 목숨을 무엇과 바꿀 수 있겠느냐?”(마태 16,24-27)
지난 12월 7일 토요일, 국회 본회의장을 이탈한 국회의원 여러분의 모습은 ’자신의 목숨을 구하려’ 자기 십자가를 내버린 비겁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신앙인이자 민주적 선거를 통해 선출되어 자신에게 지워진 정치인으로서의 사명과 책임 그리고 양심을 내버렸습니다.
이제라도 국회의원 여러분이 스스로의 참된 본분을 행할 것을 엄중히 촉구합니다. 또한 사사로운 정치적 이익이나 정치공학적 당리당략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보이신 진리와 정의를 먼저 찾을 것을 요구합니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로서 국민을 대리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서 여러분이 메고 있는 십자가를 지고 마땅히 할 일을 하십시오. 여러분이 마땅히 할 일은 윤석열 씨와 그 동조자들이 저지른 계엄령 사태의 내란 범죄혐의자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입니다.
흰 것을 검다고 말한다고 하여 검은 것으로 변하지 않습니다. 참을 거짓으로 덮는다고 하여 거짓이 참이 되지 않습니다. 가톨릭 신자인 국회의원이 내란 범죄를 책임회피로 덮는다고 해서 국가와 헌법 문란의 죄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우인 아벨을 죽이고 책임을 회피했던 카인처럼 언젠가는 그 책임을 같이 지게 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죄를 지은 카인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네가 옳게 행동하면 얼굴을 들 수 있지 않느냐? 그러나 네가 옳게 행동하지 않으면, 죄악이 문 앞에 도사리고 앉아 너를 노리게 될 터인데, 너는 그 죄악을 잘 다스려야 하지 않겠느냐?”(창세 4,7) 시대와 국가, 그리고 하느님 앞에서 죄인이 되고 싶지 않다면, 가톨릭 신자 국회의원은 그 책임을 다하시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아기 예수님의 도착을 기다리는 대림 시기에, 우리나라에도 한 줄기의 빛과 같은 하느님의 정의가 비치기를 간절히 기다립니다. 이 자리의 우리 가톨릭 신앙인 청년들은 “사랑은 불의에 기뻐하지 않고 진실을 두고 함께 기뻐”(1코린 13,6)한다는 한 신앙인인 바오로 사도의 고백을 우리의 고백으로 삼으며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에 새로운 생명이 깃들기를 기도하고, 계속해서 하느님을 통한 지혜로 공동선을 함께 만끽하는 평화를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내겠습니다. 기도가 담긴 이 자리의 청년 신앙인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져 세상을 채우는 빛과 같은 정의가 물결같이 흐르기를 희망하며 가톨릭 신자인 국회의원들이 본인의 사명과 책임을 갖고 정의의 물결에 함께하기를 간절히 요청합니다.
우리는 가톨릭 신자 국회의원들에게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하나, 가톨릭 신자 국회의원들은 시민들의 목소리를 무시하지 말고 당론과 무관하게 표결에 참여하라!
하나, 가톨릭 신자 국회의원들은 국정조사 추진을 통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내란혐의에 침묵하지 마라!
하나, 가톨릭 신자 국회의원들은 거리에 있는 시민들과 함께 정의와 평화의 물결에 동참하라!
2024년 12월 12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가톨릭 청년 연대
서울대교구 가톨릭 대학생 연합회 회원, 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청년위원들, 신학하는 청년모임 포함 가톨릭 청년 946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