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의 늦깍이 내란 캠프 합류
‘국민의힘당 해체’는 피할 수 없는 수순이 되어버렸다

(WWW.SURPRISE.OR.KR / 신상철 / 2024-12-10)

비상계엄 사태 이후 손바닥 뒤집듯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던 한동훈 국민의당 대표가 결국 내란 캠프에 늦깍이 합류했다. 이로써 기사회생의 가능성이 잠시 엿보이는 듯 했던 일부 新보수집단(가칭)은 다시 오물통 속으로 흡수되고 말았다. 

윤석열발 비상계엄사태의 의미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국민들이라면 이번 비상계엄사태를 보면서 대부분 “저거 미친 놈 아냐? 시대가 어느 땐데..”라고 생각했을 터다.

그러나 TV뉴스나 시사프로도 무시하고 오로지 보수유투브만 주구장창 보고 듣는 사람들의 경우엔 상황이 달라진다. 세상이 다르고 사고가 다르고 판단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다.

윤석열은 자신의 사무실 책상 위에 수북이 쌓인 결재서류 사인하는 것 외엔 보수유트브 시청하는 것과 수구 절친들 불러 술 먹는 것 외엔 하는 일이 거의 없었을 것이라 보는 게 합리적인 추론일 것이다.

그에겐 ‘대화’라는 것이 없다. 일방적인 자기 주장만 있을 뿐이고, 서로 의견을 나누는 것 자체를 극도히 혐오하는 캐릭터다. 여럿이 한 시간 앉아 있으면 윤석열 혼자 59분 떠든다는 말이 결코 우스게 소리가 아닐 것이고 국무회의라 해서 다를 것이 없었을 게다.

그의 주장 대부분은 보수유투버들의 논리가 그대로 덧씌워져 있다. 보수유투버들의 무모하고 극단적인 주장 조차도 그에게는 매우 깜찍하고 산뜻한 해법으로 받아들여졌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는 것은 모든 결과가 그것을 입증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그는 자신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면 절대 다수 국민들이 자신의 주장과 행위에 동의하고 동조해 줄 것으로 기대했을 것이다. 자신만이 보고 있는 세상은 분명히 그렇게 될 것으로 여겨졌으므로.

열심히 말 잘 듣던 한동훈

자신의 사회생활 거의 대부분을 윤석열 뒤치다꺼리로 보낸 한동훈에 대해 정작 윤석열과 김건희는 잘 알지 못했던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언제나 윤석열이 떠들고 한동훈은 듣기만 했을테니 말이다. 그저 미숙아로만 여겼던 한동훈에게 당대표 옷을 입혀놓고 자신들 수족처럼 굴지 않는다고 내내 불편해 했다.

두 손 짚고 한동훈을 노려보는 윤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김건희가 ‘정치적 암수한몸’이듯이 한동훈·진은정도 그러할 것이라는 사실을 늦게서야 알았다. 국힘당 게시판에 올라온 한씨와 진씨 일가의 쌍욕 비난글들을 보면서 그제서야 뒤통수 쎄게 맞은 느낌이 들었을 게고 비상계엄을 앞두고 사전모의에 한동훈을 배제시킨 것과 체포대상자 명단에 이름을 넣은 이유였을 게다. 

살아가며 사람들은 누구나 몇 번의 기회, 그것도 ‘절호의 기회’라고 할만한 상황을 맞게 되는데, 그때의 판단이 나머지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대 기로가 되기도 한다. 한동훈이 맞았던 상황이 바로 그것이었다. 비상계엄 모의에서 배제된 것과 체포대상자 명단에 이름이 올려진 것 말이다.

그것은 한동훈 정치생명의 마지막 불씨였다. “국민과 함께 비상계엄을 막아 내겠다”와 “윤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정지가 필요하다” 선언은 그 작은 불씨를 키워 新보수집단(가칭)의 횃불로 키울 수 있는 절체절명의 기회였다. 그런데, 그의 얇은 다리는 그 지점에서 후들거렸고 결국 내란총리와 손을 잡음으로써 추락하고 말았다.   

‘이판사판공사판’에 늦깍이 합류한 한동훈

‘이판사판(理判事判)’은 불교용어다. 이판(理判)은 참선, 경전 공부, 포교 등 불교의 교리를 연구하는 스님이고, 사판(事判)은 절의 산림(山林)을 맡아하는 스님을 말한다. 우리가 ‘살림을 산다’의 ‘살림’이 바로 이 ‘산림(山林)’에서 비롯되었다. 

이판과 사판은 그 어느 한쪽이라도 없어서는 안 되는 상호관계를 갖고 있다. 이판승이 없다면 부처님의 지혜광명이 이어질 수 없고. 사판승이 없으면 승가살림이 존속할 수 없다. 그런데 조선시대에 승려가 천민으로 신분이 격하되면서 ‘이판승이든 사판승이든 천민이기는 마찬가지’라는 뜻이 되었다. 

‘이판’과 ‘사판’ 스님들이 모여 ‘대중공사’를 하면 ‘이판사판공사판(吏判事判供辭判)’이 되고 이를 줄인 것이 ‘이판사판(吏判事判)’이었다. 그런데 현대에 와서는 ‘이판사판=아수라판’이라는 인식에 난리통의 공사판(工事判)이 더해져 ‘절체절명의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즉 막다른 골목에 몰린 상황’을 뜻하게 되었다.

한동훈의 내란 캠프 합류로 이제 ‘국민의힘당 해체’는 피할 수 없는 수순이 되어버렸다. 이석기 의원이 내란을 음모했다며 통합진보당을 해체했던 것은 ‘내란수괴 윤석열과 내란당 국민의힘’에 비하면 조족지혈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