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게임 시대의 논픽션 ②
『Going Infinite』, 가상 화폐 제국 FTX의 붕괴

(WWW.SURPRISE.OR.KR / 김종익 / 2024-12-10)

와카바야시 게이若林惠
1971년생. 편집자․黑鳥Black Swan社 콘텐츠 디렉터.
『잊힌 일본인을 끌어내다』 『안녕 미래』 등의 저서가 있다.

『Going Infinite』는,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마이클 루이스Michael Monroe Lewis가 2023년에 펴낸 논픽션으로, 한국에는 번역이 안 된 책이다. 이 책의 일본어 번역 제목은 「1조 엔을 훔친 남자–가상 화폐 제국 FTX의 붕괴」다. 이 번역글은 분량이 길어 3편에 나누어 게재합니다 - 역자 주

■ 효과적 이타주의, 장기주의

『Going Infinite』에 대해 말하자면, 책 속의 SBF는, 머스크보다는 말에 대해 의식적이고, 거기에 사상으로 보일만한 것도 엿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루이스가 그것을 전적으로 이야기 속에 다 받아들였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SBF의 사상적인 근간은, 최근 화제가 된 ‘효과적 이타주의’에 있다고 이야기되는데, 그 운동의 전도사로 여겨지는 옥스퍼드 대학의 윌리엄 맥어스킬William MacAskill과의 관계성 등도 묘사되고는 있지만, 책의 종반에 이르면, 그것이 얼마큼 중요했었는지가 모호해져 버린다. ‘효과적 이타주의’의 시조에 해당하는 호주의 사상가 피터 싱어Peter Albert David Singer의 사상을, 루이스는 이런 식으로 설명한다.

이윽고 그(싱어)는, cost가 타인들의 이익에 이를 때까지는, 자신이 가진 것을 그들에게 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자선은 ‘좋은 것이지만 하지 않아도 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의무라고 생각해야 한다.
싱어 자신이 바로 이 행동을 실천하며, 점점 많은 수입을 기부하게 되었다.

바로 그런 싱어의 생각을 계승하는 형태로, 맥어스킬은 “기부하기 위해 번다”는 구호 아래, 돈벌이를 해 아프리카에서 기아와 전염병 근절에 몰두하는 의사들에게 기부할 것을 추천하고 장려해, 자신의 경력을 통해, 인류를 향해 이루어지는 ‘선’의 총량으로, 자신이 해야 할 직업을 선택할 것을 특히 젊은 학생들에게 설파해 간다. SBF는 딱 그렇게 맥어스킬에 의해 ‘조직organize’된 인물이지만, SBF의 돈벌이에 대한 끝없는 탐구와 방만한 기부 행동은, 이 가르침으로 거의 설명이 된다. 특히 SBF 같은 수학에 대단히 강한 젊은이에게 ‘효과적 이타주의’라는 공리주의의 변종이 매력적으로 보였던 것은, 돈 쓰는 법의 유효성을 확률론적으로 다룰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SBF에게, 이쪽에 기부했을 때에 얻을 수 있는 선의 총량과 저쪽에 기부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선의 총량을 확률론적으로 비교하는 일은, 금융 자산의 트레이딩에서 행하고 있던 게임과 동등한 것으로 느껴졌던 것처럼 보인다.

‘효과적 이타주의’가 노래하는 ‘선의 총량’을, 미래의 인류도 포함하는 형태로 고려한 ‘장기주의’는, 마치 장기적 관점에서 인류의 행방을 검토하는 사상처럼 보이지만, “지금 어떤 자선 단체에 기부하는 게 좋을까”를 고려하는 차원에서는, 거의 주식을 매매하는 거나 다름없는 단기적인 예측 게임에 불과한 것은 꼬집어 말하면 얄궂다. 나아가 얄궂다고 하는 것은, SBF는 확률론과 통계적 사고는 뛰어나지만, 확률에 기반을 둔 예측을 믿는가라고 하면 꼭 그렇지는 않다는 점이다. 그는 FTX의 광고 모델로 NFL 선수를 기용하는 데 즈음해, 누구라면 잘 들어맞고 누구는 맞지 않는가와 같은 것을 예측할 수 없다고 얘기한다.

루이스는, SBF가 많은 사람과 달랐던 점은, “확률을 구해내 거기에 기반을 두고 행동하려고 하는 의지와 사실이 밝혀진 뒤에 실은 좀 더 분명하게 알 수 있다는 환상에 휘둘리는 것을 거부하는 자세였다”고 쓰고 있다. SBF는 인생은 결과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강고하게 가지고는 있었지만, 그런 한편에, 일어난 결과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무심하기도 했다.

■ 게임의 핵심

SBF는, 규칙이 안정적으로 운용되고 자신의 지닌 카드의 강점이 사전에 결정되는 게임보다도, 게임의 규칙이 시시각각 변해가는 속에서, 자신이 가진 패의 의미와 가치도 변화해 가는 그런 게임을 가장 잘 했다고 루이스는 쓴다. SBF의 선호하는 게임으로 「MTG」(Magic : the Gathering)를 들고, 그 특질을 설명한다. 1990년대 초반, 젊은 수학자 리처드 가필드Richard Garfield가 고안한 MTG는, “어쩌면 새로운 유형의 사람들을 위해 디자인된 새로운 유형의 게임 제1호”였다고 한다.

가필드가 설계한 게임에서는, 플레이어는 자신의 카드를 선택하고, 규칙에서 정한 한 벌을 꾸려 게임을 시작한다. 각각의 카드에는, 마녀와 악마 등, 신화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각각의 캐릭터에는 특별한 특징이 부여되어 있고, 공격력이나 생존 포인트가 수치화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저 최고의 카드를 가졌다는 것으로는 안 된다. 어떤 카드가 최고인가 알 수 없는 법이다. 게임 자체가 불안정했다. 카드가 예측 불가능한 형태로 항상 변화하고 있었다. 새로운 카드가 도입되고, 구식 카드는 사용 금지되거나 했다. 카드 간의 상호 작용은 복잡하고,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
이것은 ‘게임은 궁극적으로 알 수 없다’라는 혁신적인 개념이었다. (…)
MTG가 특기인 사람은, 전략에 쉽게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이다. 가장 좋은 수를 알기 어려울 정도가 아니라, 알 수 없는 것인 이상, 그것이 불확실하다고 알면서 결단을 내리는 일도 힘들지 않다.

SBF에게 ‘재미있는 게임’이란, 바로 이런 게임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대로, SBF가 금융 트레이더로 두각을 나타낸 ‘Jane Street Capital’에서의 경험이나 FTX에서의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루이스는 그것을 넓은 의미에서 ‘metagame’이라 칭하고, SBF의 재능이 유감없이 발휘되었던 것은, 바로 이 영역에서였던 것을 밝힌다.

그의 재치는 예를 들면, 어떤 선배 트레이더가 “나에게 프로 야구 선수인 친척이 있을 확률은 어느 정도일까요?”라고 물었을 때, SBF가, 통계적인 확률론을 중단하고, “당신이 이 질문을 한 것은, 그것이 당신에게 중요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당신에게 프로 야구 선수인 친척이 있을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대답했던 데에서 드러난다. SBF는 “질문 그 자체에 정보가 포함되어 있는 것을 눈치를 챌까 못 챌까”가 중요하다고 비밀을 밝히지만, 요컨대 그는, 게임 그 자체가 아니라, 게임을 구성하는 메타 정보를 추출해 분석하는 데 두드러지고 빼어난 것이다.

이러한 성향이 효율적 이타주의와 장기주의라는 사상을 만나 얄궂은 형태로 작용하는 것은, 가령, 그것들의 사상에 전 인류를 포괄한 장기적인 ‘선’을 이룬다는 최종적인 목표가 있다고 치면, 그 행동의 모든 것이 게임을 구성하는 meta level의 정보를 얼마만큼 독해해, 그것에 대해 손을 쓸 것인가라는, 매우 정치적이고 현실적인 전략으로 환원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 일이, 이타와 장기와 같은 말 사이에, 커다란 엇갈림이 생겨 간다. SBF가, 인간에 대한 공감을 두드러지게 결여한 것은, 거의 모든 관계자가 얘기하는 부분이며, SBF 본인마저 인정하는 점이지만, 한편으로 ‘이 게임의 출제자에게는, 프로 야구 선수인 친척이 있는 건 아닐까?’와 같은 개인적인 메타 정보야말로 게임의 핵심이 있다고 생각하는 SBF는, 인간에 관한 통찰에서는 보통 사람보다도 훨씬 뛰어나다고 자부하기도 한다. 효과적 이타를 장기에 걸쳐 고려하는 금융 트레이더가, 극도로 근시안적인 인간 관찰의 달인이기를 요구받는다는 모순은, 사람을 대단히 혼란스럽게 만든다. <3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