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라는 난해한 질문에 답하기 – 3
우파 진보주의 대두, 대통령 선거와 보수 사상 재편

(WWW.SURPRISE.OR.KR / 김종익 / 2024-11-26)

이노우에 히로타카井上弘貴
1973년생. 고베대학 대학원 국제문화학 연구과 교수.
미국 정치사상사 전공
『미국 보수주의 사상사』 등의 저서가 있다.

■ 공화당 내부의 트럼프 비판

밀워키에서 개최된 공화당 전국대회로부터 한 달 뒤. 시카고에서 개최된 민주당 전당대회를 장식한 키워드는 ‘喜色joy’이었다. 빌 클린턴이 카멀라 해리스를 “기쁨의 대통령이 될 것이다”라고 연설 속에서 축복하고, 해리스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퍼스트 젠틀맨이 될 더글러스 엠호프는, 해리스를 “喜色에 찬 투사”라고 단상에서 얘기했다. 해리스와 트럼프의 첫 직접 대결이 된 필라델피아 TV 토론회에서도, 해리스 쪽을 절대로 보지 않고, 격렬한 어조로 발언을 반복하는 트럼프에 대해서, 토론회 최초로 악수를 청하러 가서, 시종, 미소를 잃지 않았던 해리스는, 구체적인 정책을 둘러싸고 어디까지 유권자에게 호소할 수 있었던가는 둘째로 치고, 분노를 전면에 내세우는 트럼프와는 대조적으로, 미국에 기쁨을 선사한다는 자세를 내보였다.

민주당의 전국대회로 얘기를 돌리면, 喜色의 그늘에 가려진 형태였지만, 또 하나의 키워드는 ‘품위decency’였다. 2020년, 민주당이 공화당으로부터 정권을 탈환했을 때, 바로 바이든을 상징한 키워드가, 품위의 승리이며, 이 키워드는 2024년도 계속되어, 어떤 사람들에게는 절실한 문제가 되었다.

이 어떤 사람들 안에 포함되는 대상이, 이제는 트럼프의 절대적 영향 아래 있는 공화당 안에서, 이전의 지위를 상실한 사람들이다. 몇몇인가는 이번 민주당 전국대회에 참가해, 확성기 역할을 했다. 애덤 킨징거Adam Daniel Kinzinger는 그런 인물 가운데 한 명이었다. 킨징거는 트럼프 탄핵에 찬성표를 던진 공화당 내 10명의 하원의원 가운데 한 명이며, 2021년 미연방의회 습격 사건을 조사하는 하원특별위원회에 리즈 체니Elizabeth Lynne Cheney와 함께 이름을 올렸다. 하원의원 경력을 단념한 그는 현재, CNN의 해설자로 근무하고 있다. 킨징거는 해리스에게 투표하라고 공화당원에게 호소했다. 그에 따르면, 원리원칙이나 품위, 이 나라에 대한 충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비하면, 공화당과 민주당이 의견을 달리하는 정책 따위는 별게 아니었다.

이번 민주당 전국대회에서, 공화당원으로 단상에 올랐던 사람은, 킨징거만이 아니다. 조지아 주의 전 부지사 제프 던컨Jeff Duncan, 대통령 보도관을 지낸 뒤 멜라니아 트럼프의 보도관을 담당했던 스테파니 그리샴Stephanie Grisham, 애리조나 주 메사 시장 존 자일스John Giles, 펜스 부통령의 국토 안전 보장․테러 대책 담당 보좌관이었던 올리비아 트로예Olivia Troye도 등단해, 해리스 지지를 호소했다.

킨징거는 연설에서 “공화당은 이제 보수가 아니다”라고도 했다. 이 발언 그대로, 보수의 내실은 현재, 공화당 내외에서 변용을 시작하고 있다.     

■ 공공연하게 반복되는 선동적인 악선전

올해 7월 최초 암살 사건 직후,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그럴 가능성은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트럼프는 품위란 뭔가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허와 실을 섞은 이야기로 좀 더 미디어의 주목을 자신 쪽으로 억지로 끌어당기는 짓을 계속 선택한다. TV 토론회에서는 트럼프는, “오하이오 주 스프링필드의 아이티계 이민자들이 이웃 주민들의 애완동물을 먹는다”고 발언해, 사회자로부터 즉석에서 “그런 사실은 현지에서 확인되지 않는다”는 팩트 체크를 당했다. 아이티에서 온 이민자가 주민의 애완동물을 먹는다는 발언은, 부통령 후보 밴즈도 SNS를 통해 했다. 이것에 대해, 보수계 FOX 뉴스조차, 그런 일은 현재 일어나고 있지 않다는 현지 경찰의 성명을 보도하고 있다.

트럼프가 평소처럼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한 것은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진영에서 보면 충분히 ‘성과’는 있었다. 주의 중심 도시 콜럼버스의 서쪽에 위치한 스프링필드는, 예전에는 농기구와 자동차 부품 제조로 번성했지만, 중서부의 많은 도시가 그렇듯이, 현재는 탈공업화의 파도로 쇠퇴가 두드러진다. 최전성기는 8만 명을 넘었던 인구는, 6만 명 이하로 떨어진 상황이 되었다. 이런 스프링필드에, 최근 5년 정도 사이에 급격히 증가해 온 것이, 2021년의 아이티 대통령 암살 사건 이후,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혼란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현지의 위기적 상황에서 벗어나, 미국으로 온 아이티 사람들이다. 국토 안전 보장부의 지정에 따라, 그들에게는 임시 보호 신분Temporary Protected Status이 주어진다. 아이티에서 온 합법 이민자의 수는 현재, 적게 잡아도 약 15천 명이 되어 가고 있다.

트럼프는 이 발언으로, 이민자를 대량으로 받아들이는 오하이오 주의 작은 도시에, 거의 강제로 미국 전역의 관심이 쏠리게 만들었다. 트럼프 진영은, 이민자 수용 대응에 시행착오를 벌여온 스프링필드의 현상을, 바이든 정부 이민 정책의 궁지를 상징하는 사태로 묘사하려고 한다. 트럼프는, 유세장인 캘리포니아 주의 랜초 팔로스 베르드Rancho Palos Verdes에서, 자신이 정권을 다시 잡은 그때에는, 스프링필드의 아이티 이민자를 강제 송환한다고 보도진에게 얘기했다(2024년 9월 13일). “베네수엘라로 되돌려 보낸다”는 것이 트럼프의 발언이다. 뭔 말실수인가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이것은 콜로라도 주의 덴버 교외의 오로라 시에서, 무장한 베네수엘라 사람들로 이루어진 갱이 집합 주택을 점거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동영상이 확산된 건과 의도한 건지 아닌지는 둘째로 치고, 트럼프가 혼탁하게 만들어 얘기한 결과라고 상상된다. 트럼프는 오로라가 갱에게 점거되어 가고 있다고도 발언했다. 트럼프 지지자라면, 오로라에서든 스프링필드에서든, 트럼프라면 무법한 패거리에게 단호한 대응을 해 주리라 느꼈으리라.

오로라 시경은 베네수엘라의 범죄 조직인 Tren de Aragua 멤버 몇 명을, 이민자 커뮤니티 내에서 벌어진 사건과 관련해 제1급 폭행죄 등의 용의로 체포했다. 공화당의 오로라 시장인 마이크 코프만Mike Kofman은 오로라 시가 Tren de Aragua에게 점거된 일 따위는 전혀 없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 팩트 체크로는 메워지지 않는 깊은 도랑

필라델피아의 TV 토론회를 둘러싸고, 많은 민주당 지지자는 해리스의 성과를 평가했다. 한편 트럼프 진영은, 진행자를 맡은 ABC 뉴스 앵커인 데이비드 뮤어David Jason Muir와 린제이 데이비스Linsey Davis가 트럼프의 발언에 몇 번이나 팩트 체크를 끼워 넣어, 공평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트럼프가 “다음 토론회는 없다”고 말하는 것으로 봐도, 트럼프 진영에서 만족하지 못했던 것은 확실하다.

그렇다고 해도, 스프링필드의 아이티 이민자와 애완동물을 둘러싼 발언은, 일본에서도 뉴스로 다루어졌듯이, 미국만이 아니라 세계적 뉴스가 되어, 토론회 뒤의 주목이 트럼프에게 쏠렸다. 이것을 실언으로 다루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SNS가 가속시키는 분극화 시대에서, 악명은 점점 무명을 이긴다. 토론회에는 가령 이기지 못했다 쳐도, 찬반양론이 뒤얽힌 SNS와 매스미디어 쌍방의 주목을 끈다는 점에서, 트럼프는 얻을 것은 얻었다고 할 수 있다. 

트럼프의 발언과 전후해, 스프링필드에서는 공립학교와 시 기관에 폭파 예고가 이루어져, 초등학교가 휴교에 내몰리는 사태가 벌어졌다(NBC NEWS, “Bomb threats force second consecutive day of school closures in Springfield, Ohio”, 20240914).
SNS상에서는, 애완동물에서 착상을 얻은 다양한 생성 AI 동영상과 쇼트 동영상이 새로운 Internet meme(재미를 목적으로 한 인터넷 유행어, 사진, 비디오 등 - 역주)으로 확산되었다. 트럼프 자신이, 자기가 설립한 SNS인 Truth Social에, 구출한 고양이와 오리에게 기내에서 에워싸인 트럼프, 혹은 트럼프 지지자와 같은 MAGA 모자를 쓰고, 총으로 무장한 고양이들과 같은 생성 AI 동영상을 투고했다. 이번 선거전에서 트럼프 지지를 명확히 내세우고 있는 일론 머스크도 또한 자신이 경영하는 트워터의 고친 이름 X 계정에, 이러한 Internet meme을 투고했다. 스페이스 X사의 민간인 최초 우주 유영 성공과 관련한 투고와 트럼프를 지지하는 고양이 생성 AI 동영상 투고가 동거하는 머스크의 X 계정은, 어떤 의미에서 초현실적이었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다시 돌아가면, 스프링필드를 둘러싼 발언을 받아들여, 애리조나 주의 공화당은, 주의 중심 도시 피닉스의 복수 장소에, 옥외 간판을 내걸었다. 그 간판에는, 소 인형을 입은 고양이와 함께, “고양이를 적게 먹자(EAT LESS KITTENS) ― 공화당에 투표하자”라는 메시지가 독특한 글씨체로 실렸다(The Washington Post, “Arizona GOP billboards implore voters to ‘EAT LESS KITTENS’‘, 20240911). 문맥을 이해할 수 없는 때, 그냥 귀엽다, 그러나 의미를 모르는 옥외 광고에 지나지 않는다. 이 간판은, 미국을 대표하는 치킨 패스트푸드 체인, 칙필레Chick-fil-A(미국의 닭고기 전문 패스트푸드 식당. 조지아 주 컬리지 파크에 본사가 있으며, 워싱턴 D.C와 푸에르토리코를 포함하여 48개 주 약 2,800개의 지점이 운영되고 있다 – 역주)의 유명한 “치킨을 더 먹자”와 소가 메시지를 쓰는 옥외 광고의 패러디로 되어 있다.

칙필레의 창업자는 경건한 남부 침례교회Baptist의 신자로 알려졌으며, 2대째인 댄 캐시Dan Cathy 시기에, 동성혼에 반대하는 단체에 헌금하고 있던 사실이 보도되어, 칙필레는 심한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칙필레 측은, 남녀로 이루어지는 결혼을 지지한다며 양보하지 않아, 칙필레를 지지하는 측과 비판하는 측으로 갈라져 거대한 대립이 미국 전역의 여러 지방에서 생겼던 일이 과거 미국에 있었다. 현재도, 리버럴한 주와 도시의 공공시절에 칙필레가 지점을 낼 때, 의회 등에서 논의가 벌어지는 일이 있다. 칙필레는, 말하자면 ‘문화 전쟁’의 와중에 처한 적이 있는 미국의 스프링필드에 있는 지점이다. 그 옥외 광고의 패러디를 애리조나 주의 공화당이 즉석에서 꺼낸 것으로도, 트럼프 진영은, 리버럴과 보수 사이를 가르고 있는 뿌리 깊은 분극화分極化 상황과 이번 트럼프의 발언을 효과적으로 결합시켰다고 할 수 있다.

■ 트럼프 지지자 내부의 극우들

트럼프에 반기를 든 공화당 정치가들이, 영향력을 줄어들거나, 부득이 은퇴를 하거나 하는 상황에 비춰보면, 공화당은 이제는 트럼프의 당이 되었다는 관찰에 토를 달기는 어렵다. 트럼프가 당내에 계속 미치고 있는 영향력과 공화당의 종래의 존재방식을 확실하게 바꾸고 있는 주도권의 두 방향을 감안하면, 적어도 현상에서는 확실히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것은, 트럼프와 그 주변 사람들이 입지를 완전히 굳혔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기도 하고, 트럼프가 공화당을 완전히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것도 아니다. 

밴스가 트럼프의 부통령 후보로 지명되기 직전에는, 부통령 후보의 유력한 선택지로서, 밴스만이 아니라, 노스다코타 주 주지사 더그 버검Doug Burgum과 플로리다 주 출신의 상원의원인 마코 루비오Marco Antonio Rubio의 이름도 거명되고 있었다. 트럼프에게 밴스 지명을 강하게 추천한 인물은, 트럼프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와 예전에 FOX 뉴스의 간판 앵커이자, 현재는 SNS를 통해 독자적 미디어를 계속 발신하고 있는 터커 칼슨Tucker Swanson McNear Carlson이었다고 회자되었다. 여기에 대해, 2016년의 선거 때 트럼프 진영의 선대본부장을 지내고, 그 뒤에도 트럼프의 측근 가운데 한 명으로 계속 남아 있는 캘리앤 콘웨이Kellyanne Elizabeth Conway는, 플로리다 상원의원 마코 루비오가 적임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The Bulwark, “Trump Allies Believe Kellyanne Conway Is Badmouthing JD Vance”, 20240731). 밴스 지명을 둘러싼 트럼프 주변 인물들의 의견 상이가 앞으로도 영향을 미칠지 여부는 알 수 없다. 그렇다고 해도, 이번 대통령 선거의 행방이 어떻게 될지언정, 친밴스와 반밴스라는 두 개의 싹이 트럼프 진영 안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은 기억해 둘 만하다.

TV 토론회 참가를 위해 트럼프가 비행기로 이동했을 때, 기내에 로라 루머Laura Loomer가 동석했던 사실도 보도되었다. 1993년생의 루머는 음모론자로 알려졌으며, 특히 2001년 미국 동시 다발 테러 사건을 미국 내부의 범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루머는, 해리스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백악관은 카레 냄새로 가득차고, 백악관 성명은 콜센터를 통해 발신될 것이라는, 매우 차별적인 투고를 X에 했다(2024년 9월 8일). 이 투고에 대해서는, 본인도 아직까지 다양한 음모론적 발언을 해 온 친트럼프이자 공화당 내부의 강경파 하원의원 마조리 테일러 그린Marjorie Taylor Greene조차 비판하는 상황이다.

트럼프와 행동을 같이 하는 루머의 움직임을 경시할 수 없는 것은, 그녀로 대표되는 백인지상주의적 경향을 띤 극우 행동가들이, 이제까지 없었던 트럼프를 매개로 공화당에, 나아가서는 미국의 정치 상황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2022년 11월, 래퍼 예Ye(본명 Kanye West)가 트럼프를 만났을 때, 1998년생 백인지상주의자 니콜라스 J. 푸엔테스Nicholas J. Fuentes가 동석해, 공화당 내부에서도 강한 비난이 일어났다. 푸엔테스는 그 뒤, 트럼프와 만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로이퍼Groyper(그로이퍼 군대Groyper Army라고도 불리는 Groyper는, 대체 우파 및 백인 우월주의 활동가, 선동가, 인터넷 트롤의 그룹 – 역주)라는 인터넷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집단을 이끌고 있는 그의 트럼프를 향한 지지는 변함이 없다. 그런 푸엔테스는, 밴스의 파트너인 우샤 밴스Usha Vance를 백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비난하고 있다. 여기에 대해 밴스는, 푸엔테스를 ‘패배자’라고 부르며 응수하고 있다.

푸엔테스는 8월, X에 투고하는 형태를 취하면서, 트럼프 선거 캠페인에 대해 새로운 그로이퍼의 선전을 포고한다고 써넣었다(Mother Jones, “Far-Right Influencers Are Turning Against Trump’s Campaign”, 20240818).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푸엔테스가 문제로 삼는 것은, 트럼프의 선거 운동이 컨설턴트와 로비스트에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공화당 기득권층establishment을 비판해 온 트럼프와 그 주변 인사들이지만, 푸엔테스 같은 극우 활동가 입장에서 보면, 트럼프 진영 자체, 충분히 기득권층이며, 트럼프의 주변에 있는 엘리트와 그들의 가치관이나 세계관의 배제를 트럼프를 상대로 요구한다는 것이다. 푸엔테스는, 연방 정부의 직원을 대통령이 쉽게 해고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정책 제안서인 「프로젝트 2025」으로부터 트럼프 진영이 거리를 두려고 하는 것에도 비판적이다.

■ 보수 사상의 재편과 실리콘밸리의 동향

루머와 푸엔테스 같은 미국의 젊은 극우에 앞선 것은, 2010년대 전반부터 중반에 걸쳐 등장한 Old Right다. Old Right란, 종래의 극우와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에 안티를 부르짖는 새로운 세대의 인터넷 우익이 합류해 생긴 우파의 움직임이며, 현재는 다시 복수의 조류로 갈라지고 있다. 이 Old Right의 대두와 동시 병행으로 일어난 2016년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승리를 전기로, 널리 전후 미국 보수의 그것까지 권력 관계는 붕괴되어, 주류와 비주류의 선긋기가 애매해졌다. 전후 반공과 반뉴딜을 골자로 하는 최초의 New Right가 형성되고, 이것이 오랫동안 보수 주류의 기축이 되었다. 1970년대에는 종교 보수의 등장으로 전후 제2의 New Right 융성을 봤다. 현재, 문화 보수를 중핵으로 하는 전후 제3의 New Right 형성이, 트럼프에 의한 공화당의 계속적인 변화와 연동하는 형태로 일어나, 전후 미국 보수의 재편을 불러오고 있다.

이러한 보수 재편 속에서 잠식되는 극우의 존재도 간과해서는 안 되는 한편, 그 재편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가는, 문화 보수에 이어지는 다른 조류도 주시해야 한다. 순수한 보수 지식인의 움직임으로는 국민 보수주의, 이른바 NatCon(National Conservatism Conference) 혹은 포스트 리버럴 우파로 불리는 가톨릭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하는 사람들이, 전후 미국 보수 사상 재편의 키를 쥐고 있다.

이것들에 더해 중요한 것은, 일론 머스크를 비롯한 실리콘밸리의 기업가들이다. 그들은 예전이라면, 민주당 지지가 당연한 흐름이었다. 그런 상황은 크게 변화해 왔다. 2016년 대통령 선거 때, 트럼프를 전면적으로 지지한 인물은 전자 결제 서비스 페이팔PayPal의 공동 창업자인 피터 틸Peter Thiel이었다. 틸은 정권에 참여하지는 않았다고는 해도, 정권 인수팀에 이름을 올리고, 트럼프와 Big Tech의 유력자들의 중개 역을 수행했다. 2024년의 이번, 그들의 전면에 나온 인물은 머스크다. 머스크는 트럼프에 대해, 정부의 효율화를 제언하는 위원회 설립을 제안하고, 트럼프는 이것을 호의적으로 수용했다. 가을에 재선된 그날에는, 머스크를 그 위원회의 수장으로 취임시킨다고 트럼프는 공언한다.

TV 토론회 직후, 세계적인 싱어송라이터 테일러 스위프트가 해리스 지지를 명확히 하고, 인스타그램에 발표한 메시지 말미에, 자신의 이름과 함께 “아이가 없는 고양이를 좋아하는 여성”이라고 기입했다. 아이가 없는 고양이를 좋아하는 여성이라는 표현은, 알려져 있듯이 밴스가 해리스를 야유할 때에 쓴 표현이며, 밴스를 향한 비판이 확실하다고 알아챌 수 있다.

이런 스위프트의 메시지에 X를 통해 응답한 인물이 머스크였다. 머스크는, 스위프트에게, 너에게 아이를 줄게, 라고 댓글을 달았다. X를 통한 이런 머스크의 발신에는, 매우 여성 모멸적이라는 비난이 이어졌다. 머스크를 심하게 비판한 사람 속에는, 머스크의 딸로, 아버지인 머스크와 절연한 트랜스젠더 비비안 제나 윌슨Vivian Jenna Wilson도 포함되어 있다.

■ ‘우파 진보주의’라는 기묘한 혼재

민간인 최초의 우주 유영 투고와 Internet meme 투고가 동거하는 머스크의 X 계정은 초현실적이라고 앞에 썼다. 머지않아 인류의 화성 진출까지 확인한 테크놀로지의 진보에 심혈을 쏟는 측면과 우여곡절 끝에 트럼프에게 정치적 지도자의 이상적 자세를 찾아내고, 페미니즘에 대한 안티를 숨기지 않고, 트랜스젠더를 결코 인정하지 않는 측면. 머스크 내면에 있는, 이 기묘한 혼재야말로, 어떤 새로운 보수 사상의 출현을 의미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종래에 진보는 리버럴이 주장하는 것이며, 보수는 진보에 대해 회의를 표명하는 것이 상식이었다. 하지만 진보를 둘러싼 좌우의 종래 위치 관계는, 테크놀로지 발전의 새로운 전개와 함께, 특히 현재 미국에서 급속하게 변용을 이뤄가고 있다. 테크놀로지에 의한 사회 진보, 그것도 무한 진보를 구상하면서, 동시에 사회 문화적으로는 반동을 견지한다는 사상의 구조가, 미국의 Tech 업계와 그 주변에서 생기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말해도 좋다면, 그것은 우파 진보주의라고 부를 수 있는 새로운 경향이다. 머스크는 그런 우파 진보주의를 체현하는 인물이며, 지금은 트럼프를 전면적으로 지지하고, 공화당을 둘러싼 상황을 음으로 양으로 크게 바꾸려 하고 있다.

킨징거 같은 인물들이 품위를 공화당이 회복해 줄 것을 호소하는 가운데, 점점 공화당을 앞으로, 근본적으로 바꿔갈지 모르는 사상이 현재 진행형으로 생겨나고 있는 것이, 올가을 대통령 선거를 앞둔 현재의 상황이다.
(『세카이』, 202411월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