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날드 트럼프 승리의 비결
2024 美 대선, 트럼프 캠프의 결정적 대응전략

(WWW.SURPRISE.OR.KR / 신상철 / 2024-11-25)

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의 승자는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 확정됐다. 트럼프는 최종적으로 7개 경합주 모두를 싹쓸이하며 312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함으로써 제45대와 더불어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영예를 안았다. 트럼프 승리의 비결은 무엇일까? 그 배경과 관련하여 여러 유형의 해석이 나올 수 있겠지만, 다음의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여 분석해 보려고 한다. Level-1. 일반적인 분석(대중 언론들의 통상적인 분석) Level-2. 미디어적 관점(선거 홍보 미디어 전문가 분석) Level-3. 결정적인 비결(승리를 일군 결정적 요인 분석)

Level–1. 일반적인 분석 : 백인 남성, 러스트벨트, 라틴계, 히스패닉 등

전 세계가 초미의 관심을 쏟아 부었던 美 대선은 막판까지 접전과 혼전이 뒤엉킨 역대급 안갯속 선거였다. 국내외를 막론하여 거의 대부분 언론들이 투표당일까지도 ‘초박빙판세’를 보도했을 만큼 선거결과의 예측이 어려웠지만 막상 개표된 결과는 예상을 뛰어넘는 트럼프측의 압도적 승리로 끝났다.

지난 2020년 대선에서 나흘이 지나서야 개표결과가 발표되었던 것과는 달리 개표후 불과 8시간만에 당선이 확정된 이번 미국대선의 결과를 두고 주요 언론들은 뒤늦게 헛다리 짚은 여론조사의 한계와 함께 그 원인과 배경에 관한 분석기사를 쏟아내기에 바빴다.

특히 여론조사와 이게 근거한 전문가 예측은 많이 틀렸다. 미국의 통계학자이자 정치분석가인 네이트 실버는 당선 확률 예측에서 대선 하루 전날까지 트럼프가 미세하지만 승리할 확률이 더 높다고 했으나, 당일에는 해리스가 미세하게 승리할 것으로 예측을 수정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해리스, 백인 기독교인의 마음을 잡지 못했다

미국 전체 인구의 61.6%가 백인이다. 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백인 기독교 복음주의자 중 트럼프 지지가 압도적이었다고 한다. 흑인 기독교도 중에서는 민주당이 우세했으나 수적으로 열세였다고 한다. 결국 해리스는 백인 기독교인의 마음을 잡지 못했다. 

러스트 벨트 먹고 살기 힘들어 트럼프 찍었다

피츠버그(철강), 디트로이트(자동차) 등 쇠락한 공업도시(러스트벨트, 녹슨 도시)의 노동자들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자신들의 처지를 개선해 주지 못하는 민주당에 등을 돌리고 트럼프 지지로 전향했다.

백인 남성, 아시아계 고소득 여성에 분노

1980년대만 해도 대학 나오지 않은 백인남자(철강, 자동차 노동자)는 미 전체 노동자 평균 임금보다 7% 높은 임금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 경제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과 지식산업으로 재편되면서 이들의 처지는 내리막길을 걸어야 했고 사회적 지위도 떨어졌다. 이들이 돈 잘 버는 유색인종과 이민자를 미워하는 이유다.

전통적 민주당 지지세력인 라틴계와 히스패닉계의 표심이반

트럼프는 라틴계 남성의 급격한 지지 증가와, 젊은 유권자 및 중도층에서의 지지세 확대 등이 승리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유색 인종 유권자 그룹 가운데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라틴계, 히스패닉 남성 유권자 그룹에서 이번에 처음으로 민주당 후보를 앞섰다.

Level–2. 미디어적 관점 : 선거 홍보 미디어 전문가 분석

트럼프가 이겼고 언론은 졌다. 미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당선이 확정된 직후 ‘컬럼비어 저널리즘 리뷰’머리기사는 상황을 이렇게 요약했다.

미국 주요 언론 대부분이 강력히 비판해 온 후보 트럼프가 승리했다는 점에서 언론이 졌다. 반면 트럼프 진영의 홍보 미디어 전략이 오히려 기사를 압도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디어 홍보전의 승리인 셈이다. 

트럼프의 본능적 쇼맨십 –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킨 퍼포먼스

선거 운동 도중 트럼프가 피격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7월 13일 오후 펜실베니아주에서 열린 대선 유세 도중 날아온 총알이 트럼프의 오른쪽 귀를 스쳤다.

총격 직후 밑으로 엎드렸던 트럼프는 곧 바로 현장을 벗어나야 한다는 경호요원들의 재촉에도 불구하고 벌떡 일어나 불끈 쥔 주먹을 공중으로 치켜들며 “Fight, Fight, Fight!”라고 외쳤고, 이를 본 지지자들은 공포에서 벗어나 “USA! USA!”를 연호하기 시작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즈는 이 장면을 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과의 본능적 연결, 현대 미디어 시대에 대한 숙달을 이보다 완벽하게 보여주는 순간을 상상하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연단을 벗어나면서 지지자들에게 자신이 괜찮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손을 흔드는 데 그치지 않고 피를 흘리는 얼굴 위로 주먹을 불끈 쥐어 저항하는 모습을 연출한 것이다. 그 위로 나부끼는 성조기는 마치 2차대전 당시 ‘이오지마의 깃발’을 연상케 했다.

적지 않은 미디어 전문가들이 “이 사진 한 장으로 이번 대선은 끝났다!”라고 단언했을만큼 임팩트가 큰 순간임에 틀림이 없었다.

트럼프 캠프의 슬로건

트럼프 유세 때마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슬로건이 있다. “Trump Will Fix It.(트럼프가 고칠거야!”, “Make America Great Again.(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그 슬로건들은 트럼프 정책기조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America First!(미국이 최우선!)”과 함께 사람들의 뇌리에 확고하게 각인되어 “그래! 트럼프라면 해 낼거야!”라는 믿음을 유권자들에게 심어 주기에 충분했다.

일론 머스크 X(트위터)의 위력

이번 대선에 자신과 자신이 경영하는 사업의 운명 모두를 걸고 ‘All in’한 일론 머스크의 영향력은 굳이 그의 소유인 SNS - X(트위터)의 위력을 거론할 필요도 없을만큼 지대했다. 일론 머스크 그는 성공했고, 그가 트럼프를 승리로 이끌었다 해도 반대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Level–3. 결정적인 비결 : 트럼프는 모든 투개표장에 변호사를 배치했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트럼프가 가장 크게 경고했던 것은 <부정선거>였다. 언론 뿐만아니라 많은 전문가들 조차 음모론으로 치부하였던 부정선거 이슈에 트럼프가 그토록 매달렸던 이유가 무엇일까.

트럼프의 <부정선거> 주장은 패배시 불복하기 위한 밑자락이다?

2020년 대선 패배 당시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트럼프 지지자들의 미 의사당 난입사태를 지켜보았던 많은 미국민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았다. 패배를 깨끗하게 인정하지 않고 지지자들과 함께 무력으로 시위를 벌인 것을 비겁한 행위로 여겼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대선에서도 트럼프의 부정선거 가능성 주장을 같은 맥락으로 보았을 것이고 트럼프의 부정선거 주장은 패배할 경우 불복투쟁을 벌이기 위해 밑자락을 까는 것으로 보았고 언론들 또한 그렇게 평가했다.

여기서 문제의 본질은 잠시 벗어나 있다. 본질이란 미국 대선에서 <부정선거>가 존재하는지 여부다.

미 대선에서 <부정선거>가 존재하는가?

결론은 <존재해 왔다>이다. 지난 대선에서 부정선거는 존재했고, 이번 대선에서도 반복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는 그러한 시도가 최대한 억제되었을 뿐이다.

이 사실을 이해하려면 무엇보다 미국의 선거제도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지면관계상 그 모두를 설명할 수는 없고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첫째, 미국은 주마다 투개표 방식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과 둘째, 상당수의 주에서 전자식 투개표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에 더해 사전투표와 우편투표가 병행한다.

중요한 것은 투개표 시스템에서 <전자식 방식>을 적용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운용자의 자의적 조작 가능성이 활짝 열려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수개표 방식은 정확하고, 신속하고, 투명하고, 저렴하다. 그것은 인구수(투표인수)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트럼프 경합주에 수백명의 변호사를 배치하다

트럼프는 대선을 사흘 앞둔 11월 3일 경합주인 펜실베니아를 찾아 “올해 대선도 조작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면서“지금 모든 투표소에 수백명의 변호사들이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은 2020년 대선 패배 이후 이른 바 ‘선거 무결성 프로그램’을 가동해 왔다고 한다. 경합주에 10만명의 자원봉사자와 변호사를 배치해 선거투개표 과정을 철저히 감시하고 조금이라도 문제점이 발견될 경우 적발해 소송하겠다는 것이 프로그램의 목적이다.

선거 당일 변호사들이 상주하는 ‘워룸(War room)’을 운영하면서 현장에 나간 감시단원들의 제보를 받을 ‘선거 무결성 핫라인’을 운영하고, 투표 감시원들이 의심스러운 행동을 발견할 경우 즉시 기록을 남기고, 변호사에게 전화해 법적 효력이 있는 진술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2020년 선거부정 소송에서 패배한 이유는 증거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배경이다.

트럼프 선거전부터 100여건의 소송 제기

실제로 공화당은 선거 전 펜실베니아의 일부 선거절차를 문제삼아 소송을 제기하는 것 외에 유권자 명부 및 허용 가능한 신분증 관련 논란, 해외 거주 미국시민 투표에 대한 합법성 문제 등을 포함하여 무려 100여건의 소송을 사전에 제기함으로써 모든 투개표 업무 관계자들에게 경각심 이상의 공포감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미국 사회에서 민형사상 소송을 당한다는 것의 의미는 자칫 완전히 거덜날 수도 있는 것이어서 트럼프 캠프의 그러한 부정선거 대응 전략은 투개표 사무원들에게 일체의 부정한 행위를 할 수 없도록 억제하고 통제하는데 주효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 효과는 경합주 7곳 모두 트럼프의 승리로 나타났고 결과는 압도적 격차의 당선이었다. 

맺는 말

투개표 업무에 <전자적 방식>을 사용하는 이유는 오로지 한 가지 뿐이다. <부정선거>를 위한 목적 뿐이다.

유권자에게 언제 어디로 가서 투표를 하라고 통지하는 것, 그리고 투표가 끝난 즉시 투표함 이동없이 현장에서 수개표로 개표를 완료하는 것. 그것은 선거의 기본이며 가장 정확하고, 신속하고, 투명하고, 저렴한 방식이다.

우리나라보다 인구가 많은 프랑스와 독일이 그러하고 인근 대만이 완전 수개표를 채택하고 있는 이유가 그러하다. 수개표 방식은 정확하고 신속하고 투명하고 저렴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2020년 대선에서 패배한 이유를 부정선거에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국민 다수와 언론들이 그것을 음모론으로 치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거제도 자체를 바꾸지는 못했다. 그러나 주요 경합주를 중심으로 수백명의 감시인원과 변호사들을 배치하여 부정의 발생가능성을 없애는 것에 주력하였고 그 결과 그는 승리할 수 있었다.

향후 트럼프가 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 미국의 선거제도를 뜯어고칠지 여부는 관심있게 지켜보아야 할 부분이다. 그는 전자적 선거업무 방식이 부정을 야기한다고 판단했고 그에 대응할 수 있는 정확하고 세밀한 전략을 펼쳤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다음 대선 전 우리는 선거제도를 바꿀 수 있을까? 전자개표 시스템은 없앨 수 있을까? 아니면 투개표소에 수백명의 변호사를 배치할 수 있을까?

아무런 대응도 전략도 프로그램도 없이 그냥 선거에 임할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여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