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라는 난해한 질문에 답하기 2 - ①
American Strongman, 트럼피즘Trumpism의 역사적 계보

(WWW.SURPRISE.OR.KR / 김종익 / 2024-11-15)

가네코 아유무兼子步
메이지대학 경제학부 교수. 미국 사회문화사, 젠더 섹슈얼리티 연구.
『‘증오’에 맞서는 미국사』 등의 저서가 있다.

2024년 11월에 실시될 예정인 미국 대통령 선거는,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간에 치러진다. 이 글 집필하는 시점인 9월 중순에서는, 여론 조사의 두 사람 지지율은 49% 대 49%로 길항하고 있다(Pew Reseach Center의 9월 9일자 발표).

트럼프는 조 바이든 대통령을 “조는 남자” “사기꾼 조”라고 모욕하며, 바이든을 대신해 해리스가 후보로 부상하자 그녀를 “공산주의자”라고 비난하는 등, 적으로 간주한 사람에 대한 중상 비방을 반복해 왔다. 그는 허위 발언이 많고, 9월 초순 TV 토론회에서도 아이티계 이민자가 오하이오 주에서 집에서 기르는 개를 납치해 먹고 있다고 발언해 비판을 받았다. 또 그는 지난해, 성적 관계를 가진 포르노 여배우에 입막음 대금 지급에 따른 업무 기록의 허위 신고 용의 등으로 기소되어, 올해 5월 말에 뉴욕 주 지방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하지만 트럼프가 아무리 비방․차별․허위 발언을 반복하고, 유죄가 되어도, 그에 대한 지지율은 하락하지 않았다. 일본의 미디어에서는 많은 지식인이, 냉대를 받아 왔기 때문에 ‘기성 사회establishment’에 반감을 품는 ‘백인 노동자’가 그를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해 왔다.  

한편, 트럼프는 올해 7월의 지지자 집회에서 총격을 당해 오른쪽 귀에 부상을 입어, 피를 흘리면서 성조기 앞에서 팔을 높게 치켜드는 모습은 세계적 주목의 표적이 되었다. 그 직후에 일본에서는 “이걸로 트럼프의 승리는 확실해졌다”라는 의견이 미디어에서 유통되었지만, 실제로는 사건 뒤의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의 지지율에 큰 변화는 없었다.

이러한 현상을 미국 여론의 ‘분열’ ‘양극화’로 부를 때, 그 내실이나 역사적 문맥을 경시하면, 트럼프 현상에서 볼 수 있는 미국의 현상에 대한 이해를 그르치게 된다. 특히 일본의 미디어에 나타나는 트럼프 관련 논의는, 인종․젠더․계급을 둘러싼 미국 사회의 역사적 전개에 대해 충분한 주의를 기우리고 있다고 하기 어렵고, 그 때문에 트럼프 현상의 위험성을 묵인할 우려가 있다. 이 글은, 트럼프가 체현해 지지를 받는 가치를 사회사적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 Strongman 트럼프

총격 사건 약 일주일 뒤, 공화당 전국 대회에서 트럼프는 이 사건을 언급했다.

“나는 이 아레나에, 전능한 신의 은총으로 서 있다. …군중은 내가 죽었다고 여겨 혼란스럽고, 그리고 매우 큰 슬픔에 빠져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내가 괜찮다고 알리기 위해, 오른팔을 번쩍 들어올리고, 숨죽이며 기다라고 있을 수천 명의 사람을 보고, ‘싸워라, 싸워라, 싸워라’라고 외쳤다. 내가 주먹을 공중으로 높이 치켜 올리자, …군중은 내가 괜찮다고 알고, 우리나라에 대한 긍지로, 지금까지 들은 적이 없을 정도로 고양되었다.”(NBC 뉴스, 7월 19일자).

그가 위험을 무릅쓰고 군중의 기대에 응해, 적에 맞서는 용감하고 대담한 지도자로 자신을 나타내 내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트럼프의 이런 행동은 카우보이다운 ‘男性性masculinity’으로 불릴 수 있을지 모른다. 이념형으로서의 카우보이는, 기존의 관습적 제약을 벗어나, 서부 황야의 고독 속에서 자신의 힘과 판단력에만 의지해, 자신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기 위해 적 ― 그 적이 자연이든 악한이든 ― 과의 대결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이상적인 백인 남성상이다. 男性性 연구로 저명한 역사 사회학자 미카엘 킴멜Michael Kimmel은, 역대 미국 대통령의 다수가 이러한 남성상을 퍼포먼스와 정책을 통해 체현하려고 해 왔다고 지적한다.

킴멜에 따르면, 미국 역사 속의 지배적인 男性性의 일관된 특징은, 다른 남성에 의해 ‘男性性’의 유무와 우열이 평가되어, 그래서 자신이 ‘남자답다’고 다른 남성들에게 인정시킬 필요성이다. 이 男性性은 타자의 승인에 의존하기 때문에, 늘 ‘男性性’을 증명해 보일 필요가 있다. 달리 말하면, 카우보이에게는 자신의 자유와 독립을 사수할 ‘남자다운’ 힘이 있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대결하는 ‘적’을 항상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트럼프 입장에서, 총격을 당해 부상한 순간은, 바로 적에게 꺾이지 않고 맞선다는 ‘男性性’을 과시할 절호의 순간이 되었다.

하지만 이 카우보이적인 ‘男性性’은 유해하기도 하다. 2010년대 후반 이후 영어권에서는 “해로운 男性性toxic masculinity”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이 말은 남성에게서 자주 볼 수 있는 사고방식이나 행동의 특징 가운데, 특히 타자와 자기 자신에게 해를 끼칠 우려가 큰 것을 가리키는데, 카우보이 같은 남성상은 바로 그 전형이다. 카우보이의 활약 무대가 되는 서부 변경frontier은, 백인이 입식入植settle과 개발에 따른 이익 획득을 위해 폭력으로 선주민을 내쫓고, 아니면 전쟁을 통해 멕시코로부터 탈취해 얻은 땅이었다. 하지만 이념형은, 폭력과 수탈의 역사를 소거하고, 빼앗은 땅에서 이루어지는 목축 활동을 ‘적’으로부터 무력으로 방어하는 것을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자기 이익과 자유를 일체 양보하지 않고 방어하는 것을 타자와의 공감이나 타자와의 절충보다 중시하고, 그것을 위해 폭력을 비롯한 힘의 행사를 주저하지 않는 ‘男性性’은, 자신의 힘을 증명하기 위해 타자에 위해를 가하거나 위험이 미치는 일도 망각하거나 정당화하는 태도에 이른다.

총격을 당한 트럼프는, 경호인이 다음 총격 가능성을 고려해 필사적으로 낮은 자세를 취해 감싸려고 하는데도, 그들을 제지하면서까지 주먹을 추켜올렸다. 이런 행동은 몸을 던져서 트럼프를 사수할 의무가 있는 경호원과 그리고 자기 자신을 무용한 생명의 위험에 노출시키는 행위이다. 또한 코로나 팬데믹 상황인 2020년, 트럼프는 마스크 착용을 공공연하게 거부하고, 마스크를 한 바이든을 야유했다. 하지만 마스크 착용은 감염되기 쉬운 자기를 지킬 뿐 아니라, 타인을 감염시키지 않기 위해 신체의 자유를 스스로 일부 제한하는 행위기도 하다. 트럼프는 마스크를 자신의 자유를 제한하는 적으로 거부함으로써 ‘男性性’을 증명하기 위해, 타자에 위해를 가할 우려를 무시했던 것이다.

총격 사전을 얘기하는 트럼프는 또한 자신이 신의 의지로 무사했다고 강조하며, 선택받은 자임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자신에게 이야기의 중심을 두는 트럼프의 태도는, 대통령 후보자로서의 자신에 대해 뭐를 얘기하는 것일까.
      
파시즘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역사학자 루스 벤 기앳Ruth Ben-Ghiat은, 2020년 자신의 저서 『Strongmen : From Mussolini to the Present』(국내 미번역)에서, 제1차 대전 이후에 민주주의 체재를 파괴해 권위주의를 수립하고, “男性性masculinity을 정치적 정당성의 수단으로 채용하는” 남성 국가 원수들을 “Strongmen”이라 부르며, 그 계보는 무솔리니에서 히틀러와 프랑코, 제2차 대전 뒤의 카다피와 피노체트, 냉전 뒤의 베를루스코니와 푸틴에게 이른다. 그리고 벤 기앳은, 트럼프도 또한 Strongmen 계보에 끼워 넣을 수 있다고 한다. 그들의 공통된 특징은, 다음과 같다.

Strongmen은, 법적 권리가 아니라 종교나 인종․민족으로 ‘참다운’ 국민을 좁게 정의하고, 그 ‘참다운’ 국민을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은 국가의 여러 제도의 제약을 초월한 지도자뿐이라고 칭한다. 따라서 지도자에 대한 비판이나 공격은 국민 그 자체에 대한 공격으로 여겨, 비국민 내지 테러리스트라고 딱지가 붙여진다.

또한 Strongmen은 자기 자신에게 권력을 집중시키고, 지도자 자신의 이익 그 자체를 국익과 동일시하기 때문에, 개인적 이득을 위해 정치가 이용된다. 그들은 국민의 위대함을 체현하는 자로 자임하며, 공적 장소에서 감정의 발로도 국민의 분노와 굴욕의 체현인 양 행동한다.

그리고 Strongmen은, 기존의 정치 시스템 외부에서 등장해, 사회가 이데올로기적으로 양극화되고 있을 때 호소력을 발휘한다. 시민 사회의 수평적인 공감이나 연대를 약화시키는 것이 권력 유지로 이어지기에, 그들은 사회의 대립을 적극적으로 격화시킨다. Strongmen은, ‘젠더․노동․인종 해방의 진보’가 ‘남성 지배․계급 특권’과 ‘백인 기독교 문명’을 위협한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상대로 어필한다.

그런 수단으로, 뉴스 영화에서부터 SNS까지 각 시대의 최신 미디어를 능숙하게 다루며, 국민을 상대로 허위를 뒤섞은 프로파간다를 직접 전달해, 국민 간에 지도자에 대한 충성심과 거역하는 것에 대한 공포를 퍼뜨린다. 그리고 비판자에 대해서는, 폭력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수단을 사용해 배제시킨다.

루스 벤 기앳에 따르면, 트럼프는 2010년대의 이민 제도 개혁을 둘러싼 정치적 분규와 대통령직을 8년간에 걸쳐서 흑인 남성이 차지한 것에 대한 백인 남성의 불만을 배경으로 대두해, 대통령의 임기 중에 민주주의적 여러 제도의 해체까지는 할 수 없었지만, 그의 정치 수단은 Strongmen 전형이라고 한다. 트럼프는, 미국에 특유한 카우보이와 같은 ‘男性性’과 Strongmen과 같은 권위주의자의 계보 교착이 낳은 지도자라고 할 수 있겠다.

■ 트럼프는 ‘여성 보호자?’

트럼프는, 여러 건의 성폭력과 성희롱 언동이 밝혀진 인물이다. 루스 벤 기엣은, 트럼프 같은 Strongmen은 정력virility, 말하자면 자기 육체의 성적 파워와 매력적이라고 간주되는 여성을 성적 지배의 대상으로 삼는 모습을 과시하지만, 그러한 언동으로 처벌받지 않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일반 남성들에게 성희롱과 차별 행위에 대한 욕망이 긍정되었다고 느끼게 만들고, 그로 인해 지지를 얻었다고 지적한다.

한편으로 트럼프는, 자기를 여성의 안전 지킴이라고 어필해 왔다. 2024년 8월 파리올림픽 여자 복싱 66kg급 경기에서, 알제리 대표 이마네 칼리프Imane Khelif와 대전한 이탈리아 대표 안젤라 카리니Angela Carini가 얼굴을 맞고 경기 개시 수십 초에 기권했을 때, 트럼프는 자신이 창설한 SNS ‘Truth Social’에, 칼리프를 성별을 위장한 남성이라고 오인하고 야단치며, “나 같으면 여자 스포츠에서 남자를 배제할 것이다!”라고 써넣었다.

트럼프는 2015년, 대통령 선거 출마를 처음 표명할 때의 기자 회견에서 “멕시코가 사람을 보낼 때에는, …문제가 많은 패거리를 보낸다. …놈들은, 마약을 가지고 들어온다. 놈들은, 범죄를 가지고 들어온다. 놈들은 강간범이다”라고 멕시코인 이민자를 비방했다(실제로는 이민자의 범죄율은 미국인보다 낮다). 또한 그는 2018년 대통령으로, 중남미 국가들에게 미국의 비호를 요구하며 북상하는 사람들을 테러리스트의 “캐러밴”이라고 비난했지만, 그는 그때 “여성들은 안전을 요청하고 있다, 놈들이 이 나라에 들어오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실제로는 ‘캐러밴’ 이용은 주로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이 많았다). 멕시코․중남미 출신자를 성적인 위협을 초래하는 남성으로 단정하고, 위험으로부터 여성을 보호하는 존재로 자신을 위치시키는 발언이다.

트럼프가 여성의 적으로 비난하는 대상이 멕시코인․중남미인과 알제리인 같은 비백인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미국 역사상, 비백인 남성을 강간범으로 삼는 표상은 자주 볼 수 있었다. 오래 전에는 19세기 말에, 노예제 폐지 뒤 남부에서, 백인 군집群集에 의한 린치로 불리는 폭력 행위가 빈발했다. 표적은 대다수가 흑인 남성이었지만, 흑인 여성이나 유대계 남성도 희생자가 됐다. 희생자는 잔혹하게 살해되고, 때로 이 폭력은 멋진 의례처럼 되었지만, 체포된 사람은 전무했다. 반복해 얘기됐던 린치 정당화 논리는, 흑인 남성이 노예 해방 뒤에 흉포하게 되어 백인 여성을 습격하는 사건이 다발하고 있어, 흑인의 흉악한 행위를 억제하고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린치는 불가결하다는 주장이었다.

실제로는 당시, 흑인 남성의 성범죄는 격증하지 않았다. 그런데 왜 흑인 남성의 성폭력이라는 유언비어가 유통되었을까. 당시 남부에서는, 농촌 사회가 공업화에 따라 급속하게 변모해, 백인 남성인 농민․소규모 사업주는 경제적 안정성을 상실했다. 한편 임금 노동에 종사하며 가계에 현금 수입을 가져오는 여성이 증가하자, 백인 남성 세대주의 권위가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그래서 백인 남성들은, 남성으로서의 권위를 백인 여성의 ‘보호자’로 드러내며, 그녀들을 ‘보호자’의 권위에 다시 복종시키려고 했다. 보호를 위해서는 ‘위협’이 필요하게 되어, 그 ‘위협’으로 선택된 것이 흑인 남성이었다.

이런 한 세기 전의 역사를, 현재 트럼프의 언동과 그것을 지지하는 백인 노동자 계급은 반복하고 있다. 19세기 말에 사회 변동을 초래한 것은 노예제 폐지와 공업화였지만, 20세기 말 이후에는 탈공업화․글로벌화와 공민권 개혁 ― 연방 정부의 권한으로 인종과 성별에 바탕을 둔 차별을 금지했다 ― 에 따른 사회 변동이, 적지 않은 백인 노동자를 트럼프 지지로 몰아넣었다. 트럼프는 미국 거주 라틴 아메리카인과 이슬람교도를 겨냥한 이민․난민 배척을 추진할 때, 비백인 남성의 ‘위협’에서 백인  여성을 ‘보호’한다고 칭해 왔다. 다만 보호되어야 할 여성이란, 트럼프, 나아가 백인 남성의 권위에 이의를 내세우지 않는 여성이다. 이것은 그가 자기를 비판하는 페미니스트를 반복해 ‘극좌’ 등으로 매도해 온 것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것은 백인 남성의 지위 저하 원인을 이민과 페미니스트에서 찾음으로써, 노동자 계급을 중심으로 하는 백인 남성을 상대로, 그들의 여성에 대한 권위와 비백인에 대한 우월을 옹호해 보이는 전략이었다.< ②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