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우리 집, 공공임대주택’
(카톨릭뉴스 지금여기 / 정현진 기자 / 2024-11-07)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 한국도시연구소 정책토론회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와 한국도시연구소가 지난 30일 '주거권 실현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정책개선 방안'을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집은 재산 증식이나 투자 대상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안정적으로 사는 곳”이라는 당연한 명제가 실현되지 않는 한국 사회에서 임대주택 제도는 안정된 주거권 보장을 위해 1962년부터 시작됐고, 1989년 본격화 했다.

공공임대주택 수요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상황은 역설적으로 주거권 보장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기도 한다. 하지만 공공임대주택 공급 활성화는 부동산과 주택 가격 안정화, 집에 대한 인식 변화도 가져올 수 있는 중요한 제도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주거권 향상을 위해 공공임대주택 정책을 어떻게 개선해야 하며, 공급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으로 도입한 매입임대주택의 과제가 무엇인지 살폈다.

공공임대주택의 현재는 파행, 퇴행, 역행... 그러나

먼저 정책 개선 방향을 제시한 최은영 소장(한국도시연구소)은 공공임대주택은 1980년대 대규모 개발로 집을 빼앗긴 철거민들의 오랜 투쟁과 연대의 산물이라며, “공공임대주택이 가진 의미를 지키기 위해서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어려운 문제들을 회피하지 않아야 하고, 비판보다는 옹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공공임대주택 사업은 상당히 파행, 퇴행, 역행하고 있지만, 현재 정책에서 고민해야 할 것은 임대주택 유형을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가 아니라, 제대로 공급되고 있는가라는 본질적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약 100만 채의 공공임대주택이 사회에서 기여하는 것들보다 관리나 사업에서 나온 적자를 따질 게 아니라, 예산 삭감이라는 초유 사태가 일어나는 지금 공공임대주택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공공임대주택을 둘러싼 쟁점은 “정부가 공공임대주택 재고 관리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 공급됐다는 통합 공공임대주택이 서울에 하나도 없다는 사실은 결국 정부가 국민들을 속이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관리를 위한 정책 개선 방향에 대해 그는 가장 먼저 ‘입주 대기자 목록’ 도입, 운영 관리를 위한 예산 확보를 강조하고, “앞으로 해결해야 할 것은 공급을 늘리는 것과 함께 운영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상당히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공공임대주택을 무한정 공급할 수 없고, 인구도 줄고 있기 때문에 대규모 공급 요구는 사회에서 쉽게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중요한 것은 누구에게 어떻게 잘 분배할 것인가다. 그런 측면에서 현재 신혼 부부와 청년 공급량, 관리비 지원은 과도하다”고 평가했다.

최은영 소장은 2020년 기준 전국 176만 가구가 반지하, 옥탑에 사는 주거빈곤 가구이므로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는 여전히 중요하고, "최저소득계층 우선이라는 공급 원칙과 임대료 부과 체계를 법률로 제도화할 것, 공공임대주택 예산 확대, 공급 및 관리 단계에서 정부 재정 지원과 거버넌스 강화"를 제안했다. 또 이를 위해서는 사업 시행 기관 운영과 관리 비용 지원, 노후 공공임대주택 주거 환경 개선과 입주민 지원 강화, 임대료 체계와 임대주택 통계 정비를 제시했다.

10월 30일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와 한국도시연구소가 공공임대주택의 당위성과 현실을 보고, 앞으로의 과제를 모색하는 정책토론회 '영원한 우리 집, 공공임대주택'을 열었다. ⓒ정현진 기자

매입임대주택, 계속 진화해야 한다
전문가와 연구그룹 필요

이어 '매입임대주택 20년 진화 과정과 발전 과제'를 내놓은 변창흠 교수(세종대)도 공공임대주택 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에 동의하면서,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공급 예산을 대폭 축소해 공급량을 줄이고, 공급 목표 역시 하향 조정하고 있다. 실제 공공임대주택과 공공분양주택 공급 실적은 현재 목표치를 훨씬 밑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변 교수가 이야기한 ‘매입임대주택’은 정부가 직접 짓는 영구임대주택 재고 부족으로 기존 주택을 구입해 임대하는 형태다. 공공임대주택을 대단위 단지로 지으면서 나타나는 낙인 효과, 슬럼화, 사회적 격리 현상을 방지하고, 기존 주거지에서 차별되지 않은 주거 공간을 제공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기존 주택을 구입하는 데에서 비롯되는 주택 품질 문제, 집단으로 제공되는 서비스 접근의 어려움, 주거 복지 서비스 부족과 노후 주택 가격 상승, 투기 가능성, 지자체와 주민 반대, 노후 주거 지역 재정비, 재생 사업의 장애로 작용 등이 한계점으로 드러났다.

그는 매입임대주택 사업은 20년간 운영 주체, 사업 가치, 운영 방식, 공급 범위와 대상 차원에서 계속 진화해 왔지만, 여전히 혁신 과제를 가지고 있다면서, “공급 목표 상향 조정, 공급 목표 달성을 위한 강력한 페널티와 같은 행정 지도, 예산 지원 확대, 부채 증가로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는 지자체에 국고 보조금 지원과 반환 의무 규정 완화, 도시 재생 사업과 연계한 매입임대주택 추진”을 제안했다.

변 교수는 매입임대주택의 모델로 ‘주거 플랫폼’을 제시했다. 수도권 외 지역 중소도시, 농촌에 일과 주거가 함께 어우러지는 주거 플랫폼을 만든다면, 이른바 ‘테마형 주택’이 조성될 수 있고, 이는 지역 발전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매입임대주택은 끊임없이 발전해 왔지만 계속 발전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가 집단의 연구가 필요하다면서, 전문가들이 “공기업, 국토부, 서울시 등에 모여서 제도 개선하기 위한 연구를 해야 한다. 그러나 결정권자들은 현장 전문가들을 협업과 협력 대상으로 보지 않는 것이 큰 어려움 중 하나”라고 말했다.

토론에 나선 이영은 연구실장(LH토지주택연구원 주택주거연구실)은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이전에 명확한 공급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임대주택 수요와 공급 구조 자체가 불안한 상황으로, 정책 결정에 따라 공급량 변동이 극심하다면서, “매입임대주택의 경우, 사업의 부도덕성이나 고가매입 문제, 주변 시민의 반대 등 정책 자체가 난관에 봉착하면 접수량, 매입량이 급감하고 공급량도 줄어든다. 현재 매입임대주택 사업은 임대 수요가 아니라 정책 결정에 따라 너무 큰 폭으로 너무 빠른 시간에 조정되는 불안정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지수 위원장(민달팽이유니온)은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의 달팽이집 사례를 들면서, “공공임대가 의미 있으려면, 장기 거주, 저렴한 임대료, 적절한 주거 환경 보장 조건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공공임대주택은 그 필요에 비해 민주적 절차를 통한 공급과 운영 체계의 부족함이 컸다. 또 가족 단위 주거를 우선함으로써 가족주의적 제도를 유지하고 통솔하는 데에 활용했다는 것을 반성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집이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 돌봄과 연대 공간, 생활 공동체의 안전한 거처가 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공공임대주택을 확보, 운영해야 할까”를 물으며, “무엇보다 주택의 탈상품화를 위한 방향으로 주거 정책을 전환하고, 공공임대주택 또한 탈상품화를 위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공급과 운영, 세입자 권리에 관한 제도 개혁을 적극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나충렬 신부(빈민사목위원장)는 공공임대주택 사업에서 공급보다 중요한 것은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인식 전환, “공공은 적이 아니”라는 인식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교회의 역할이 있다고 말했다.

나 신부는 “주거정책 실행에 재정 부담이 클 수 있지만, 통계상의 숫자가 아닌 그 수에 포함될 수밖에 없는 ‘사람’을 먼저 바라보고 그들의 처지에 우리 사회가 동참한다는 마음이 필요하다”면서, “공공임대주택은 단순히 주거지 제공을 넘어 주거 안전망을 강화하고 사회 통합을 촉진하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또 정권의 입맛, 사람에 따라 휘둘리는 정책 변화는 반복되어서는 안 되며, 그러한 변화로 주거취약계층이 겪는 고통의 시간과 무게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인식 전환과 주거권 보장을 위해 교회가 연대해 왔던 역사를 되돌아보며, 1980년대 철거민들과 함께한 함성, 많은 청년 활동가가 자발적 가난을 선택하고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형성했던 모습과 정신은 교회가 연대하며 조금이나마 힘을 보탤 계기가 됐다면서, “지자체와 전문가, 교회, 후원자들이 주거취약계층을 위해 함께 노력한 여러 결과가 있다. 앞으로도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인식 전환을 위해 다양한 노력과 사회 주택 공급을 더욱 확대할 것이다. 이는 우리에게 필요한 시대적 사명”이라고 말했다.

출처: https://www.catholic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4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