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라는 난해한 질문에 답하기 1 - ①
미국은 왜 이스라엘을 거절하지 못할까? 미국식 신앙 비판

(WWW.SURPRISE.OR.KR / 김종익 / 2024-11-05)

모리모토 안리森本あんり
도쿄여자대학 학장, 국제기독교대학 명예 교수.
『반지성주의』 『불관용론』 『이단의 시대』 『혼의 교육』 등의 저서가 있다.

* 이 번역글은 분량이 길어 3편에 나누어 게재합니다 - 역자 주

■ 미국과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의 현재 정세를 보며, 가자 지구에서 이루어지는 보도에 마음이 아프지 않은 사람은 없으리라. 이번 충돌의 발단이나 책임을 어떻게 해석하든, 이스라엘의 일방적 내지 압도적인 군사력 행사는 비인도적이다. 그런데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이스라엘을 편든 상태 그대로, 그들의 공식적 견해에는 거의 변화가 없다. 올해 8월 나가사키에서 열린 평화 기념식에는, 초대받지 못한 이스라엘에 대한 연대를 표하며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대표도 참가를 보류했다.

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미국 정부는, 학생들의 항의 운동에도 대통령 선거의 행방에도 흔들리지 않고, 공식적으로는 양당 모두 일관되게 이스라엘 지지를 계속하고 있다. 왜 그럴까. 미국 국내에서 입법․사법․행정이라는 각각의 권력 분포에서 차지하는 유대계 세력의 비율이 국가 전체의 인구 비율을 훨씬 초과해 많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미국이 이스라엘에 갖는 이해와 관심은, 정치․경제․외교 등 현실의 정책적인 국면에 그치지 않는다. 유대 민족의 동향은, 유대인의 문제이기 이전에, 무엇보다 기독교의 미래가 걸린 문제로 파악되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유대 민족의 시온(예루살렘의 다른 이름 - 역주)으로의 귀환은, 성서에 예언된 종말 도래의 전제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성지에 이스라엘이 부흥되지 않고서는, 약속된 종말이 도래하는 일은 없다. 구약성서 시대로부터 까마득한 2천 몇 백 년이라는 세월을 지나 실현된 오늘의 이스라엘 국가는, 가시적인 정치 현실임과 동시에, 유대 민족의 계약을 계승한 기독교계 입장에서는 강한 이념적인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이런 경향은, 성서의 말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하는 복음파 기독교도에서 특히 강하다.

그런 신학 논의가 도대체 얼마나 현실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의아해 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미국은, 애초 건국 이전부터 ‘새로운 이스라엘’이라는 자기 인식으로 출발한 나라다. 성서 속에서 예속 상태에 있었던 유대 민족이 이집트를 탈출해 신천지에 이르렀듯이, 유럽이라는 구세계의 질곡과 부패를 탈출해 오염되지 않은 신세계를 건설한다 ― 이것이 역사의 고비마다 반복해 표명되어 온 미국의 자기 이해였다. 신천지에 도달한 식민자들은, 성서 속의 이스라엘 민족이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에 침입해 정착해 갔던 것과 마찬가지로, 아메리카 선주민을 몰아내고 약속의 땅을 건설했다. 이러한 ‘명백한 숙명’으로 미국은 서부 개척을 진행하고, 나아가 서쪽으로 바다를 건너 아시아로 세를 불렸다.

이러한 종교적인 국가 이해는 이스라엘과 미국만의 것이 아니며, 유대․기독교에만 유래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들의 세계사적 인식은, 늘 성서적인 종말 사상을 배경에 두고 표현되었다. 그래서 미국이나 이스라엘의 행동을 비판하려면, 그들의 사고 경로의 근간에 있는 종말론적인 역사 이해에 신학적인 비판을 보탤 필요가 있다. 이런 비판은, 그들의 세계관 밖에서가 아니라, 그들이 존재의 근거로 삼고 있는 같은 성서적인 역사 이해에서 이루어질 때, 좀 더 유효하게 된다. 그것이 국제 사회에서 국가의 행동 규범에 얼마만큼의 제약을 부과하게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이 품고 있는 자기 인식은 잘못되어 있고, 그들 자신이 의거하는 종교의 논리로 보아도 정통성을 주장할 수 없다고 분명하게 해 두는 것은 가능하다.

■ ‘선택’의 주권主權

1953년에, Harry Friesen이라는 네덜란드 구약성서 학자가 ‘선택’에 관한 100쪽 정도의 작은 책자를 냈다. 그에 따르면, 성서 속의 ‘선택’이라는 말은 세속적으로도 종교적으로도 쓰이고, 주어도 술어도 다양하지만, ‘이스라엘의 선택’이라는 말과 관련해서는 일관되게 신만이 주어가 된다. 이 선택은, 신의 주권적인 행위로만 얘기된다. 신이 이스라엘을 선택하는 것이지, ‘이스라엘이 선택된다.’라는 수동태는 한 번도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 능동과 수동은 등가가 아니다. 이 선택은, 다만 선택하는 측에만 이유가 있는 선택이다. 이스라엘이 ‘선택받은 백성’일 이유는 전혀 없고, 그렇게 계속 유지될 내재적인 보증도 없다. 만약 현대 이스라엘의 자기에 대한 이해 속에 ‘선민’ 의식의 흔적이 남아 있다고 하면, 적어도 그것에 대한 근거 제시에 성서를 쓸 수 없다, 라는 것이다.

현대 이스라엘이 성립된 것은 1948년, Friezen의 이 책이 간행되기 5년 전이다. Friezen은 매우 조심스러운 주注 가운데 하나에서 이 지적을 한 것이 불과했지만, 팔레스타인에서 대규모 전투(제1차 중동 전쟁)를 전개하는 이스라엘을 본 사람들은, 이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였다. ‘자신들은 신에게 선택된 특별한 민족이다’라는 사상은, 필요하면 다른 민족을 무력으로 모조리 쓸어 없애고, 보복에 대비해 높은 울타리를 세워 두르고, 잠재적인 위협으로 간주되는 외국 세력에 잇따라 선제공격을 행할 권리가 있다는 확신을 낳는다. 그러나 그들 자신이 숭상하는 성서는 그것을 정당화하지 않는다.

이스라엘은 성서 속에서 ‘거룩한 백성’  ‘보배로운 민족’으로도 불리고 있지만, 이런 표현들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다. 신이 여러분을 선택해 보배로운 민족으로 삼았다, 라고는 쓰여 있지만, 그것은 항상 신의 주권 행사이며, 신의 자유로운 표현이다. 왜 신은 이스라엘을 선택했을까. 그것은 이스라엘이 정당했었기 때문도 강했기 때문도 아니다. 성서적인 인식에 따르면, 그들은 “모든 민족 가운데, 가장 수가 적은 자”(『신명기』 7장 7절)였다. 이 선택은, 선택되는 측에 이유가 있는 선택이 아니다. 꼭 이스라엘을 선택해야 할 이유는, 신에게는 없다. 다른 민족을 선택하는 것도, 혹은 어떤 민족도 선택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로 가능했었다.

이 선택에는, 성서 안에서도 후대의 랍비적 전통에서도 확실하게 인식되고 있듯이, 어떤 특정한 조건과 목적이 있다. 그 조건은, “만약 여러분이, 진심으로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우리고, 내 계약을 지킨다면”(『출애굽기』 19장 5절)이라는 계약의 신실信實을 지킬 것이며, 그 목적이란, 이스라엘이 “여러 국민의 빛”(『이사야서』 49장 6절)이 되는 것이다.<2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