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죄의 극복’이란 뭐였던가
이스라엘 편애가 낳은 인종주의

(WWW.SURPRISE.OR.KR / 김종익 / 2024-10-28)

고마바야시 아유미駒林步美
독일 거주 작가.
경영학 석사, 교육학 석사. 컨설팅 회사와 동남아시아 근무를 거쳐 영국, 독일 이주 후, 프리랜서로 유럽 사정을 전한다.

■ 독일의 ‘國是’

“오늘의 독일에서는 ‘유대인은 특별하게 고귀한 존재이며, 유대인이 만든 이스라엘이라는 국가를 지원하는 자신은 선량한 인간이다’라는 게 아이덴티티가 되어 버렸습니다. 자기 인식의 일부가 되어 있기 때문에, 현실을 볼 수 없고, 생각을 바꿀 수 없는 겁니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2002년부터 독일 베를린에 사는 이스라엘 출신의 정신분석가 Iris Hefets 씨다.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독일의 유대인 조직 ‘중동의 공정한 평화를 위한 유대인의 목소리’(이하, ‘유대인의 목소리’)의 이사를 맡고 있는 그녀는, 오랜 세월 독일에서 팔레스타인인의 권리를 요구하며, 이스라엘 비판을 계속해 왔다.

600만 명의 유대인 등을 조직적으로 살해한 홀로코스트의 과거를 가진 독일은, 10월 7일의 하마스의 대규모 공격 직후부터, 이스라엘을 정치적․군사적으로 강하게 지원해 왔다. 유대인이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스라엘의 안전 보장을 ‘국시’라고 주장하며, 2023년 이스라엘로의 무기 수출은 전년 대비 약 10배까지 늘었다. 올해 들어서 무기 수출은 이미 대폭 감소하고 있지만, 이스라엘 입장에 선 자세는 풀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수상과 갈란트 국방 장관에 대한 국제 형사 재판소의 체포 영장 청구에 대해서도, 독일 정부는, 이스라엘의 독자적 조사 기회를 요구하는 의견을 국제 형사 재판소에 냈다.

2019년부터 독일에 사는 필자는, 지난해 10월 이후, 이러한 독일 모습을 목도하며 혼란스러웠다. 왜, 팔레스타인인의 권리를 부정하고, 국제법 위반을 계속 지적받는 이스라엘을 전면적으로 지지할까. 당초 미디어 등에서도, 팔레스타인 입장에 선 발언이나 행동이 ‘테러리스트 옹호’ ‘반유대주의’로 규탄을 받고, 친팔레스타인 시위는 각 도시에서 금지되었다. 11월 2일 로베르트 하베크 부총리의 비디오 연설에서는, 반유대주의적 행동으로 유죄가 된 외국인은, 체재 허가가 취소될 수 있다고 한 발언도 있었다. 언론의 자유가 갑자기 사라진 독일에서, 필자는 내 자신의 권리도 위협받을지 모른다는 위기감 속에, 왜 이렇게 되고 말았는지를 이해하려 하고 있다.

독일은 홀로코스트의 가해 역사에 적극적으로 마주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중시하는 국가로서의 정체성을 내외에 드러내 왔다. 가해 역사를 적극적으로 추억하는 ‘상기想起 문화Erinnerungskultur’를 지니고, 나치 시대의 죄와 관련된 장소에는 자료관이나 기념비가 설치되어 있다. 이런 문화는 학교 교육에서도 중시되어, 각 주의 교육부가 내는 지침에 기초해, 학생들은, 그 죄와 전쟁에 이른 경위에 대해 다양한 교과를 통해 폭넓게 배운다. 그 목적은, 과거에 대한 공통 인식을 가짐과 동시에, 현대 정치․사회의 존재방식에 책임을 가지는 것이다. 홀로코스트 교육을 지원하는 협력 단체도 많이 있고, 많은 학생이 각지의 강제수용소 유적을 방문한다.

필자도 나치의 죄와 관련한 시설에 지금까지 몇 번이나 걸음을 해 왔다. 負의 역사에 대한 자료관을 공적 비용을 들여 운영하고, 관광객에게도 무료로 공개해 계속 이야기하려는 적극성에는 늘 감동을 받아 왔다. 그런 점에서, 독일은 과거의 죄를 마주하고, 인권을 중시하는 나라가 되려고 진지하게 몰두해 왔다고 믿어 왔다. 그러나 실제로 언론의 자유가 인정되지 않는 것은, 이스라엘을 비판한다는 금기, 혹은 독일의 공식 방침(우크라이나 지원 등)을 언급하지 않을 때에 한정되었던 것 같다.

지난해 10월 이후, 이스라엘을 비판한 사람이, 공적 회의 초대, 자금과 회의장 제공 등을 잇달아 거부당하고 있다. 포츠담에 거점을 둔 ‘아인슈타인 포럼’의 소장으로, 유대인 철학자인 수잔 네이만Susan Neiman은, 이런 독일의 모습을 “친유대인주의Philosemitism(유대인에 대한 차별적 편애)의 매카시즘”으로 부른다.

‘반유대주의자’로 규탄을 받는 것은, 유대인도 마찬가지다. 앞에서 말한 ‘유대인 목소리’가 공동 개최자가 되어, 4월 중순에 베를린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팔레스타인 회의’도, 개시 직후에 경찰의 돌입을 받고, 중지에 처했다. 이 회의에서는 다양한 강연을 통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권리를 호소하고, 이스라엘과 독일의 죄를 밝힐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회의에 대해 연방 내무부 장관 낸시 페저Nancy Faeser는, “우리는 이슬람주의자의 프로파간다와 유대인에 대한 증오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X에 투고했다.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면, 유대인이나 종교가 없는 사람도, ‘테러 조직’ 하마스를 지지하는 이슬람주의자로, 경찰을 관할하는 장관에게 간주될 것 같다.

■ 미숙했던 죄의 극복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Iris Hefets도 또한 독일 국내에서 ‘반유대주의자’로 딱지가 붙어져 왔다. “그들은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유대인만을 ‘진정한 유대인’고 해요. 독일에서 선량한 인간이기 위해서는, 이스라엘 편에 서야 하는 겁니다. 그 정책이 어떤 것이든 간에.”

그녀가 가족과 함께 조국을 떠난 이유는, 팔레스타인인을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고, 어린이들에게 유대인 지상주의를 불어넣는 이스라엘의 처사에 의문을 느꼈기 때문이다. 당시부터 이스라엘이 향하는 곳이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주한 독일도, 이제는 좋지 않은 곳이 되어 버렸다.

Iris Hefets는, 지난해 10월 14일, 베를린 광장에서 “유대인, 이스라엘인 입장에서, 가자에서 벌어지는 제노사이드 정지를 요구한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1인 시위를 하다, 경찰에 연행되었다. 친팔레스타인 시위 금지령에는 저촉되지 않았기 때문에, ‘백인’ 그리고 ‘이스라엘인’인 그녀는, 그 뒤 바로 석방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후 같은 간판을 내걸어 다시 경찰에 체포되었다.

“독일은, 홀로코스트의 죄를 극복했다고 하지만, 그것은 미숙한 방식이었다고 밖에 할 수 없어요. 자신과 가족이 범한 죄를 개인 차원에서 마주한 많은 독일인과는 다르게, 국가는 ‘상기想起 문화’를 악용한 겁니다. 정신 분석의 관점에서 말하면, 죄악감을 다루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자신의 죄를 마주하고, 죄악감을 지니고, 잘못을 고치려고 하는 성숙한 방식이에요. 그것은 고통스럽고, 우울해요. 이것이 독일의 개인 차원에서 행해진 것입니다.”

예를 들면, 나치 독일의 희생이 되었던 사람들의 추도를 위해, 케른에 사는 조각가 군터 뎀닉Gunter Demnig은, 1992년부터 ‘걸림돌Stolperstein’이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것은 희생된 사람들이 살았던 곳의 보도에, 그의 이름과 출생 연도, 사망 연도든가 강제수용소로 보내진 연도가 새겨진 사각의 황동판을 묻는다는 대처다. 개인이 진지한 마음으로 시작한 활동인데, 주목을 받고 퍼져서, 지금은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 각지에 10만 개 이상 있다.

“또 하나는, 죄와 손해를 없었던 것으로 해 버리려고 하는, 미숙한 방식입니다. 예를 들면, 이웃의 고양이를 맡아 돌보고 있었는데 방치해 죽게 만들고 말았어요. 그 죄의 책임을 지지 않고, 대신 바로 새 고양이를 사서 벌충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Iris Hefets는, 이 미숙한 죄의 다룸이야말로, 요 20년간 독일이 국가 입장에서 추진해 온 것이라고 한다.

“독일 정부는 유대인의 생활을 보호한다고 하지만, 독일의 유대인 문화는 홀로코스트로 상실되어 버렸어요. 현재 20만 명 정도의 유대인이 독일에 있지만, 그 대부분은 소련 붕괴 뒤 소련에서 온 보수적인 고령자예요. 유대인 인구는 독일 전체 인구의 1%도 안 됩니다. 독일인은 유대인을 위해서라고 하며 유대교 교회당Synagogue을 만듭니다만, 거기에 있는 사람은 대부분 유대교로 개종한 독일인이에요. 유대인의 생활이 상실되어 버렸다는 현실을, 독일 정부는 없었던 일로 하고 싶은 거죠. 프로테스탄트식으로 유대교 지도자 랍비 양성 센터를 대학 안에 만들고, 랍비를 군 같은 데 파견하고 있어요. 그런데 실제로는 군에는 유대인 따위는 거의 없고, 있어도 랍비를 필요로 하는 사람 따위는 없는 겁니다.”

2020년, 독일 전국 일간지 『타게스짜이퉁Tageszeitung』은, 국방부가 300명으로 주장하는 유대인 병사 수가, 실제로는 6명 정도였다고 보도했다.

■ 상기想起 문화Erinnerungskultur란

1990년에 동․서독 통일을 한 독일은,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정체성으로 내걸었다. 배경에는, 독일 통일에 즈음해, 유럽 각국에 더해, 이스라엘이 불안을 표한 일이 있었다. 그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나치의 과거로부터 결별하고 있다고 드러낼 필요가 있었다고, 독일과 이스라엘 관계사를 연구하는 다니엘 마르베키Daniel Marwecki는 지적한다.

그렇게 해서 통일에서 20년 정도 사이에, 주로 유대인에 초점을 맞춘, 나치의 죄에 관한 추도비가 독일에서 수많이 건설되었다. 2005년에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옆에 완성된 홀로코스트 기념비가 대표적이다.

그때, 과거를 극복한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되는 것이, “독일에서 유대인 생활의 번영”이라고 생각되었다고, 상기 문화에 관해 연구해 온 Hannah Tzuberi는 지적한다. 옛 소련 붕괴 뒤, 독일 정부는 소련의 유대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국내의 유대인계 인구는 단숨에 증가했다. Tzuberi는, “독일인에게 유대인은 ‘영원한 희생자’이며, 인도주의적 양심과 감성을 일깨우는 존재”라고 쓰고 있다. 홀로코스트에 대해 배우고, 유대인의 생활을 보호하는 것을 통해, 자신들은 나치와는 다른 존재인 것을 확인하며, ‘도덕적’인 존재가 된다고 여기는 것이라고 한다.  

그 과정에서, 건국 직후부터 군사․경제적으로 지원해 온 이스라엘에 대한 정신적인 결속이 강해졌다. 그 결과, 독일에서는 유대인과 이스라엘이 동일시되기 쉬우나, 이스라엘에 있는 유대인은 세계 유대인의 45%뿐이다.

유대인을 특별시한 나머지, 유대인이 되려고 하는 독일인도 있다. “독일에는 개혁파 유대교로 개종하는 사람이 일정 수 있는데, 그것은 희생자 쪽에 위치함으로써 자신들이 소중한 존재가 되어, 물려받은 가해자성加害者性을 버리려고 하는 것이죠.”라고 Iris Hefets는 분석한다.

유대교로 개종한 독일인에 관해 연구해 온 Barbara Steiner는, 저서에서 2009년부터 2013년에 걸쳐 합계 500명의 독일인이, 기독교에서 유대교로 개종했다고 지적한다. 특히 개혁파 유대교에서는, 기독교에서 개종한 사람이 상당한 비율을 차지해, 유대인 조직의 직책을 맡는 일도 있다고 한다.

“요 20년간에 독일의 이스라엘로의 경도는 상당히 강해졌어요. 내가 독일로 올 무렵에는, 강연에서 이스라엘의 정책을 문제없이 비판할 수 있었어요. 그러나 그로부터 몇 년 뒤에는, 이스라엘의 문제를 지적하는 유대인이, 나치를 조부모로 둔 독일인에게 ‘반유대주의자’라고 비난을 받게 되었어요. 나는 이미 공공시설에서는 말할 수 없어요”라고 Iris Hefets는 회고한다.

프랑크푸르트 태생으로 뒤에 이스라엘로 이주한, 텔아비브 대학의 사회학자 모셰 주커만 Moshe Zuckermann 교수도, 3월 중순에 독일 중부 하일브론Heilbronn에서 예정되어 있던 가자 분쟁에 관한 강연 개최를 저지당했다. 독일과 이스라엘 관계에 상세한 주커만은, 이스라엘의 정책에 비판적이다.

“폴란드 출신의 홀로코스트 생존자를 부모로 둔 주커만에 대해, 연방 반유대주의 대책 담당관인 펠릭스 클라인Felix Klein은, ‘반유대주의자’라는 낙인을 찍었어요. 그러나 이러한 방해야말로 반유대주의가 아닐까요.”

독일 정부는 2019년, 유대인의 생활․반유대주의 대핵 담당관을 연방 정부, 주 정부 차원에서 설치했다. 이 담당관은 뭐가 ‘반유대주의’인가를 해석하고, 그렇게 보이는 발언이나 행동을 비난한다. 그러나 이 담당관의 대부분은 독일인인 비유대인 관료로, 유대교 전문가도 아니다. 그들이 의거하는 것은, 35개국의 정부 간 조직인 ‘국제 홀로코스트 기억 연맹International Holocaust Remembrance Alliance’이 2016년에 발표한 반유대주의 定義이다. 하지만 이 정의는 애매하고, 이스라엘 정부 비판이 반유대주의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홀로코스트와 유대교를 전문으로 하는 학자, 인권단체로부터 “인종적 편견과 정치적 입장을 혼동할 우려가 있다”고 비판받고 있다. 그러나 현재 독일에서는 독일인 관료 펠릭스 클라인Felix Klein의 의견이, 유대인 학자의 의견보다도 우선되고 있다.

■ 유일무이한 홀로코스트

“어린 시절부터 좋은 성적을 요구받는 독일인 엘리트에게는, 모든 것에서 자신들이 최고이고자 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과거를 기억하는 일에서도 자신들이 제일이고자 하는 겁니다. 그들이 만들어 낸 상기 문화는 매우 자기도취적이에요. 정신 분석에서는 나르시시즘의 종류에 ‘파괴적 자기애’라는 것이 있어요. 자신의 파괴성을 이상화하는 경향입니다. 독일 정부는 독일의 과거를 ‘과거 최악의 악행과 죄’로서 미화하고, ‘우리가 한 대량 학살은 사상 최악이며,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없다’고 하는 겁니다.”라고 Iris Hefets는 호소한다.

독일에서 홀로코스트는 절대, 유일무이한 악으로, 다른 제노사이드나 범좌와의 상대화․비교가 기피되는 경향이 있다. 4월, 독일 연방문화․미디어 장관 클라우디아 로스Claudia Roth가 정리한, “상기 문화에 관한 새로운 콘셉트 초안”은 비판을 받고, 취하되었다. 기억의 대상에 홀로코스트만이 아니라, 식민지 지배라는 負의 과거와 독일 이민의 역사도 포함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는데, 나치의 죄를 왜소화한다고 비난을 받았기 때문이다.

호주 출신의 홀로코스트 연구자로, 미국 City University of New York의 더크 모시스Dirk Moses 교수는, 「독일인의 사고의 경직화catechism」라는 논문에서, “홀로코스트는 독특한 것” “반유대주의는 다른 인종 차별과는 다르다” “반시오니즘은 반유대주의의 하나다”와 같은, 경직화된 독일의 역사관을 비판하고 있다. 이 논문은, 당시 독일에서 논쟁을 야기했다.

그것을 인용해, Iris Hefets는 말한다. “유일무이하고 최악인 것이니까, 단 한 번만 일어나서, 홀로코스트와 다른 대량 학살을 비교할 수 없다는 게 됩니다. 그래서 독일에서는 지금 가자에서 일어나는 일은, 제노사이드라고는 받아들이지 않아요. 유대인을 위한 국가인 이스라엘이 하는 일이니까 더더욱 그렇습니다. 독일인 엘리트와 당국에는, 현실이 보이지 않는 거지요.”

■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는 팔레스타인인

그러나 이러한 이스라엘을 향한 경도가, 독일로의 이민 증가로 모든 사람에게 공유되는 것은 아니게 되었다. 독일에서는, ‘수입된 반유대주의’라는 말이 자주 사용된다. 2015~16년에, 중동에서 100만 명 이상의 난민을 받아들임으로써, 유대인 차별이 늘어났다는 생각이다. 개중에는 시리아에서 난민으로 태어나 자라서, 내전을 계기로 독일에 온 팔레스타인계 주민도 있다. 한편, Tzuberi가 지적하듯이, 유대인을 보호함으로써 독일인은 도덕적으로 훌륭한 존재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 반대로, 이스라엘에 반대하는 아랍인은 ‘야만’적인 존재로 비치는 것 같다.

부모가 팔레스타인 출신인, 독일 서부에서 태어나 자란 현재 35세의 사미는, 어린 시절부터 이스라엘을 지지하도록 주위에서 요구받아 왔다.

“9살 때,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크리스마스 선물로 홀로코스트에 관한 책을 받았어요. 좀 더 나이든 15살 정도가 읽을 듯한 책으로, 아주 기묘했어요. 그것이 뭐를 의미했던 건가, 어른이 되기까지 몰랐지만, 팔레스타인계인 나는 선생님으로부터 ‘반유대주의자’로 여겨지고 있었던 거지요. 그런데 그 선생님에게 악의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녀가 천성적으로 인종 차별주의자였던 것도 아닐 겁니다. 이스라엘의 프로파간다와 독일의 논리, 거짓 교육을 접해 온 결과일 거라고 생각해요.”

의사인 사미의 아버지는, 조수인 어머니와 함께 독일인 환자를 오랜 세월에 걸쳐 치료하며, 독일 사회에 공헌해 왔다. 사미는 타고난 독일인지만, 초등학교 선생님으로부터 파샤pasha(여성을 차별하는 남자)로 불리는 등, 어린 시절부터 이슬람교도로 편견의 눈에 노출되어 왔다고 얘기한다.

“저는 절대적인 평화주의자예요. 그런데도 자신이 ‘반유대주의자’가 아니고, 자신은 ‘테러리스트’와는 관계없는 것을 증명해야 했어요. 미디어와 제도가, 이슬람교도는 ‘야만’이고, ‘폭력적’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는 거지요.”

서부 뮌스터에서 지난해 10월부터 친팔레스타인 항의 운동을 계속하는 사미는, 경찰에 7차례 고발되어, 민중선동죄로 기소되어 있다고 한다. 자택의 창 밖에 내걸어 온 「가자에서의 제노사이드를 멈춰라」라는 횡단막의 ‘제노사이드’라는 말이 문제시되었던 것이, 그 이유 가운데 하나다.

마찬가지로 서부 뒤스부르크에서 활동하던 ‘팔레스타인 연대 뒤스부르크’라는 그룹은 5월, 이스라엘 국가는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 유대인에 대한 증오를 선동했다고 되어, 주 당국에 의해 해산되었다.

당국의 이러한 움직임은, 자신들의 ‘뛰어난 백인 사회’가 위협받고 있다는 두려움의 발로라고 Iris Hefets는 지적한다.

“독일 정부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행동할 것을 요구해요. 똑같이 생각하지 않으면 잘라 버린다고. 그런데 그것은 나치가 했던 짓이며, 전체주의 국가에서 행해지는 짓입니다. 지금 독일에서 요구되는 것은, 그것이 뭐든 관계없이, 독일과 이스라엘의 정책에 충실히 따르라는 것입니다.”

6월 말, 독일 국적법이 개정되어, 국적 취득 조건에 “국가 사회주의의 부정한 지배와 그 결과, 특히 유대인 생활 보호, 민족의 평화적 공존, 침략 전쟁 금지에 대한 독일의  특별한 역사적 책임을 인정한다.”가 더해졌다. 나아가 국적 또는 영주권 취득에 요구되어, 독일 기본법, 사회 규범, 역사 등을 묻는 ‘귀화 시험’의 출제 문제 리스트에, 이스라엘과 유대인에 관한 문제가 추가되었다.

동시에 연방 내무부는, 테러 행위를 지지하는 외국인의 국외 추방을 용이하게 하도록 법률 개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소셜 미디어에서의 테러 용인 발언도 추방 조건으로 한다는 의향을 연방 내무부 장관은 드러내고 있다. 전술한 대로, 독일 정부가 ‘반유대주의’ ‘테러 옹호’로 간주하는 것의 폭이 넓기 때문에, 이 새로운 조건들이 어떤 발언이나 행동에 적용될지에 대해서는 불안하다.

독일에는 약 550만 명의 이슬람교도가 있으며, 총인구의 7% 가까이를 차지한다. 유대인보다 압도적으로 많지만, 이슬람 차별에 대한 전략이나 전담 부처는 없다. 4월, 국제인권감시기구Human Rights Watch는, 독일 정부가 이슬람교도를 증오와 차별로부터 보호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한편, 반이민․반이슬람을 내건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선택지AfD’는, 6월 유럽 의회 선거에서 약진해, 제2당이 되었다.

“독일 정부가 과거에서 뭔가를 배웠다고는, 나로서는 생각할 수 없어요.”
Iris Hefets는 이렇게 단언했다.
(『세카이』, 202410월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