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폐허
인류세anthropocene에 깃드는 식민지주의

(WWW.SURPRISE.OR.KR / 김종익 / 2024-10-18)

이시야마 노리코 石山德子
메이지 대학 정치경제학부․대학원 교양 디자인 연구과 교수.
『미국 선주민족과 핵폐기물 – 환경 정의를 둘러싼 투쟁』 『‘희생 구역’ 미국 – 핵 개발과 선주민족』 『The Promise Multispecies Justice』 등의 저서가 있다.

■ 기후의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

지구라는 혹성은 파괴되어 가는 것은 아닐까. 인류의 여러 활동에 따른 환경의 급변, 말하자면 인류세anthropocene의 시공에서, 불안에 사로잡히는 순간이, 확실히 늘고 있다. 생명의 위험에 노출되는 사람들은, 무자비한 땡볕 아래 살아가는 노숙자, 실내외의 가혹한 노동 환경 상황에서 일하는 사람들, 혹은 경제력이나 체력이 없는 고령자와 어린이 들이다. 환경 위기와, 여기에 연동하는 양극화의 폭력성에, 지금, 많은 사람이 갈팡질팡하고, 분노하고, 시달리고 있다.

인류세anthropocene란, 인류로 인한 지구 온난화 및 생태계 침범을 특징으로 하는 현재의 지질학적 시기를 말한다. - 역주

세계에는, 인류세가 낳은 여러 가지 위기를, 이전부터 줄곧 몸으로 체험해 온 사람들이, 많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해수면이 상승해, 생활공간이 위협받는 크고 작은 섬들, 바닷물이 얼어서 생긴 얼음의 면적 축소가 계속되는 북극권, 격감하는 각지의 열대 우림, 가뭄과 열파에 휩싸이는 아프리카 대륙의 주민이 그들이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나라들에 있어도, 유색 인종과 빈곤층이, 대형 허리케인 같은 자연 재해, 광산 개발, 각종 유해 폐기물 처분, 유해 물질 유출 등으로 기인하는 공해 현장에서, 보다 많은 환경 리스크에 노출되어 왔다.

인류세라는 개념에 응축되는 환경 문제에는, 어디의 누가, 언제, 이 환경 문제를 발생시키고, 어디의 누가, 언제, 이 환경 문제에 부수하는 이익, 혹은 부하를 받아왔는가라는, 사회 정의를 둘러싼 문제가 내재해 있다.

옥스퍼드 대학 출판부에서 2019년에 출판된 『인류세의 정치학The Politics of the Anthropocene』의 저자들은, 남아프리카 데즈먼드 투투Desmond Mpilo Tutu(1931~2021년) 전 대주교의, “기후의 아파르트헤이트”에 대한 비판을 언급하며, 인류세를 둘러싼 다양한 부정의에 대해 논하고 있다. 반아파르트헤이트 활동가로서, 인권 운동에 많이 공헌한 투투가 염려한 ‘기후의 아파르트헤이트’란, 이 난제의 본질을 꿰뚫는 개념이다. 그것은, ‘인종의 프로세스’로도 파악되어야 할, 인류세 공간에 박힌, 인종자본주의에 의한 분단을 가리킨다.

따라서 인류세에 관련된 논의에는, 모든 환경 문제의 근본에 있는, 차별의 구조를 묻는 시각이 필요하다. 지리학자 캐스린 유소프Kathryn Yusoff는 2018년, ‘10억이나 되는 흑인 인류세’를 키워드로, 인류세 논의에서 ‘우리’라는 대략적인 묶음을, 비판적 인종론의 견지에서 엄격하게 비판했다. 시선 끝에 있는 것은, 비인간화되어, 거래 대상물로서 노예화된 흑인과 제노사이드 역사를 통해, 말소되어 가는 선주민족 같은, 억압당하는 사람들이 걸어온, 다양하고 곤란에 찬 인류세다. 또 포타와토미족Potawatomi(북아메리카 선주민족으로 북아메리카 대평원Great Plains에서 미시시피강 상류, 오대호 주변에 걸쳐 거주하고 있다 – 역주) 출신의 카일 화이트Kyle Whyte는, 선주민 연구 관점에서, 인류세의 논의를 비판적으로 검토해 가며, 탈식민지화를 지향하는 작업으로 이어가는 가는 방향성을 제기해 왔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계속 확대되는 기후 정의 운동은, 풀뿌리에서 발단한 다양한 사회 운동의 역사로 이어지는 것이지만, 이러한 연구 운동과도 연동되어 있다.

■ 인류세의 시작

인류세는 언제 시작되어, 어떻게 발전해 왔을까. 일반적으로 그것은, 산업 혁명, 혹은 핵 개발을 계기로 한, 인간의 여러 활동에 따른 환경 변화의 급가속Great Acceleration에 따른 시대 구분이라고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2015년, 지리학자 사이먼 루이스Simon Lewis와 마크 매슬린Mark Maslin은,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것을 다시 묻는, 중요한 문제 제기를 했다.

그들에 따르면, 인류세의 기점은, 인구, 곡물, 가축의 이동을 촉진해, 지구 환경을 균질화시키는 계기를 초래했던, 유럽의 아메리카 대륙 식민지화로 거슬러 올라간다. 먼저, 대규모 입식入植(식민지를 개척하기 위하여 다른 나라나 지역에 들어가 삶. 또는 들어가 살게 함 – 역주)에 의한 질병의 만연, 전쟁, 노예제, 기아가, 인구의 격감을 불러왔다. 인구 감소는 농지의 삼림 치환을 촉진하고, 이산화탄소 농도를 격감시켰다. 그 결과, 지구의 한랭화가 보였던 1610년이야말로, 인류세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결국 유럽계 입식자의 인구가 증가하면 삼림 파괴가 진행되고, 글로벌화 된 자본주의 경제하에서는, 노예제에 뒷받침된 대규모 농지 개척이, 미국의 대륙 환경을 더욱 변용시켜 갔다.

두 명의 저자는, 2018년 6월 10자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취재에 응해, “인류세는 광범위하게 진행된 식민지주의와 노예제와 동시에 시작되었던” 것이라고 했다. 인류세란, 인간이 어떻게 환경을 마주하고, 관여해 갈 것인가, 나아가 인간끼리의 관계성에 얽힌 이야기라고 한다.

이 설은 앞에 소개한 비판적 인종론, 또는 선주민 연구의 안목과도 상통한다. 결국은 급가속Great Acceleration으로 이어지는 인류세의 근원에는, 몇 세기나 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식민주의 또는 선주 인구 말소를 전제로 하는 입식자 식민주의, 거기에 뒤얽힌 인종자본주의 역사, 좀 더 심도 있게 말하면, 그런 차별 구조가 있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 침묵의 폐허

차별에 기인한 인류세를 생각할 때, 미국 서부 워싱턴 주의 남동부에 있는, 맨해튼 계획Manhattan Project의 한 거점, 한퍼드 사이트Hanford Site(미국 워싱턴 주 벤튼 카운티 의 컬럼비아 강에 있는 미국 연방 정부에서 운영하는 폐쇄된 핵 생산 단지- 역주)를 방문했을 때의 풍경이 눈에 선하다. 사이트 안의 B원자로에서 생성되었던 것은, 나가사키 시가를 전소시키고, 많은 사람의 생명을 빼앗은 원자폭탄의 원료, 플루토늄이다. 공격 대상은, 서유럽 국가들에서는 원숭이로도 비유되어 온 아시아계 유색 인종으로, 피폭자의 대부분은 여성과 어린이도 포함된 비전투원이었다. 미국에서는 현재도, 원자폭탄 폭격은 전쟁을 끝내기 위한 필요악이었다는 인식이 주류로, 한퍼드 사이트의 일부는 2015년, 국립역사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지정 투어에 참가하면, B원자로, 혹은 전쟁 전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몇 개의 건물을 견학할 수 있다.

7년 전, 나는 ‘전쟁 전의 사적’을 둘러보는 투어에 참가했다. 이때 촬영한 일련의 사진은, 안개가 낀 듯한 회갈색으로 덮여 있다. 사진에 찍힌 것은, 피폐된 폐허다. 으스스한 경관에는, 정착민 식민주의Settler colonialism로 이어지는 탄압과 폭력의 역사가 새겨져 있다.

이 장소는 원래, ‘강의 백성’을 의미하는 와나픔Wanapum 사람들을 비롯해, 야카마족Yakama, 네즈퍼스족Nez Perce, 우마틸라족Umatilla 등, 복수의 선주민족이, 수렵, 채집, 어업을 영위하는 고향땅이며, 또한 성지이기도 했다. 그들은 태고의 옛날부터 전해지는 노래와 춤, 기도를 통해, 땅과 농밀하게 서로 소통하는 관계를 맺으면서, 컬럼비아 강 유역에서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 있었다. 그런데 탐험대와 선교사가 잇따라 오고, 정착할 입식자들이 주변 지역에 와서 19세기 이후, 질병 유행, 토지 수탈과 강제 이주, 동화 정책 등, 선주민족에게는 고난이 잇따랐다.

반면에 유럽계 미국인 입식자들은, 다양한 개척 사업에 열중하게 된다. 선주민족의 삶의 방식과 그에 얽힌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는 고향땅은, 삽시간에 입식자의 농지로 치환되어 갔다. 새로운 마을의 명칭은, 재판관이고, 관개 시설 회사의 사장이기도 했던 백인 남성, 코넬리우스 한포드Cornelius H. Hanford의 이름을 따서 붙여졌다. 많이 변모한 지역 환경은, 선주민족에게는 살기 힘든 공간이 되었다.

입식자들, 아니 침략자들은, 이윽고 이 땅에 정주했다. 앞에서 말한 사적史蹟 투어의 중심인 한퍼트 고등학교는, 1916년에 창설되었다. 작은 농촌에서, 이 학교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고 하지만, 맨해튼 계획의 시동과 함께, 폐교로 내몰렸다. 입식자 국가인 미국이, 이 장소를 플루토늄 생산 현장으로 정하고, 군사 관계자 이외는, 강제 퇴거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강탈한 땅에 만들어진, 입식자를 위한 교육 시설, 예전에는, 젊은이들의 활기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을 교실은, 지금은 철조망으로 둘러쳐져 있다. 침묵에 휩싸인 폐허의 사방에 펼쳐지는 것은, 망막한 풍경이다. 내가 참가한 투어 당일은, 최근 다발하는 산불의 영향으로, 부근 일대에 연무가 자욱했다.

투어 참가자의 대부분은, 맨해튼 계획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받아들이는, 나이든 퇴역 군인들과 그의 가족들이었다. 투어 가이드의 해설은, 선주민족의 역사를 언급하고는 있었지만, 초점이 맞춰진 주된 것은, 이 땅에서 쫓겨난 농가의 고생담이었다.

퇴역 군인 가운데 한 명인, 지팡이를 짚고, 걸음걸이가 불안한 고령의 백인 남성이, “자네는, 민주주의 나라에 와서 다행이네”라고 웃는 얼굴로 말을 걸었을 때, 내게는 대꾸할 말이 없었다. 복잡한 심경으로 말없이, 칙칙한 색깔의 폐허에, 휴대전화 카메라를 들이댔던 일이 생각난다.

연무 속에서, 고요함에 휩싸인 사막에, 외따로 우두커니 서 있는 폐허는, 인류세의 거울이다. 그것은 시공을 넘어서, 나가사키, 그리고 히로시마의 참화, 나아가서는 망가진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그것들을 둘러싼 갈등과 천 겹 만 겹의 억압적인 실상으로 이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 희생 구역의 핵 시설

바다 건너 적국에서, 무고한 주민과 그들의 고향땅을 파괴하기 위한 핵 시설이, 한퍼드에 설치되었던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로버트 오펜하이머를 비롯한 원자폭탄 개발자들은, 플루토늄 생산에 따른 환경 리스크를 확실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그들의 건의를 받은 군사 당국은, 인구가 적고, 기밀 계획에 적합한 원격지, 다만 교통이 편리해, 원자로 냉각에 필요한 물과 전력의 안정된 공급이 가능한 장소를 탐색했다.

한퍼드는, 이런 조건들을 충족시키고 있었다. 태평양 연안의 도시권으로부터는, 캐스케이드 산맥을 사이에 둔 내륙부에 위치해 있다. 이 장소와 친밀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었던 사람들은, 정착민 식민주의Settler colonialism의 역사를 통해, 약자 입장에 처한 선주민족이고, 그 밖에는 약간의 소규모 농장만 존재했다. 그것은 사회적 주변부, 결국은 변경이었다. 환경 리스크를 수반하는 전쟁 중의 군사 계획에서, 국가의 안전 보장을 위해서는, 미련 없이 버리는 것도 어쩔 수 없다고 치부되었던, ‘희생 지역’의 한 구역이다.

또한 여기에는, 원자로 가동에 빼놓을 수 없는 수원水源뿐만 아니라, 발전원이 되는 인프라 시설이 확보되어 있었다. 한퍼드 사이트는, 건조 지대의 오아시스라고도 할 수 있는 컬럼비아 강, 야키마 강, 스네이크 강의 합류 지점 북쪽에 펼쳐져 있다. 유역에는, 20세기 초반부터, 특히 1930년대 뉴딜 정책 아래, 고용 기회를 창출하고, 입식한 농민들의 생활, 경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몇 개의 댐이 건설되었다. 대량의 전력을 요하는 핵 시설 운영에 즈음해, 가까이에 수력 발전 댐이 있다는 것은 절호의 조건이었다.

따라서 맨해튼 계획은, 처음부터 Manifest Destiny(신에게 부여받은 명백한 천명)로 인식된, 미국 서부 개척 역사의 연장 위에 진행되어, 입식자에게만 부와 권력을 가져다 준, 인종 자본주의 경제로 유지되고 있었다.

차별에서 생겨난 인류세 프로세스를, 태곳적 옛날부터 여기에 사는 선주민족은, 어떻게 체험했을까?

■ 20세기 최대의 비극

댐 건설은, 선주민족과 그들을 둘러싼 살아 있는 온갖 존재의 일상을, 근원부터 전복시키는 듯한 충격과 슬픔을 초래했다. 연방 에너지부를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 지원을 받아, 네즈퍼스족은 1999년, 「연어와 사람들」이라고 제목을 붙인, 약 250쪽에 달하는 보고서를 출판했다. 생선과 어업을 중심 주제로, 선주민족 사이에 전해지는 신화와 그들의 이야기를 나눈 귀중한 기록이다.

이 글은, 20세기 최대의 비극이란, 컬럼비아 강 유역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어장과 연어 회귀의 상실이라는, 부족의 원로가 토해내는 탄식 소리에서 시작된다. 네즈퍼스족과 연어의 운명은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면 1938년에 완성된 본네빌Bonneville 댐에 대해, 네즈퍼스족의 Job Charles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고 한다.

“컬럼비아 강은 사람 몸의 대정맥 같은 겁니다. 만약 대정맥이 절단되면, 어떻게 될까요? 강이 차단되면, 어떻게 될까요? 본네빌 댐이 사람들에게 줄 타격은 공황보다도 큰 게 되겠지요. 그리고 그것은 계속 이어질 겁니다.”

그에 따르면, 컬럼비아 강은 살아 있고, 강의 몸은, 선주민족과 그의 친척들의 생명에도 연결되어 있다. 또한 마찬가지로 네즈퍼스족의 앨런 슬릭푸 시니어Allen P. Slickpoo Sr는, 부족의 정신세계와 깊게 관련된, 연어 회귀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연어잡이는, 종교 의식의 성스러운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연어는, 근채 작물의 최초 수확과 마찬가지로 취급되고 있었기 때문에, 연어를 여기로 돌아오게 해 준, 전지전능한 창조주haniyaw'áat에 감사를 올립니다. 연어가 회귀한다는 것은, 한동안의 행복을 의미했습니다. 인간들이 겨울을 나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입니다. …만물의 근원인 대지의 정맥을 흐르는 물이란, 모든 존재에게 생명의 피인 겁니다.”

생명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강, 그 강의 흐름에서 태어나서, 펼쳐지는 유연관계類緣關係(생물의 분류에서, 발생 계통 연줄이 어느 정도 가까운가를 나타내는 관계. 계통 분류는 이것을 바탕으로 해 정해진다 – 역주)의 묘사는, 이 지역에서 자라난 생태계의 사이클을 보여준다. 대대로 구전되어 왔다는 이야기에 비춰보면, 선주민족은 그 사이클의 일부로, 창조주로부터 수여받은 연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살아간다. 마찬가지로 이 땅에 배치된 코요테와 올빼미와도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돌보는 책임을 수반하는, 친밀한 관계를 엮으며, 생명의 연계를 순환시켜 온 것이다.

에너지로 넘쳐흘렀던 강을, 고향을 향해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의 귀환, 즉 일련의 생태계 사이클은, 입식자들의 경제 활동의 톱니바퀴인 댐으로, 무참하게도 단절되었다. 고향땅을 흘러가는 정맥의 절단이란, 선주민족의 마음과 몸뿐만 아니라, 그들의 유연관계, 모든 생명을 손상하는, 바로 ‘20세기 최대의 비극’이었다.

■ 잃어버린 폭포수 소리

댐 개발로 인한 고향땅의 파괴는, 제2차 세계대전 종결 뒤에도 계속되었지만, 여기에 한 술 더 뜬 것이 1957년에 완성된 덜레스 댐 건설이다. 이 사업은, 연방 정부의 입장에서는, 컬럼비아 강을 세계 최대의 수력 발전 시스템이로 전환하기 위한, 장대한 계획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선주민족 처지에서는, 유일하게 남겨진 사내끼(물고기를 잡을 때 물에 뜬 고기를 건져 뜨는 기구 – 역주) 어장인 셀릴로 폭포Celilo falls가, 댐 바닥에 잠긴다는 악몽을 의미했다.

셀릴로 폭포는, 중요한 어장일 뿐만 아니라, 광범위하게 모여드는 선주민족에게, 교역과 사교의 장이기도 했었다. 때로는 거기서, 사랑이 싹트는 일도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오리건 대학은 2010년, 댐 건설 전의 셀릴로 폭포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단편 동영상을, YouTube에 올렸다. 이 동영상은, 몇 마일 밖까지 들렸다는 굉음을 내며 흐르는 폭포, 물고기를 낚고, 손질하는, 혹은 불에 올려놓은 선주민들의 모습을 포착하고 있다. 그물에 걸린 커다란 연어는, 힘차게 펄떡펄떡 뛰어오르고, 대치하는 어부들은 씩씩하고 날렵한 움직임을 보인다.

동영상에는 한 장의 암갈색 사진도 등장한다. 사진 속에서, 선주민 지도자 토미 톰슨Tommy Thompson은, 아내 플로라Flora, 6살이었던 손녀 린다Linda와 함께, 전통적인 치장을 하고, 침울한 표정으로, 댐에 잠기기 직전의 폭포를 내려다보고 있다. 뒷날 린다는, 액자에 들어 있던 이 사진을 걸면서, 폭포가 잠기는 순간을 구경하러 가는 것을, 할머니에게 제지당했다고 이야기한다. 뒷날, 일변한 경관을 마주하고, 그녀는 계속 울었다.

“저는 눈물을 홍수처럼 흘렸어요. 어렸던 저에게는, 뭐가 일어나고 있는지, 거의 몰랐어요. 그런데 폭포가 물에 휩쓸리고 만 것을 보고, 제 마음도 가라앉았어요. 할아버지처럼.”

여기서 이야기되는 상실감은, 우마틸라 연합 부족 거류지의 문화자원과 직원, Tiara  Fallou Farman의 이야기와도 서로 통한다.

“셀릴로 폭포는 어업의 거점이었어요. 사람들은 생활의 양식을 의존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댐에 잠겼을 때, 사람들의 마음은 슬픔으로 가득차서, 모두 울었던 겁니다. 그런 곳을 이제 두 번 다시 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요. 물 밑으로 가라앉고 말았지요. 폭포가 물에 잠긴 사건이 끼친 사회적, 경제적 영향은 괴멸에 가까운 수준이었어요.”

폭포의 굉음 짬짬이 들리는, 던져진 그물의 둔탁한 소리, 물고기를 먹는 데 사용한 그릇을 씻는 소리, 장작을 뻐개는 소리, 어린이들의 활기찬 발소리, 서로 사고파는 장사의 소란스러움과 사람들이 나누는 환담, 이 모든 소리가 댐 밑으로 사라졌다. 특히 선주민족에게는, 자신이 살아가는 세계 자체의 붕괴로 느껴졌으리라.

■ 오염된 고향땅

그런데 컬럼비아 강 유역, 결국은 그 신체의 정맥으로 흘러들어, 인류세의 지리에 내장되어 온 것이, 강한 독성을 가진 화학 물질과 방사성 물질이다. 상류에서 전개되는 농업과 광업, 특히 제지 공장 등에서는 다이옥신과 수은이, 한퍼드 사이트에서는 방사성 물질까지도 방류되어, 대기, 토양, 지하수를 오염시키며, 컬럼비아 강에 유입되었다. 특히 전쟁이 벌어진 시기부터 냉전기에 걸쳐서는, 국방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정보가 제한되어, 허술한 관리 아래, 무시무시한 양의 방사성 물질이 주변 지역에 풀렸다.

강 유역에 펼쳐지는 미국의 공해 현장으로서는, 루이지애나 주 남동부, 미시시피 강을 따라 전개되는 암 회랑cancer array이 유명하다. 석유 화학 공장이 집중되는 환경 부정의 현장에서, 가장 피해를 입는 사람은, 노예제, 짐크로법Jim Crow laws 아래에서, 인종 격리라는 역사를 짊어진, 빈곤층 흑인이었다.

짐크로법Jim Crow laws은, 1870년대부터 1964년 공민권법이 제정되기까지 계속되었던 흑인 분리 州法이다. 이 법률에 따라 구체적으로는, 학교, 버스 등 교통 기관, 공원, 수도, 화장실 등 공공시설이, 백인용과 흑인용으로 분리되어 있었다.

암 회랑의 흑인들의 경험은, 컬럼비아 강 유역에서 병으로 쓰러지는 선주민족의 전후사戰後史와도 겹친다. 대지에 뿌리를 박고 살아가는 선주민족은 그날그날, 동물을 사냥하고, 물고기를 낚고, 생활 근거지에서 채취한 야채를 먹었다. 이러한 생활 방식은 그들의 정신세계와도 밀접하게 통하고 있다. 그 모든 것이 오염되어 있다면, 선주민족의 몸과 마음에 심각한 건강 피해가 확대된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연방 기관들이, 2003년에 공표한 조사보고서 「선주민 사회에서 암에 직면한다는 것 ― Yakama Nation과 태평양 연안 북서부 부족」은, 암에 걸리는 비율 상승, 취약한 의료 체제 등, 현지 선주민족을 둘러싼 엄중한 상황을 밝혔다. 자신도 아메리카 선주민족 출신인 크리스틴 월시Christine Walsh는 피해 메커니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외부 사람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물고기와 인간의 관계성입니다. 부족 사람들은, 자신은 연어다, 라고 이야기하죠. 여기서 태어난 아기의 대부분이, 처음 말하는 음식물은 연어예요. 몸이 태어나서 죽음에 이를 때까지, 인간과 연어는, 서로 생명을 공유하고 있는 겁니다. 종교적, 문화적 풍습의 대부분이, 연어를 중심으로 행해지고 있어요.”

조사 보고에는, 고향으로 회귀한 연어에, 엄청날 정도의 기형이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는 이야기와 가족이 잇따라 암에 걸려서, 세상을 떠나는 공포를 호소하는 증언이 수록되어 있다. Yakama Nation의 원로 Heroult Dick는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창조주가 이 땅에, 우리 선주민족으로, 인류를 창조했을 때, 그 당시, 모든 것은 오염되지 않는 상태였어요. 병 따위는 없었습니다. 지금 우리 곁에는 온갖 병이 찾아와, 우리 민족이, 이 세상을 떠나게 만드는 겁니다.”

컬럼비아 강 유역의 암 회랑의 중심을 차지하는 것이, 입식자 국가의 군사 안전 보장을 목적으로 설립되어, 지금도 방사능 오염 제거 활동이 계속되는 세계 최대급 핵 오염 현장 한퍼드 사이트다. 그 실상은, 침묵의 폐허에 응축되어 있다.

■ 제2차 세계대전의 사생아

생태계 사이클이 침범된, 침묵의 세계라고 하면, 60년 이상 전에 쓰인 명저가 생각난다. 생물학자 레이첼 루이즈 카슨Rachel Louise Carson이, 화학 물질의 위험성을 고발한 『침묵의 봄Silent Spring』이다. 오늘날의 말로 표현하자면, 인류세의, 심대한 환경 리스크를 경고한 작품이다. 이 책에는 다음과 같은 서술이 있다.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이제까지 누구도 경험하지 못했던 숙명을, 우리는 짊어지고 있다. 지금은, 인간이라는 인간은, 어머니의 태내에 잉태되었을 때부터 나이를 먹어 죽을 때까지 무서운 화학 약품의 속박 아래 있다. … 왜 다시, 이렇게 되었을까. 합성 화학 약품 공업이, 급속하게 발달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제2차 세계대전의 사생아였다. 화학전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살충력 있는 다양한 화학 약품이 발명되었다. 그런데 우연히 알게 된 것은 아니었다. 원래 인간을 죽이려고, 여러 곤충이 널리 실험용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이었다.”

카슨이 책 앞부분에 묘사한, 새의 울음소리도 들을 수 없는 가공의 마을에는, B원자로와 한퍼드 고등학교의 폐허,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폐로, 세계 각지의 피폭지와 전쟁터의 풍경이 서로 겹친다.

‘침묵의 봄’을 초래한 합성 화학 약품 공업, 한퍼드에서 진행되었던, 플루토늄 생산, 이 모두가 ‘제2차 세계대전의 사생아’, 결국은 ‘인간을 죽이자’라는 목적에서 생겨났다. 이것을 거슬러 올라가면, 선주민족의 말소, 바로 제노사이드로 이어진다.

인류세의 핵심을 이루는 것은, 타자화된 존재에 대한, 압도적인 폭력의 연쇄다.

■ 고향의 미래를 위해

차별의 폭력 한가운데 놓인 선주민족은, 인류세의 위기를 앞에 두고, 그저 움츠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투쟁하며, 목숨을 부지해 왔다. 내가 만났던 부족 정부 직원, 지도적 위치에 있는 원로들은, 미래를 위해 구체적인 비전을 웅변으로 설명하고, 때로는 현지 자치단체, 주 정부, 연방 정부 인물들과 논쟁하면서, 환경 정책 결정에 주체적으로 관여하기 위해 노력을 거듭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연방 기관에 의무화되어 있는 방사성 물질 제거를, 신속히 이행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으며, 방사성 물질 제거 뒤의 토지 사용 계획에 참가, 또는 어류 양식과 방류, 구술 역사 청취와 기록, 상실되기 시작한 부족의 말을 다시 배우는 시도이기도 하다. 이 모든 것은, 선조가 전개해 온, 정착민 식민주의Settler colonialism에 대한 저항의 영위를, 고향의 토지, 거기에 살아갈 미래 세대와, 행복한 미래로 이어지는 영위다.

19세기 후반에, 당시의 선주민 지도자들은, 침략자의 말, 영어로 필사의 교섭 끝에, 미국 정부와 조약을 맺었다. 압도적으로 불리한 형세 아래 체결된 조약으로, 선주민족은 너무나 큰 것을 잃었다. 그런데도 그들이 단호하게 내놓지 않았던 것이, 어업과 수렵 채집에 대한 권리, 부족의 주권이다.

선조의 생각이 각인된 유산인 조약, 부족 주권을 법적인 방패로, 선주민족은 지금도 계속 투쟁하고 있다. 그 목적이란, 토지, 어류, 코요테, 들판에 자라는 식물 같은, 모든 생명이 영위하는 데 따른 유연관계를 고수할 것, 혹은 원래의 환경을 회복해 갈 것, 바로 탈식민지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퍼트를 아득히 먼 옛날부터 고향으로 삼아 왔던 와나픔족 지도자로, 2022년에 서거한 Rex Back jr는, 생전에 이렇게 얘기했다.

“우리는 이 땅을 지키기 위해 태어나고, 살고 있어요. 그것이 우리의 삶, 존재 방식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곳에 계속 있었고, 앞으로도 어디에도 가지 않아요.”

현지 선주민족 모두에게 존경받았던 Rex Back jr는, 늘 온건하게, 그리고 의연하게, 한퍼드 사이트의 방사성 물질 제거 계획을 전진시키기 위해, 여러 회의에 참가했다. 목소리를 계속 높였던 것이다. 와나픔의 백성은, 성스러운 고향의 땅을 계속 돌보는 사람caretaker이며, 그렇게 하면 땅도 마찬가지로, 자신들을 보살펴 줄 것이니까, 라는 신념은, 생명의 순환에 얽힌 진리를 정곡으로 찌르는 것이다.

인류세의 위기를 극복하는 일. 그것은 인간을 죽이려 하는, 모든 행위에 저항하는 것이다. 결국은, 차별 구조를 해체하고, 탈식민지화를 실현하기 위한 도정을, 각자 다른 역사와 입장을 안고서, 각자가 계속 걸어가는 것이 아닐까. <끝>
(『세카이』, 202410월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