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형사 재판소는 왜 네타냐후 수상의 체포 영장을 청구했을까? ③
(WWW.SURPRISE.OR.KR / 김종익 / 2024-09-05)

시모야치 나오下谷內奈緖
도쿄대학 법학부 학사(1998년), 영국 브래드퍼드Bradford 대학 석사(2000년), 도쿄대학 대학원 박사(2017년).
쓰다주쿠津田塾大学 대학 학예학부 국제관계학과 강사.
저서로는 『국제형사재판의 정치학 ― 평화와 정의를 둘러싼 딜레마』가 있으며, 공저로는 『평화학 사전』, 『전쟁과 평화를 생각하는 NHK 다큐멘터리』 등이 있다.

3. 국제 형사 재판소와 팔레스타인

그러나 애당초 팔레스타인은 왜 국제 형사 재판소의 수상 대상에 올랐을까.
폭력이 점점 심해진 지난해 10월 7일 이전부터, 국제 형사 재판소는 팔레스타인 사태 수사를 행하고 있었다. 정식 수사가 개시된 것은 2021년 3월이지만, 거기에 이르기까지에는 팔레스타인이 처한 복잡한 상황 때문에, 우여곡절이 있었다. ‘복잡’이라는 것은, 우선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가 ‘국가’인가 아닌가와 관련되어 있으며, 다음으로 미국과의 관계이다.
 
국제 형사 재판소 설립 조약인 로마 규정에는, “조약 체결국 아닌 나라”라 하더라도 국제 형사 재판소의 관할권을 수락함으로써 국제 형사 재판소가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제12조 제3항). 2008년 12월부터 2009년 1월에 걸쳐 발생한 무력 충돌로 팔레스타인인 1,300명 이상이 희생된 직후,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는 이 규정에 착안해 국제 형사 재판소 관할권을 수락한다고 선언했다.

국제 형사 재판소는 예비 조사를 행했는데, 정식 수사로 이관하는 단계가 되어, 예상한 대로 팔레스타인이 국제 형사 재판소가 관할권을 행사는 전제 조건인 ‘국가’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결국 2012년 4월, 팔레스타인이 유엔 총회에서는 옵서버 자격을 갖은 ‘조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이유로, 검찰국은 국제 형사 재판소가 팔레스타인 사태에 관할권을 갖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는 국제 형사 재판소의 이 판단 전부터, ‘국가’의 지위를 얻는 것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제기관 가맹 캠페인을 시작하고 있었다. 2011년 10월에는 유엔교육과학문화기관UNESCO의 정식 가맹을 달성했다. 그러나 숙원인 유엔 회원국 가맹은, 2011년 9월에 신청은 했지만, 미국이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기 때문에 채결에조차 이르지 못했다. 유엔에 가맹하기 위해서는, 안보리의 권고에 기초해 총회에서 가맹국의 2/3 이상 찬성을 얻을 필요가 있는데, 이 첫 단계가 되는 안보리의 권고를 얻기 위해서는, 상임이사국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이 전제가 된다.

유엔 가맹은 실현할 수 없었지만, 이러한 팔레스타인의 유엔 가맹 움직임은, 뜻밖의 부산물을 낳았다. 유엔 총회에서 2012년 2월,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의 지위가, 옵서버 자격을 가진 ‘조직’에서, 옵서버 자격을 가진 ‘비가맹국’으로 격상이 인정되었다.

정식으로 유엔에서 ‘국가’라고 재가를 받은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는, 2014년 여름 이스라엘군의 대규모 공중 폭격과 지상 공격을 거친 뒤인 2015년 1월 2일, 국제 형사 재판소에 가맹 신청을 하고, 같은 해 4월에 국제 형사 재판소의 정식 조약 체결국이 되었다.

다만 그 뒤에도 팔레스타인 사태 수사는 좀처럼 진행되지 않았다.

국제 형사 재판소에 가맹 신청을 하기 전날에,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가 국제 형사 재판소의 관할권을 수락하는 선언도 이루어졌기 때문에, 2015년 1월에 다시 팔레스타인에서 국제 형사 재판소의 예비 조사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 예비조사는 5년 가까이 걸려서, 겨우 2019년 12월에 국제 형사 재판소 검사가 정식 수사를 진행하는 기준이 충족되었다고 발표한 뒤에도, 국제 형사 재판소가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는 영토에 동예루살렘을 포함한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 지구가 포함되는지 여부와 같은 전문적인 확인에 시간이 걸려, 마침내 2021년 3월에 정식 수사 단계로 이관되었다. 이 사이 기다림에 지친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는 ‘조약 체결국’으로 새삼스레 국제 형사 재판소에 사태를 회부하기도 했다.

팔레스타인 수사가 진전되지 않는 배경에는, 미국의 압력이 있다고 지적되어 왔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주임 검사를 포함한 국제 형사 재판소 직원에 대해, 대통령을 발해 미국 내의 자산 동결과 입국 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제재를 부과하는 이례적 대응을 했는데, 이것은 국제 형사 재판소가 시작한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의 전쟁 범죄에 대한 수사만이 아니라, 팔레스타인에서 행해지는 조사를 저지하기 위해서 라고 보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바로 수사 개시를 선언해 주목을 받았던 국제 형사 재판소였지만, 팔레스타인에 대해서는 이미 수사를 개시하고 있다는 것도 있어, 10월 7일 이후도 특별히 눈에 띄는 성명을 내지 않았다. 사태를 우려하는 일부 국제 형사 재판소 조약 체결국에서는, 수사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알면서도, 새삼 국제 형사 재판소에 사태를 부탁하는 움직임도 보였다. 이렇게 언뜻 보면 조용하게 보인 팔레스타인 수사 뒤에 나온 것이, 이번의 체포 영장 청구 성명이다.<4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