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형사 재판소는 왜 네타냐후 수상의 체포 영장을 청구했을까? ②
(WWW.SURPRISE.OR.KR / 김종익 / 2024-09-02)

시모야치 나오下谷內奈緖
도쿄대학 법학부 학사(1998년), 영국 브래드퍼드Bradford 대학 석사(2000년), 도쿄대학 대학원 박사(2017년).
쓰다주쿠津田塾大学 대학 학예학부 국제관계학과 강사.
저서로는 『국제형사재판의 정치학 ― 평화와 정의를 둘러싼 딜레마』가 있으며, 공저로는 『평화학 사전』, 『전쟁과 평화를 생각하는 NHK 다큐멘터리』 등이 있다.

2. 카림 칸 주임 검사의 국제 형사 재판소 개혁

2021년 6월 국제 형사 재판소의 제3대 주임 검사로 취임한 카림 칸은, 그때까지의 어떤 주임 검사보다도 이러한 국제 형사 재판소의 특질을 이해하고, 효과적인 수사를 행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여 왔다. 카림 칸은 옛 유고슬라비아 국제 형사 재판소와 르완다 국제 형사 재판소에서 근무하고, 국제 형사 재판소에서도 지금까지 케냐의 현 대통령 윌리엄 킵치르치르 사모에이 아랍 루토(스와힐리어: William Kipchirchir Samoei Arap Ruto – 역주)와 리비아의 지도자 카다피 아들의 변호를 맡아 온 국제 형사 법정의 현장 경험이 풍부한 인물이다.

상설 국제 형사 재판소를 설립한다는 프로젝트는, 예전부터 종종, 국가의 상위에 국가의 행동을 구속하는 초국가적 세계 법정을 만드는 것이라고 이해되어 왔다. 이에 대해 카림 칸은 현실의 국제 형사 재판소의 모습을 직시하고, 국제 형사 재판소는 세계에 군림하는 법정이 아니라 각국의 법정과 법정을 잇는 ‘허브’라는 인식 아래, 다양한 개혁을 진행해 왔다.

개혁의 첫째 방향은, 철저한 현장주의다. 카림 칸은, 범죄 행위가 의심되는 분쟁 지역을 정력적으로 방문해, 현지 당국과 협력 관계를 구축해 왔다. 이것은 과거의 주임 검사가 종종 수사 대상국의 반발을 초래해, 수사가 좌절되는 사태를 불러오는 일마저 있었던 교훈을 감안한 것이리라. 그러나 현지와의 협력 관계 강화는, 각국의 협력에 기대야 하는 국제 형사 재판소가 독자의 수사를 진행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국제 형사 재판소의 작업 부하를 경감시켜서, 한정된 예산과 인원을 중대 범죄 가운데에서도 특히 우선도가 높다고 국제 형사 재판소가 판단하는 경우에 집중시키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국제 형사 재판소는 “국가의 형사 재판권을 보완”하는 재판소라는 원칙(「보완성의 원칙」)에 따르면, 현지 정부가 규칙 바르게 수사와 소추를 행한다면, 국제 형사 재판소의 부담을 덜 수 있다. 이런 생각에 기반을 두고 각국의 국내 사법을 지원해 해당 국가 자신에 의한 재판을 촉구하는 것은 ‘적극적 보완성’이라 부르며, 카림 칸 취임 이전의 국제 형사 재판소에서도 채용되어 있었다. 카림 칸은 여기에서 보다 한걸음 나간 ‘보완성과 협력’이라는 개념을 내세우며, 현지 정부나 관계자와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데 진력해 왔다. 그 결과, 중앙아프리카와 조지아 사태와 관련해 국제 형사 재판소 설립 이래 처음으로 국제 형사 재판소의 수사를 종료하는 결정을 내리고, 대신 필리핀과 리비아, 우크라이나, 가자의 수사에 자원과 에너지를 투입해 왔다.

그런데 세계에서 수많이 발생하는 중대 범죄 가운데, 어떤 것을 우선할까 라는 판단은 어렵다. 국제 형사 재판소가 행하는 사태의 선별은 이제까지도 비판의 대상이 되어 왔다. 특히 국제 형사 재판소 설립 뒤, 십수 년에 걸쳐 아프리카 대륙의 사태만 다뤄졌기 때문에, 중소 국가 사이에서는 국제 형사 재판소는 수사와 소추를 행하기 쉬운 나라만을 표적으로 삼는 게 아닌가라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반발하며, 아프리카연합AU에서는 가맹국에 국제 형사 재판소 탈퇴를 촉구하는 일이 논의된 적마저 있었다.

국제 형사 재판소 검사가 직권으로 어떤 사태의 수사에 착수하는가는, 검사의 재량에 위임되어 있다. 카림 칸은 취임 이래, 피해자 가운데에서도 가장 약한 입장에 놓인 ‘어린이와 여성’의 보호를 우선한다고 선언하고, 그것을 위한 특별 부서를 꾸리는 데 몰두해 왔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 등에 대한 체포 영장의 혐의가, 우크라이나 점령 지역에서 어린이들을 강제 이송한 전쟁 범죄였던 점, 이번, 어린이와 여성의 희생이 허다하게 전해지는 가자를 포함한 팔레스타인 사태에서 체포 영장이 청구된 것은, 이러한 카림 칸이 설정한 우선 사항에 합치하는 것이기도 하다.

개혁의 두 번째 방향성은, IT 기술을 활용한 수사 효율화다. 국제 형사 재판소에는 세계 각지에서 대량의 정보와 ‘증거’가 들어오지만, 그것들을 자세히 조사해 법정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다대한 노력과 시간을 요한다. 디지털 도구가 발달한 현대에서는, 그것들의 대부분은 디지털 정보다.

카림 칸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액센츄어Accenture(전략, 컨설팅, 디지털, 테크놀로지 및 운영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경영 컨설팅 및 전문 서비스 회사 - 역주) 등과 협력해, 조약 체결국만이 아니라, 관계자가 익명으로 정보와 자료를 업로드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데이터 해석 도구를 사용한 효율적인 분석과 조사 자료의 자동 번역 등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부터 약 1년 남짓한 빠른 단계에서 푸틴 대통령 등에게 체포 영장이 발부된 것은 물론, 출입이 막혀 현지에서 수사하는 것마저 불가능한 가자 지구에서 일어나는 사태에 대해, 체포 영장을 청구하는 데 충분한 증거를 수집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개혁 덕분이다.

이 외에, 카림 칸은 검찰국 내부의 조직 개혁에도 몰두해 왔다. 국제 형사 재판소에서는 직원의 사기 저하가 문제가 되고 있었는데, 의견 상자 설치와 직원회의 등을 통해 간부와 일반 직원의 거리를 좁히는 노력이 이루어져 왔다. 또 젠더와 지역 배분의 균형에도 신경을 써서, 여성을 포함하지 않은 채용 후보자 리스트는 검토하지 않는다고 표명했다. 현장주의를 철저히 하기 위해, 현지 사무소의 개설과 현지 채용 직원의 등용도 진행되어 왔다.<3편 계속>